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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기담-242화 (242/813)

〈 242화 〉 236 교상?上 마을 오울링

* * *

키스를 조르는 것처럼 턱을 살짝 들고 환인의 영기를 받아들이던 시더는 이윽고 환인에게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 기운은 참…… 좋네. 어렸을 때 어머니의 품에 안겼을 때처럼 포근하고 따스한 느낌이야.」

“그렇습니까.”

담담한 환인의 태도에서 시더는 이유모를 믿음이 생겨났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믿고 의지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다. 여기에 기존의 은혜가 덧입혀져 한층 믿음이 강해진 시더는 조용히 허리를 숙였다.

「…고마워, 영혼사님. 영혼사님 덕분에 미련을 내려놓을 수 있었어.」

처음 봤을 때 표정과 몸짓으로 서글프고 애달픈 분위기를 자아내던 시더는 현재 반쯤 해탈한 듯 이완되고 흐릿해져 있었다.

성불행을 하며 많이 본 모습이었다. 생전 미처 남기지 못한 말을 가족에게 전한 영혼들이 미련을 풀고 성불하기 직전에 보이던 모습.

‘아들과 보낸 마지막 시간으로 그녀의 한이 풀어진 거겠지.’

그만한 성고문을 받고 살해당했음에도 알드헬름을 원망하기보다 아들 쪽을 더 걱정한 여자다.

30시간동안 아들과 함께 있을 수 있었으니 그녀는 더 바라는 것이 없겠지.

다소곳이 허리를 숙였던 시더는 잠시 후 우려가 깃든 시선으로, 환인이 마음을 바꾸길 바라는 마음에 말을 건넸다.

「알드헬름은 정말 위험한 사람이야. 영혼사님이 상급 영혼사라는 사실은 빠르게 퍼질 테니 그 인간도 함부로 영혼사님한테 해코지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접점은 없을수록 좋은 인간이라고 생각해.」

“시더. 알드헬름 르마리테가 이 세상에 큰일을 할 사람이라고 운명으로 정해져 있다 해도, 저는 그를 살려둘 생각이 없습니다.”

어찌 되었든 그자를 죽이겠다는 발언. 그 담담한 어조에 깃든 살의를 느낀 시더와 그의 여자친구들이 동시에 어깨를 떨고 침을 삼켰다.

「…나도 반드시 죽어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알드헬름이라고 생각하지만…….」

생전의 습관인 듯 자신의 풍성한 두 개 여우 꼬리 중 하나를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겨 든 시더를 환인은 말없이 기다렸다.

잠시 후 작게 한숨을 내쉰 시더가 옆머리를 아래쪽 귀 너머로 넘기며 중얼거린다.

「남자인데다 영혼사인 당신의 단단한 의지를 한낱 힘없는 계집이 무르게 만들어서는 안 되겠지…….」

고개를 끄덕인 시더는 기억을 끄집어내는 것처럼 먼 곳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비자룩스는 광산 도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마을이야. 마을에서 소도시로 격상하기 직전이라는 느낌일까. 다들 몇 년 내에 소도시가 될 거라고 보고 있어.」

“소도시를 바라본다면 큰 마을이겠군요.”

「응. 가구 수만 1만여 채가 넘어가니까. 마을임에도 그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천연광물의 온상지라 할 만큼 광맥이 풍부한 비자루크스 산맥과 인접해있어서인데…….」

마을의 수식어에서 알 수 있겠지만 비자룩스는 광업을 바탕으로 제철과 관련된 기술을 발달시켜 부를 끌어모으는 마을이라고 시더는 이야기했다.

「비자루크스 산맥에서 나오는 광물은 질이 매우 좋다고 알려졌어. 비자룩스는 그런 광물을 녹이고 주괴로 만들어 팔거나 대량으로 고용한 대장장이들을 통해 품질이 뛰어난 금속 무기와 금속 방어구를 생산해서 라드세아 중남부의 도시나 마을에 납품하거나 한다고 해.」

“대장장이를 대량으로 고용했다면…… 상권을 만들지 않았다는 겁니까.”

「응. 대장장이들이 만든 거랑 광산에서 나온 건 전부 비자룩스의 소유라고 들었어.」

=그래서 비자룩스산 금속주괴가 그토록 가격이 들쭉날쭉했구나. 경쟁이 없는 독점생산이니 판매자 마음대로일 수밖에…….=

무언가를 생각해낸 것처럼 미간을 살짝 찌푸리는 유르파에게 안느가 물었다.

=응? 언니도 비자룩스를 알고 있었어?=

=자세히는 몰라. 비자룩스산 금속주괴는 순도가 높기로 유명해서 대장장이나 금속세공 관련 직업은 고급품을 제작할 때 비자룩스산을 많이 쓴다는 정도? 나도 종종 사용했어. 지금도 쓰고 있고.=

「우리 마을 경비병도 비자룩스산 무기와 방어구를 쓰고 있을 정도니까. 그런 이유로 비자룩스 가문은 매우 부유해서 마을답지 않은 무력을 가문이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어. 마을이면서 군대를 형성해 마을 주변을 주기적으로 청소할 정도니까.」

“마을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미리 말해두는데 나도 비자룩스는 가본 적이 없어. 마을의 주인이라서 주변 마을, 도시에 대해 계속 공부해야 해서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뿐이니까 그 점을 잊지 마.」

“알고 있습니다. 그런 소문에 가까운 이야기라도 도움 되니 걱정 마시길.”

「그러면 다행이고. 아, 비자룩스의 분위기를 물었지?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아. 크라버리하고 파르히스트를 적당히 섞은 정도라고 알고 있어.」

그 정도라면 웨이포드와 비슷하다는 뜻이 아닐까. 살기 좋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비자룩스의 특징이라면…… 떠도는 모험가는 잘 받아들이지 않아. 힘이 필요한 곳은 자체적으로 육성한 군대로 다 해결한다고 해. 마을의 기능도 광업 쪽으로 치중되어있어서 마을이 생산하지 못하는 생필품이나 식량은 모두 상단을 통해 외부에서 매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특징을 종합해보면 비자룩스는 마을이 아니라 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집도, 땅도, 건물도 모두 비자룩스 가문의 것, 그 집에서 사는 사람들은 비자룩스가 고용한 사람과 그 사람의 가족들. 외부의 간섭과 개입을 막고 문제나 트러블이 생기면 최대한 마을의 힘으로 해결하는 방식.

이 세상에서는 독특한 형태의 마을이지만 지구에서는 전문화, 특성화한 마을이 없진 않은 편이라 환인은 수긍하고 넘어갔다.

「다음은 비자룩스의 가문 이야기야.」

“예.”

「비자룩스 가문의 구성은 가문의 직계랑 가주의 친척 사촌 팔촌으로 이루어져 있어. 마을에서 중요한 지위는 모두 가주의 자식과 남매들이 차지했고 그 아래 관리직도 가주의 친척과 사촌, 팔촌들이 자리잡고 있어. 치안을 유지하는 경비대장, 마수와 야수 괴물을 사냥하는 자위대장, 대형 상단의 상단주, 대장장이들을 관리하는 공방장, 광산 채굴을 책임지는 광부장 같은 것들.」

“그들의 성격은 어떻습니까.”

「다른 호족 가문과 비슷해. 아니……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이제는 모르겠어.」

환인도 호족을 만나본 적은 한 손에 꼽을 정도여서 호족의 평균이라는 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비자룩스 가문의 무력은 어느정도입니까.”

「6급 직업자가 두 명에 5급 직업자는 여섯, 그아래로도 직업자가 다수 있다고 알고 있어. 병사는 거의 정규군 수준이래.」

“…알드헬름은 어떤 인간입니까. 영주의 직계라고는 들었습니다만.”

「가주와 셋째 부인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야. 차남이고 듣기로 몇 가지 혁신적인 기술을 발명하고 개발해서 가주의 신임을 굉장히 받고 있다고 들었어.」

=혁신적인 기술?=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는지 유르파가 제풀에 놀라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눈을 데굴데굴 굴린다.

「무슨 무게를 분산해서 술법이랑 특수한 재료를 쓰지 않아도 무거운 걸 구조물 위에 올릴 수 있는 기술이라던가 그런 거였어.」

‘건축공학의 하중 분산 구조 같은 것을 알아낸 건가.’

「거기에 나이도 어리고 생기기도 잘 생겼고 성격도 좋아서 여러 마을과 도시의 고족, 호족의 신랑감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해. 실상은 사람을 트집 잡아 죽이는 미친 살인귀지만…….」

“……?”

시더의 이야기를 듣던 환인은 괴리감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지금 나온 이야기에서 무언가의 단서가 있는 느낌.

“시더. 하나 물어보겠습니다. 알드헬름이 오울링에서 저지른 일 같은 게 비교적 흔하게 벌어지는 겁니까?”

「심각한 죄를 저질러 현장에서 즉결처분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긴 하지만 수십 명을 죽일 정도는 잘 일어나지 않아.」

“그게 아닙니다. 호족이 고족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일이 흔히 벌어지는지 묻는 겁니다.”

「간혹 벌어지긴 하지만…… 우리 마을에 벌어졌던 일은 그 정도 일로 번질 일은 아니었어.」

성실하고 착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백주에 오울링 정도 되는 마을에서 가문의 여주인을 그런 식으로 성고문하고 살해한다?

거슬림이 좀 더 선명해져 간다. 아주 작고 짧은 실밥 하나가 거슬림 속에서 튀어나온다.

환인은 그 실밥을 손톱 끝으로 아슬아슬하게 찝어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알드헬름은 오울링에 왜 온겁니까. 비자룩스가 보기에 오울링은 비즈니스적으로 큰 메리트가 없는 곳일 텐데요.”

갈롯이 넘겨준 지도에 표시된 도시만 봐도 세 곳이다. 거래처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마을이 아니라 도시를 방문…….

잠깐.

방금 자신의 생각에 오류가 있음을 깨달은 환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시더는 알드헬름이 혁신적인 기술을 발명해 인정받았다고 했지, 상거래나 상행이라고는 한마디도 안했다.

하중과 관련된 혁신적인 기술을 발명. 착하다고 알려진 평판. 찾아올 이유가 없는 오울링에서 저지른 학살. 겉보기에 루브이주 가문이 자신에게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꾸민 인위적인 행동들…….

빠르게 생각이 정리되어가는 가운데 시더가 환인의 질문에 대답한다.

「그 살인귀는 마을을 나와서 자주 돌아다닌다고 해.」

“아내를 찾기 위한 여행이라는 거군요. 그자가 이전에 오울링에 온 적은 없습니까?”

갑자기 질문이 구체적으로 변해 시더는 기억을 짜내는 것처럼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한다.

「잘 모르겠어. 이전에도 오울링을 한 번인가 지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은데…….」

“확실한 대답이 필요합니다. 누구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습니까.”

「으, 응? 안다면 경비대장이나 헬리사일 거야.」

환인은 이실리테와 안느에게 그 두 사람을 데려와달라고 부탁했다.

두 여자는 군말 없이 집을 나갔고 잠시 후 두 명을 데려왔다. 환인은 경비대장과 헬리사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알드헬름이 이전에 마을에 왔던 적이 있느냐고.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두 사람은 시더와 환인이 마주 앉아있는 것을 보고 진지한 분위기가 감도는 것을 느끼며 환인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다리 마을이라는 점을 신기해하면서 몇 시간씩 구경하고 갔던 걸 기억하고 있어요.=

“몇 시간씩입니까. 주로 어디를 구경했는지 기억나십니까.”

=다리하고 교각 쪽을 주로 살펴봤었을 거예요.=

“…….”

환인의 표정에서 감정이 사라지자 경비대장과 헬리사가 긴장했다. 뭔가 대답에 실수한 건가?

여자친구에게 종이와 펜을 가져와달라고 부탁한 환인은 종이 위에 카턴 마을의 검은 여자 영혼의 모습을 그렸다.

무슨 종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모호한 짐승 귀, 고양이 같기도 하고 개 같기도 한 꼬리. 몸에 걸치고 있던 가죽 갑옷의 모양과 얼굴까지.

거의 석 달도 전의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최대한 인상착의와 특징을 중점적으로 그린 뒤 두 사람과 시더에게 보여주었다.

“이 사람을 아십니까?”

=이분은…… 말빈 님의 팔촌이신 미리암 님 같은데요?=

「어머? 그러네.」

“……이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몇 년 전에 마을에서 모습을 감춘 뒤로 소식이 없는 분입니다.=

헬리사의 대답에 머릿속에서 파편화되어 떠다니던 밑그림이 일시에 조립되었다.

‘다리에 하드렉을 특수경질화 시켜서 바른 거면 안정성은 확실하겠지만 침식을 대비한 기술은…….’‘유리 언니, 하드렉은 뭔데?’‘응? 특수한 약품을 뿌리면 되게 단단해지는 성질을 가진 스림의 변종이야.’‘아~. 술법이랑 마물 소재를 사용했다면 다리도 튼튼하겠다.’‘…… 아! 이제 생각났어. 이 근처에 하드렉 원산지가 있다고 들었는데 오울링이 하드렉 원산지였구나. 어쩐지 시중에 하드렉이 얼마 없다고 했더니 대부분을 다리 보수에 쓰나 보네.’‘아니 뭐가 그렇게 비싸? 다른 마을 통행세의 대여섯 배잖아.’‘저 그게, 대교 이용 요금까지 포함된 금액이라 그렇슴다. 통행세는 대교의 수리와 보수에 거의 80%를 쓰고 있어서요.’

다리에 관심을 보인 알드헬름.

카턴 마을에서 알드헬름에게 살해당한 오울링의 주인 일족 여자.

하중과 관련된 혁신적인 기술을 발명.

착하다고 알려진 평판.

사라진 말빈의 친인척 여자.

찾아올 이유가 없는 오울링에서 저지른 학살.

책임을 루브이주 가문에 뒤덮어 씌운 행동.

환인은 경비대장과 헬리사를 돌려보낸 뒤 98% 확신했지만 확인 사살을 겸해 시더에게 물었다.

“시더. 오울링에 변종 스림이 출현하는 미궁이 있군요.”

「그, 그걸 어떻게?」

빙고였다.

“당신의 이야기와 몇 가지 기억을 조합하니 결론이 나오더군요. 알드헬름이 오울링에서 그 살인 행각을 벌인 이유는 오울링을 집어삼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유는 스림이 출현하는 미궁을 차지하기 위해서겠지요. 그 스림의 소재가 알드헬름이 발명했다는 하중 분산 구조에 큰 도움이 되는 소재라서요.”

「무슨…….」

“무례를 트집 잡아 마을의 사람들을 죽여댄 것도 당신을 비롯한 오울링의 주인 가계를 끌어들여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살해하려는 게 진짜 목적이었을 겁니다. 당시 가장 어렸던 루브이주 가문의 인원이 말빈 아니었습니까?”

「…….」

시더는 물론 환인의 여자 친구들도 표정이 아연해진다.

「하, 하지만 알드헬름은 말빈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어! 짐승신님의 이름에 대고 맹세까지 했는데!」

“그가 정확히 어떻게 말했습니까.”

「조, 좋다. 네가 유흥거리가 되어준다면 네가 지목하는 한 명에 한해 나는 손가락 하나 대지 않겠다고 짐승신님의 이름에 맹세하지, 이렇게 말했어!」

“역시 해석에 편법이 들어가는 맹세군요. ‘나는’ 손가락 하나 대지 않겠다. 이게 뭘 뜻하는지 이해되십니까.”

악센트를 넣은 한 단어에 환인의 여자친구들은 팔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시더의 눈에서 빛이 차츰 사라져간다.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죽은 듯이 이야기를 듣던 안느가 목이 꽉 막힌 것처럼 겨우 말을 꺼낸다.

=뭐, 뭐야. 나는 손 안 대겠지만 부하들이 손댈 거라는…… 그런 말이야? 그건 말빈을 죽이겠다는 이야기…….=

“그래. 지나가듯 슬쩍 흘린 말에 자신의 충성스러운 부하가 과도한 충성심으로 움직여 말빈을 살해한다면? 자신이 건드린 것은 아니니 약속을 어긴 것도 아니게 되지.”

자세를 고쳐 팔짱을 낀 환인이 시더에게 나지막하게 말을 이었다.

“말빈을 살려둔 이유, 아마 합법적으로 오울링의 주인인 권한을 가져오기 전까지 루브이주 가문이 오울링을 지배하고 있길 바래서일 겁니다. 이만한 마을을 다스리는 가문이 사라진다면 주변의 좀 더 높은 도시 가문에서 사람을 보내 지배하려 할 테니까요. 다음에 알드헬름이 찾아온다면 그자의 품에는 루브이주 가문의 피가 이어져 있는지 아닌지 모를 아기가 안겨있겠지요. 말빈은 그전에 의문의 암살자들에게 살해당할 겁니다.”

=……!=

=…….=

=아….=

환인의 여자들은 제대로 말도 못할 만큼 경악하고 있었다.

그가 주어진 정보를 조합해 도출해내는 결과는 이때까지 거의 사실로 밝혀졌다. 실제로 길레스=벡슬을 죽인 뒤 벌어졌던 일에 환인의 가정과 계획은 모두 사실이었고 모두 그 말대로 이루어졌다.

물론 그도 신은 아니었기에 주어지지 않은 정보로 인해 트러블이 발생(제하=메샤와 크라버리의 개입)했지만, 그마저도 가벼운 산들바람을 맞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해결하더니 파르히스트 성주의 뒷배 선언의 증표까지 받아오지 않았던가.

그런 그가 결론을 냈다.

알드헬름이라는 최악의 쓰레기가 고작 미궁을 차지하려고 멀쩡한 고족 가문 하나를 제 마음대로 가지고 놀다 반쯤 부셨고, 얼마 뒤에는 완전히 부숴버리다 못해 그 가문에 괴뢰를 내세워 자신이 차지해버릴 거라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내용에 경악하던 여자들은 그 순간 실내의 기온이 5도는 떨어진 듯한 으스스한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왜 이렇게 추워졌지? 여자들은 갑작스러운 온도 하락의 원인을 찾다가 환인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시더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흐으으으…….」

시더가 몸 곳곳이 검붉게 물들어가며 허연 냉증기를 뿜고 있었다.

환인은 그런 시더를 우묵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속으로 희미한 미소를 띄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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