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234화 (234/813)

〈 234화 〉 228 교상?上 마을 오울링

* * *

대교에 가까워질수록 다리의 크기가 예상 이상이라는 사실에 일행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와. 다리가 생각 이상으로 크네? 폭이 50m는 되겠다.=

=다리 양쪽에 집이 일렬로 서있어……. 집도 판잣집이 아니라 벽돌집이야. 다리가 무게를 버틸 수 있는 건가….=

좌우 난간 끝에 세워진 집을 제외하고도 폭이 4차선 도로는 될 정도로 넓은 모습에 이실리테가 불안을 표시한다.

집은 작은 주택 정도는 되었는데 억지로 덕지덕지 붙인 형태가 아니라 모두 계산해서 지은 것처럼 다리와 잘 어울리는 건축 형태다.

유르파는 안전보다 다리 구조에 큰 관심을 보이며 호기심을 불태웠다.

=다리 건설에 술법이 동원된 흔적이 보여. 건축 방식도 아치형이라서 하중을 잘 견디는 식이고…… 소재도 하드렉을 특수경질화 시켜서 바른 거면 안정성은 확실하겠지만 침식을 대비한 기술은…….=

=유리 언니, 하드렉은 뭔데?=

=…응? 특수한 약품을 뿌리면 되게 단단해지는 성질을 가진 스림의 변종이야.=

스림이라면 일상생활에 발생하는 오폐수를 깨끗하게 분해하는 청소용 수액 괴물을 말하는 건가. 환인은 유르파의 설명을 들으며 교각 마을을 살폈다.

언덕이라 마을 전경이 훤히 보여 살펴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쇼핑몰 같은 마을이군.’

보자마자 생각난 것은 쇼핑몰 거리였다. 도로 위에 아치형 천장만 붙여놓으면 아케이드로 변신할 것 같은 거리.

드문드문 돌아다니는 주민들의 복장도 깨끗하고 거리도 청결하다. 집도 유지보수에 신경 쓰는지 파르히스트만큼은 아니지만 깔끔하다.

=아~. 술법이랑 마물 소재를 사용했다면 다리도 튼튼하겠다.=

=일단 구조만 봐도 건축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 지은 흔적에 곳곳에 드러나. 집도 많이 비슷해 보이지? 같은 사람이 지었다는 뜻…… 아! 이제 생각났어. 이 근처에 하드렉 원산지가 있다고 들었는데 오울링이 하드렉 원산지였구나. 어쩐지 시중에 하드렉이 얼마 없다 했더니 대부분을 다리 보수에 쓰나 보네.=

여자 친구들의 대화를 들으며 대교에서 시선을 돌린 환인은 관문 근처에 펼쳐진 농경지를 둘러보았다.

이쪽 강변은 물론 건너편의 강변 농경지까지 더하면 어림잡아 200가구 정도는 먹여 살릴 식량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식용으로 보이는 가축도 꽤 키우고 있고 채소밭과 과수원도 보이니…….

‘교역에 목매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었군.’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고 상인들도 간간이 오가니 배를 이용한 교역을 할 이유가 없는 거겠지.

이렇다 보니 환인도 약간이지만 신기함을 느꼈다. 토질도 양호해 보이는데 굳이 불편한 다리 위에 마을을 만들 필요가 있는 건가 싶었던 것.

다리를 확실히 보호할 수단이 있다면 외적의 침입에 대응하기 편하기야 하겠지만…….

‘같은 인간의 공격은 염두에 두지 않는 건가.’

하긴. 환인이 지금까지 들른 촌락과 마을은 대부분 맹수나 괴물의 공격을 상정해서 방비를 굳혔지, 인간과 전쟁은 염두에 두지 않은 듯한 형태였다.

맹수나 괴물 같은 것들이 지구전을 걸지는 않을 테니 방어적 이점을 생각하면 저런 형태의 마을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 친구들과 함께 제대로 된 길에 올라선 환인은 대교의 출입을 막고 있는 관문으로 시선을 주었다가 미간에 살짝 힘을 주었다.

관문 근처에 흐드러지게 핀 하얀 꽃 때문이었다.

‘일라일 꽃 군락지?’

관문 앞, 길을 제외한 모든 곳에 일라일 꽃이 피어있다. 길 한쪽에는 작은 숲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일라일 꽃은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숲 안쪽까지 침범한 상태.

혼재가 마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감시하려는 조치로 보일 지경이다.

약간 뒤처져 따라오던 여자 친구들도 그걸 눈치챘는지 수상하다는 듯이 이야기를 나눈다.

=일라일 꽃이 너무 많네요.=

=저 정도면 혼재 후속 조치 수준 아니니?=

=확실히…….=

일라일 꽃을 살피던 환인은 한발 늦게 작은 숲과 관문 사이에 있는 조그마한 공동묘지를 발견했다.

공동묘지도 마찬가지로 일라일 꽃에 뒤덮여있었는데 그 때문에 발견하는 게 늦었다. 만약 그곳에 모여있는 영혼이 아니었다면 발견하지도 못했겠지.

문제는 영혼의 숫자.

“…….”

환인의 눈빛이 깊어졌다.

얼핏 보기에 새것과 낡은 것을 다 합친 묘비는 40여 개 정도. 그런데 영혼은 서른이 넘는다.

이엘카타가 묘지기로 있던 웨이포드의 공동묘지, 묘비만 백 개가 넘고 납골당 다 하면 수백구는 가뿐히 넘어가는 그곳도 영혼의 숫자는 고작 열댓 남짓이었는데 저 작은 곳에 서른셋이나 있다는 것은…….

영혼의 성별을 살펴본 환인은 서른셋의 영혼 중 남자는 고작 둘 뿐, 나머지 서른하나는 전부 여자라는 걸 깨달았다.

그것도 젊거나 미녀의 축에 속하는 중년 여자들.

사건의 예감을 느낀 환인은 영혼들이 품은 감정에 집중했다.

“…….”

33명의 영혼 중 태반이 살해당한대서 오는 억울함과 원통함, 분노와 슬픔을 느끼고 있었다. 그 부정적인 감정의 파도는 환인이 머릿속 한켠으로 치워둔 하나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카턴 마을에서 연인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인호족.’

마을의 불량배를 동원해 강간을 사주하고 살인까지 조장한 갈색 여우 머리의 남자, 마르테를 떠올린 환인은 잠시 눈을 감았다.

카턴 마을에서 사건이 벌어진 것은 몇 년 전의 일이었다. 공범으로 처형당한 불량배들도 아는 것이 없었고 마을 순찰대에게서도 얻은 정보가 없었다.

파르히스트의 엽사 조합에 그놈의 몽타주를 제공하며 추적 의뢰도 해봤지만, 단서가 너무 적어 추적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아 반쯤 포기한 상태였는데 왜 여기서 그놈의 향기가 느껴진 걸까.

환인의 눈동자가 살의로 한차례 번들거렸다.

자신이 지레짐작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직감은 그놈과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도령, 도령.=

“……불렀나.”

“일라일 꽃이 많은데 뭐 보이는 거 없어? 혼재라던가.=

“혼재는 없다. 대신 영혼이 많군.”

=…얼마나 많은데?=

“묘비 개수의 80%”

환인의 대답에 유르파와 이실리테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수군거린다.

=윤년은 작년이었는데 영혼이 왜 그렇게 많지…?=

=영혼사님을 부르지 못한 거 아니에요? 가난한 마을은 영혼사님을 모시지 못해서 승령천제를 건너뛰는 일도 있어요.=

=으음. 저만한 다리를 유지하는 마을이 가난해서 영혼사님을 모시지 못한다는 건 말이 맞지 않는 것 같애.=

=그것도 그러네요……. 마을은 많고 영혼사님은 적으니까 모시지 못한 게 아닐까요?=

=그건 말이 되네.=

두 명의 속닥거림을 들으며 관문을 향해 이동하고 있으니 논밭에서 일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환인 일행에게 몰리기 시작했다.

흙투성이의 옷을 입고 밭일에 열중하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더니 작게 웅성거린다.

=어디 귀하신 분들이신가……?=

=호족님을 호위하는 일행 아니에요?=

=그 귀한 분들이 머가 아숩다고 마차 내비두고 쿠에를 타고 댕기길 댕겨? 호족님은 아닐겨.=

=그럼 고족님?=

어째서일까 대화나 표정에 그다지 우호적인 태도가 드러나지 않는다.

환인이 신발 속에 모래가 조금 들어간 것처럼 신경 쓰이는 것을 느끼고 있을 때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걸 들었는지 여자 친구들도 대화를 멈추고 조용히 환인의 뒤를 따른다.

잠시 후 관문에 도착하자 명백하게 긴장한 기색의 여자 경비병 셋이 주춤거리면서 앞을 가로막았다.

=멈추……십쇼.=

선임 경비병일까.

자신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 아니면 뒤에 있는 여자 친구들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 망설이는 모습에 환인이 먼저 비상의 등에서 내리자 여자 친구들도 같이 내린다.

철커덕, 철컹.

회색 후드 망토 안쪽에서 들려오는 묵직한 쇳소리. 이건 적당히 판금을 덧대거나 사슬을 겹쳐 입어서 나는 소리가 아니다. 판금 지분이 최소 70% 이상인 갑주에서 나는 소리다.

거기다 저렇게 진한 아우라는…… 침을 꼴깍 삼킨 선임 경비병이 주눅 든 모습으로 환인에게 말을 걸었다.

=어… 어서 오십쇼. 강변 마을 오울링입니다. 어디서 오시는 길이심까?=

“파르히스트에서 오는 길입니다. 그곳의 대축제와 토너먼트에 참여하고 라수비탄으로 가는 길이지요.”

체형이 남자(짐승)답지 않아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와 당황한 경비병이었지만, 크게 티를 내지 않고 환인 일행을 힐끔거리며 묻는다.

=아, 옙. 저… 그럼 다리를 통과하실 겁니까? 통과는 통과세 1인당 20동화, 탈것 한 마리당 10동화임다.=

“아니요. 며칠 머무르려 합니다. 이 경우 통행세는 어떻게 됩니까.”

=입장세는 1인당 30동화, 탈것 한 마리당 20동화임다.=

=아니 뭐가 그렇게 비싸? 다른 마을 통행세의 대여섯 배잖아.=

내가 세금을 매긴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그렇게 생각하며 키 큰 회색 후드 망토를 조금 불만스럽게 보려던 경비는 선명하고 진한 아우라의 농도를 재차 확인하곤 불만스러운 눈빛을 싹 치웠다.

=저 그게, 대교 이용 요금까지 포함된 금액이라 그렇슴다. 통행세는 대교의 수리와 보수에 거의 80%를 쓰고 있어서요.=

“그러면 2은화군요.”

=네, 넵. 네 분과 네 마리니까…….=

=잠깐잠깐, 도령 그거 전부 다 내려고?=

들어가려면 다 내야지. 주머니에서 은화를 꺼내려던 환인은 안느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어 그녀를 돌아보았다.

=뭐야 행정관에 모험가 신분 등록도 안 했어? 어휴, 잠깐 비켜봐. 이봐, 경비병 씨. 나 땅신 교단의 자유 성투사거든. 여기 교단 신분증도 있는데 성직자 일행 할인 혜택 없어?=

=예, 예? 아, 당연히 있죠.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재빨리 관문 안으로 들어간 경비는 잠시 뒤 3급 정도 되어 보이는 전사 아우라의 경비병과 함께 나왔다.

직업자라서일까, 가죽 갑옷에 철제 가슴막이, 그리고 창만 들고 있던 경비와 다르게 사슬­판금 갑옷과 검까지 제대로 착용한 경비병이다.

직업자인 여자 경비병은 환인 일행을 보며 ‘진짜였잖아?’ 같은 표정을 지었다가 신분 증명용 수정구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어느 분이 땅신 교단 성직자님이십니까?=

=나야.=

안느가 앞으로 나서서 후드를 벗으며 말하자 모여있거나 관문 위에서 내려다보던 경비병들이 그 미모에 놀라 헉 소리를 냈다.

이어 품속에서 징표를 꺼낸 안느가 수정구슬에 가져다 대자 은은한 호박빛이 구슬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걸 본 경비병은 수정구슬을 치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습니다. 통행세는 50% 할인으로 1은화만 내시면 됩니다.=

통행세 할인도 있었나. 환인은 얌전히 1은화를 내고 관문을 지나쳐 마을로 들어가며 다시 후드를 뒤집어쓴 안느에게 물었다.

“행정관에 모험가 등록하면 통행세 할인 혜택이 있는 건가.”

=어. 등록한 해당 지역은 몇 년간 통행세 무료일 거야. 다른 지역은 50%정도 할인해줄 거고.=

“행정관에서 그런 안내는 해주지 않던데.”

=등록 안 하면 세수가 늘어나니까 그렇겠지. 물어보거나 등록 안 하면 따로 안내 해주지 않을 거야 아마.=

갈롯에게 받은 라드세아 지도를 떠올려본 환인은 가는 길목에 도시 하나가 있음을 기억해냈다. 행정관은 도시에만 있으니 중간에 그곳을 들러 알아보면 되겠지.

생각을 정리한 환인은 마을을 둘러보았다.

멀리서 보던 것 이상으로 마을은 쾌적했다.

마치 골목길처럼 빽빽하게 늘어선 집이 폐쇄감을 주리라 생각했지만, 집 높이가 1~2층이 대부분이었고 양쪽 집과 집 사이 10m 정도 되는 도로는 가운데에 작지만 조경도 꾸며져 있어 돌 소재로 인한 삭막함을 많이 줄여주었던 것.

다리 끝 관문 근처라서일까, 좌우로 각종 상점이 보이고 4차선 도로 같은 길을 마을 사람으로 보이는 몇몇이 오가는 중이다. 어린아이들도 꺅꺅 웃고 떠들며 놀고 있다.

=괜찮은걸? 집도 더럽지 않고 도로도 신경 써서 관리하는지 오물도 없고.=

=그러게…… 조금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땅이랑 다른 게 없는 거 같아.=

=사람도 제법 오가는데 흔들림도 없는 거 보면 태풍 정도로는 꿈쩍도 안 할 거 같네. 그치?=

=응.=

이실리테와 안느가 숙덕거리고 있을 때 유르파가 환인에게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자기. 오늘은 평범한 여관에서 쉴 거니? 아니면 사도나 지역 유지의 집에 찾아가서 객실을 요구할 거야?=

영혼사라는 걸 밝힐 건지 아닌지 묻는 유르파에게 잠시 생각해본 환인은 바로 옆의 상점 같은 집을 보며 대답했다.

“마을에도 임시 대여 주택이 있을까요.”

=없을 거라고 봐. 가구 수만 보면 카턴이랑 비슷한데 넓이는 카턴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되니까. 카턴에도 그런 집 대여는 두 채뿐이었거든.=

“음.”

=주인님. 마침 저기 가죽 공예점이 있는데 마수 가죽을 파는 김에 물어보고 올까요?=

“부탁하지.”

=응? 나도 같이 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실리테는 쿠르티의 등짐에서 아공간 주머니 하나를 내린 뒤 안느와 함께 바로 옆의 상점으로 들어갔다.

창문 너머로 상점 여주인이 갑자기 들어온 6급, 4급 직업자들을 마주하곤 긴장하는 것이 보인다.

아까 관문 밖의 농부들도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던데 무언가가 있는 건가, 아니면 귀족이나 다름없는 고위 직업자라서 긴장한 건가.

잠시 후 대화를 나누는지 한결 풀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12장의 마수 가죽을 마주하곤 이리저리 만져보며 품질을 점검하는 여주인.

그 이실리테와 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한다 싶더니 상점 여주인은 12장의 가죽을 모두 가져가곤 은색으로 반짝이는 동전 몇 개를 이실리테의 손 위에 올려주었다.

이후 몇 마디를 더 하더니 쿠알의 뿔 한 쌍과 짐승과 마수의 뼈와 발톱 같은 유기물도 전부 내어놓고 은화 2개를 더 받았다.

삐걱­

=……히 가세요~!=

나무 문이 비명 지르는 소리와 함께 상점 주인의 인사가 들려왔다.

=주인님. 마을 가운데 섬에 여관이 있는데 상단이나 단체 손님을 위해 빌려주는 별채가 있다고 해요.=

=여관도 깔끔해서 머물기 괜찮을 거라더라. 일단 여관으로 가보는 게 어때? 아니면 적당한 집에 들어가서 며칠 집 빌려줄 수 없는지 물어봐도 되고.=

“집을 빌릴 것까지는 없겠지. 여관으로 간다.”

다리의 가운데에는 멀리서 보였던 ㅁ모양의 망루가 세워져 있었고 사람들은 그 아래 난 통로를 통해 섬 안쪽으로, 혹은 반대편 거리(다리)로 넘어가고 있었다.

환인 일행도 망루를 지나 섬으로 들어갔다가 도시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상점 거리 광장으로 나왔는데.

=…….=

=…….=

광장에 모여있던 사람들, 길을 오가던 사람들, 청과물 가게 앞에 나와 있던 상점 주인들이 이쪽을 쳐다본다.

생각보다 시선 집중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하며 가까이에 있는 늑대 귀의 여자에게 여관이 어디 있냐고 묻자 섬의 북동쪽에 있다고 알려주었다.

잠시 헤맨 끝에 찾은 여관은 뭔가 유럽의 오래된 펍에서 낡은 느낌을 걷어낸 건물이었다.

=안녕하세요~! 올빼미 여관입니다~!=

들어가자마자 홀에서 서빙중이던 여급이 밝은 목소리로 인사한다.

그 인사를 받으며 여관의 홀을 둘러본 환인은 평온한 태도의 숙박객들을 볼 수 있었다.

직업자는 아니지만 병장기를 착용하고 있는 편한 옷차림의 사람들. 카운터에 서 있는 여관 주인으로 보이는 후덕한 몸매의 여자. 탁 트인 한쪽 벽 너머로 보이는 조리장과 그곳에서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

이곳에서는 이상한 느낌의 시선은 모이지 않았다.

카운터로 걸어가자 후덕한 몸매의 여관 주인이 호호 웃으면서 환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우리 여관에 모시기 아까울 만큼 고명한 모험가분들이신 거 같은데 마음에 드실까 모르겠네요.=

“모닥불 피우고 노숙하는 것에 비하면 판잣집도 훌륭한 안식처가 되지요.”

=호호호. 그건 그렇죠. 아! 생각 있으시다면 저어기, 섬의 북쪽에 있는 우리 마을의 고족님 저택을 방문해보세요. 귀한 손님으로 받아주실 거예요.=

고족? 설마 파르히스트에서 보낸 사도가 아니라 고족이 다스리는 영지란 말인가.

“짧게 쉬었다 갈 생각이라 사양하겠습니다. 오면서 별채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걸 빌리고 싶습니다만.”

=아…… 어떡하죠? 먼저 오신 상단 분들이 하나뿐인 별채를 차지하셔서 남는 게 없는데.=

“어쩔 수 없군요. 그러면 4명이 묶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으로 주십시오. 일행으로 쿠에 네 마리도 있으니 신경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제일 좋은 방은 3층의 4인실 하나가 있어요. 그 외에는 2인실 2개가 남아있고요.=

“2인실 두 개로 하겠습니다.”

=2인실은 하루 10동화예요. 탈것 관리는 유료와 무료가 있는데 유료는 마리당 하루 1동화지만 제대로 된 마구간을 제공해드려요. 매일 청소도 하고 있고요.=

“사흘 치 먼저 계산하겠습니다.”

=고마워요. 여기 방 열쇠예요. 아이라! 여관 앞에 탈것 네 마리를 뒤뜰 마구간으로 안내하렴!=

72동화를 지불하고 열쇠 두 개를 받아 3층에 먼저 올라온 환인은 그럭저럭 만족할만한 수준의 객실을 볼 수 있었다.

7평 남짓한 방. 침대 시트도, 이불도 제대로 세탁되어 좋은 향기가 났고 탁자와 의자, 옷장, 짐을 넣어두는 수납장도 깨끗하게 청소되어있는 데다 부서진 곳도 없어 청결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창가로 다가가 나무 창문을 열자 후우웅­ 습기를 머금은 강한 바람이 불어와 후드를 벗겨낸다.

“…….”

앞머리를 정돈한 환인은 가슴이 탁 트일 만큼 넓은 지평선과 지평선 일부를 잡아먹은 푸르고 드넓은 강을 눈에 담았다.

풍광도 괜찮다. 불어오는 바람 사이로 파도 소리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마을에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느낌이다.

‘살해당한 영혼이 서른이나 있는 마을이 멀쩡할 리 없지.’

쿠에~ 쿠쿳!

쿠르릉.

쿠우?

쿠에 울음소리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비상과 쿠에들이 제대로 목재를 가공해 만든 마구간 앞에 모여있고 여자 친구들이 등에서 등짐을 내리는 게 보인다.

창틀에 상체를 좀 더 내밀어 북쪽을 보자 언덕 위, 오울링의 고족이 산다는 3층 저택 일부가 눈에 들어왔다.

“…….”

환인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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