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2화 〉 226+ 오울링으로 가는 길
* * *
다음 날 아침.
몽롱한 정신으로 잠자리를 정리한 안느는 갑옷을 착용하기 전에 냇가에서 수건을 적셔와 얼굴과 목을 닦았다.
차가운 감촉이 얼굴과 목덜미를 훑으니 정신이 번쩍 든다.
그 후 야영지로 돌아와 이리저리 헝클어진 머리를 빗으로 빗어 내리며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모닥불 위 냄비로 시선을 주었다.
보글보글 고소하고 살짝 매콤한 냄새가 맛있는 소리와 함께 올라오니 위장이 꼬르륵, 먹을 걸 보챈다.
‘갑자기 고기를 끊으니까 속이 허하네.’
플뢰 족이 고기를 먹는 이유 중 하나는 채식보다 적은 양으로 포만감이 많이, 그리고 오래 유지되는 점 때문이다.
특히 안느는 (전혀 그렇게 안 보이지만) 몸무게가 110kg이나 된다. 그러한 체격이 소비하는 에너지를 보면 채식 식단으로는 체중을 유지할 수 없을 수준.
‘프람베를 구해야겠어.’
입맛과 거부반응 때문에 고기를 먹지 못하는 플뢰들을 위해 만들어진 압축 식량을 생각하던 안느는 손거울로 외모에 흠은 없는지 살펴본 뒤 환인을 돌아보며 물었다.
=도령. 어제 불침번 때 잠깐 자리 비우던데 뭐였어? 볼일 보러 간 건 아닌 거 같던데.=
눈을 감고 명상하는 모습 그대로 대답이 날아온다.
“하급 어둠의 정령을 발견해서 거두느라 잠시 자리를 비켰었다. 그사이 비상에게 망보는 걸 부탁했으니…….”
=아니, 탓하는 거 아냐. 웬일로 도령이 자리를 벗어나길래 뭔가 일이 있었나 궁금해서였으니까. 그나저나 하급 어둠의 정령을 잡았다고?=
“그래.”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자 스튜 외에 아침 메뉴를 준비하던 이실리테가 신기하단 듯이 끼어들었다.
=정령도 일종의 영혼일 텐데 뭔가를 먹나 보네요.=
=정령이 영혼이랑 비슷하다고 해도 영혼은 아니니까……. 그보다 도령, 어둠의 정령이 있던 곳으로 안내해줘. 확인해볼 게 있어. 이슬아, 잠깐 다녀올게.=
=응.=
이실리테에게 말을 건넨 안느는 힐끔, 유르파를 보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잠자리를 정돈하고는 간이 탁자를 꺼내 또 뭔가를 적고 있는 유르파.
자동 방어 마도기 제작이랑 관련이 있는 건가? 귀가 닫힌 것처럼 집중하고 있으니 말을 걸어서 방해할 필요는 없겠지.
=도령, 어디야?=
“이쪽이다.”
환인은 안느가 뭘 확인한다는지 궁금했지만, 잠시 뒤에 알게 될 터라 안느를 어제 어둠의 정령을 포획한 자리로 데려왔다.
=여기란 말이지?=
사람 절반만 한 바위 세 개가 의자처럼 서로 기대고 있는 장소. 개당 수백 킬로그램은 될법한 바위를 살펴본 안느는 두 손으로 별로 힘들이지 않고 들어 조심스레 치운다.
그리고 드러난 축축한 흙바닥.
휴대용 아공간 주머니에서 작은 삽을 꺼내 조심스레 파내던 안느는 삽 끝에 단단한 것이 닿는 걸 느끼고 살짝 미소 지었다.
=역시. 진짜 있네.=
잠시 후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여기저기 흙이 묻은, 흑요석처럼 까만 광택이 맴도는 결정체였다.
“그건 뭐지.”
=어둠의 정령석. 정령사들의 무기를 만들 때 쓰거나 정령하고 사이 좋아지려고 할 때 쓰는 거야.=
“관계 개선에 쓴다는 건가. 효과는 어느 정도지.”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질 좋은 고기를 선물 받은 정도?=
모호한 설명이지만 그렇기에 납득가는 수준이었다.
=그나저나 운이 좋네. 이런 데서 정령석을 다 구하고.=
“그렇게 구하기 힘드나.”
=정령석은 사람이 거의 오가지 않는 장소에서 밖에 못 구해. 인위적으로 얻을 수 없는 거기도 하고 크기도 손가락 한두 마디 정도가 보통이거든. 근데 이건 엄지만 하잖아? 팔면 70은화는 받을 거야.=
사람이 거의 오가지 않는 곳이라는 말은 곧 마수나 괴수, 맹수들이 돌아다니는 장소라는 뜻이다.
실제로 이곳도 지대가 살짝 꺼지기도 했고 수풀 때문에 바깥이 잘 안 보인다. 야영지에서 바위도 보이지 않을 정도.
‘평범한 식용 버섯도 부호들이나 먹는 고급 음식 재료 취급이니 비싼 것은 당연하겠지.’
안느가 건네주는 정령석을 받아 챙긴 환인은 야영지로 돌아가려다가 소매를 잡힌 느낌에 안느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지.”
귀 끝이 살짝 붉어진 안느는 저 멀리 풀밭에 살짝 가려진 야영지를 힐끔 쳐다보고는 조금 부끄러워하는 투로 입을 열었다.
=그…… 도령. 어제는 안 했잖아.=
“그래서 여기서 하자는 건가.”
대담하다는 시선을 보내자 안느가 당황한 웃음을 보이며 손을 파닥파닥 흔들었다.
=아냐아냐! 섹스하자는 건 아니고 그, 도령은 앉아만 있어 주면 내가…… 헤헤.=
말을 얼버무리는 모습에서 어제 안느가 하던 말이 자동 재생됐다.
‘솔직히 고기를 간단히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은 도령을 사랑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령의 정…액 덕분이기도 해. 고기를 안 먹어도 그걸 먹으면 식도락의 욕구가 굉장히 충족되거든.’
환인은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음란한 아가씨군.”
=으~. 고기를 안 먹으니까 막 금단 증상처럼, 어? 그렇단 말야. 그러니 도령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애원과 투정이 적당히 섞인 대꾸에 환인은 다시 웃고 말았다.
확실히 어제 안느의 행동은 어딘가 이상했다. 이실리테가 정성껏 만들어준 비빔밥을 먹으면서 자꾸 환인을 쳐다봤으니까.
환인은 안느가 원래대로 돌려놓은 바위에 적당히 기대고 서서 안느를 바라보았다.
그 행동이 뜻하는 바를 읽은 안느의 얼굴이 밝아지며 재빨리 환인의 앞에 손수건을 내려놓고 거기에 무릎을 꿇었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환인의 허리띠를 풀고 지퍼를 내린 안느는 팬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힘 빠진 남자의 모습에 침을 꼴깍 삼킨다.
‘화나면 극태쥬지지만 지금은 그냥 귀엽네.’
안느도, 환인도 장비를 차려입지 않아 오럴에 어려움은 없는 상황.
중독될 것 같은 말랑말랑한 자지를 잡고 혀를 내밀어 약간 진한 살색의 끄트머리를 핥짝, 핥자 용트림하듯 빠르게 커지고 굵어졌다.
삽시간에 몇 배나 커진 자지의 위용. 열받은 듯 약간 붉어진 채 꺼덕이는 모습은 불방망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사랑하는 남자의 진한 체취. 안느는 그 냄새에 약한 황홀경을 느끼며 쇠막대기처럼 딱딱해진 자지를 만지다 정신을 차렸다.
‘아, 이럴 시간 없어.’
잠시 후면 식사 준비가 마무리된다. 안느는 한껏 입을 벌려 매혹적인 모양의 귀두를 삼켰다. 턱이 조금 얼얼했지만, 입술을 오므려 이가 자지에 닿지 않게 하며 열심히 머리와 혀를 놀리기 시작한다.
하룻밤 씻지 않아 진한 체취가 묻어나는 자지를 정말 맛있다는 듯이 빨던 안느는 자신의 침에 뒤덮여 더 이상 체취가 나지 않게 되었을 때 목구멍을 열고 환인의 기둥을 삼켰다.
=끄륵, 쯔업.=
귀두의 갓이 목젖을 강하게 긁으며 들어올 때마다 안느는 가슴이 울렁거렸다. 더욱이 쭈웁, 쯔업, 기둥을 빠는 음란한 소리가 귀를 자극하니 자신이 정말로 정액중독에로플뢰가 된 기분.
몇 달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안느는 이런 자신이 썩 마음에 들었다.
더럽다고 이런 일은 못 한다며 결벽증을 내비치는 동족도 있지만, 사랑하는 남자에게 더러운 게 어딨어.
그러는 중에 자신의 목구멍이 적당히 풀린 것을 느낀 안느는.
쯔륵, 쯔읍, 쯔르르륵
환인의 자지를 깊게, 더욱 깊게 삼켜갔다.
하지만 자지가 단단하게 하늘로 휜 형태라 삼키기가 조금 어렵다. 자지가 억지로 꺾여서일까, 안느는 환인이 자기 머리에 손을 올리고 상체를 살짝 숙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목젖 너머를 찌르던 자지가 쑤욱 단숨에 목구멍까지 들어왔다.
=~~.=
목구멍에 환인의 자지를 품고 그의 음모에 코를 파묻게 된 안느는 그 농밀한 체취가 뇌를 마구 찌르는듯한 감각에 보지를 미칠 듯이 움찔거렸다.
“으음.”
…아.
귓가를 파고든 환인의 작은 신음에 정신을 차린 안느는 목에 힘을 줘서 환인의 자지를 꽉꽉 물며 천천히 머리를 앞뒤로 움직인다.
길고 딱딱한 막대기가 목구멍을 헤집는 감각에 점차 안느의 머릿속이 핑크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안느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했다.
혀 놀림이나 테크닉에 자신이 없기에 선택한 방법. 목구멍 보지였는데 생각보다 환인이 더 좋아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환인이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었다. 이런 행위는 목을 쉽게 다칠 수 있다고 거부했던것.
하지만 자신은 다르다. 목을 보지처럼 사용한 후유증은 회복술로 회복해버리면 그만. 거기다 몸은 튼튼하기 그지 없으니…….
톡톡.
자신의 머리를 잡은 환인의 손등을 톡톡 건드린다. ‘난 준비됐으니 목보지를 마음껏 써줘.’라는 신호.
이 신호에 환인은 주저하지 않고 안느의 머리를 두 손으로 잡은 뒤 허리를 움직이며 동시에 안느의 머리도 움직였다.
=으읍, 끄륵…. 쁘으븝. 윽끕!=
처음에는 목젖 정도만 건드리던 깊이가 점차 답해져서는 급기야 울대를 넘어 식도까지 내려와 목구멍을 강간한다.
이 정도라면 목이 부푼 게 눈에 띌 정도겠지? 한 번 정도는 보고 싶은데 못 보는 게 아쉽다. 이슬이가 딥쓰롯할 때 옆에서 구경시켜달라고 해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안느는 다소곳이 무릎에 모았던 손으로 환인의 바지를 좀 더 내려 그의 음경과 회음부를 살살 어루만지며 애무해준다.
그의 신음은 없지만 목구멍 안쪽 깊숙한 곳까지 들락거리는 자지가 간헐적으로 움찔거리는 것을 보면 기분은 좋다는 뜻.
=으브읍, 응긋. 끕…!=
쯔걱쯔붑쯔븝
목구멍으로 자지가 들어올 때마다 바람이 빠지는 소리와 애액과 점막이 만들어내는 야한 소리가 섞여 이루 말할 수 없는 흥분이 치밀어오른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린 안느는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을 것도 없이 바지 위로 클리가 있는 곳을 꾹꾹 눌렀다.
‘흐읏!’
콧속 깊이 들어오는 진한 체취, 코끝에 바스락거리는 그의 음모, 목에서 느껴지는 행복한 이물감에 클리를 누르고 문지르며 발생하는 쾌감까지.
=~~!!=
시각을 제외한 촉각, 후각, 미각, 청각을 자극하는 네 가지 쾌감에 어깨와 허벅지를 떨며 절정에 올랐을 때, 안느는 목구멍을 들락거리던 환인의 자지가 격하게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사정의 징후다.
두 손을 들어 턱 밑을 받친다. 혹시라도 입에서 정액이 흘러나오기라도 하면 그걸 받아낼 용도. 그러면서 눈을 감고 침을 삼키는 요령으로 목구멍을 조여준다.
‘지금!’
강한 압박감에 그의 자지가 움찔거리며 뜨거운 것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을 느끼곤 재빨리 귀두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입 안에 쏟아지는 정액을 느끼며 혀끝으로 귀두의 아래쪽을 긁어주고 쭈웁쭈웁 자지 끝을 빨아준다. 한 손은 그의 기둥을 빠르게 훑는 것도 잊지 않는다.
“크으음!”
‘됐다!’
쾌감이 일정 이상일 때만 내는 신음 ‘크으음.’이 나왔다. 안느는 더욱 열정적으로 환인의 쾌감 포인트인 귀두의 홈을 애무하며 그의 사정을 도와주었다.
울컥, 뷰르르릇
자신의 입 안에서 울컥거리며 맛있는 정액을 뿌려주는 자지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후우.”
잠시 후 환인의 한숨과 함께 자지의 용트림도 잦아들고, 안느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막대 아이스크림을 빠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자지에서 입을 뗐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농후하고 농밀한 향기. 가슴 뻐근해지는 그 맛과 냄새에 안느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띠며 자기 뺨을 감쌌다.
이번에는 완벽했어.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잖아?
눈을 뜨고 위를 올려다본 안느는 자신을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는 환인의 시선에 보지와 자궁이 한차례 수축하는 것을 느끼곤 흐흥, 눈웃음을 지은 뒤 입을 벌려 안쪽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꿀꺽, 꿀꺽꿀꺽 입안에 든 것을 삼키자 크고 단단한 손이 다가와 칭찬하듯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가슴 속이 행복으로 차오른다. 맛있는 것도 먹고 도령한테 칭찬도 받고.
한 번의 사정으로 살짝 힘이 빠진 자지를 깨끗하게 핥고 요도 구멍에 입을 맞추곤 쪼오옥 안쪽에 남은 정액도 깨끗하게 빨아먹은 뒤 새 손수건을 꺼내 환인의 자지를 깨끗하게 닦아준 안느는 환인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잘 먹었어, 도령.=
배시시 웃으며 말하자 환인도 작은 웃음을 띄운 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역시 한 번으로는 힘이 안 빠지네.=
“잠시 후면 가라앉는다. 식사 준비가 다 되어 가는듯하니 이만 돌아가지.”
=응.=
안느는 환인의 곁을 걸으며 팔짱을 끼기에는 미묘한 키 차이에 자신의 큰 키를 조금 아쉬워했다.
이실리테처럼 환인에게 딱 맞는 키일 필요도 없다. 그냥 똑같기만 해도 좋을 텐데…….
‘사람은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어진다더니.’
자신의 욕심에 살풋 웃은 안느는 환인의 팔에 팔짱을 끼며 그와 어깨가 닿을 정도로 바짝 붙었다.
예전을 생각하면 이정도도 감사해야지.
첫날을 보내고 얕은 개울을 건넌 환인 일행은 본격적으로 이어지는 산과 언덕을 가로지르고 건너며 다음 목적지인 마을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중간부터는 길이 사라졌지만.
=……응. 저쪽이 북쪽이니까 이쪽으로 가야해. 방향이 조금 어긋났어.=
성술에는 정북?北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술법도 있었기에 일행은 길을 잃을 염려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첫날밤 야영지에서 명상하던 것은 몇 가지 주문을 변경하기 위해서였다고.
=호~ 안개가 언덕 아래에 깔리는 게 되게 운치 있네.=
=이 아이들한테 고마워해야지. 이런 지형은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체력을 빠르게 소비하는데 우리는 편히 구경하면서 갈 수 있잖아.=
쿠우~!
쿠엣!
그렇게 일행은 초록 잔디로 뒤덮인 언덕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지대를 나아가며 가끔 습격해오는 마수나 맹수를 사냥하고 간혹 눈에 띄는 과일 나무의 과일도 채집하는 등 별 탈 없는 여행을 이어 나갔다.
=도령. 어둠의 정령하고 사이는 어떻게 됐어?=
“정령들이 좋아하는 놀이를 해주어서인지 돌아갈 때 반응은 나쁘지 않더군.”
환인은 이동하면서 약 40시간가량을 꼬박 핸들링에 신경 쏟았다.
기왕 잡은 거, 최대한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서였고 실수라곤 해도 어둠의 정령 하나를 후려친 것으로 거의 모든 하급 어둠의 정령과 관계가 나빠졌으니 반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한 노력은 성과가 있었던 것 같았다.
핸들링하는 동안 구슬 속에서는 정령의 웃음소리가 연신 끊이지 않았었고, 구슬의 유지 시간이 끝나 어둠의 정령이 해방될 때.
「...재미있었어. 흥.」
새침한 모습으로 퉁명스레 말하는 것과 다르게 재미있었다고 하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으니까.
=그럼 사이가 괜찮아진 건가요?=
“호의보단 악의가 더 퍼지기 쉬우니 단번에 개선되진 않겠지. 앞으로도 어둠의 정령이 보이면 잡아서 핸들링을 해줄 생각이다.”
=효과가 있으니 다행이네. 보자마자 도망가지 않게 되면 그때 어둠의 정령을 많이 모은 뒤에 정령석을 가루로 빻아서 뿌려줘 봐. 그럼 더 좋아할 거야.=
“그러지.”
그리고 파르히스트를 떠난 지 사흘째 되던 날.
=주인님. 저 강이 페이웰인가요?=
환인 일행은 폭이 1km를 훌쩍 넘는 드넓은 강과 마주쳤다.
“페이웰 대하는 맞지만…… 오울링은 안 보이는군.”
강 건너편까지 훤히 보이는 언덕 꼭대기지만 강의 왼편으로도, 오른편으로도 마을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오가며 만들었을 법한 길도 보이지 않고 강을 오가는 배도 없어 어느 쪽으로 가야 강변마을에 도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
환인은 잠시 라드세아 지도를 떠올린 뒤 강을 끼고 동쪽으로 향하기로 했다.
“서쪽으로 가다간 자칫 크라버리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 동쪽으로 나아가면 로아팅스 정글이 나오거나 오울링이 나오거나 둘 중 하나일 테니…….”
=정글이 나오면 되돌아오면 되겠네요.=
“그렇지.”
결정을 내리고 언덕을 내려가려 하는데 비상이 고개를 돌려 환인을 향해 울었다.
쿠우~.
“…….”
환인이 피식 웃자 여자 친구들이 얼굴에 궁금하다는 표정을 띠며 묻는다.
=응? 도령, 비상이가 뭐라고 한 거야?=
“자신이라면 저런 강은 날아서 건널 수 있다는군.”
환인의 대답에 안느가 헛웃음을 지으며 비상에게 핀잔을 주었다.
=야아. 너랑 도령만 넘어가면 우리는 어쩌고? 우리는 버리고 갈 거야?=
쿳? 쿠…… 쿠흥!
눈알을 도록도록 굴리다가 뭔가 뻗대듯이 우는 게 별로 좋은 이야기가 나온 것 같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환인이 큭큭 웃는 모습에 여자들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이번에는 비상이 뭐라고 했어?=
“너희는 헤엄쳐서 넘어오면 되지 않느냐는군.”
=와. 이게 비상이의 플렉스?=
=…….=
=비상이 너무하네~.=
이게 아닌데.
세 명의 비난에 비상은 안절부절 못하다가 큐삣, 큐으, 환인에게 도와달라고 울상을 짓는다.
그 모습이 워낙 귀여웠기에 환인이 나설 것도 없이 여자들은 금방 화를 풀었고 비상도 꾸으, 안도하며 앞으로는 말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럼 가지.”
비상의 옆구리를 툭 건드리자 삣! 힘차게 울며 훌쩍 날아오른다.바람의 힘이 점점 강해지는 것일까,도움 닫기 점프 이륙이 아닌 제자리에서 날아오르는 비상.
파닥거리며 날아가는 비상을 여자들도 타고 있던 쿠에를 재촉해 그 뒤를 쫓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