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5화 〉 219+ 성도 파르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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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에 걸친 섹스는 갈롯의 보지를 말랑뷰지 크림파이처럼 만들어버렸다.
당연히 그녀의 정신도 핑크 젤리만큼이나 말랑말랑해졌고 환인에 대한 호감도 또한 일시적인 최대치를 찍었지만.
=미안해요……. 술법 함정에 관한 정보는 모든 것이 기밀로 분류되어 특수 계약 서식 마도구의 계약에 따라 발설할 수 없어요.=
술법 함정의 감지 방식이 어떤 식인지 아주 약간의 힌트를 부탁했던 환인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하며 대답을 거부했다.
환인은 이해했다.
현대에서도 최신 기술은 각종 법으로 보호받거나 아예 비공개로 만들어 철저하게 기밀로 다룬다. 그리고술법 함정술은 함정 계통 기술 중에서도 최상급의 기술이다.
조합 고위관리자들은 기술의 유출을 바라지 않을 테고, 기밀 관리에 편리한 마도구도 있으니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겠지.
“아닙니다. 제가 너무 눈치가 없었군요.”
수건을 물에 적셔와 땀과 체액으로 엉망이 된 갈롯을 깨끗하게 닦아주니 갈롯은 매우 감동한 얼굴이 되었고, 그러다 또 눈이 맞아서 한 차례 더 성기 간 교류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릿속에 스파크가 톡톡 튀는 절정을 느낀 갈롯은 2시간에 걸친 절정의 샤워로 기절할 것처럼 노곤했지만 애써 정신줄을 부여잡았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아마 오늘 이후로 다시 만나긴 어렵겠지. 그렇다고 만나지 못 할 일도 없을 거다. 그때까지 좋은 인연을 유지하려면 뭐라도 안겨줘야 한다.
갈롯은 보지 속의 정액이 흐르지 않도록 힘을 꽉 준 채 알몸으로 책상을 뒤졌다.
함정술을 가르칠때 우연히 들었었다. 그는 여행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그렇다면 그것도 없겠지.
머릿속에 모두 담겨있어서 안 본 지 오래된 그것, 그거라면……!
그리고 찾던 것을 발견한 갈롯은 한결 밝아진 얼굴로 둘둘말린 A2 사이즈의 종이를 환인에게 넘겨주었다.
=그… 대신이라 하기에도 우습지만, 함정술을 배우러 라수비탄으로 가실 거죠? 그럼 이게 도움이 될 거예요.=
“이건?”
=도시와 마을, 촌락 위치는 몇 안 되지만, 제가 지역 활동으로 만든 근방 지도예요. 엽사 조합 정보 거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거니까…….=
“생각지도 못한 유용한 선물이군요. 고맙습니다, 갈롯.”
부드럽게 미소 짓는 환인을 보며 갈롯은 그제야 안심하고 웃음 지을 수 있었다.
지도를 살피는 환인을 보며 갈롯은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과장 보태 뱃속이 출렁이는 게 느껴진다.
며칠 뒤면 배란기가 시작하니까, 한동안 마개로 보지를 틀어막고 다니면 임신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겠지?
눈에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갈롯을 두고 조합을 나온 환인은 곤란함에 한숨을 흘렸다.
조합을 나오기 전, 감옥 미궁에 대한 함정과 일부 이형종의 정보를 제공한 환인은 약간의 금전적인 보상(19은화)에 엽사 조합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주로 정보 습득용) 약간을 받았고, 포인트와 대금을 내 근방의 미궁 정보를 입수했는데…….
‘술법 함정이 등장하는 미궁뿐이라니.’
파르히스트 영역 내에 있는 미궁은 총 다섯.
우둔=고트모그의 감옥 미궁. 5급
가고일 왕자의 비밀 묘지 미궁. 5급
단호한 기슈하의 공포 금고 미궁. 4급
악의가 빽빽이 물든 미궁. 5.5급
울팡의 검은 지하 미궁. 3급
전부 파르히스트가 관리하고 있으며 이중 한 곳을 제외한 네 곳에서 술법 함정이 등장한다.
등장하지 않는 한 곳은 3급 미궁이어서 입장할 이유가 없는 곳이다.
‘흐음…….’
비상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환인은 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감옥 미궁을 18층까지 내려가 보고 내린 결과, 일단 지금 상황에서 다른 미궁을 방문할 생각은 없다.
환인은 무언가에 도전한다거나 무언가를 시도할 때 그에 걸맞은 준비를 모두 끝마친 뒤에 실행에 옮기는 타입이다.
술법 함정 때문에 최하층에 도달할 수도 없는데 들어가서 며칠 적당히 놀다가 돌아오는 것은 그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실리테의 성장을 생각해보면…….’
감옥 미궁 4계층. 수행 명목이라면 꽤 괜찮은 장소다. 돈 될만한 것도 많이 나오고 4계층이지만 5계층에 어울리는 강한 이형종도 많이 나온다.
여기에 10%~50%가량 하는 미궁세도 면제이니 파티 재정 확보에 이만한 곳도 없겠지.
문제라면 자신에게 괜찮은 곳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괜찮다는 것. 아마 한달 내에 4계층은 파티들로 득실거릴 거다. 물론 1~3계층도 마찬가지.
10층에서 야영할 때 겪은 비슷한 일이 종종 일어나겠지.
전투 중에 마주친 다른 파티와 분쟁이나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고 사냥 중 다른 파티의 접근도 신경 써야 할 것이다.
“…….”
생각만 해도 짜증과 귀찮음이 물씬 피어오르는 환인이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먼저 복귀해있던 여자 친구들이 환인을 반겼다.
=어서오세요, 주인님.=
=어서 와요 자기.=
=다녀왔어? 상담은 어떻게 됐어?=
거실에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던 아리따운 여인들이 환히 웃으며 자신을 맞이하는 모습에 환인은 가슴이 조금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피부 근조직에 발생한 가려움은 아니다. 그보다 좀 더 안쪽, 심장 언저리의…….
“……?”
그 묘한 간지러움의 정체를 깨닫지 못한 환인은 대수롭지 않게 털어버리고 거실 의자의 상석에 앉으며 안느의 질문에 대답했다.
“이곳 엽사 조합에서는 술법 함정에 관한 교육은 받을 수 없다는군. 배우려면 주도를 방문해야 한다.”
=그럼 라수비탄으로 갈 거야?=
“그걸 이제부터 의논해봐야지.”
갈롯은 최상급 기술을 배우려면 전 세계에 네 곳 뿐인 주도를 방문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지구처럼 이 세상에도 여러 가지 기술이 존재한다.
검술, 창술, 부술, 궁술 같은 무기를 다루는 기술에서부터 방패술, 경갑에서부터 판금 갑옷을 다루는 기술, 술법과 관련된 속성술과 부여술, 강화술, 변이술, 저주술, 생산과 관련된 대장과 세공, 가공, 연금 같은 것도 있고 지식적인 기술로 분류되는 약초학, 함정술, 감정학, 의학 등.
이외에도 생활과 관련된 수십, 수백 가지 기술이 존재하는데 이런 기술은 보통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으로 분류되며 최상급 기술은 각 종족 국가의 주도에서밖에 배울 수 없다.
예를 들어 근력과 체력이 관련된 기술의 최상급은 라드세아의 주도 라수비탄의 수준이 가장 높다.
궁술, 단검술, 함정술처럼 손재주나 몸놀림과 관련된 기술은 종족 연합인 메리아놀의 주도 패시지가 가장 뛰어나다.
천사처럼 생긴 종족인 플라비우스 종족의 국가 히스론드의 주도 팔라툼은 감정술, 약학, 의학 등의 지식과 관련된 기술 및 술법 쪽이 뛰어나다.
비늘이 달린 종족의 국가인 벨티칼의 주도 헤뷜트는 술법 관련이 총망라되어있다.
“해서 일단은 주도 라수비탄을 방문했으면 한다. 이실리테의 장비를 교체할 필요성도 있고 더해서 정식으로 최상급 대검술을 익히길 바라니까.”
=저, 주인님. 그런 거면 패시지를 방문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수준 차이가 있다곤 하지만 그게 메꿀 수 없을 정도의 차이는 아니라고 하더군. 또한 라수비탄과 패시지의 엽사 조합은 서로 연결되어있기에 이쪽에서 배우다가 저쪽으로 넘어가 마저 배울 수도 있다고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당장은 종족 연합을 방문할 생각이 없기도 하다며 안느에게 시선을 주자 이실리테가 뒤늦게 아, 짧은 탄성을 흘렸다.
=미안. 깜빡하고 있었어.=
=어? 아! 아냐아냐. 신경 안 써도 돼.=
안느가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자 안느의 배경에 대해 모르는 유르파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자기, 그런 거면 그~ 갈롯이라는 여자를 고용해서 미궁을 몇 번 탐사하면 안 되니? 자기라면 옆에서 지켜보는 걸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거 같은데.=
“그걸 생각해본 것은 아닙니다만,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마도구까지 동원하는데 그게 가능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그건 그렇겠네.=
=저, 주인님. 주도에서만 구할 수 있는 장비를 마련하는 건 지금 가진 금화로도 부족하지 않을까요? 전 그냥 적당한 방어구만 있어도.=
=이슬아. 도령은 딱히 더 좋은 걸 구한다는 의미로 한 말은 아닐걸? 파르히스트에서 구할 수 있는 거라면 주도에서도 구할 수 있을 테니까, 어차피 도령이 술법 함정을 익히려면 주도에 가야 하니 거기서 알아본다는 거겠지. 도령이 함정술을 배울 때 이슬이도 검술을 배우고 말이야.=
안느의 지적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이실리테가 살짝 당황해서는 두 손으로 뺨을 가리면서 얼굴을 붉혔다.
=뭐, 나도 주도의 땅신 교단을 방문해서 의무 완수를 보고하고 두 번째 혜택도 받아야 하니까 라수비탄에 가는 거 찬성이야.=
“그럼 결정 났군. 아직은 미궁 탐사로 피로할 테니 내일까지 휴식하고 모레부터 파르히스트를 떠날 채비를 하지.”
환인의 결정에 여자들도 다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 여기 판매대금이야. 해츨링 좀비의 머리랑 사지 부산물이 190은화, 맹금룡 해골 외 4급 이상 유기물 72kg은 킬로당 5은화씩 해서 360은화, 1~3계층 유기물 7kg은 킬로당 30동화 해서 2.1은화. 총 5금화 5열은화 2은화 1열동화야. 꽤 잘 받았어.=
유르파가 손에 쥐고 있던 주머니를 넘겨준다. 안에서 짤그랑거리는 소리가 청량하다.
=주인님. 소울파이어 장비는 한 벌에 170은화로 거래됐어요. 여섯 벌해서 10금화 2열은화예요.=
=그거, 대장장이가 수리와 조율에 재판매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하면 160은화가 적당하다고 했는데 이슬이가 엄청 흥정해서 10은화나 더 올린 거야.=
안느의 설명이 이어진 뒤에 이실리테가 송구하단 듯이 고개를 숙인다.
=죄송해요. 180은화는 받았어야 했는데…….=
“아니, 그 가격에 판 것은 경매라는 특성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울파이어의 장비가 시중에 풀릴 것이고 가격은 떨어질 테니 한 벌당 1.7금화면 잘 판 거다. 잘했다.”
손을 뻗어 자그마한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이실리테의 뺨이 보기 좋게 물들었다. 옆을 보니 유르파도 머리를 쓰다듬어주길 바라는 표정이었기에 그녀의 머리도 쓰다듬어준다.
그러면…… 위상석과 보석, 액토플라즘 가격을 빼고 23금화 66은화인가.
1~4급 위상석의 가격이 약 25금화이고 나머지 보석이 2금화 정도이니 50금화를 벌어들인 셈이다.
=와, 이 정도면 상급 파티 수입인데?=
=대단하지만 주인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이만큼 벌지 못했을 거야.=
=어어. 우리 둘만으로는 4계층 사냥은 무리였을 것이고 비상이도 없었을 테니까 수입의 90%는 빠지겠지. 6급이랑 4급 둘이서 5금화인가……. 뭐 평균에서 조금 못 미치는 정도네.=
=……5금화나 돼?=
=이형종 부산물은 들고나오면 일단 돈이 돼. 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이 되니까 가방이나 주머니를 바리바리 들고 가서 최대한 채워 나오는 게 보통이야.=
그렇다 해도 5금화라니. 도적질할 때 5금화를 벌려면 상인을 성공적으로 털거나 여행자 열 명은 털어야 하는 수준인데…….
왜 사람들이 미궁 노동자를 자처하는지 알 거 같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던 이실리테는 유르파의 표정이 조금 안 좋은 걸 보았다.
=유리 언니 표정이 조금 안 좋네요.=
=으응. 11일에 50금화면 내가 마도구 팔아서 버는 돈보다 더 많아서……. 다들 굉장하네.=
자신이 있을 이유가 사라진다고 생각한 건가. 이실리테가 구워놓은 건포도 쿠키를 입에 가져가던 안느가 피식 웃었다.
=굉장한 건 우리가 아니라 도령이지. 혼자서 5급 이형종 넷을 쓰러트리고 함정도 다 관리하고 우리 멘탈 케어도 해주고 일정 관리까지 하니까.=
=맞아요. 그리고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유리 언니가 우리 장비 다 교체해줄 거라는 거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그, 그러니? ……우후후. 그럼 언니가 좀 더 힘내야겠는걸.=
여자 친구들의 대화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수첩에 수익 기록을 한 뒤 수첩을 접는다.
위상석과 보석의 예상 가격까지 포함한 50금화 중 10%, 5금화를 떼어내 4등분으로 나누어 1금화 25은화씩 분배했다.
=자기. 수입의 10%를 용돈으로 분배하는 거면 공금으로 마도구를 제작해서 판매한 것의 10%를 용돈으로 분배할 거니?=
“그건 파티 공금의 활용으로 쓸 겁니다. 공금의 활용처는 일행의 장비 교체나 기술의 습득 같이 파티 활동에 필요한 제반 금액이 될 겁니다. 그러니 배우고 싶은 기술이 있다거나 익히고 싶은 기술의 수업료가 필요하다면 그날 아침저녁에 이야기 하십시오. 파티 회의를 통해 가불가를 정하겠습니다.”
현재 순수한 파티 소지금은 104금화, 36열은화, 257은화. 180열동화 847동화이며 환인이 관리하고 있다.
듣자 하니 줬던 10금화가 12일사이 13금화로 늘어났다던가.
돈은 계속 불어나고 있으니 이걸 파티 강화에 투자하다보면 6급, 7급 미궁에도 들어갈 수 있겠지.
유르파는 쉴 만큼 쉬었으니 일해야겠다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다시 재잘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는 여자 친구들을 두고 환인은 갈롯이 준 라드세아 전역 지도를 펼쳤다.
[라드세아 지도]
처음 받을 때 생각했지만, 지도가 생각 외로 훌륭하다.
육각형 타일 한 칸이 대강 100km라고 하니 가로 폭은 약 3,300km 정도. 이 정도면 거의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땅덩어리와 맞먹는 크기다.
물론 위성 사진으로 촬영한 것처럼 정확할 리 없으니 오차는 매우 크겠지. 그것을 고려해도 절대 작지 않은 땅덩어리다.
=오, 라드세아 지도네. 평범하게는 못 구할 텐데 어떻게 손에 넣었어?=
안느가 먼저 알아보고 이실리테도 신기해하며 지도를 들여다본다.
“갈롯 씨에게 받았다.”
=…….=
이실리테와 안느의 시선이 환인의 얼굴과 다리 사이를 이동했다가 지도로 향했다.
참,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그사이에 여자 하나를 홀랑 삼켜버렸네. 아니 20일동안 붙어있었으니까 당연한 일인가?
딱히 동료나 여자 친구로 삼을 생각이 없는 거 같으니까 상관없지만.
=이 엑스 표시는 뭐야?=
“마을 위치.”
=흠. 이 나무는 정글 표시인가? 이 선은 뭐지?=
=평원 아닐까? 이 나무 모양은 그냥 숲이고. 이건 산이겠네. 아니, 능선?=
여자 친구들의 대화를 들으며 환인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지도에 표시해나갔다.
=응? 도령, 거기에 마을이 있어?=
“그래. 도시를 돌아다니며 들었던 것들이다.”
대답해주며 라수비탄까지의 거리를 계산해본 환인은 작게 침음을 흘렸다. 타일이 대충 34개. 3,400km다.
미국 동부 해안에서 서부 해안까지 거리가 4,000km라고 들었는데 미국을 가본 적이 없어 체감이 와닿지 않는다. 막연히 먼 거리라는 생각 뿐.
지형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가정해서 직선거리로 매일 100km씩 간다고 해도 34일이 걸리는 거리.
하지만 지도에 표시되지 않았다 뿐이지 산도, 강도, 숲도 있을 것이다.
전부 피해서 간다고 하면 시간이 대책 없이 늘어날 터. 이실리테도 그걸 깨달았는지 작게 중얼거린다.
=라수비탄까지 거리가 머네……. 반년은 족히 가야 하는 거 아니야?=
=그거야 평범한 여행자들 이야기고. 육로로 이동한다면 쿠에를 타고 넉넉잡아 석 달이면 갈 수 있을 거야. 우리는 뭐 캐러밴이나 상행 호위 같은 걸 기다린다고 쓸 시간도 없으니 더 빠르겠지?=
손가락으로 육로를 스윽 가리키며 말했던 안느는 이번에는 호수 쪽을 짚는다.
=그리고 프라버로 올라가서 알류겔 호수를 통하면 한 달? 그정도 걸릴 거야.=
‘이게 호수인가. 바다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은데.’
바다와 연결되어있지 않아서 호수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주인님. 이동은 어느 쪽을 고르실 건가요?=
“알류겔 호수에는 괴수가 서식하지 않나.”
=괴수라고 할거까진 아니고 약한 마수 정도는 살아. 당연히 살지. 하지만 습격당해서 배가 침몰당하고 그런 건 걱정 안 해도 돼. 짐승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준비해놓으니까.=
배 전체에 기척 차단과 은밀이 담긴 강력한 마도구를 설치하고 마수들이 공통으로 싫어하는 성분의 물을 흘리며 나아가는 데다 직업자들도 다수 고용해 호위하기에 무척 안전하다며 설명한다.
=대신 그만큼 비싸긴 해. 1인당 하루 20은화가 들거든.=
비상과 쿠르티까지 하면 여섯, 쿠에는 1/2이라고 하니 하루 1금화씩 들고 항해 기간이 15일이니 15금화가 나간다는 이야기다.
거기까지 들은 환인은 육로로 이동하기로 했다.
항구도시 프라버까지 돌아가는 시간에 배의 출항을 기다리는 시간, 항해 시간을 다 합치면 다들 쿠에를 타고 육로로 이동하는 시간과 비슷할 테니까.
무엇보다 해로를 이용하면 성불행이 불가능하다.
“단축되는 시간이 육로 쪽과 세 배 이상 차이 났다면 고려해봤을지도 모르지만 차이가 크지 않군. 게다가 해로는 성불행이 불가능할 테니 육로로 이동한다.”
=어? 아, 성불행.=
=네, 주인님.=
육로 이동을 하다가 마주치는 마수를 사냥해 돈을 벌 수도 있을 테고.
그날 저녁. 복덕방 여주인이 찾아와 임대 연장을 할 거냐고 물었기에 환인은 사흘 뒤 집을 비우겠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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