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7화 〉 182+ 이실리테2
* * *
환인의 입술이 이실리테의 입술을 덮었을 때, 이실리테는 머릿속에서 대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아니, 대폭발이라고 하면 과장된 표현이고 살짝 감전된 것처럼 머리가 찌리릿한 느낌.
숨도 못 쉬고 1초가 10초 같은 느낌, 주인님의 입술 감촉을 자기 입술로 느끼던 이실리테는 환인이 떨어지자마자 하악, 큰 숨을 내쉬면서 몸을 떨었다.
그 순진한 반응에 환인은 웃으면서 이실리테의 허리를 좀 더 강하게 끌어안고 뒷목을 받치며 다시 키스했다.
=응읍……!=
이번에는 그냥 키스가 아니다.
미끄럽고 꾸물렁거리는 것이 입술을 비집고 들어온 순간 놀라서 옆구리에 팔꿈치를 붙였던 이실리테는, 그게 주인님의 혀라는 걸 눈치채고 주먹을 꼭 쥐었다.
키스는 어떻게 하는 거지? 기술원에서는 섹스하는 법만 가르쳐줬는데!
아, 그러고 보니 그때 밤 시중 교육 선생님이…….
뒤늦게 기술원의 성교육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떠오른다.
‘키스 같은 입맞춤을 하녀에게 하는 주인은 없습니다. 주인에게 있어 하녀의 성기는 쌓인 욕정을 쉽게 풀 수 있는, 사용하기 편한 성처리 구멍일 뿐이니까요. 타고 다니는 말이나 쿠에에게 사랑한다고 키스해주는 주인 봤습니까? 그런 겁니다.’
그런데 주인님은 자신에게 키스를 해주셨다.
그 말은 주인님께서 날 어여쁘게 봐주신다는 걸까?
이실리테는 기쁨에 가슴이 꾸욱 조이는 것을 느꼈다. 지금이라면 주인님이 자신을 위해 죽어달라고 해도 기쁘게 죽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처녀처럼 수줍게 입술을 움직여 환인의 키스에 호응한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주인님이 기뻐하실까?’
아, 그게 있었지.
도적 두목 시절 색을 꽤 밝히던 인견족 남자 부하가 하나 있었다.
그 녀석은 틈만 나면 젖이 큰 동료들에게 젖치기를 해달라며 조르다가 얻어터지곤 했었는데 가끔은 그 조르기가 성공해서 젖치기를 받는 것도 본 적 있었다.
그리고 성교육 선생님은 가슴을 써서 남자의 성기를 애무하는 것도 좋은 전희 중 하나라고 했었다.
=하읍.=
1분에 걸친 키스가 끝나고 환인이 잠시 입술을 뗀 사이에 이실리테가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
=주인님. 보, 봉사해드리겠습니다.=
“……?”
환인은 의아했다. 아까 안기고 싶다고 했으면서 이제는 봉사해주겠다니?
잠시 이실리테를 바라보자 이실리테는 재빨리 방 한구석에 정리되어있는 아공간 가방으로 달려가 무언가를 가져왔다.
“그건 뭐지.”
=식물성 기름이에요. 주인님, 침대 가장자리에 잠깐 앉아주시겠어요?=
일단 해달라는 대로 앉아주자 이실리테가 환인의 앞에 서서 블라우스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위쪽 단추가 하나씩 풀릴 때마다 툭, 툭, 툭, 머리보다 더 큰 젖가슴 한 쌍이 출렁출렁하는데 그 박력이 대단해 환인은 눈을 뗄 수 없었다.
남자의 본능이 실상은 모유 디스펜서일 뿐인 살덩어리에 집중하게 만드는 느낌.
솔직한 말로 지금까지 본 가슴 중에 제일 큰 것 같다.
흔들리는 젖가슴을 구경하는 사이 블라우스를 벗고 속옷 차림이 된 이실리테의 몸매는 하얀 피부 덕에 검은 속옷이 더욱 강조되어 관능이 부각되는 느낌이었다.
젖가슴의 남반구만 가리는 나비 무늬의 브래지어.
면적이 너무 작아 음부만 겨우 가리다시피 하는 검은색 팬티.
자신의 다리 사이에 앉으려는 이실리테를 제지한 환인은 그녀의 반라를 예리한 눈으로 차분히 살폈다.
“확실히 이때까지 본 여자 중 가장 아름다운 몸이야.”
=네, 넷? 아…… 가, 감사합니다…!=
온몸을 살펴봐도 군살 하나 없다.
이두박근에 살짝 근육의 흔적이 드러나긴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건강하다는 느낌이고, 아무리 봐도 G컵이 넘는 젖가슴은 브래지어로 인해 자연스럽게 I자 계곡을 만들고 있었다.
허리는 그런 육중한 거유를 용케 지탱하고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가느다랬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느다란 게 아니라 요가 강사처럼 건강함이 드러나는 11자 복근과 1자 배꼽이 시선을 자연스럽게 끌어당긴다.
결코 이상하다는 느낌이 없을 정도로 허리선이 자연스럽다고 할까.
여기에 골반은 또 어떤가.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빚은 항아리처럼 곡선이 미려하다.
그 아래 근육이 생기기 직전처럼 탄력 넘치는 허벅지는 환상의 역삼각형을 그리며 남자의 심금을 울리고, 일체의 휨 없이 직선으로 뻗은 다리와 굳은살 하나 없는 귀엽고 앙증맞은 발가락은 말 그대로 예술가의 조각품.
여자들은 잘록한 허리와 골반을 강조하기 위해 사진을 찍을 때면 일부러 허리를 살짝 뒤로 빼고 다리를 모은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면 원근법에 따라 골반이 강조되고 다리가 길어 보이게 되어 인체 비율이 무척 좋게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실리테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냥 서 있는 그 자체가 예술이었다.
“이실리테. 잠시 뒤돌아보겠나.”
환인이 부르며 뒤로 돌아보라고 하자 이실리테는 의문도 품지 않고 돌아선다.
“음.”
환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벌어진 어깨는 근육 펌핑으로 인해 일어났던 현상이었던 게 틀림없다.
그게 웨이포드에서 하녀 수업받으면서 쓸데없는 근육이 빠졌고, 환인과 대련하며 매일매일 엄청나게 두들겨 맞다 보니 타격 다이어트처럼 2차로 살이 빠지며 균형이 맞춰졌던 것.
환인은 턱을 쓸어내리며 이실리테의 뒤태를 살폈다.
포니테일로 묶은 옅은 갈색 머리카락 좌우로 가녀린 어깨가 뻗어나간다.
불필요한 근육 하나 없는 매끈한 등허리의 기립근과 등허리를 가로지르는 브래지어의 끈은 남심을 자극하는 매혹의 포인트.
엉덩이 또한 애플힙이라는 표현이 들어맞을 정도로 처짐 하나 없었고 허벅지와 종아리 사이 오금은 사람 살결이 맞나 싶을 만큼 주름 하나 없이 매끈하다.
화룡점정은 가느다란 발목과 아킬레스건, 그리고 분홍빛을 띠는 매끄러운 발꿈치.
풋 페티시가 있는 사람은 이실리테의 다리만으로도 무발기 사정이 가능할 것이다.
=주인님……?=
“아름다운 여체는 신이 조각한 예술품이라고 하지. 그건 아마도 이실리테 널 말하는 걸 거다.”
=아…….=
이실리테는 처음 듣는 극찬에 가슴이 크게 뛰는 것을 느꼈다.
문제라면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뿐, 성적인 흥분이 되지 않는 걸까.
안느가 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이럴 때 보통 자궁이 꾸욱 조이는 느낌이 들면서 뭔가 흘러내리는 게 느껴질 거랬는데…….
뭐 자신의 흥분 따윈 상관없다. 주인님께 봉사할 수 있다면, 내 몸을 주인님이 기쁘게 즐길 수만 있다면 다른 게 뭐가 문제겠는가.
그리고 주인님이 저렇게나 칭찬하셨으니 날 안으실 때 무척 마음에 들어 하실 거야.
이실리테는 그 순간 갈팡질팡했다.
그럼 주인님께 내 몸을 가지고 노시라고 드려야 하나? 하지만 주인님한테 젖치기 봉사를 해드리고 싶은데…….
“그래서, 봉사는 뭘 어떻게 해주겠다는 거지.”
=아, 네!=
아! 주인님은 봉사를 기다리시는구나. 그럼 봉사부터 해야지!
이실리테는 재빨리 주인님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 무릎을 꿇고 손을 등 뒤로 돌려 브래지어 끈을 풀었다.
성교육 선생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자동 재생된다.
‘남자 앞에서 브래지어 끈을 앞으로 돌려 푸는 짓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팔과 옆구리에 살이 쪄서 손이 닿지 않는다고 앞으로 돌려 풀다니, 그 얼마나 보기 흉한 행동입니까! 손이 닿지 않는다면 차라리 남자에게 부끄러워하며 풀어달라 부탁하세요!’
그게 왜 부끄러운 일인지 잘 이해가 안 가는 이실리테였지만, 선생님의 말씀은 틀린 적이 없으니 단단히 기억해두면 될 거다.
그렇게 브래지어를 벗은 이실리테는 손을 뻗어 자신의 가슴을 밑에서 받쳐보는 환인의 행동에 약간의 부끄러움과 큰 만족을 동시에 느꼈다.
주인님의 얼굴을 보라. 감탄하면서도 흡족해하시지 않는가.
이전에는 너무 커서 짜증만 나던 가슴이었는데 이제는 진지하게 가슴도 가꿔야겠다고 다짐하는 이실리테였다.
=주인님, 바지 벗겨드릴게요.=
“……파이즈리를 하려는 건가.”
=파이즈리요……?=
그게 뭔지 모르겠다는 얼굴에 환인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실리테도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환인의 허리띠를 풀고 조심스레 바지를 내린 뒤 사각형 남자 속옷을 내렸다.
그리고 용수철처럼 튕겨 나오는 남자의 기둥.
이실리테는 우람한 남자의 상징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탄성을 흘렸다.
우와, 주인님의 작은 주인님 크다…….
기술원 성교육 자료에는 종족별 남성기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주인님의 작은 주인님 모습은 플뢰의 것과 비슷했지만 크기는 거의 5배? 10배? 그 정도로 격차가 났다.
이실리테는 숙달된 솜씨로 3초만에 바지와 속옷을 가지런히 접어 밀어놓은 뒤 환인이 침대 가장자리에 앉는 것을 보며 자신의 가슴에 오일을 듬뿍 뿌렸다.
냄새 좋은 식용 오일일 뿐만 아니라 식료품점 아주머니가 밤일에도 참 좋은 거라며 강력하게 추천한 물건인데 과연, 가슴 위에 오일을 뿌리자 향긋하면서도 부드러운 식물 향기가 방안을 채운다.
그사이 이실리테는 작은 주인님이 아까보다 더 빳빳하게 서 있는 것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내 몸을 보고 흥분하신 걸까……?
조금 기뻐하며 두 손으로 젖가슴을 잡고 가슴 골짜기에 오일이 듬뿍 묻도록 비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작은 주인님을 가슴골에 끼운 뒤 젖으로 감쌌다.
‘뜨거워…….’
약간 과장해서 젖가슴과 명치가 화상을 입을 것처럼 뜨겁다. 남자 거기는 다 이렇게 뜨거운 걸까?
이실리테는 자기 젖을 좌우에서 꾸욱 눌러 압력을 주는 동시에 위아래로 젖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으음.”
=주인님, 마음에 드세요?=
“좋군.”
환인의 호평에 이실리테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기쁘다. 주인님이 좋아해 주시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이실리테는 조금 더 머리를 짜내 젖으로 마찰력을 주는 한편 가슴골 위로 숨었다 나왔다 하는 작은 주인님의 끝에 쪽, 쪽 키스하면서 더욱 열성적으로 젖을 흔들었다.
단순히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 뿐만 아니라 살짝살짝 비비기도 하고 좌우로 조금씩 움직이기도 하는 등 요령을 더해나간다.
“으으음…….”
기둥 전체에 느껴지는 오일감과 젖 특유의 부드러움, 그리고 손으로 모아주는 덕분에 느껴지는 압박, 마지막으로 요도에 쪽 쪽 키스하는 이실리테의 행동에 환인은 강한 만족감과 자극을 느꼈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사랑이라기보단 사모의 마음으로 봉사하는 모습에 약간이지만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녀의 사랑을 갈구할 만큼 환인의 마음은 말랑하지 않지만, 보통의 여자라면 이쯤 되었을 때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이실리테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잠깐. 불쌍하다니, 그럼 이 감정이 연민이라는 건가.
“…….”
손을 뻗어 이실리테의 옅은 갈색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준다.
=에헤헤…….=
호박색 눈동자가 반짝 빛나며 두 눈이 초승달처럼 보기 좋게 휘었다.
이유가 뭘까. 그녀의 태생과 삶이 불행해서? 아니면 자신이 너무 가혹하게 휘둘러서?
‘…그렇다면 내가 평생 책임져주면 될 일이지.’
환인은 그게 누구든 이실리테를 데려가려 한다면 목을 쳐버리겠다고 다짐할 무렵 배 속이 끓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이실리테, 모두 받아 마셔라.”
=아, 네!=
이실리테는 환인의 지시에 냉큼 작은 주인님의 머리를 입에 물고 입천장과 혀를 이용해 쭈웁 쭈웁 문지르고 빨고 핥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민감한 귀두와 기둥 사이의 연결부위를 집요하게 노리는 혀 놀림에 환인은 사정감이 급속하게 치솟는 것을 느끼며 “큭.” 짧은 신음과 정액을 그녀의 입안에 동시에 토해냈다.
=으응!=
입안에 잔뜩 쏟아지는 환인의 정액을 이실리테는 황홀해하며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쏟았다.
그리고 몇 번이나 울컥거리던 작은 주인님이 진정했을 때, 입술로 청소하듯이 쪼오옥, 빨면서 떨어져나온 뒤 몇 모금이나 되는 정액을 꿀꺽꿀꺽 삼켰다.
눈을 감고 목을 넘어가는 진득한 액체를 느끼던 이실리테는 자신의 아래 입이 문득 뜨거워졌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속에서 무언가가 살짝 흘러내리는 감각. 이게 안느가 말했던 그건가?
‘주인님이 사정했다면 그 즉시 청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보다 청소!
이실리테는 배웠던 걸 떠올리면서 두 손으로 작은 주인님의 뿌리를 공손히 쥐고 깨끗해진 혓바닥으로 작은 주인님을 할짝할짝 핥는다.
그리고 작은 주인님의 안쪽에 남은 정액까지 쭈우웁 빨아서 삼킨 뒤 뿌듯한 얼굴로 환인을 올려다보았다.
허리가 조금 뻐근해질 정도의 쾌감에 잠시 숨을 돌리던 환인은 칭찬해달라는 눈빛이 담긴 호박색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작게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잘했다.”
=……!=
칭찬받았다…!
이실리테는 가슴이 크게 뛰는 것을 느끼며 환인의 허벅지에 살짝 손을 올리고 말했다.
=그, 그럼 주인님? 제 몸을…… 주인님께 바칠게요. 주인님이 만족하실 때까지 마음껏 가지고 놀아주세요.=
……가지고 놀라니.
이 아름다운 육체를, 거기에 어울리는 예쁜 얼굴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고 가혹하게 다루는 상상을 하자 성기가 아플 정도로 발기된다.
하지만 냉철한 이성으로 본능의 욕망을 억눌렀다.
환인은 일단 저 생각을 고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자기 몸으로 봉사한다는 자세를 바꿔야 사모라는 감정이 변해도 변할 게 아닌가.
그러나 하녀 의식이 골수까지 새겨져 있는 듯한 이실리테를 어떻게 해야 고칠 수 있을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일단은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라와 있는 이실리테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날 생각해주는 여자의 몸을 그렇게 함부로 다룰 생각은 없다. 자, 올라와라.”
=네, 네.=
여자가 가장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체위는 딱히 없다.
느낀다고 한다면 섹스 도중 남자가 온몸으로 안아줄 때, 손가락으로 깍지를 껴줄 때, 귀에 사랑을 속삭일 때, 오르가슴을 크게 느낄 때 정도.
환인은 되도록 이실리테가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끔 노력했다.
=주, 주인님?=
“이 자세는 별론가.”
=아뇨! 하, 하지만 이 자세는 주인님에게 부담이 많이 갈 것 같아서…….=
이실리테가 말하는 것은 양반다리로 앉아 허벅지 위에 이실리테를 올린 뒤 허리에 손을 감은 자세였다.
서로 가슴과 배를 밀착한 채 마주 보고 껴앉은 자세로 삽입하는, 일명 대면좌위.
일단 이렇게 앉으니 눈높이가 딱 맞아떨어진다.
거기에 가슴에 닿는 거유의 감촉, 배에 맞닿은 이실리테의 복근이 너무 부드럽고 따뜻해 심히 만족스러운 환인이었다.
아니, 복근뿐만 아니고 피부가 비단이나 벨벳처럼 보들보들하고 부드러워 그냥 품에 안고만 자도 만족감이 넘쳐흐를 듯하다.
이 감촉을 알게 된 이상 이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하겠지.
아무튼 자신이 느끼는 것만큼 이실리테도 자신의 체온을 느낄 것이다. 이렇게 몸을 밀착해서 섹스를 하다 보면 감정이 조금은 변하지 않을까.
“이실리테.”
자신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며 이리저리 시선을 피하는 이실리테를 나지막이 부르자 사고 친 강아지처럼 슬그머니 시선을 준다.
“이후로 널 평범한 하녀로 여길 일은 없을 거다.”
=……=
“앞으로 내 여자로서 내 곁을 지켜다오. 잘 부탁한다.”
=……잘, 부탁드립니다. 주인님…….=
이래도 주인님인가. 환인은 조금 쓰게 웃으며 이실리테의 엉덩이를 살짝 움켜쥐었고 =흐읏.= 손가락을 밀어내는듯한 탄력을 느끼며 이실리테의 질 구멍에 귀두를 맞춘다.
귀두가 닿자 긴장했는지 질구가 움찔거리는 게 느껴진다.
끝에 닿은 그 촉촉함을 느끼며 천천히 그녀의 엉덩이를 내리자 귀두가 이실리테의 좁은 구멍을 열어젖히며 미끄러지듯 들어간다.
=아, 아앗……!=
비좁은 구멍을 억지로 밀어내며 진입하는 것과 동시에 뜨겁고 질척이는 살결이 분신을 휘감는다.
그렇게 조금씩 들어가다 보니 얇디얇은 막이 진입을 가로막았다.
여태껏 그 누구의 침입도 허락하지 않았다는 처녀의 증거.
이실리테도 자기 처녀막에 귀두가 닿은 것을 느꼈는지 그녀의 팔과 허리에 힘이 바짝 들어가는 걸 느낀 환인은 긴장을 풀라며 그녀의 목덜미에 쪽, 키스와 애무를 하면서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잠시 후 딱딱하게 굳어있던 등허리가 풀리는 것을 느끼고 다시 이실리테의 엉덩이를 내렸다.
뿌득
=아윽!=
안느의 속으로 처음 들어갈 때는 링 모양의 아주 얇은 막을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실리테의 처녀막은 마치 그물 같은 것을 뚫고 들어가는 듯했다.
찢어지는 부위가 많을수록 아픈 게 당연한 일.
“많이 아픈가.”
=괘, 괜찮아요. 이보다 더한 고통은 수없이 겪어봤는걸요.=
실제로도 목소리는 금방 평온해졌기에 환인은 안심하며 이실리테의 엉덩이를 잡고 천천히 들었다 내리며 이실리테가 주는 속살의 감촉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후우우. 으음.”
=흐읏…… 으응. 아! 주, 주인니임….=
귓가에 이실리테의 달콤한 신음이 흐른다. 환인은 입구 근처만 왔다 갔다 하다가 작게 숨을 내쉰 다음 이실리테의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뿌리까지 들어가고 나서야 귀두가 질의 끝에 닿았다.
이 정도면 거의 배꼽까지 들어간 셈인데 질의 깊이가 보통 깊은 게 아니다. 안느도 이정도 깊이였지만 그녀는 기본적인 체격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해서 헐렁하다는 것은 아니다.
주머니처럼 뿌리를 꽉 조이는 한편 한쪽은 수천 마리의 지렁이가 채워져 있는 것처럼 속살의 주름이 느껴지고, 질벽의 움직임은 세 발 낙지가 꾸물거리듯이 귀두와 기둥을 감싸고 조이는 느낌이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하아악……!=
이실리테의 엉덩이를 잡고 들어 올리는데, 귀두의 갓에 오돌토돌한 팥알만 한 돌기들이 자극을 주는 게 느껴진다.
애액도 흥건하다고 할 만큼 흘러내리는 데다 이실리테의 허리가 흠칫흠칫하는 걸 보면 감도도 매우 뛰어난 게 틀림없다.
‘이게 명기인가.’
이실리테의 아랫입, 흔히 말하는 보지는 옛날 사람들이 말하는 명기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안느의 보지도 명기였지만, 이실리테는 명기의 수준을 넘어 명품, 안느가 종1품 보지라면 이실리테는 정1품 수준이었던 것.
안느도 민감하고 감도도 뛰어난데다 좁고 애액도 많이 흘렀지만, 주름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낳고 말았다.
‘하지만 안느의 애액은 꽃꿀과 흡사해서 전혀 다른 매력이 있지.’
그에 비하면 이실리테의 애액은 무색 무미 무취다.
=흐읍……!=
이실리테가 숨을 들이마시자 질이 한층 더 격렬하게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좋군. 손으로 애무받는 느낌이야.”
=그런, 흥큭. …가요? 하아아……. 마, 마음에 드셔서 다해이이잉?!=
항문 주름을 살짝 만져서일까, 허리가 휘며 조임력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환인도 그 조임에는 윽, 작게 신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아까는 그저 형식상 한 말이었다면, 지금은 정말로 두 손에 기둥이 잡힌 느낌이었던 것.
=주, 주인님! 거긴, 거긴 더러워요……!=
“넣진 않을 테니 안심해라.”
=아으익, 그게… 아니라하…… 아응.=
살짝 저항하던 이실리테는 잠시 뒤 어쩔 수 없다는 느낌으로 체념하듯 말을 아꼈다.
‘……실수했군.’
하녀 감성으로 주인이 주는 수치를 받아들이는 모습. 이러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멀어지는 게 당연한 일이다.
환인은 이실리테의 엉덩이 구멍에서 손을 떼고 그녀가 느낄법한 성감대를 찾아 그녀의 몸을 누비며 끊임없이 천천히 삽입 운동을 반복해나갔다.
=흐아……! 아앙. 주인니임…!=
모로 누워 서로 같은 방향을 보며 삽입하는 배면측위로 뒤에서 이실리테에게 박으며 환인은 살짝 패배감을 느꼈다.
대면좌위로 시작된 체위는 정상위로 이어졌고 이실리테의 다리를 접어 어깨 위에 올린 채 삽입하는 굴곡위를 지나 상체를 서로 세워서 하는 후배위 순서로 진행되었다.
여성상위인 기승위는 사랑받는다기보단 봉사한다는 느낌일 것 같아 패스.
그렇게 노력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1시간가량 제위를 바꾸며 이실리테와 몸을 섞었지만, 그녀의 봉사적인 태도를 바꾸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이제 제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근접 직업 각성자여서 그런지 처녀막이 파열되는 첫 경험이었지만 신체가 무척 튼튼해 섹스를 지속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생경한 경험을 1시간째 해서일까, 안느와 비슷하게 정신적인 탈진 상태가 다가오고 있었던 거다.
지금도 반쯤 정신이 육체를 빠져나간 모습으로 힘없이 늘어진 상태. 다만 질은 거의 본능적으로 환인이 삽입하면 오물거리면서 물어주고 빠져나가면 살짝 힘을 풀어 놓아주고 있다.
‘어쩔 수 없지.’
하루 이틀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겠다. 그러니 계속 섹스 치료를 진행하는 수밖에.
안되면 안느를 데려와 쓰리섬을 통해 질투심 유발을 시도해도 괜찮을 테고…….
그때 등을 환인의 가슴에 대고 있던 이실리테가 마치 몸에 전류가 흐른 것처럼 몸을 꿈틀거렸다.
=하악! 주인님, 저 또 와요… 아아!=
안느와 맞먹을 정도로 하얀 어깨가 핑크색으로 물들어 촉촉해진 것을 보며 이실리테의 허리에 팔을 감고 엉덩이에 골반을 바짝 붙여 깊게 삽입한다.
=흑, 킄…!=
그 상태로 퍽퍽퍽, 이실리테의 어깨가 흔들릴 정도로 강하게 찍어 올렸다.
연신 윽윽거리면서 발가락을 꼬고 시트를 움켜쥐며 바르르 떠는 이실리테. 환인은 끓어오르는 사정감을 더 버티지 못하고 할딱이며 고개를 뒤로 젖혀 자신의 어깨에 대고 있는 이실리테의 뱃속에 정액을 뿌리기 시작했다.
속에 뿌려지는 뜨거운 액체의 감각에 이실리테는 현기증이 이는 것을 느끼며 큰 한숨을 토해낸다.
드디어 주인님께 봉사해드렸어…….
뭔가 어려운 계단 하나에 올라선 느낌에 이실리테가 하으, 신음을 흘리고 있을 때였다.
이실리테는 환인이 뒤에서 다시금 품에 꼭 끌어안는 것을 느끼곤 살짝 몸을 떨었다.
아까 안느하고도 하셨다고 하셨는데 설마, 주인님은 아직도 여유가 있으신 걸까?
……주인님이 아직 충분하지 않으시다면 그걸 채워드리는 것이 하냐의 도리.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피곤했지만, 이실리테는 주먹을 꼭 쥐고 각오를 다졌다. 주인님이 하시는 데까지 자신도 따라가겠다고.
그렇게 각오를 다지던 중이었다.
“이실리테.”
=네, 주인님.=
“지금 당장은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못한다.”
=……?=
이실리테는 순간 자기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사랑이라니. 누가, 주인님이? 나한테?
“하지만 약속하마. 너를 사랑할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주, 주인님…….=
“그러니 너도 약속해다오. 자기자신을 함부로 여기지 않고 날 사모하는 만큼 네 몸도 사랑하겠다고.”
거기까지 들은 이실리테는 이유 없이 눈물이 왈칵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어, 어? 왜. 왜 눈물이?
이실리테는 혹시 주인님이 볼까 얼른 손을 가리고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그러나 이미 전부 보고만 환인은 속으로 쓴웃음을 짓고는 그녀의 눈가에 키스를 해주며 짭조름한 눈물을 핥았다.
감정을 흔드는 데는 성공한 거 같으니 앞으로 계속 신경 써주어야겠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실리테를 품에 꼭 안아주는 환인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두 사람의 하반신은 약간의 틈도 없이 결합되어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