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184화 (184/813)

〈 184화 〉 179+ 안느­1

* * *

나는…… 이라는 말을 꺼낸 안느는 1분 동안 ‘두 개의 버튼 중 하나는 세계를 멸망시키는 버튼입니다. 하나만 누르십시오.’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고민했다.

그러고는 부끄러운 듯 눈을 피하고 얇은 담요를 끌어당겨 얼굴을 가리면서 말했다.

=이, 이렇게까지 해놓고 파티에서 쫓아내거나 하면…… 평생 도령을 저주할 거야…….=

“플뢰의 저주라니. 무서워서라도 데리고 다녀야겠군.”

환인의 작은 너스레에 안느가 어색하게 웃다가 앗, 하고 옆방을 바라본다.

=도, 도령. 이러면 이슬이는…….=

“생각이 바뀌었다.”

=……응?=

“너도, 이실리테도 놓아줄 수 없다. 밤에 그런 이야기를 듣고 밤새도록 대작한 둘을 보니 마음이 한결같을 수가 없더군.”

=……!=

그 말의 뜻을 한발 늦게 이해한 안느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뭐? 그, 그걸 다 들었다고?!

“이실리테는 취해서 곯아떨어진 상태니, 그녀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은 술이 깬 뒤가 되겠지. 그러니 지금은…….”

말하며 안느의 두터운 목을 살짝 쓰다듬는다.

보통 억지로 근육을 만들었다면 피부가 팽팽하게 느껴져야 정상이지만, 최고급 벨벳을 만지는 것처럼 피부가 부드럽기 그지없다.

‘역시 영기가 너무 많아서 육체가 이렇게 변한 건가.’

남부 신전에서 재회한 이엘카타도 영기가 몸 안에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신체는 이전과 다름이 없었지.

그 말은 즉 영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활용할 수 없는 사람이 이렇게 막대한 영기를 가지면 육체가 안느처럼 비대하게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

같은 종?이라 해도 영기의 양에 따라 근육의 양이 다르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 가설이 들어맞을 확률은 9할 이상이다.

그러면 이 많은 영기를 덜어내고 정리해준다면 어떻게 될까. 안느의 신체도 이실리테처럼 적당히 보기 좋은 몸매로 최적화될까?

영기가 회복되는 일 없이 한 번만 영기를 바친 여자들은 대부분 피부가 깨끗해지고 몸매가 정리되는 선에서 끝났었다.

그러나 몇 차례 영기의 회복이 이루어지고 그걸 또 흡수당했던 율캄 마을의 류히나 에프니스, 후이니 자매는 골격도 변하고 키도 커지고 몸매도 좋아지는 변화가 있었다.

‘요점은 영기를 많이 흡수해주어야 한다는 뜻이겠지.’

환인이 안느의 두터운 목을 잠시 바라보고 있자니 안느가 당황해서 말을 꺼낸다.

=미, 미안해. 너무 보기 부담스럽지……? 나, 이불로 몸을 가리고 있을 테니까 도령이 하,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그러고는 침대 위에 누우려다 침대가 작아 허둥거리고는 맨바닥에 드러누워 허리 위로 이불을 덮어 가리는 안느였다.

“…….”

그 모습이 너무나 비굴해 보여 환인의 눈썹이 자연스럽게 찌푸려졌다.

“안느. 내가 말했을 텐데. 너에게 잘못은 없다. 매력이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러니 그런 비굴한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어.”

=하, 하지만…….=

환인은 말없이 담요를 잡아 뒤로 던진다. 깜짝 놀란 안느가 무의식중에 뻗은 손에 깍지를 낀 환인은 그녀의 입술에 자연스럽게 키스했다.

=흡?! 흐…… 흥….=

세상에.

안느는 환인의 혀가 자신의 입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곤 술이 확 깨는 것을 느꼈다.

‘이, 입 냄새 괜찮나?! 밤새 술 마셨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양치부터 할걸! 아, 몸에 냄새 나는 거 아냐?!’

보……지가 더러워서 도령이 불쾌해하면 어쩌지?

책에서도 보통 잠자리를 가지기 전에 씻는 시간이 있었다. 물론 없는 때도 있었지만 그건 연인 사이에나 가끔 그럴까.

진심으로 조바심이 난 안느는 첫 딮키스에도 신경 쓰지 못하고 환인이 잠시 떨어진 틈을 타 화급히 말했다.

=도, 도령. 나 잠깐만, 잠깐만!=

“왜 그러지?”

=씻고…… 씻을 시간 잠깐만 줘. 얼마 안 걸…… 히잇?!=

안느는 말하다 말고 자신의 귀를 핥는 환인의 행동에 새된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츠렸다.

“네 몸에서 불쾌한 냄새는 나지 않는다. 사람이었다면 입에서 나는 술 냄새 등으로 역겨웠을 텐데, 너는 과일 향과 숲의 나무 냄새만 나서 좋군.”

=……그, 그런가요?=

“왜 갑자기 존댓말이지?”

=어?! 아, 아니 그게…… 그래도 씻는 게…… 히윽?!=

안느는 62년 평생 단 한 번도 타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에 터치가 들어온 것을 느끼곤 어깨를 움츠리며 바르르 떨었다.

평생 남과 스킨십이 없어서 그런 걸까. 느껴지는 자극이 너무 세다.

‘겨우 손만 닿았는데… 으으! 금방이라도 쌀 거 같아…!’

이실리테가 터치에 그럭저럭 관대한 편이어서 은근슬쩍 그녀의 몸을 주무르며 사심을 채우는 동시에 타인의 체온을 느끼며 행복해하던 안느였지만, 본격적인 터치는 그런 얄팍한 스킨십과는 차원이 다름을 깨달았다.

그리고 환인은 환인대로 놀라고 있었다.

‘허벅지의 틈이 존재하다니.’

외국에서 보통 싸이 갭thigh gaps, 한국에서는 비너스의 계곡(치구를 말하는 예도 있다), 혹은 다이아몬드 홀, 트라이앵글 존이라 부르는 허벅지와 대음순 사이 역삼각형을 이루는 틈이 존재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디빌더의 경우에는 굵어진 허벅지 탓에 이런 비너스의 계곡이 근육에 파묻히기 마련이다.

그렇게 파묻힌 대음순과 골짜기는 운동시에 가해지는 많은 자극과 땀으로 인한 습기 과다등의 이유로 쭈그러들거나, 도핑이 있었다면 많아지는 남성 호르몬 탓에 생식기가 비대하기 마련.

더욱이 운동은 지방을 태우고 근육을 늘리는 행위다 보니 근육이 펌핑되며 피부가 늘었다 줄기를 반복하다 대음순마저도 쭈글쭈글해지기 일쑤다.

그런데 안느는 그런 게 없었다.

손에 느껴지는 감각에 따르면 역삼각형은 아주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었고 둔덕과 대음순도 뽀송뽀송한데다 살집도 잘 올라 있어 만지는 느낌이 매우 좋다.

=흐앗, 응흑.=

이런 터치가 처녀에게는 자극이 너무 심했는지, 환인은 허벅지가 미끄러지듯 꽉 조이며 자기 손을 옭아매는 걸 느끼고 안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 새빨개진 청순한 얼굴이 보인다.

=도, 도려엉…….=

“안느, 날 믿어라.”

=…….=

믿으라는데 어쩔 수 있나. 이미 주도권은 그가 가져갔는데.

안느는 눈을 질끈 감으며 허벅지에 준 힘을 풀었고, 환인은 그 틈에 헐렁한 반바지를 번개같이 벗겼다.

=?!=

다시 조여들려 하던 허벅지가 움찔거리면서 벌어진다. 그리고 드러나는 돌핀 팬츠 같은 속옷과 허벅지 사이의 공간.

딱히 꼭 껴서 살을 압박해 공간을 늘린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비너스의 계곡이 뚜렷하게 존재한다.

“안느, 봐라.”

=……?=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안느는 환인의 이야기에 살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환인이 가리키는 허벅지 사이 공간을 본다.

“이 틈은 살이 비대하게 찐 사람에게는 절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다. 너는 비대한 게 아니야. 이유가 있는 체격이지.”

=…….=

안느는 다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녀라고 왜 모르겠는가. 환인이 자신을 배려해주고 있다는 걸.

계속 굳어있고 겁먹어있던 안느의 표정이 한결 풀어진다. 그런 안느의 반응을 살피며 환인은 그녀의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넣는 한편 다시 키스하면서 안느의 골짜기를 천천히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으…… 흥….=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피할 수단인 키스를 준다는 환인의 목적은 성공을 거두었다.

안느는 밑에서 올라오는 감각에 애써 신경을 외면하며 환인의 입맞춤에 몰두한다.

손에 느껴지는 안느의 여성기는 다른 여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부드러운 피부, 탄력 넘치는 대음순과 말랑하고 촉촉한 소음순. 그리고 반질거리며 연신 움찔거리는 질 입구.

검지와 소지로 대음순을 살짝 벌리며 중지로 골짜기의 틈을 문지른다. 중지의 중간 마디에 볼록 솟은 안느의 음핵이 느껴지고 끝마디는 살짝 들어가다 못해 조금씩 젖기 시작하는 구멍 근처를 지분거린다.

=으……!=

중지 마디로 음핵을 계속 지분거린 탓일까, 갑작스레 질 입구가 수축하더니 애액이 왈칵, 흘러나왔다. 동시에 안느도 턱을 당기며 부르르, 신음과 함께 몸을 떨었다.

‘으으…….’

아주 가끔 혼자 손장난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쾌감.

그 순간 환인의 중지 마디가 음핵을 껍질째 누르며 살짝 문질렀고, 안느는 머리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감각에 허리를 활처럼 휘었다.

그와 함께 방안에 갑작스러운 상쾌함이 번져나갔다.

편백나무 숲속을 거니는듯한 정체 모를 상쾌함. 피톤치드 혹은 테르펜이라 불리는 물질이 방안을 채운 것이다.

이건 또 무슨 현상일까.

환인은 이엘카타를 안을 때와 전혀 다른 현상에 의아함을 느꼈지만, 그 생각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안느의 손을 잡아 침대 위로 끌어당겼다.

“앉아서 다리를 벌려봐라.”

겨우 정신을 차린 안느는 일단 시키는 대로 엉덩이를 침대 가장자리에 걸치고 앉았지만, 도무지 다리를 벌릴 자신이 없었다.

생긴 게 이상하면 어떻게 하지. 내 거기가 도령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부, 부끄러운데…….=

복숭아처럼 달아오른 안느의 얼굴에 환인이 씩 웃으며 말했다.

“조금 있으면 더 부끄러운 일을 하게 될 텐데.”

=으…… 도령 좀 심술궂은 거 아냐?=

“수줍음과 부끄럼이 많은 아가씨를 다루려면 적당한 심술은 필수지.”

=…….=

내가 말을 말아야지.

자꾸만 가녀린 여자 취급하는 환인의 행동이 안느는 정말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의 거구는 그런 환인의 태도와 어울리지 않아서 느끼는 불편함일 뿐.

안느의 복잡한 심사를 읽었음에도 환인은 안느의 오금에 손을 넣고 M자로 세운 뒤 팬티에 손을 올려 부드럽게 벗겼다.

=……!=

남자에게 팬티가 벗겨진다는 첫 경험에 안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도저히 맨정신으로 그 장면을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시나리오대로 최종 단계에 돌입한 환인은 생각보다 더 깨끗하고 예쁜 생식기의 형태에 감탄했다.

방금 촉감으로 느끼며 상상했던 여성기보다 몇 배는 더 깨끗하고 예쁜 형태였던 것.

자신의 지식에 따르면 여성 보디빌더의 음부는 대다수가 주름지고 늘어지거나 약물로 인해 불거진 느낌이다. 그러나 안느의 그곳은 누구의 발도 닿지 않은 순백의 설원처럼 깔끔하고 매끈한 분홍색이었다.

치골 주변만 옅게 덮고 있는 부드러운 은색 음모.

방금전의 자극으로 살짝 달아오른 듯 옅은 복숭아색으로 물든 통통한 대음순.

아몬드 모양으로 살짝 벌어진 질 전정과 좌우로 수줍게 존재하는 연분홍색 소음순.

작은 모자를 쓴 듯 조심스럽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귀여운 음핵.

“예쁘군. 색도, 모양도, 형태도 이때까지 내가 본 것 중에 한 손에 꼽을 정도야.”

=저, 정말……? 보기 이상하거나 흉하지 않아?=

“정말이다.”

=……사실 일부를 숨긴 거 아냐?=

자기 불신이 꽤 깊군. 환인은 작게 웃으면서 안느의 살짝 벌어져 꿀물이 스며 나오는 골짜기에 입을 가져갔다.

직업 여성처럼 수많은 남자를 받아들였던 구멍이나 불결할지도 모르는 구멍을 핥을 생각은 없는 환인이었지만, 안느처럼 처녀에다 보기에도 깨끗하고 삼림 냄새처럼 좋은 향기가 나는 구멍은 다르다.

=……!?=

안느는 환인의 얼굴이 자신의 밑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하마터면 허벅지를 조일뻔했지만, 그랬다간 영혼사에 불과한 신체의 환인이 크게 다칠 거란걸 깨닫고 필사적으로 무릎을 벌린다.

그리고 환인의 입술이 자신의 그곳에 닿는 것을 느끼자마자 안느는 가볍게 절정에 올랐다.

이, 이건 말로만 듣던……!

말캉한 혀끝이 구멍 주위를 핥고 올라가며 음핵 껍질을 살짝 젖히는 느낌에 고개를 꺾은 안느는 크게 헐떡였다.

자신의 체온보다 조금 더 높은 듯한 환인의 혀가 사악­ 밑에서부터 위로 핥는 오싹하고 짜릿한 느낌.

허벅지가 부들거리고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며 심장이 아플 정도로 크고 빠르게 뛴다.

안느는 지금 이 순간이 비현실적이라고 느꼈다. 설마 19금 소설 속 미녀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게 받는 애무를 자신이 경험해볼 줄이야.

만약 섹스하게 되면 그냥 무미건조한 삽입만 이루어질 거로 생각했는데 이런…….

이윽고 자기 손가락 외에는 닿은 적이 없던 그곳에 손가락보다 더 깊이 들어오는 꾸물꾸물한 혀의 감촉을 느낀 안느는 엉덩이를 바르르 떨었다.

허리와 엉덩이 사이 그 어딘가가 뜨겁게 타오른다.

=읏, 윽…… 흡……!=

참을 수 없는 느낌에 신음을 흘리는 안느.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가니 천상 여자의 가녀린 신음이다.

그런 신음도 환인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커닐링구스, 속된 말로 보빨을 하고 있는데도 일반인 여자와 섹스하는 것만큼이나 영기가 마구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

거기다 안느가 흘리는 애액은 말 그대로 꽃꿀처럼 달콤했다. 실제로 냄새도 꿀처럼 달콤한 냄새가 났다.

‘사람의 애액이 달콤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지구에서는 운이 좋아야 무색 무미 무취, 삼무三無인 여자를 안을 수 있었다.

보통은 언제 씻었느냐에 따라 때로는 시큼한 냄새가, 때로는 은은한 지린내가 나기 마련이고 심각한 사람은 발기가 풀릴 정도의 엄청난 냄새가 풍긴다.

그런데 안느의 그곳은 비유 그대로 꽃이었다. 말랑말랑한 옅은 분홍색의 달콤한 꿀이 흐르는 꽃.

여성기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독특한 단맛과 향기, 그리고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영기에 환인은 작은 감동까지 느끼며 두 손으로 안느의 대음순을 벌리고 열중해서 예쁜 아몬드 모양의 질정전, 음핵과 질구를 애무했다.

=흥아아아……!=

혀를 내밀어 질 입구 안쪽을 애무하던 환인은 혀가 조이는 느낌과 함께 안느의 허리가 바르르 떨리는 것을 느끼곤 잠시 골짜기에서 떨어졌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 덕분에 타액과 애액에 젖은 티 없이 깨끗한 연분홍빛 속살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인다.

고개를 들어 안느를 바라보았다.

한껏 풀어져 살짝 눈물이 맺힌 안느의 얼굴이 보인다. 입가에 침도 살짝 흘러내린 것을 보면 방금 느낀 쾌감의 강도가 어지간히 높았던 듯하다.

그런데…….

‘착시인가?’

그 잠깐 사이 안느의 몸이 살짝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페팅을 통해 흡수한 영기의 양은 어지간한 여자 2명분. 유르파와 했을 때보다 더 많은 양을 흡수했고 영기의 양만 따지면 류히와 맞먹는 수준이다.

영혼 시야를 개방해 안느를 본다. 그녀의 영기는 여전히 육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연못의 물을 한 바가지 퍼낸 것처럼 별로 티도 안 난다.

‘본 게임을 해보면 알겠지.’

여자에게는 하루 흡수할 수 있는 영기의 양이 정해져 있다. 그 양은 사람에 따라 다른데 과연 안느는 어느 정도의 영기를 줄까.

소매로 입술을 닦은 환인은 안느의 앞에서 옷을 빠르게 벗었다.

하늘로 우뚝 솟아있는 자신의 분신에 안느가 안도하는 걸 목격한 환인은 작게 웃었다.

아무리 말로 좋아한다, 예쁘다, 사랑스럽다 말을 해줘도 못믿다가 발기한 것을 보고 안도하는 모습이라니.

괄약근에 힘을 주며 두어 차례 기둥을 꺼덕이자 안느의 눈이 살짝 커진다.

“백 마디 말 보다 한 번의 행동이 낫다더니. 이걸 보고 믿음을 얻은 건가.”

=머, 머리로 하는 생각이랑 몸으로 느끼는 거랑 다르잖아…….=

“그런 게 없진 않지. 그래서, 마음의 준비는 됐나.”

=……응.=

환인이 옷을 벗는 사이 허벅지를 오므려 여성의 신비가 숨겨져 있는 골짜기를 가렸던 안느는 아주 잠깐 고민하더니 갑자기 침대에 무릎을 꿇고 앉아 다소곳이 절을 올렸다.

“……?”

=도령. 나, 도령을 평생 따를게.=

갑자기 무슨 절인가 하던 환인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이건 혹시 플뢰 족의 전통 고백 방식인 건가?

생각보다 더 좋은 결과에 만족스러워진 환인이었지만, 겉으로 티내지 않고 물었다.

“내가 만약 나쁜 짓을 하면 어떻게 할 건가. 네 기준에 용납 못할 일을 저지른다면?”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닐까 의문을 제시하는 환인에게 안느가 처음 보는 맑은 미소로 말했다.

=도령이 나쁜 유혹에 빠져 사람의 길을 벗어나지 않도록 내가 옆에서 도와줄게. 도령이 믿고 등을 잠시나마 기댈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노력할 거야. 그게, 마음으로… 도령을 받아들였으니까…….=

“……그래. 앞으로 잘 부탁한다. 네가 실망하고 슬퍼하는 일 없도록 나도 노력하지.”

=응! 아, 그리고 나랑 이슬이가 나눈 대화도 다 들었다고 했지?=

“음.=

=그럼 도령은 내가 버린 신분이 어느 정도인지 눈치챘겠네.=

“……플뢰의 호족이 아닐까 생각한다. 적어도 7급 이상.”

=플뢰의 위계는 루크랑하고 조금 다른데…… 아무튼 도령이 짐작한 게 맞아. 플뢰는 가장 위에 공주님이 한 분 계셔. 그리고 그 아래로 왕족이 있고 귀족이 있어. 왕족은 루크랑의 호족보다 수가 훨씬 적어. 그리고 내 부모님은…….=

“왕족이신가.”

=응. 이제는 나랑 상관없지만.=

“…….”

이건 예상 밖인데……. 안느의 신분으로 트러블이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겠군.

그렇게 생각하는데 안느가 한숨을 내쉬면서 미묘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솔직히 지금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뭔가 마녀한테 홀린 것처럼 얼떨떨하고…….=

“…….”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현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나리오에 따라 이루어진 일이라는 걸 감각적으로 눈치챈 모습이다. 플뢰 족의 선천 능력 때문일까.

하지만 의심은 못 하고, 환인이 묵묵히 바라보는 시선에 안느는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좋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 도령이 아니었다면 나는 평생 이런 감정과 느낌을 모르고 살았을 거야. 고… 고마워.=

“아직은 좋다는 건가.”

=응? 응.=

“그럼 네가 날 사랑하게 되도록 노력해야겠군.”

=……!=

환인은 가까이 다가가 무릎 꿇은 안느의 입술에 다시 키스를 해주었다.

안느의 표정에 감동이 차오르는 것을 웃으며 바라보던 중 환인은 안느의 가슴팍에 우연히도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의외라는 듯이 눈을 작게 빛냈다.

지금 안느가 입고 있는 베이지색 끈 민소매는 분명 탱크톱 브라처럼 몸에 맞춘 듯 빈틈이 없는 잠옷이었다.

헌데 지금 보니 1인치 정도 헐렁해져 있었다. 거기에 남자 못지않게 탄탄한 가슴이 아주 약간이지만 융기되는 것 같은 느낌.

가슴에 손을 얹어 만지자 확실히 2차 성장이 시작된 소녀의 가슴처럼 말랑말랑하다.

중학생 시절 자신에게 고백한 동급생의 가슴을 만져본 적이 있는 환인이기에 확실하게 비교할 수 있었다.

이게 뜻하는 것은…….

‘정말로 몸이 가녀리게 변하는 건가.’

변화의 끝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르지만, 근육량이 지금의 절반 정도로만 줄어도 안느는 절대 자신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환인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나도 안느와 다를 게 없군.’

수백 마디 말보다 이런 상대적 우위와 족쇄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능이 더 마음에 들었으니까.

오히려 질로 따지면 안느보다 나쁘다고 볼 수 있겠지. 이걸로 구속은 물론 가스라이팅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환인이 사이코패스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큰 산을 넘었다며 속으로 안도하던 안느는 살짝 떨리는 눈동자로 환인의 바나나처럼 약간 휜 기둥에 시선을 주었다.

저게 남자의…….

심장이 콩닥거린다. 동시에 저것을 앞으로 받아들이게 될 그곳도 욱신거리는듯하다.

작게 심호흡한 안느는 용기를 내듯 환인을 올려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그… 그럼…… 도령, 나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그게 뭐지.”

=그, 입…으로 하는 거…….=

남고생 수준의 호기심과 욕망이 보이는 표정에 환인은 피식 웃고 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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