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174화 (174/813)

〈 174화 〉 170 성도 파르히스트

* * *

두 여자가 거의 뜬눈으로 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

환인은 훈련과 식사까지 끝내고 이실리테와 안느를 앉혀놓은 뒤 차후 계획을 이야기했다.

“미궁 감옥을 하루 경험해본 결과 미궁 감옥 탐사에는 함정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지. 감옥 미궁 같은 곳은 전열 탱커보다 함정 전문 엽사가 더 필수니까.=

이실리테가 타준 차를 마시며 대답하는 안느에게 환인이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미궁이 재개방된다면 행정관에서 19층까지 내려갈 일회성 파티원을 구할 생각이다.”

=음…… 그래도 괜찮아? 대장의 능력은 하나같이 밝혀지면 곤란한 것들 뿐이잖아. 아무리 법사로 꾸민다 해도 행정관에 용병으로 등록하는 사람 수준이면 이상한 점은 간파할 텐데.=

우려하는 안나의 이야기에 이실리테가 알겠다는 듯이 한 번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 주인님은 돈 많은 부자로 분장할 생각이신 거죠?=

“그래. 뒤에서 너와 안느에게 축복 정도만 걸어주면서 지켜볼 생각이다.”

=……응. 그런 거라면 문제없겠네. 비상이도 대장 거라고 하면 위화감은 더 없어질 테고. 돈 많은 부잣집 도련님이 미궁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직업자를 고용하는 식이면 이상하지 않겠어.=

안느는 이윽고 킥킥 웃으면서 환인을 향해 짓궂은 미소를 짓는다.

=미리 말실수 안 하게 도련님이라고 불러야 하나? 도련님보다 도령이라고 하는 게 어울릴 거 같은데. 환인 도령, 하고 말이야.=

=저는 그냥 그대로 주인님이라고 할게요. 주인님이면 신분 높은 부자라고 생각할 텐데 그런 부자면 직업자 하녀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안느는 주인님하고 친분이 있는 성투사라고 하면 되겠네.=

=아니, 나도 대장이 전속으로 고용한 용병이라고 하면 어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아닌 거 같아.=

=어? 내가 어때서!=

=6급 성투사가 뭐가 아쉬워서 용병일을 해? 호족 가문에 들어가도 당장 높은 자릴 차지할 텐데.=

=급수 높은 호족이 고용할 수도 있……지.=

기운차게 내뱉은 말 치곤 태도가 조금 수그러든다. 자기도 말해놓고 이건 좀 아닌데 싶었던 것이다.

이윽고 자기들끼리 키득키득 후후후 웃는 여자들을 보며 레몬 티와 비슷한 차를 한모 금 마신 환인이 말했다.

“그리고 미궁이 재개방될 때까지 파티 자금으로 함정 관련 기술을 배워볼까 한다. 만약 재개방 기간이 길어진다면 엽사를 고용하지 않아도 되겠지. 함정이 방문마다 있는 것도 아니니 핵심적인 기술만 일단 익혀도 되는 일이고.”

내려가는 길을 정해놓고 그 루트에 있는 함정만 해제하는 법을 배워도 된다.

이미 수백 년간 이어져 온 미궁이다. 각 층의 어느 문에 어떤 함정이 붙어있는지, 파르히스트의 엽사들이 모여있는 조합이나 길드라면 그 정도는 당연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모른다면 거긴 별 볼 일 없는 곳이니 무시하면 그만.

환인의 태도에 안느는 그가 그냥 꺼낸 말이 아님을 눈치챘다.

=어? 정말 기술 배우게?=

“그래.”

=흠……. 평범한 사람이면 재능의 한계가 있으니 한 우물만 파라고 할 텐데…… 대장이니까 괜찮겠지.=

안느의 말에 이실리테도 동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자길 어떻게 보기에 저런 태도를 보이는지 조금 의문인 환인이었지만, 밖에서 인기척을 느끼곤 개의치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갔다 오지. 점심은 둘이서 먹어라.”

똑똑똑.

[환인 님~ 이슬이 언니~ 안느 언니~ 저 아루루에요~.]

환인은 비상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한 뒤 이실리테가 건네주는 후드 망토를 받아서 들었다.

길레스=벡슬이 던졌던 화염 부적에 그슬렸던 부분이 깨끗하게 수선되어있다.

새것처럼 변한 후드 망토를 쓰며 문을 열자 문 앞에 서 있던 아루루가 냉큼 허리를 숙인 뒤에 묻는다.

=앗. 환인 님 오늘은 외출하시는 거예요?=

“예. 오늘은 혼자 돌아볼 생각입니다. 들어오시죠.”

=압, 넵.=

금발의 강아지 귀 소녀가 호다닥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문을 닫은 환인은 북부 파르히스트의 번화가 거리로 향했다.

북부 번화가 일곱 군데를 돌아다니며 전체적인 분위기와 크라버리에 관한 소문 등을 수집하던 환인은 슬슬 분위기가 호기심이라는 방점을 찍고 본격적으로 혐오와 분노로 치닫고 있는 것을 느꼈다.

=크라버리의 개버러지 새끼한테 요나 님이 살해당하신 게 맞다니까!=

=아 누가 뭐랬나?! 정확하게 공표되지 않은 상황이 아닌가! 그런 만큼 성주님께서 말씀하시기 전에 발언을 신중히 하자는 게지!=

=자중이고 지랄이고 길레슨지 쓰레기인지 하는 자식도 아직 미궁에서 안 나왔다며! 그 자식이 강도들과 같이 있다는걸 본 사람만 수백 명이야! 들어가서 그 자식을 잡아 나온 뒤에 심문하든 고문하든 알아보면 될 거 아냐!=

=그게 전부 출처가 정확하지 않은 뜬소문이지 않는가! 이렇게 떠들다 안 좋은 말이 크라버리의 성주 귀에 들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나! 전쟁이야, 전쟁!!=

=우리 파르히스트 성민들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아! 잘못을 저지르고도 인정하지 않는 치졸한 자식들에게는 당연히 짐승신님의 천벌이 내려져야지!!=

이렇게 지인으로 보이는 사람과 대로변에서 목청껏 싸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틀 뒤에 크라버리의 사절이 온다며?=

=존나 마음에 안 들어……. 성주님은 입장 때문에 나서지 못한다고 해도 그 아래는 이렇게 지켜보면 안 되는 거 아니냐.=

=그러게. 그 개자식들이 파르히스트의 땅을 밟는다고 생각만 해도 열불이 뻗치는데…….=

=내가 기사였다면 당장 달려가서 사절단 씨발 새끼들 다 외쳐버릴 텐데. 답답하다 시발.=

이렇게 당장이라도 사절단을 습격할 것처럼 분노를 진득하게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

대체로 21세기 흑색선전의 매운맛에 단단히 홀린 모습들이다.

당연하다고 할지. 이런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애를 쓰는 사람도 있었다.

푸른색이나 하얀색 코트를 입은 기사 차림의 직업자들이었는데, 두 명에서 네 명 사이의 병사들과 함께 돌아다니며 유언비어에 휩쓸리지 말라고 경고하거나 아직 아무것도 확인된 게 없으니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말라고 다독이는 중이었다.

물론 사람들은 그들을 존중해서 그 앞에서는 그러겠다고 대답하지만, 뒤돌아서면 역시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수군거리기 일쑤.

환인은 그런 기사단의 대응에 낮은 점수를 주었다.

위에서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악성 루머가 퍼지고 있는 마당에 일개 병사에 불과한 이들이 돌아다니며 주의하라고 경고하는 행동은 말 그대로 불에 기름을 끼얹는 행위밖에 안 된다.

안 좋은 소문을 일축하려면 그에 합당한 지위를 가진 사람이 공개적으로 공표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 리 없지.’

요나=아슬리드=파르히스트, 자신에게 시신들을 아클라멘토 대학원에 전해달라 부탁한 그 처녀는 성주 펜리=후스티오=파르히스트의 삼녀였다.

소문에 따르면 무척 착하고 선한 인물로 부친의 사랑과 기대를 듬뿍 받았으며 인망도 높아 선후배들에게도 존경받았다고 했는데 그런 인물이 죽었다.

모르긴 몰라도 저 도시 중심부에 우뚝 선 하얀 성은 심지에 불붙은 폭탄과 같을 터.

‘이틀 뒤 남문 쪽으로 들어온다고 했던가. 그때 구경하러 가면 재미있는 걸 볼 수 있겠군.’

몇 시간을 도시 관광하며 돌아다녀도 크라버리와 길레스=벡슬을 욕하는 이야기뿐, 자신과 관련된 어떠한 말도 없는 것을 확인한 환인은 가벼운 마음으로 아루루를 통해 위치를 확인해둔 엽사 조합을 방문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곧 함정술 교관님께서 오실 거예요.=

“예.”

엽사 조합은 학교 같은 느낌의 ㄷ자 모양 3층 건물이었다.

하얀색 테마로 꾸며진 입구 겸 로비에는 방문객을 위한 작은 휴식 공간이 여러 개 준비되어있었고, 맞은편은 안내를 위한 데스크 근처에는 의뢰 용지로 보이는 종이가 가지런히 붙어있는 게시판이 있었다.

오가는 사람 중 직업자는 대다수가 아우라가 강처럼 조용히 흐르는 엽사의 아우라를 가진 사람들이었고 아니면 자신처럼 아우라가 아예 없는 사람들.

개중에는 게시판을 확인하는 사람도 있고 안내양에게 무언가를 안내받는 사람도 있다.

로비를 둘러보며 느긋하게 기다리던 환인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검은색 머리카락의 여자 엽사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아우라는 4급. 걸음걸이의 무게 배분도 나름 괜찮고 발걸음과 어깨의 흔들림에 무예 실력도 나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우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있던 환인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검은색 퓨마의 귀를 한 엽사 여자의 표정에 이채가 깃들었다.

안내양이 신분을 숨긴 호족 같다고 하던데, 진짜였잖아?

행동거지와 복장에 귀티가 흐르는 것을 확인한 여자, 갈롯은 비단처럼 부드러운 모피의 퓨마 귀를 한차례 파닥 털고서 환인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함정 발견과 해체 교육을 희망하신 환인 님, 맞는가요?=

“맞습니다.”

=이렇게 만나서 반가워요. 환인 님의 교육을 맡게 된 4급 추적자, 갈롯이에요. 갈로트라고 부르셔도 돼요.=

“반갑습니다, 갈롯 양.”

환인이 정중히 인사하며 손을 내밀자 갈롯도 빙그레 웃으며 손을 마주 잡고 악수한다.

그리고 서로 마주 보고 앉은 뒤 안내인과 함께 환인이 작성한 서류 두 장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음~. 감옥 미궁이 재개방되기 전까지 함정 발견과 해체 교육을 바라신다고 적으셨네요. 이런 질문이 불편하실지 모르겠지만 꼭 물어봐야 할 거 같아요. 왜 함정 기술을 배우려고 하시나요? 환인 님을 보니 이런 기술을 배우기보단 기술을 가진 사람을 고용하는 입장이신 거 같아서 그래요.=

“기술을 배우는데 신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당연히 있죠. 기술이 꼭 필요한 사람은 기술을 배우는 자세도 남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사람을 가르치는 게 이쪽 입장에서는 편하고 또 경험과 경력이 되니까요.=

그러면서 높으신 분은 그만큼 열정이 부족해서 가르치는데 애로사항이 꽃핀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갈롯이었다.

“고족이나 호족이 심심풀이 삼아 배우는 꼴은 못 봐주겠다는 말씀을 어렵게 하시는군요.”

싱긋 웃으며 말하자 갈롯이 눈을 크게 떴다가 파하하하 웃음을 터트린다.

=저도 제 목숨은 소중한걸요. 어떻게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하겠어요. 아무튼,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사람을 고용하는 게 더 편하실 텐데 굳이 기술을 배우실 건가요?=

“그쪽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만, 지금은 기술을 배워보고 싶군요.”

=으음. 결심이 확고하시네요. 그렇다면…… 따라오세요. 일단 배울 실력이 될지 테스트해보겠어요. 물론 이 테스트는 실제 조합의 함정 교육에 도입되어있는 정규 과정이에요. 자질이 부족하면 교육을 포기하는 것도 교육자의 권한이구요.=

그러니 교육 신청을 거부해도 원망하지 말라며 눈을 찡긋하는 갈롯이다.

“알겠습니다.”

돈을 위해서라면 자질이 없어도 붙들고 억지로 가르치는 게 평범할 텐데. 환인은 조금 신선함을 느끼며 갈롯을 따라 2층의 작은 방으로 이동했다.

거기서 진행된 테스트라는 것은 꽤…… 일부러 탈락시키려는 의도가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손끝의 감각과 감도를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에요. 이 가죽에 돌기가 몇 개 있는지 세어보세요.=

손바닥만 한 작은 가죽에 점자보다 몇 배는 작은 돌기를 보지 않고 손끝으로만 찾아내기라던가.

=함정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능력은 미궁에서 함정을 미리 발견하기 위한 눈썰미죠. 그 눈썰미를 확인하기 위한 테스트에요.=

하얀색 돌벽으로 이루어진 방, 나무와 풀로 숲처럼 꾸며진 방, 동굴의 바위를 직접 가져와 만들었는지 동굴처럼 느껴지는 방과 감옥 미궁처럼 꾸며놓은 방에서 눈으로만 함정을 찾아내기라던가.

=도구 사용은 함정사로써 가져야 할 당연한 기술이에요. 도구 활용의 직관적인 능력을 보는 테스트에요.=

분재 도구와 비슷하게 생긴 것, 몽키스패너와 흡사하게 생긴 것, 치과 수술 도구와 닮은 것, 도예 도구 같이 생긴 것 등등의 사용법을 알아내기 등등.

세 번째 시험은 조금 억지가 느껴졌지만, 환인은 가타부타 토 달지 않고 자신이 아는 한도 내에서 성심껏 노력했다.

그리고 테스트가 끝난 후.

=……함정사가 되기 위한 자질만큼은 뛰어나시네요. 손끝의 민감도 10점 중 9점, 눈썰미와 안목 10점 중 10점, 직관력 10점 중 9점, 진중함 10점 중 10점. 제 예상 이상의 결과예요.=

“마지막 항목은…….”

=테스트에 부정적인 태도나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고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다면 실시간으로 감점당했겠죠. ‘이런 걸 어떻게 해?’, ‘이게 무슨 도움이 된다고.’, ‘난 기술 배우러 온 거지 시험받으러 온 게 아니야!’ 같은 거요.=

환인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성격이 급하다면 어떤 상황에도 진지하고 신중해야 할 함정사에 어울리지 않겠지. 그리고 그런 환인을 보며 갈롯은 허리에 손을 올린 뒤 들릴 듯 말듯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네요. 약속은 약속이고 결과는 결과니까요. 교육 계약…… 할까요?=

갈롯과 교육 계약을 맺는 것은 간단했다. 조합의 로비로 내려와 안내양과 함께 계약서 마도구에 서명을 하는 것으로 끝.

계약서도 두루뭉술한 내용을 적어놓은 게 아니라 열 가지 항목으로 배울 기술을 세분화 시켜놓았다.

주요 항목당 이론과 실습을 2회 시행하며 수강생이 기술을 습득했든 하지 못했든 2회로 끝난다고.

항목당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으로 하루를 쓰며 총 20일간 교습이 이어진다.

=이 교습은 입문이에요. 다음은 기본 단계가 있고 마지막으로 심화 단계가 있죠. 아시겠지만 이 학습은 모든 게 자기 노력에 따라 성취가 달라져요.=

계약서를 확인하는 환인에게 갈롯이 설명을 이어간다.

=조합은 그저 교육만 해줄 뿐, 경험은 돕지 않아요. 그렇기에 기술을 배우더라도 직접 써보려면 파티를 본인이 만들거나, 만들어져있는 파티에 들어가야 하죠. 그런 파티에 가입하는 것도, 파티를 만드는 것도 평범한 사람이면 어려운 일이에요.=

“비 각성자라 해도 함정 해제는 기술의 분야이니 직업과 무관하지 않습니까?”

=그건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의 의견이고요. 미궁 내에서 전투 문제도 있고 무직자는 정신 침해에 직업자보다 취약한 점도 있어서 정상적인 파티일수록 무직 함정사는 영입하지 않거든요.=

“무직자라 하더라도 멘탈 케어를 통해 정신을 안정시킬 수 있지만…… 그런 일을 하기보단 직업 함정사를 구하겠군요.”

=네.=

계약서를 마저 확인한 환인은 생각보다 교육이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체계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20일간 가르쳐주는 내용도 계약서에 간략하게나마 적혀있어서 이대로만 배우면 감옥 미궁 정도는 엽사 없이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수준.

환인이 서명하자 갈롯도 서명을 한 뒤 옆에 앉아 생글생글 웃고 있는 안내양에게 넘겨준다.

=교육비는 20일간 이론과 실습 20회, 합쳐서 5 금화입니다.=

“기본 과정과 심화 과정의 비용은 어떻게 됩니까.”

=기본 과정은 똑같이 5금화, 심화 과정은 10금화예요.=

다 합쳐서 20금화. 확실히 일반인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어마어마한 가격이다.

게다가 이 기술을 배운 뒤 남에게 가르치려면 조합에서 발행한 교육장이 필요한데, 돈도 돈이지만 조합에 일정량 기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받지도 못한다.

더욱이 불법적으로 기술을 전수하다 들통나면 계약 위반으로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잡혀서 이송당한 뒤 조합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게 한다고.

대표적으로 임시 노예계약을 맺어 위험한 미궁에 들어가는 파티에 강제로 포함하는 것이 있다.

=엽사나 함정사를 필요로 하는 파티에 임대하고 그 비용을 조합이 챙기는 식으로 손해를 회수하죠. 그러니 배운 기술을 남에게 함부로 전수하지 않는 게 좋아요.=

“이해했습니다. 그럼 내일 8시에 오겠습니다. 갈롯 양, 잘 부탁드립니다.”

=네. 수강에 필요한 교보재는 이쪽이 준비하니까 몸만 오시면 돼요. 20일간 열심히 해봐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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