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173화 (173/813)

〈 173화 〉 169 성도 파르히스트

* * *

169 성도 파르히스트

환인은 안느의 저 흘러넘치는 영기가 무척이나 탐이 났다. 저 영기를 다 흡수하면 500명의 여자를 안은 것과 비슷한 영기 축적이 가능할 느낌이라고 할까.

“…….”

안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녀를 다시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핀다.

여러 가지 묘사는 접어두고 감상만 말하자면 근육이라는 점에서 완벽하고 아름다운 몸매다.

지구의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하는 그런 근육하고는 비슷하지만, 질적으로 다르다.

광택과 음영을 더 쉽게 주기 위해 태닝 작업이나 프로탄 작업을 한, 일반인의 시선에서 보자면 조금 과하다고 생각하거나 부담스럽다고 생각할법한 그런 근육이 아니라 그리스의 예술 조각가가 미의 관점에서 새긴 그런 근육이다.

안느를 바라보고 있자니 환인은 점차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저 육체를 안으면 어떤 느낌일까, 안느의 속은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기 시작한 거다.

‘이런걸 신경 쓰다니. 이 세상에 와서 나도 확실히 변했군.’

한국에 있을 때는 몽정을 하지 않을 정도로만 여자를 사서 안은 환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핏빛 위상석의 재생 효과를 받아 가며 하루에 5명씩, 돈으로 치면 천만 원씩을 쓰고 있다.

거기에 동료로 영입한 여자에게도 성적인 시선을 보내는 상황.

환인은 몸을 돌려 이제 자기 지정석이 된 거실 구석의 깔개 위에 앉아있는 비상에게 다가가 머리며 부리를 쓰다듬어준다.

그 순간 이실리테가 이상하다는 눈으로 환인을 돌아봤다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주방 쪽으로 몸을 돌렸다.

‘위험했군.’

안느도 6급의 무인이다. 자신이 보고 있었다면 눈빛에서 기분 나쁜 그런 것을 포착했을 테고, 마음이 상하거나 기분 나빠 했을 테지.

“…….”

일순 환인의 머릿속에 한가지 시나리오가 주르륵 흘러 지나갔다.

그리고 부모님께 교육받은 도덕을 바탕으로 인간적인 면에서 문제가 없는지 검토한다.

이 시나리오는 한국의 일부일처 문화와 법률로는 큰 문제지만, 이곳 니오네브레스의 루크랑 종족 문화와 법에서는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풍습, 최종적으로 이실리테의 반응 예상까지 계산해본 환인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 계획을 실행해서 얻을 수 있는 것.

그리고 잃을 가능성이 있는 것.

얻는 거라면 단연코 막대한 영기 탱크다.

저 가득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영기를 모두 흡수한 이후 다시 저만큼 차오른다면 더할 나위 없다. 차오르지 않더라도 저만한 양을 모두 흡수한다면 몇 달을 꼬박 대여섯 명씩 매일매일 안아야 얻을 수 있는 양.

하지만 환인은 시간이 지나면 안느의 영기는 다시 육체에 가득 찰 거라고 믿었다.

영기는 사람이 몸에서 만들어내는 일종의 에너지와 비슷한거니까.

잃을 것이라면 이실리테와 자신의 현재 관계다.

지금 이실리테는 자신을 연모와 흠모, 그리고 일부 사랑의 감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중이다. 다만 처음보다 저돌적인 면이 많이 사라졌는데, 아무래도 능력의 차이가 주는 자격지심이 원인인 것으로 보였다.

이때 이실리테를 제쳐놓고 안느를 먼저 안는다면 그 자격지심이 더욱 강해질 거다.

지금도 백려강이나 이엘카타와 자신을 비교하며 자기 자존심을 너덜너덜하게 만들고 있는데 안느와 자신이 잠자리를 가지면 그 너덜너덜해진 자존심마저 사라지겠지.

‘……상관없나.’

그건 이실리테를 안아주면 해결될 일이다.

환인은 결정을 내리고 팔짱을 낀 채 안느를 대놓고 바라보았다.

=……뭐야. 왜 그렇게 봐.=

그 시선에 안느는 뭔가 움츠러드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알몸으로 환인의 앞에 서있는 기분이었던 것.

안느는 과장되게 얼굴을 찡그리며 환인을 째려보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주눅 들거나 민망함에 고개를 돌렸을 테지만, 평범하지 않은 환인은 숫제 턱에 손을 올리고 미술품을 감상하는 갤러리처럼 진지한 눈으로 안느의 몸 구석구석을 살핀다.

=왜…… 그렇게 보는 건데…….=

창피하다. 뭔가 부끄럽다. 유방이 흉근으로 변하며 죽었다고 생각했던 마음속의 여성성이 다시 깨어나는 기분이다.

“네 근육이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근육이 그토록 아름답게 자리를 잡는 것은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일 텐데 말이야.”

=……뭐? 제정신이야?=

안느는 당황하거나 짜증 내는 게 아니라 어이없어했다.

일종의 자기방어 기재다. 순진하게 대응해서 마음에 상처 입기보단, 날 선 대응으로 벽을 쳐서 자기가 다치는 것을 막기 위한 자기방어.

환인도 그것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내가 자란 곳에는 보디빌딩 대회라는 게 존재하지. 온갖 운동으로 근육을 만들어 자신이 아름답다고 세계에 자랑하는 대회다. 그 대회에는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도 출전하는데…….”

=…….=

“근육의 형태나 밀도만 보면 너보다 더한 사람들도 많다. 키 150cm에서 180cm 사이의 사람이 너 같은 근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봐라.”

=……그건 좀.=

진심으로 찜찜해 하는 표정에 환인이 작게 웃으면서 거실의 자기 자리로 가서 앉는다.

“내 눈에는 그런 사람들보다 네 근육이 몇 배나 아름답게 보인다고 말하는 거다. 이를테면 아름다움을 대리석에 새기는 조각가가 심혈을 기울여 조각한 예술품이라고 할까.”

=…….=

연이어 흘러나오는 환인의 찬사에 안느는 조금 불편하면서도 가슴 속이 살짝 간질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평생 굴레나 족쇄로 여긴 몸인데 이런 몸뚱이도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봐주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다.

하지만 그뿐이다. 자신은 근육의 육체미보다 여성적인 매력이 더 좋으니까.

=그런 식으로 말해준 건 대장이 처음이야. 말만으로도 고맙네.=

기막혀하고 굳어있던 표정이 살짝 풀리는 것을 본 환인은 작게 웃음 지었다.

저녁을 먹고 이실리테의 저녁 훈련까지 마친 환인은 뜨거운 물에 목욕한 뒤 2층의 자기 방으로 올라왔다.

가벼운 차림으로 침대에 앉아 안느가 씻고 올라오길 기다리며 영혼 구슬이 은은한 빛을 흘리는 왼팔을 만지작거린다.

「까르르르.」

「히히히.」

「꺄아아~.」

정신을 집중하면 이제는 핸들링하지 않아도 정령의 목소리가 희미하게나마 들린다.

영혼의 교감력이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영혼 능력이 성장하면 어떤 식으로 개화할까.’

갑자기 정령이 보이게 된 것을 생각해보면, 최하급보다 더 높은 등급의 강령을 펼칠 수 있게 해주는 정령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급 정령이 보이게 되면 전력은 더 높아질 것이다.

“…….”

전력이라고 하자 감옥 미궁의 함정이 생각난다.

감옥 미궁을 19층까지 돌파하려면 이번에는 함정 해체 기술이 있는 직업자를 알선받는 것이 좋겠지.

다만 감옥 미궁이 언제 재개방될지 모르니…… 내일부터는 함정 해체 기술을 가르쳐주는 곳을 찾아볼까.

감옥 미궁을 생각하며 침대에서 정신 집중과 명상을 하고 있으니 아래층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이슬아. 나 먼저 올라간다.]

[주인님 훈련 도와드리러 가는 거지?]

[어어. 좀있다 봐.]

[응. 수고해.]

이어 삐거억­ 삐걱­ 계단을 밟는 소리가 점차 커지다가 쿵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대장. 들어가도 돼?]

“들어와라.”

덜컹, 문이 열리며 배와 배꼽이 보이는 옅은 베이지색 끈 민소매 비슷하게 헐렁헐렁한 옷과 흰색 반바지를 입은 안느가 들어왔다.

하얀색 바지 못지않은 맨살의 피부가 재차 눈에 들어오며 핏줄 하나, 잡티 하나 보이지 않는 매끈하게 각 잡힌 하얀 근육이 눈에 강렬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그런 환인의 시선을 느낀 안느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얇은 이불을 들어 환인을 덮어버렸다.

=눈빛이 이상해.=

이불을 걷어내며 자의식 과잉이라고 대답하려던 환인은 어쩐지 그 말만큼은 해선 안 될듯한 예감에 내용을 살짝 비틀었다.

“남자 방에 그렇게 얇게 입고 들어오는 네가 무방비한 거다.”

=…….=

그 대답에 말문이 턱 막히는 안느였다.

태어나서 한 번도 여자 취급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이런 날 여자 취급 한다고? 안느는 `제정신인가?` 하는 눈으로 대꾸했다.

=대장 진짜 이상한 거 알지?=

“어디가 이상하다는 거지.”

=날 여자로 대우해준다는 거 자체가 대장의 눈이나 머리를 의심해봐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양반다리로 침대 밑에 앉은 안느는 자신의 눈높이가 침대 위에 앉은 환인과 비슷하다는 것을 손짓으로 보여주며 ‘안그래?’ 말없이 묻는다.

확실히……. 침대가 낮은 편이라곤 해도 키 차이만 30~40cm 이상 차이나니까.

환인은 속으로만 수긍하고 입으로는 다른 말을 꺼냈다.

“나는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않는다. 내 눈에는 여자로 대우받고 싶지만 외모 탓에 그러지 못하고 남자처럼 행동하는 불쌍한 여자가 보일 뿐. 그래서 여자로 대하는데 이런 내가 이상하다는 건가.”

다시 말문이 막힌 안느는 입만 뻐끔거리다가 얼굴을 슬쩍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역시 대장하고 말씨름 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야.

이러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한 안느는 순간 겁을 집어먹고 말을 돌렸다.

=아, 아무튼 훈련은 어떻게 할 건데? 그냥 성술을 펼쳐주기만 하면 돼?=

환인도 그 의도를 눈치챘지만, 너무 한 번에 밀어붙이다간 자기 허벅지 굵기만 한 저 팔뚝에 얻어맞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한발 물러섰다.

“그래. 내가 신호하면 그때부터 계속 성술을 쓰면 된다. 다시 신호를 보내면 멈추고.”

일단 시나리오에 맞춰 찔러본 성과는 있었다. 생각보다 안느의 방어 기제가 단단하지 않다는 걸 간파한 것이다.

조금 강하게 나서면서 달래주고 다독여주고 그녀가 겪었을 고통에 공감해주면 마음을 금방 열 수 있을 느낌.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겠지.’

안느는 현재 이실리테를 뒤에서 응원해주고 백업하는 것으로 마음먹은 상황이다.

더욱이 소꿉친구처럼 친해진 상태. 이때 안느를 먼저 무장해제 시킬 경우 안느의 죄책감이 파티에 불협화음을 초래할 수 있다.

이실리테는 신경 쓰지 않겠지만…… 아니, 신경 쓰겠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을 텐데 안느는 친구가 사랑하는 남자를 건드렸다는 죄책감과 자괴감에 휩싸일 것이다.

그 결과는 안느의 파티 이탈로 끝맺을 터.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환인이 입을 열었다.

“시작하지.”

=응.=

손을 들어 신호를 보낸 환인은 길레스=벡슬이 화염 부적을 썼을 때 느꼈던 감각을 재차 떠올리며 안느가 펼치기 시작하는 성술을 받아들여 나갔다.

=대장. 이걸로 끝이야.=

“그런가. 고생했다.”

=어어. 후우, 이거 은근히 힘드네. 계속하면 나도 훈련이 되겠는걸.=

1시간 가까이 꾸준히 비문을 외우고 위상력을 끌어올려 두 손으로 특정 동작을 펼치며 성술을 쓰던 안느는 생각보다 연속 주문 시전이 힘든 일임을 깨달았다.

믿을 수 없게도 똑같은 주문을 외우던 중 갑자기 혀가 꼬여 주문이 실패하는 일도 있었고, 뭔가 손발이 어지러워지는 느낌에 위상력을 조절하고 배분하는 것을 실수해서 주문에 실패하는 일도 있었다.

우연히도 자신의 약점을 발견한 안느였기에 1시간의 훈련 도우미 역할에 크게 만족했지만.

=대장은 어때? 효과가 있어?=

“……단시일 내에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 같군.”

환인은 애매함을 느꼈다. 위상류를 자극하는 느낌이 생각보다 더 없었던 것이다.

‘회복이나 보조보다 공격 쪽이 더 위상류를 자극하는 건가.’

아니면 마음가짐의 차이일 수도 있다. 그때는 길레스=벡슬을 잡기 위해 엄청난 집중을 하고 있었으니.

현재로서는 알 수 없었기에 그런 내색은 하지 않고 안느에게 수고했다 말한 뒤 다시 정신 집중 훈련을 재개했다.

일단 집중력을 좀 더 끌어올려 볼 생각이었다.

안느는 그런 환인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조용히 일어나 방을 나왔다. 그리고 손바닥을 펼쳐 부채처럼 얼굴에 대고 부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환인의 방에서는 생전 맡아보지 못했던 냄새가 났다.

루크랑 남자들의 찜찜하고 구린 냄새가 아니라 뭔가, 살짝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냄새. 동족 남자들의 숲속 향기와도 다른, 뭔가 자신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싶어지게 만드는 냄새.

……걱정이네. 이래서야 당장 내일 훈련부터 지장이 생기겠는데.

근심을 안고 방으로 돌아가자 바닥에 자신의 이부자리를 펼쳐놓고 침대에 앉아 글공부에 여념인 이실리테가 눈에 들어왔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책을 잠시 내린 이실리테가 웃는다.

=주인님 훈련 도와드리느라 수고했어.=

=응…….=

=이불 펴놨으니까 쉬어. 주인님 훈련을 따라가려고 하면 조금 많이 힘들 거야.=

=고마워.=

생긋 웃는 이실리테를 본 안느는 가슴 한쪽이 꾸욱, 조이는 것을 느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친구를 도와주겠다고 해놓고 정작 내가 빠져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하지만…… 하지만 나 같은 덩치를 매력적이라고, 여자라고 봐주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대장 말고 그런 사람이 있을까?

‘없겠지.’

자신을 영입하러 온 날 대장 본인도 직접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선천적으로 감정이 다른 사람에 비해 결핍되어있다. 다른 사람의 보편적인 마음은 공감하지 못하지. 지식으로서 이해만 할 뿐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과 공감대가 조금 다르기에 자신도 여자로 봐주는 거지, 아니었다면 여자로 봐줄 일이 없다는 뜻이잖아.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머리로는 친구를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슴은 환인을 놓치면 남은 평생 남자와 인연이 없는 삶으로 살게 될 거라고 외치고 있다.

이부자리 위에 벌렁 드러누운 안느는 머리와 가슴의 트러블에 나뭇결의 천장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책으로 글공부 중이던 이실리테는 그런 안느를 몰래 훔쳐보며 생각에 잠겼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안느의 모습은 하녀 기술원을 나온 직후의 자신과 행동이나 반응이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그 말은…….

‘역시 안느도 주인님한테 빠지고 있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안느도 여자고, 여자인 이상 주인님을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좋아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안느와 처음 인사를 나누었을 때부터 안느에게 여성성을 느꼈던 이실리테는 확신하고 있었다.

길고 짧음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든 안느도 주인님한테 반해버릴 거라고 말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안느가 환인을 좋아하게 된 듯한 모습에 이실리테는 속마음이 조금 복잡해졌다.

백려강도, 이엘카타라는 사람도 주인님을 좋아하는 건 확실하지만, 주인님의 옆에는 없다. 그에 비하면 자신은 주인님의 옆에서 주인님의 시중을 들고 있다.

두 명은 자신보다 훨씬 능력도, 재력도, 배경도 뛰어난 사람이지만 그래도 자신만이 주인님의 곁에서 주인님을 모시고 있었기에 우월감으로 열등감을 메꾸고 있었는데…….

힐끔, 아직도 멍하니 천장만 보고 있는 안느를 본다.

안느는 재력도 그렇고 지식도, 배경도 평범한 집 자식은 아닌게 확실하다. 능력은 무려 성술사와 투사의 혼합형 희소 직업자.

더욱이 자신은 주인님을 도적질하려 한 도적 두목이었지만, 안느는 주인님이 직접 픽업해온 동료다.

입장부터가 다른 셈.

‘휴우…….’

주인님의 치명적인 매력을 깨달은 뒤부터 이런 일이 있을거라 막연하게 생각해왔기에 큰 충격은 받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마음이 복잡하다.

안느가 성격이 나빴다면 자신도 그에 못지않은 성질머리를 보여줬을 텐데 안느는 조금 괄괄하고 활달할 뿐이지 착한 사람이다.

하녀라고 소개한 자신도 친구로 생각해주며 주인님과 사이좋아질 수 있는 이것저것을 가르쳐주고 훈련도 도와주고 있다. 그런 착한 사람에게 어떻게 성질을 부릴까.

‘그냥…… 내가 물러서고 주인님하고 안느가 맺어지게 도와줄까?’

주인님은 안느의 외모에 신경 안 쓰시는거 같으니 내가 도와주면 잘 어울릴거 같기도 하고……. 그야 자신보다 안느가 더 주인님을 잘 지킬 테니까 말이다.

‘후우…….’

‘으으으. 진짜 어떻게 하지.’

두 여자의 고민이 깊어져만 가는 밤이었다.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