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169화 (169/813)

〈 169화 〉 165+ 성도 파르히스트

* * *

=도착했습니다~. 요금은 2열철화예요~.=

“여기 있습니다.”

=요금 받았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환인 일행은 소장원으로 빠르게 복귀하기 위해 시중 마차를 불러 탑승했다.

시중市中 마차는 하반신이 말인 인마족 여성이 1인승이나 2인승 마차를 말의 몸에 메고 도시 안을 돌아다니는, 지구에 비유하자면 인력거와 택시의 중간쯤에 존재하는 독특한 이동 수단이었다.

일단 말이 통하니 쿠에 마차보다 안정감이 높고, 마차도 작은데다 마부도 필요 없으니 요금도 좀 더 저렴하다.

무엇보다 아루루나 효고처럼 행정관에서 허가받아 영업하는 사람들이라 불법과 거리가 멀어 친절한 것도 장점.

그런 시중 마차 2대를 불러 안느는 혼자 태우고 환인은 이실리테와 동승해서 집에 도착한 환인은 짐을 정리하기에 앞서 그녀들을 불러놓고 설명했다.

길레스=벡슬의 존재와 두 명이 이형종을 잡으러 돌아다닐 동안 그의 영혼을 심문해 알아낸 것, 미궁 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게 된 연유 같은 것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수습해서 미궁 밖으로 가져온 시신 중에 아무래도 파르히스트 성주와 연관된 인물이 있는 것 같다는 거다.”

=헉. 진짜?=

자이언트 워 해머와 자이언트 타워 실드를 내려놓던 안느가 뜨악한 얼굴로 되묻는다.

“가능성은 90%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주인님이 그렇게 생각하셨다면 확정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다들 아직 어린아이던데 어쩌다가…….=

이실리테는 채 성인이 되지 못한 애들이 죽었다는데 작게 안타까워했을 뿐이지만, 안느는 아직 환인이 더 꺼내지 않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긴장을 풀지 않고 물었다.

=어, 그런 이유때문에 대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건 아닌 거 같은데? 내 말 맞지?=

“그래. 첫 번째로 우리는 모르고 있지만, 길레스 벡슬의 팸이 그녀들의 죽음에 기여한 바가 있을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길레스 벡슬은 크라버리의 성을 받지 못한 방계 중의 방계라지만 크라버리 성주의 피를 어쨌든 잇고 있으며 기사단과 파르히스트 상층부가 그런 길레스 벡슬을 주목하고 있었다. 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나.”

이실리테 너라면 잘 알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까지 들은 이실리테의 호박색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자기방어를 위해 호족을 해쳤던 경험이 있던 이실리테의 얼굴색이 흐려진다.

=길레스를 추적하겠네요. 하지만 길레스는 이미 죽었으니까…….=

“크라버리의 호족이 어떤 인물인지는 모르니 확답할 수는 없지만, 파르히스트의 성주는 틀림없이 크라버리에게 책임을 물으려 할 거다. 그러한 책임을 크라버리의 성주가 회피하려 하면 벌어질 것은 전쟁뿐이겠지.”

환인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깊게 기대며 작게 한숨을 내쉰다.

“전쟁 이전에 파르히스트 고위층 내부에서 적지 않은 소란이 벌어질 거다. 사정 청취를 위해 그녀들의 시신을 챙겨온 우리에게도 조사관이 찾아올 수 있지. 이게 내가 말한 중요하다는 점이다.”

=흠. 그냥 파르히스트를 뜨면 안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생각할만한 안느의 의견에 환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우리가 파르히스트를 떠나버리면 의심의 눈초리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어서 도망쳤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거네요…….=

“그래.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당당하게 도시에서 머무는 것 뿐이다. 그리고 찾아올지 모르는 아클라멘토 대학원의 사람들, 그리고 파르히스트 행정 쪽 사람들에게 의연하게 대처하는 일이지.”

환인의 설명에 이실리테와 안느는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불안하다거나 귀찮다는 기색을 비추었다.

그리고 환인은 일이 생각보다 스무스하고 부드럽게 잘 풀릴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재미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냉병기로 부딪치는 전쟁이라.’

수천, 수만 명이 몇 명의 이해관계 여부로 죽고 죽이는 대량 살육이 벌어지고 또 그걸 구경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살짝 흥분되기도 한다.

자신이 직접 참여하진 않겠지만 그만한 대량 살육을 멀리서 지켜보는 것마저 기대된다고 할까.

“그러니 너희 둘은 누가 찾와서 뭘 물어보든 이런 식으로 대응해라. 우선 이실리테 너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만, 저는 주인님을 모시는 하녀 겸 호위일 뿐이에요. 사실 그런걸 알 정도로 똑똑하지도 않고요.=

=으음. 이실리테 양은 그때 아무것도 보지 못했단 말씀입니까?=

=아무것도 보지 못한 건 아니지만 저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으니까요. 그 뒤에는 제 할 일에만 집중했을 뿐이라…… 죽은 분들이 아클라멘토 성립 대학원의 학생인 줄도 몰랐어요.=

=그러지 마시고 아무거라도 좋으니 생각나는 것을 말씀해주십시오.=

=주인님께 이야기 못 들으셨어요?=

=으음. 나크룩스 담당관님과 시라크 부대장님, 릭시위니 교수님을 통한 참고인 조사 자료는 봤습니다만…….=

=주인님이 하신 말씀을 그대로 보셨다면 그게 전부일 거예요.=

=하지만 이실리테 양.=

=조사관님의 당혹스러움도 이해하지만요. 제 상황도 이해해주세요. 저는 주인님을 만나기 전에는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던 멍청한 시골 계집이었어요. 지금 주인님을 모시는데 제 역량을 모두 쏟아부어도 벅찰 지경이라고요. 그런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아, 죄송해요.=

=으음. 아닙니다…….=

=아무튼 주인님을 호위할 싸움을 배우고 주인님이 드실 요리를 익히고 주인님의 수발에만 신경 쓰기도 벅차요. 다른 일에 기억력을 할당할 여력이 없어요.=

=휴우……. 알겠습니다. 시간을 빼앗아서 미안했습니다.=

=저야말로 조사관님에게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요.=

환인이 외출한다며 나간 사이 파르히스트 보안행정부에서 찾아온 사람은 소득 없이 물러갔다.

저런 조사관들이 얼마나 깐깐한지 알고 있는 이실리테였기에 놀라움은 두 배였다.

주인님이 말한 대로 ‘전 호위 겸 하녀라서 정말 아무것도 몰라요. 주인님 모시는 것밖에 관심 없거든요.’만 반복했더니 저 조사관이 아무런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돌아간 것이다.

물론 조사관도 이실리테의 언행에서 수상한 점은 일절 느낄 수 없었기에 물러났다. 만약 수상함이 느껴졌다면 시종일관 들러붙어 귀찮게 했을 거다.

그러한 판단을 내린 이유에는 역시 환인의 외모와 품행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조사관은 그날 참고인 자격으로 출두한 남자를 떠올리며 고개를 주억였다.

‘그런 남자의 하녀 겸 호위로 있을 수 있다면…….’

자신이라도 저 여자처럼 행동했겠지.

이실리테라는 여자는 밤마다 그 남자의 밤시중을 들면서 뜨거운 밤을 보내겠지? 부럽다. 진짜 부러워!

상황은 안느도 비슷했다.

=그러니까 안…… 앤 씨?=

=안느라고 부르면 돼. 조사관 양반.=

=예. 미궁에서 강도들과 조우하셨다고…….=

=응. 되게 기분 나쁜 놈들이었지. 솔직히 미궁 강도인 줄 알았다면 그 자리서 내가 뚝배기를 깨서 순두부찌개로 만들었을 거야.=

=……크흠.=

=왜? 이런 표현이 불편해? 난 땅신 교단의 성투사라고. 미궁에서 개짓거리하는 새끼들을 내버려 둔다는 게 치욕인데…….=

=예에. 그 심정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새끼들한테 이곳 도시 성주님의 친인척이 당했다며? 내가 열받아 죽는 것도 이해해줘야지.=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셨습니까?=

=어디서긴. 지금 도시 전체가 그 일로 시끌시끌한데… 몰랐어? 그럼 나랑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정보부터 취합해야 하는 거 아냐?=

=……….=

=아무튼 나는 잘 몰라. 그때 6번 방으로 해골 거인이 들어왔고 그 거인한테 온정신을 쏟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환인 씨는…….=

=오빠도 우리 도령하고 이야기를 나눠봤으니 알겠지만, 도령은 보통 사람이 아냐. 이런 말 하기 뭣하지만, 전란의 시대에 태어났다면 호족이 되고도 남았을 사람이라구. 지금이라도 직업자가 되면 성족님의 눈에 들어서 호족이 되는 것도 충분할 만한 천재란 말이야.=

=………….=

=그런 뛰어난 사람이 눈치채는 걸 보통 사람이 똑같이 눈치챌 거라는 생각은 좀 무책임하지 않아?=

=안느 씨도 6급 성투사시지 않습니까…….=

=그래. 싸우는 건 자신 있지. 싸.우.는.건.=

=후우우…….=

=협조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근데 진짜 난 아는 게 없어. 아, 1층에서 마주쳤던 그 새끼들 인상착의라면 알고 있는데 말해줄까?=

=아닙니다. 그자들의 정보는 다른 파티에서도 충분히 모았거든요. 아무튼 시간 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어, 잘가. 혹시 그 새끼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거나 토벌을 기획 중이라면 나한테도 알려줘. 참가할 테니까. 땅신 교단의 성투사로써 의무를 이행하고 싶고.=

=……확답은 드리지 못하겠군요. 그럼 이만.=

안느도 환인의 예언에 가까운 선견지명에는 또다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조언해준 대로 ‘1층에서 마주쳤던 그 미궁 강도 새끼들이 마음에 안 들어 죽겠다. 그거 말고? 아는 거 없는데? 대신 난 땅신의 성투사니까 그 강도들 조지는 거 협력해줄게!’ 태도를 고수했더니 질렸다는 표정으로 가버리지 않는가.

저런 조사관들의 특성이라면 약간의 의혹에도 찰거머리 같이 들러붙는 건데 그걸 이렇게 간단히 해결해버리는 대장의 머리는 대체 얼마나 좋은 걸까.

조사관들이 이렇게 나올 걸 다 예상하고 있었단 거잖아.

‘똑똑한 남자는 뇌가 섹시하다던데 그게 이런 걸 말하는 거였나?’

다른 세상의 여자들이 하던 말이 생각나 피식 웃는 안느였다.

그리고 안느가 가리킨 뇌가 섹시한 남자는…….

=하앙! 하악! 하윽! 하으윽!! 나, 나 가요! 가욧! 더는, 더느은 못 견…… 아아앙~!=

“저 같은 범생이는 10분 안에 싸게 만든다던 아가씨 아닙니까. 가긴 어딜 간다는 겁니까.”

=미안! 미안해요! 잘못했어요지금가고있으니까제발그만그만그…… 므아아앙~!!=

고급 창관에서 그동안 모으지 못했던 영기를 모으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일로 미룰 만큼 미뤘었다. 그리고 미궁 출입 제한이 걸린 데가 이제 더 할 일도 없는 만큼 남는 지금, 남는 시간을 영기 확보에 몰두 중인 것.

물론 생각 없이 여자들을 안으러 다닌 것은 아니다.

착실히 악성 루머와 어느 정도 진실에 기반한 소문을 섞어가며 유포하는 틈틈이 창관을 방문하고 있었다. 그전에는 참고인 자격으로 사정 청취에 출두하기도 했고.

=히익, 히히잉! 뿔, 뿔은 용서해쥬세요오옿……!=

환인은 가장자리가 예쁘게 휜 양의 뿔을 가진 고급 창부의 뿔을 잡고 구멍을 무자비하게 찌르고 있었는데, 대음순이 벌겋게 충혈될 정도로 박히고 있던 창부는 박히는 횟수만큼 절정에 오르고 있었다.

‘뿔이 성감대인가?’

그 덕분에 흥분하고 성감을 자극받을수록 영기를 수월하게 흡수할 수 있던 환인은 빠르게 영기를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이제 1인 1일 한계는 금방 흡수해버리는군.’

처음 율캄 마을에서 여자들의 영기를 흡수하는 데는 1명당 최소 1시간은 안아야 끝났었다. 하지만 그동안 안은 여자가 100명을 넘어서일까. 점점 1일 한계까지 영기를 흡수하는 데 드는 시간이 짧아지는 중이다.

양뿔 여자의 오늘치 영기는 진즉에 모두 흡수한 상태.

‘이번에는 30분이군.’

하지만 이곳 파르히스트 고급 창관, 살구꽃관은 로비에 대기 중인 여자를 지목하면 1시간, 3시간, 6시간 중 하나를 선택해 엔조이 타임을 보내는 시스템이다.

그중 1시간을 선택한 환인은 모래시계를 통해 아직 30분이나 남아있는 걸 확인하고 살짝 포동포동한 느낌의 쫀득한 여체와 결합을 해제했다.

=하악, 하악…….=

살았다는 듯이 하얀 피부가 복숭아처럼 달아오른 창부는 고양이처럼 엎드린 채 허벅지를, 허리를 흠칫 움찔거리며 숨을 헐떡인다.

그리고 엉덩이에 남자의 손이 올라온 것을 느낀 창부는 반쯤 우는 얼굴로 환인을 돌아보았다.

=또, 또 하시게요오?=

“시간이 아직 30분이나 남았고 저도 범생이라 그런지 아직 덜 만족해서…….”

=죄송해요! 범생이라고 놀린 거 사과드릴게요, 제발 살려주세요……!=

“음, 딱히 사과는 안 하셔도 됩니다. 상관없는 일이니까요.”

=흐이잉.=

자신의 골반을 잡아 똑바로 눕히며 다가오는 환인의 모습에 여자는 울상을 지었다. 더 하면 죽을거 같은데…….

이어 자신의 무릎을 잡고 벌리는 환인의 행동에 여자는 힘을 주며 버텨보았지만, 쾌감 절정에 잔뜩 시달려 지친 몸으로 남자의 힘을 이길 수 있을리 없고 더욱이 손님의 정당한 요청을 거부하면 패널티가 떨어진다.

결국 허벅지를 활짝 벌려 꿀이 흐르는 분홍색 골짜기를 드러낸 여자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말았다.

차라리 드실거면 자신을 맛있게 드셔주시길 바라는 여자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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