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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기담-163화 (163/813)

〈 163화 〉 159 우둔=고트모그의 감옥 미궁

* * *

지하 1층으로 내려온 환인 일행은 그대로 지하 2층을 향해 최단 거리로 이동했다.

그 와중에 방과 통로에는 이형종이 표현 그대로 득실거렸다.

잠깐 1층으로 돌아가 인간 사냥꾼을 전멸시키고 돌아왔을 뿐인데 방과 통로마다 적게는 세 마리, 많게는 일곱 마리가 뼈 소리와 그어어, 신음을 흘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하앗!=

콰자작­

바람처럼 빠르지만 대검의 묵직함을 고스란히 담은 중철 대검이 해골 늑대 두 마리의 두개골을 깨트리며 지나간다.

=흡!=

카가가각!

그 회전력과 원심력을 이용해 등 뒤를 덮치던 해골 원숭이를 대각선으로 올려 쳐 박살 내버린 이실리테의 눈이 허공을 비산하는 뼛조각을 빠르게 훑었다.

‘저것!’

이어 공중에 떠서 빙글빙글 도는 해골 원숭이의 두개골을 발견. 앞으로 튀어 나가며 내려쳐 산산이 조각낸다.

그렇게 세 마리의 해골을 삽시간에 해치운 이실리테는 고개를 돌렸다가 머리에 구멍이 난 채 쓰러져 미동도 없는 시체를 볼 수 있었다.

머리에 구멍만 난 채 얌전히 쓰러져있는 모습은 자신이 해치운 해골의 어지럽게 흩어진 흔적과 극단적으로 비교될 만큼 깔끔했다.

‘나도 주인님처럼 깨끗하게 싸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나……?’

이실리테는 아까 주인님이 한 말을 떠올렸다.

‘앞으로 체액을 뿌리는 좀비는 내가 맡겠다. 이실리테는 등장하는 스켈레톤 류를 전부 맡도록. 안느는 지켜만 봐라.’

그래서 해골이 나타나는 족족 나서서 싸우는 중인데 깔끔하고 빠르게 정리하는 주인님에 비해 자신의 싸움 방식은 너무 난잡하고 더러운 것 같았다.

그 생각을 읽은 안느가 이형종의 정화를 끝내고 다가와 흐 웃으며 이실리테의 어깨를 두드렸다.

=대장의 공격은 전부 효율을 극대화한 거야. 짧고 간단한 행동으로 적의 목을 따고 분쇄하는 공격이지. 그 말은…….=

전투라는 행위의 전문가 정도는 되어야 시도해볼 수 있는 혼연일체의 자세이며, 대가는 되어야 지금 대장이 보여주는 행동을 따라 할 수 있을 거라고 설명해준다.

=안느도 못해?=

=난 이제 전문가의 영역에 발끝만 걸친 수준이야. 대장의 수준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지.=

힐끔, 허리에 손을 올리고 딴 데를 보고 있는 주인님을 훔쳐본다.

=……나는 어느 정도일까?=

=기술의 숙련 단계는 보통 다섯으로 분류한다는 거 알지? 무관계자, 초보자, 숙련자, 전문가, 대가. 넌 초보자와 숙련자 그 사이라고 보면 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솔직한 지적이 날아오자 조금 풀죽은 이실리테였다.

1층에서 인간 사냥꾼들과 싸울 때 셋을 상대로 몇 번 공격을 허용한 게 무척…… 자존심도 상하고 주인님 볼 면목도 없고 그렇다.

주인님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어른과 갓난아이 정도의 차이였다.

주인님의 공격과 방어만 봐와서일까, 인간 사냥꾼들의 공격과 방어는 말 그대로 손바닥 안처럼 훤히 보이는 수준이었음에도 공격을 허용한 이유는 설마 저렇게 한심한 공격을 할까 싶었던 것과, 세 명에게 포위당해 한순간이지만 당황했기 때문이었던 것.

‘주인님이 미리 조심하라고 경고까지 해주셨는데…….’

그런데도 자신은 공격을 허용해버렸다.

은신해있던 엽사의 습격은 가볍게 막았지만, 고작 2급인 놈들의 협공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자책이 자꾸만 이실리테의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미궁 감옥 지하 2층]

지하 2층으로 내려온 환인은 일행을 이끌고 방과 방 사이를 이동하며 말했다.

“안느, 미궁이 시체를 어떻게 정리하는지 알고 있나.”

=사람이 안 볼 때 이형종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시체도 비슷하게 먹어 치운다고 알려졌어.=

“그렇군.”

환인은 지하 2층의 지도를 머릿속에 떠올려보며 시체를 유기할 적당한 구조를 검색했다.

‘막다른 방은 두 군데인가. 북쪽 구역과 서쪽 구역…… 서쪽이 바로 옆이군.’

서쪽 구역의 막다른 방은 캠핑하기 위한 최적의 요소와도 직결되는 곳이었다.

계단과 가깝고 통로도 외길이라 막다른 방에 시체를 넣어놓은 뒤 문을 닫아놓으면 말 그대로 밀폐되어버리니까.

그에 비하면 북쪽은 캠핑 장소로서는 별로 추천하지 못하는 장소.

“…….”

결정을 내린 환인은 일행을 이끌고 마주치는 해골과 시체 이형종을 해치우며 지도에서 10번으로 표기된 방에 도착했지만.

=…….=

=…….=

“선객이 있었군요. 실례했습니다.”

족히 하루를 넘게 캠핑한 듯, 모닥불을 둘러싸고 있던 4명의 남녀가 긴장한 모습으로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빠르게 사과하며 물러났다.

=흠. 그 자리가 명당이었던 거 같네.=

“통로도 하나뿐이고 근처에 계단도 있고 막힌 방도 너머에 하나 있고. 정석적인 캠핑 포인트지.”

남은 곳은 북쪽 구역의 6번 방뿐인데 거긴 서쪽보다 환경이 안 좋다.

방에 고정되어있지 않고 돌아다니는wandering 이형종이 갑자기 난입할 수 있는 걸 생각해보면 문의 숫자는 적을수록 좋은 법.

그런데 6번 방은 10번 방 다르게 문이 4개나 된다.

‘지하 3층은 문이 아예 달리지 않은 개방형이고…….’

작게 고개를 흔든 환인은 6번 방을 향해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중간에 잠긴 문이 두 개 나왔지만, 오는 길에 마주쳤던 걸어 다니는 시체의 주머니에서 획득한 열쇠를 쓰자 문제없이 열렸다.

진짜 문제는 또 다른 함정 문이었다.

=주인님. 여기 좌우에 구멍 같은 게 있어요.=

=여기서 화살이나 침 같은 게 나오겠네. 독침이나 독화살일 수도 있겠는데?=

“한쪽은 발사구, 한쪽은 회수구인가.”

지도에 함정 문이라고 표시된 것 앞에서 환인은 미간에 살짝 힘을 주었다.

이거, 생각보다 함정이 더 걸리적거린다.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함정의 위험도가 오를 텐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감옥 미궁 앞 광장에 엽사들이 많은 이유가 있었군.’

웨이포드의 미궁 앞보다 엽사가 족히 몇 배나 많았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겠지.

=대장, 어떻게 해?=

“어쩔 수 없군. 물러서라.”

일행을 뒤로 물러나게 한 환인은 안느에게 방패로 앞을 가리라고 지시하고 영혼 폭발 한 발을 날려 문에다 터트렸다.

쿠쾅!

충격에 밀려 나온 공기가 두꺼운 나무 문과 좌우 벽을 두들긴다.

그 진동에 함정 스위치가 작동했는지 끼리릭­ 기계 구동음과 함께 문 앞 좌우 벽의 구멍에서 장침 같은 것이 퓩퓩퓩 쏘아져 나온다.

하지만 폭발로 기관이 망가졌기 때문일까. 계속해서 발사되지 않고 어딘가 걸린 것처럼 털털털 소리가 나면서 침은 더 발사되지 않았다.

콰광!

재차 영혼 폭발을 터트렸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들어가지.”

=우와, 엄청 무식한 방법이네.=

안느가 킥킥거리며 방패를 앞세우고 방으로 진입하고 이실리테도 쓴웃음을 지으며 그 뒤를 따른다.

오로로롱­!

=대장. 식시귀 한 마리야.=

“그래.”

식시귀가 철벽같은 안느를 향해 뛰어들려 했지만, 그보다 환인이 영혼 화살로 머리를 꿰뚫는 것이 더 빨랐다.

퍼벅, 일직선으로 연속 두 발이 같은 자리에 꽂히자 쭈글쭈글한 머리통이 수박처럼 퍽­ 터져나가며 풀썩 쓰러진다.

=와, 보이지도 않는데 기감에 따르면 속도는 화살보다 더 빠르고. 그 기술 진짜 사기네.=

“위력은 화살보다 못한 편이다.”

=하지만 재사용 대기시간도 없잖아. 대장의 능력이 성장하면 위력도 따라 늘어날 테니 술사들이 보면 부러워서 침을 질질 흘리겠는걸.=

두 번 연이은 폭발음과 식시귀가 낸 소음 때문일까.

쿵, 쿵­ 쿵­

이실리테의 목소리 사이로 진동이 점차 강해지는 것을 느끼곤 동쪽 아치형 통로로 시선을 돌렸다. 직후 안느보다 더 거대한 인간형 해골이 통나무 같은 나무토막을 쥐고 방 안으로 들어선다.

안느의 자이언트 워 해머의 헤드만큼이나 거대한 두개골. 폭사하듯이 흘러나오는 적색 안광. 그리고 백색의 굵은 뼈 동체를 감싼 적색 아우라.

콰그그극.

벽에 얹은 뼈다귀 손이 오그라들며 벽을 한움큼 뜯어내는 모습에 안느가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오, 대장! 미궁의 중핵이야!=

“……중핵이라고?”

중핵中?, 다른 말로 미궁의 야장??.

웨이포드에서 얻은 지식에 따르면 중핵은 미궁 최하층에서 미궁의 심장이라 불리는 심핵??을 지키기 위해 배회한다고 한다.

미궁을 부수기 위해서는 미궁의 최하층에서 저 중핵과 심핵 두 개를 파괴해야 하는데.

“최하층에 있어야 할 중핵이 왜 여기에 있지?”

=……그러게?=

“중핵은 확실한 건가. 나는 본 적이 없어 모른다.”

=확실해. 적색 아우라는 심핵의 힘을 받으며 쌓인 중핵의 가장 큰 특징이니까.=

그렇다면 중핵이 맞겠지.

환인의 시선이 그르르륵, 뼈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오는 해골 거인을 낱낱이 살핀다.

저 골격의 형태. 어깨 폭과 다리와 팔의 길이. 그리고 키.

저 뼈대에 살점과 가죽을 덧씌우자 환인의 머릿속에 한 번 싸워본 반전 개체가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틀림없다. 저 해골은 우르거의 해골이다.

해골은 짐승 형태만 나타난다고 하지 않았었나?

으어어어어­!!

그때 해골 거인이 통나무 몽둥이를 바닥에 쾅, 쾅 내려치며 대기를 진동시키는 포효를 지른다.

안느가 그 포효에 반응해 자이언트 타워 실드를 앞세우며 해골 우르거를 향해 걸어가려 했지만, 환인이 그런 안느의 팔을 잡으면서 이실리테를 불렀다.

“이실리테. 네가 싸워라.”

=네!=

즉시 중철 대검을 꺼내 쥐며 앞으로 달려 나가는 이실리테. 그걸 본 안느가 황당해하며 환인에게 소리친다.

=뭐? 잠깐, 중핵이잖아! 어떻게 이실리테 혼자 싸우라는 거야! 여기가 4급 미궁이니까 저것도 4급일 거라고!=

“지금의 이실리테라면 할만하다.”

환인은 짧게 대꾸하면서 최하급 강령을 이실리테에게 걸어주었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에 영혼 화살과 영혼 방패를 장전하고 켈틱 돌도끼도 손에 든 채 언제라도 끼어들 수 있도록 준비한다.

안느는 잠깐 기가 막혔지만, 일단 파티 리더가 내린 결정이었기에 지켜보겠다고 생각하며 품에서 땅신의 징표를 꺼내 위상력을 집중했다.

그러자 손아귀 속에서 주황색의 빛이 얼핏 흘러나왔다가 이실리테의 중철 대검으로 날아가 스며든다.

대검의 날에서 약한 주황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이실리테가 곁눈질 할 때 그녀의 귀로 안느의 설명이 날아들었다.

=무기에 약한 성 속성을 부여했어! 없는 것보단 나을 거야!=

=고마워!=

우으어어어­!!

해골 거인은 자신의 앞을 혼자 막아선 이실리테에게 분노한 것처럼 재차 포효를 지른다. 그리고 피곤죽을 만들어버리겠다는 듯이 뿌리가 고스란히 드러난 통나무 몽둥이를 천천히 치켜들었다.

이실리테도 눈을 부릅뜨고 차가운 분노를 일깨운다.

1층에서 벌였던 추태를 털어버릴 기회다.

환인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실리테는 자신이 공격받은 흔적을 훑고 지나간 환인의 시선에 큰 자책과 창피함을 느꼈다.

흥분은 금물이다. 차갑고 냉정하게. 이실리테는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해골 거인의 행동을 눈에 담는다.

이전에 한 번 싸워봤던 미궁 반전 개체, 우르거와 비슷한 체구의 해골 거인의 움직임은 그 우르거보다 한참 느렸다.

주인님은 이 공격보다 몇 배는 더 빠르다. 이 정도 쯤이야!

자신의 몸통보다 더 두꺼운 몽둥이가 내려꽂히는 궤적, 그리고 첫 공격 이후 이어질 패턴을 계산하며 이실리테는 해골 거인의 다리 사이로 뛰어드는 동시에 발목을 향해 매섭게 대검을 휘둘렀다.

위이잉!

=……?!=

펄쩍 뛰어 공격을 피한 해골 거인의 모습에 이실리테는 깜짝 놀라면서도 튕기듯이 해골 거인의 아래에서 몸을 빼낸다.

쿠웅!!

직후 점핑 프레스처럼 큰 소릴 내며 주저앉은 해골 거인의 모습에 이실리테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멍청하게 있었다면 저 뾰족하고 무거운 뼈에 깔려 큰 상처를 입었겠지.

‘주인님, 감사해요!’

환인과 대련하다가 한 대 맞았다고, 혹은 뜻밖의 공격을 받았다고 멍청하게 굳어있다간 호되게 얻어맞는다. 그 때문에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습관이 들었는데 그 덕에 저 점프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저 공격으로 이실리테는 깨달았다.

움직임은 느리더라도 반응 속도는 빠르다. 즉, 주인님 앞에서 내숭을 부리며 싸울 상대가 아니다.

=이야아아압!!=

얼굴을 사납게 일그러트리고 기합을 크게 지르며 수천, 수만 번 휘둘렀고 해왔던 동작에 따라 등을 보인 해골 거인에게 달려들며 중철 대검을 내려친다.

돔형 천장 덕분에 아무런 저항 없이 빛살처럼 내려꽂히는 대검의 궤적.

이실리테의 눈은 해골 거인의 오른팔을 예의 주시하고 있었고, 계산대로 해골 거인이 자신을 향해 횡으로 통나무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을 보며 대검의 궤적을 약간 비틀어 잘라달라는 듯이 내민 해골 거인의 굵은 팔뚝뼈를 내려쳤다.

=으랴아아!!=

콰과광!!

안느의 성? 속성 부여가 걸린 대검을 주인님의 축복에 자신의 힘까지, 전력을 다해 내려쳐 땅에 처박았지만, 놀랍게도 부러지긴커녕 팔뚝뼈에 약간의 금만 갔을 뿐이다.

하지만 아쉬워하지 않았다.

‘기회!’

팔뚝을 크게 얻어맞으며 몸의 균형이 무너진 해골 거인을 등뼈, 어깨뼈, 머리뼈를 노리고 온 힘을 다해 맹렬히 후려친다.

콰과곽! 쾅! 꽈광!!

우, 우어, 우어어어­!!

해골 거인도 마냥 얻어맞기만 하지 않았다. 팔뼈로 두개골을 보호하는 한편 통나무 몽둥이를 든 오른팔을 마구잡이로 휘두른다.

하지만.

=으아아압!!=

쾅! 콰과광! 꽝!!

이실리테는 그렇게 휘둘러지는 통나무 몽둥이를 일일이 쳐내며 심장이 터져라 수십 킬로그램이 나가는 중철 대검을 나뭇가지 휘두르듯 미친 듯이 휘두르고 베어내고 때린다.

마치 은색 빛살이 무수하게 쏟아지는 것처럼 보일 만큼 이실리테의 맹공을 보며 안느가 탄성을 흘렸다.

=와우. 이실리테도 루크랑의 야성을 숨겨두고 있었네.=

맨날 대장 앞에서 조신한 고양이처럼 굴더니.

힐끔, 허리에 손을 올리고 전투를 주시하고 있는 환인을 본 안느가 물었다.

=대장이 보기에 어때?=

“배운 걸 그럭저럭 잘 써먹고 있군.”

=그럭저럭……?=

안느의 안목에 지금 이실리테는 자기 급수에 맞지 않는 무위를 뽐내는 중으로 보였다.

겉보기에 가련한 처녀가 자기 키를 훌쩍 넘어가는 대검을 젓가락처럼 휘두르며 자기보다 2배 가까이 큰 해골 거인을 몰아붙이고 있는 거다.

일종의 감동까지 주는 광경인데 그럭저럭이라니.

안느는 환인의 엄격함에 혀를 내둘렀지만, 환인이 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은 싸움이다.

잘 살펴보면 해골 거인이 공격할 때마다 뼈와 뼈 사이의 마디가 늘어났다 줄어든다는 걸 알 수 있다.

공격할 때는 공격하는 팔과 다리의 관절이 바짝 붙어 강직도를 올리고 반대쪽은 상대적으로 느슨해진다. 그 말은 뼈와 뼈 사이를 이어주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

뼈를 부수려 하지 말고 힘과 수십 킬로그램의 무게에서 나오는 대검의 파괴력으로 관절 부위를 노린다면, 페이크를 넣으면서 공격하지 않느라 느슨해진 뼈마디를 노리면 순식간에 팔다리를 끊어내고 무력화할 수 있을 텐데.

“그래서 그럭저럭이라고 하는 거다. 전투할 때 누누이 대상을 분석하고 파악하라고 이야기했는데…….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그걸 들은 안느는 그야말로 떫은 대추를 씹은 얼굴이 되었다.

자신도 환인이 지적한 것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게 말로는 쉽지! ……아니 대장이라면 말한걸 실행해버릴 거 같기도 하고…….’

자신도 환인이 말한 것을 실행에 옮길 자신이 없었기에 이래저래 머리가 복잡해지는 안느였다.

=끄아아압!!=

첫 공격에서의 우세를 이용해 폭풍처럼 몰아치던 이실리테가 괴성 같은 기합과 함께 관자놀이에 실핏줄이 돋아날 정도로 힘을 주어 대검을 대각선으로 후려친다.

콰지직!

그 결과 해골 거인의 오른팔을 부러트리는 데 성공한 이실리테.

첫 일격에 금 간 부분만 집요하게 공격한 성과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실리테는 무호흡으로 눈에 핏발이 설만큼 전력을 다해 해골 거인을 난타했다.

수십 킬로그램의 무게와 축복을 받은 강대한 근력이 만들어내는 충격은 해골 거인이 몸을 가누지 못하게 만들었다.

고막이 터질 정도로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타격음이 수 분간 이어진다.

그러한 난타 끝에 무릎이 박살 난 해골 거인이 쿠웅! 굉음과 함께 다른 쪽 무릎을 꿇고 손뼈로 바닥을 받친다. 그 순간…….

쿠어어엉­!!

모아놓은 에너지를 방출하듯 강한 붉은색의 충격파가 해골 거인을 중심으로 터져 나왔고.

=하아앗!!=

이실리테는 날카로운 올려 베기로 그 충격파를 갈라버린다.

갈라진 파도처럼 핏빛 충격파가 둘로 쪼개지는 걸 목격한 안느가 =와우.= 탄성을 질렀다. 그만큼 깔끔하고 아름다웠던 가르기였던 것.

‘무의식중에 한 건가.’

이실리테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도 모른 채 이어서 한 걸음을 내딛으면서…….

=아아아압!!=

적당한 높이로 내려온 머리뼈를 진심과 전력을 다해 내려쳤다.

콰곽, 대검이 해골 거인의 두개골을 1/4가량 파고들다 멈춘다. 마치 단단한 나무 장작에 도끼가 끼인 모양새다.

으어어어어­!

한 팔밖에 남지 않은 해골 거인이 괴성과 함께 두개골을 맹렬하게 흔들며 이실리테를 떨쳐내려 하지만, 이실리테도 온 힘을 다해 버틴다.

그렇게 힘겨루기에 들어간 이실리테는 하얀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두 팔에 힘을 주며 대검을 찍어누르기 시작했고 해골 거인은 그 힘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목뼈와 두개골에 온 힘을 다하는 중.

이실리테의 머릿속에 불이 켜졌다.

눈동자가 재빨리 주변을 훑는다. 그리고 눈을 한차례 번뜩이고는 해골 거인이 밀어 올리는 힘을 이용.

=흐아아아압!!=

왼쪽 다리를 벽 쪽으로 크게 내뻗으며 벽을 향해 해골 거인의 두개골을 끌고 가듯이 그림 같은 스윙 모션을 해나갔고…….

우으어어억­!

콰아아앙!!

해골 거인의 두개골을 검날에 끼운 채 그대로 벽을 후려쳤다.

=오.=

해골 거인의 단단한 머리뼈는 벽을 부술 듯이 파고드는 중철 대검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쪼개지며 벽 밖으로 튕겨 나왔다.

박살 나지 않고 쪼개졌다는 게 두개골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보여주는 결과다.

끄으어어어어엉……!

두개골이 두 조각 나자 해골 거인의 몸체가 절규를 지르듯 온몸을 비틀며 피부가 저릿저릿해지는 기파를 둥둥둥 내뿜는다.

살아생전 처음 보는 광경에 이실리테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춤거리면서도 대검을 움켜쥔 손에 힘을 풀지 않고 경계한다.

그러길 잠시 후.

기묘한 파장의 회오리가 해골 거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다 멈추었다.

방을 채우는 옅은 정적.

와그르르.

마네킹처럼 서 있던 해골 거인의 뼈가 쏟아져 뼈 무더기로 변하고나서야 이실리테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중철 대검을 내렸다.

해냈다. 혼자서 미궁의 보스를 해치웠어…….

주인님의 축복과 안느의 보조가 있었다지만, 보잘것없는 도적떼의 두목이던 자신이 무려 4급 미궁의 보스를 홀로 물리친 것이다.

1층에서 내려온 이후 줄곧 그늘이 져있던 이실리테의 마음이 맑게 개는 것과 함께 무언가 뭉클한 것이 터져나왔고, 그와 동시에 평온의 파동과 비슷한 느낌의 파장이 이실리테의 몸에서 크게 뿜어져 나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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