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9화 〉 145 성도 파르히스트
* * *
엘위드리스, 이엘카타의 성이다.
허리춤에 소울 스틱을 찬 환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문 앞에 서있는 여자를 살폈다.
뒤로 단정하게 땋아 내린 머리카락은 회백색을 띠고 있지만, 탈색을 한 건지 뿌리 부분이 약간 갈색이다.
옷도 회백색. 머리카락도 회백색.
회백색은 영혼의 색을 상징하는 색조.
저 색이 무엇을 뜻하는지 파악한 환인은 이실리테에게 물러나라는 눈짓을 보내고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제가 환인입니다.”
=엘위드리스 님을 수행 중인 로나 아우로라입니다.=
짧은 자기소개와 함께 허리춤의 벨트 파우치에서 초대장처럼 생긴 편지를 꺼낸 로나는 두 손으로 환인에게 공손히 내밀었다.
“…….”
편지를 받고 단정한 외모와 이엘카타처럼 길쭉한 귀에 눈길을 준 환인은 거실의 탁자로 돌아와 앉는다.
‘오는 길에 나름 신경 썼지만 수상한 점은 느낄 수 없었다. 그런 쪽으로 예민한 비상식량도 뒤를 밟히는 것을 몰랐다면…….’
추적과 관련된 기술일 테지. 초능력과 관계된 힘인가. 하지만 아우라는 없는데.
돌아갈 생각이 없는 것을 눈치챈 환인은 로나에게 말했다.
“들어오셔서 기다리시죠. 이실리테, 차 두 잔 부탁하지.”
=네, 주인님.=
엘위드리스는 누구고 저 사람은 누군지 조금 신경 쓰인 이실리테였지만, 자신의 본분은 주인님을 모시는 것이라고 재차 되뇌며 주방으로 들어간다.
그사이 편지를 개봉한 환인은 저번처럼 작은 별똥별이 팅 하고 튀어 올라 사라지는 것을 보고 편지지를 펼쳤다.
편지지 사이에서 툭 떨어지는 무언가를 자연스럽게 받아낸다.
‘……꽃?’
이엘카타의 머리카락 색과 흡사한 여섯 장의 노란 꽃잎.
씀바귀꽃을 닮은 야생화를 잠시 바라보던 환인은 편지지로 시선을 돌렸다.
[나의 님께.]
“…….”
[그곳에서 님을 목격한 저의 놀람은 형용 못할 수준이었습니다.
님과 일정이 겹친 이 우연은 그분께서 안배해준 작은 기적일까요.
몸은 가까우나 마음은 천리만리 멀게만 느껴지는 이 처지가 슬퍼 편지로 마음을 전합니다.
부디 님의 여정에 행운이 깃들기를.
부디 몸 건강히 뜻하는 바를 이루시기를.
그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해봅니다.]
짧은 글귀의 마지막에 찍힌 작은 점 하나가 이엘카타의 눈물 자국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떤 연유일까.
조금 가슴 속이 꿈틀하는 것을 느끼며 편지를 접은 환인은 마음에 걸리는 점을 입에 담았다.
“어째서일까요. 그녀가 바래마지않던 영혼사가 되었는데 편지만 보아서는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군요.”
=다수의 행복이란 소수의 희생 위에 성립됩니다.=
“소수의 행복을 위해 다수가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까?”
=…….=
로나는 환인의 질문에 심장이 찔린 듯한 느낌을 받고 말문이 막혔다.
“엘위드리스 양이 어째서 라드세아의 한 소도시에서 묘지기를 하고 있었는지, 영혼사로 각성한 뒤 어째서 여러분들의 수행을 받으며 이동 중인지, 어째서 가장 큰 바람을 이루었을 터인데 기뻐 보이지 않는지…… 저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엘위드리스 님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위해 가야 할 장소로 가시는 중입니다. 그것이 그분이 바란 것이며 선택한 것이기도 하고요.=
이 남자는 대체 무엇일까. 로나는 살짝 흔들리는 눈으로 환인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리깔았다.
“영도로 가는 것은 맞습니까?”
=틀림없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영혼 기사가 아니군요.”
=…그…….=
“그녀의 작은 협력자입니까?”
=……저기…….=
“그녀의 신분이 제 상상 이상이군요. 영도로 향하는 것은 본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한 노력입니까.”
=……!=
“엘위드리스 가문은 당신을…….”
=환인 님. 그만 하세요. 더 이상 깊게 파고들면 당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로나는 환인이 입을 열 때마다 가슴이 철렁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끼다가 다급히 그의 말을 잘라먹었다.
환인은 숨기고 싶은 급소를 찔린 사람처럼 당황과 당혹, 다급을 드러내는 것에 눈빛이 깊어졌다.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킨 로나가 말한다.
=원래는 이 편지도 전해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
=당신은 제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현명하며 시류를 깊게 읽으시는 분이신듯하니 제가 하고픈 말도 읽으실 수 있겠지요. 부탁드립니다. 이 편지를 끝으로 그분께 멀어져 주십시오. 다가서지 말아 주십시오. 그분을…… 흔들지 말아주십시오.=
딱딱하게 굳은 얼굴의 로나를 응시하던 환인은 시선을 내려 편지를 응시하다가 차를 가져오지도, 그렇다고 돌아가지도 못한 채 주방 입구에 서있는 이실리테를 불렀다.
“낮에 산 그것을 하나 가져와라.”
=넵.=
환인과 로나의 앞에 차를 내려놓은 이실리테가 재빨리 2층으로 올라가 축성 받은 마스크를 하나 가지고 내려왔다.
환인은 단검으로 능숙하게 바느질되어있는 귀걸이 부분과 내구성 보강을 위해 덧대놓은 천을 다 분리한 뒤 가장 부드럽고 촘촘한 천에 마도구 펜으로 단어 하나를 적어넣었다.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얌전히 깔개 위에 앉아있는 비상식량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묻는다.
“네 깃털이 한 장 필요하다.”
쿠엣? 쿠우.
가져가란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비상식량의 풍성한 가슴 깃털 속으로 손을 넣고 손빗으로 삭삭 훑다 보니 빠진 깃털 한 장이 손가락에 걸렸다.
적당히 귀엽고 보드라운 녹색 깃털. 그 깃대에 천을 묶어 로나에게 건네준다.
“그녀에게 전해주십시오.”
=…….=
녹색 깃털을 받아든 로나의 표정이 흐려진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보이는 얼굴.
환인은 로나 아우로라가 어째서 이엘카타에게 배정되었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이엘카타의 뒤에 있는 가문의 정체 모를 누군가의 의도도 함께.
평소였다면 여기서 ‘귀찮군.’ 속으로 생각하며 손을 뗐을 테지만, 편지를 보며 생겼던 가슴의 울렁임이 그 귀찮음을 억눌렀다.
그리고 살기에 가까운 존재감을 확 일으키며 아직도 표정이 음울한 로나의 풀네임을 나직하게 입에 담았다.
“로나 아우로라.”
=……?!=
흡?! 하고 놀라는 플뢰족 여자를 스산한 눈빛으로 응시하며 말을 잇는다.
“허튼 생각 말고 이엘카타 엘위드리스에게 메시지를 반드시 전해라. 만약 전해지지 않는다면…….”
흔들리는 로나의 눈동자를 조용히 응시하며 흘러내린 앞머리를 살짝 빗겨주며 속삭인다.
“너, 혹은 너의 소중한 사람은 죽어서도 평온과 안식을 절대 얻을 수 없게 될 것이다.”
=……!=
환인의 입가에 떠 있는 서늘한 미소에 한참을 굳어있던 로나 아우로라는 차가 차갑게 식고 나서야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까지 조용히 로나 아우로라를 응시하고 있던 환인은 착하다는 듯이, 그러나 따스함은 단 1g도 담지 않은 손짓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너도 나름 똑똑한듯하니 내 정체도 대강 깨달았겠지.”
=…….=
“가능하다면 나에 대한 것도 불문에 부쳤으면 좋겠군. 아, 이건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다.”
=아, 알겠……습니다.=
머리를 토닥여지고 있지만 로나는 도끼로 머리를 연신 찍히는 기분이었다. 어깨가, 허리가 저절로 떨린다.
“착하군. 그러면 돌아가서 그녀에게 조용히, 남몰래 전해주도록.”
작은 천이 묶인 비상식량의 깃털을 떨리는 손으로 받아든 로나 아우로라는 손수건으로 그것을 조심스레 감싼 뒤 벨트 파우치에 넣는다. 그리고 환인에게 허리를 숙인 뒤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집을 나갔다.
닫힌 문을 한동안 차가운 눈으로 응시하던 환인은 우물쭈물하는 이실리테와 비상식량을 보며 흐릿하게 웃었다.
“이실리테. 커피 한 잔 부탁하지.”
=아, 넷!=
후다닥 주방으로 달려가는 이실리테와 그 뒤를 쫓아가는 비상식량에게서 시선을 돌린 환인은 탁자 위에 놓인 이엘카타의 편지와 노란 야생화를 보다가 피식 웃었다.
소유욕이라니.
이성은 사람에게 발휘해야 할 욕망이 아니라고 판단을 내리지만, 알게 뭔가.
자신을 향해 그리움을 비추고 안위를 바라는 이엘카타의 편지가 그의 소유욕에 큰불을 질렀다. 환인은 이번만큼은 그 욕망에 따라 끝까지 가볼 셈이다.
‘힘을 길러야 할 이유가 점점 늘어나는군.’
평범한 사람이라면 여기서 ‘내 여자는 내가 지킨다!’하고 정의감에 불타면서 신전에 쳐들어갔거나, ‘나도 영혼사다!’하고 난입해서 이엘카타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백마탄 왕자가 되었겠지만.
자신은 그러기에 너무 냉정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환인이었다.
어차피 이엘카타는 영도로 가서 한동안 영혼사가 알아야 할 기술을 습득하고 구도자의 자세를 배우느라 시간을 보내겠지.
그 후 본가로 돌아가 이용당하든 스스로 순례행을 떠나든 할 테니 자신은 그때까지 힘을 기르고 인맥을 쌓아 기반을 마련하면 된다.
그리고 그녀를 정당히 소유하면 되겠지.
=주인님? 여기 커피에요. 이번에는 원두를 바짝 볶아서 강한 풍미를 내봤어요.=
“음…… 좋군.”
=헤헤.=
고소한 향과 탄내의 중간쯤. 절묘한 로스팅이 주는 향기에 만족하며 다시 생각에 잠겨 든다.
‘기반 마련이라.’
환인은 크타치난이 주고 간 증표와 시두르가 선물로 준 루비 브로치를 꺼내 탁자에 내려놓았다.
실질적인 무력을 확보한 뒤, 그러니까 영혼 구슬을 한 500개 정도 모으면…… 영혼 기술만으로 5급 정도 되는 이형종은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2번의 능력 확장을 겪었으니 각성했을 때 1급이라 치면 현재 3급 영혼사.’
500개쯤 되면 적어도 2~3번은 더 능력의 확장을 겪겠지. 3번의 성장을 겪는다면 6급 영혼사가 될테니 무력은 충분하리라 본다.
그때부터는…….
“…….”
환인은 진한 커피의 향을 즐기며 이후의 플랜을 간단하게나마 짜보기 시작했다.
다음 날은 외출하지 않고 아루루가 정보를 가져오길 기다리며 이실리테의 훈련에 집중했다.
처음 1시간은 평소처럼 환인이 공격하고 이실리테가 막거나 피하는 훈련을 진행했지만, 1시간 훈련을 끝내고 10분 휴식 중에 환인이 새로운 훈련 코스를 제시했다.
“이제 어느 정도 맞고 막고 피하는 데는 익숙해졌으니 공격하는 법도 익히도록 하지.”
=정말요?!=
아침 식사 시간에 아루루가 올 때까지 훈련에 매진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설마 공격술 훈련까지 한다니……!
이실리테는 크게 흥분했지만, 가슴에 손을 올리고 흥분을 가라앉혔다. 흥분해서 서투르거나 허튼 공격을 했다간 주인님이 실망하실 테니까.
“나는 강령을 쓰고 알아서 상대할 테니 넌 걱정 말고 전력을 다해라.”
=넷!=
아주 짧은 순간, 이실리테는 혹시 자신의 힘에 주인님이 크게 다치면 어떡하나 고민했지만.
퍽!
=꺄윽.=
첫 합에서 명치를 강하게 찍힌 순간 ‘아, 고양이가 호랑이 걱정했구나.’하고 반성했다.
처음에는 살짝 간을 볼 생각으로 대각선 베기를 했는데 설마 중간에 검면을 툭 쳐서 방향을 바꾸고 급소를 찌르실 줄이야.
“방금처럼 맥없는 공격을 하면 짜릿한 반격이 들어갈 테니 기억해두도록.”
=쿨럭. 넵!=
작게 기침한 이실리테는 일단 레심에게 배운 것과 비상식량과 대련하며 배운 공격법을 모두 환인에게 쏟아 넣었다.
각종 베기는 물론 돌진해서 들이받기, 근접 자루치기, 검면 때리기, 휩쓸기, 힘으로 검의 관성을 온전히 제어하며 급속 2연베기 등.
맞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온몸으로 공격한 결과, 레프트 훅에 턱을 얻어맞은 이실리테는 가벼운 뇌진탕을 일으켜 풀썩 잔디밭에 엎어졌다.
그리고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
‘으어어. 주인님은 창술하고 방어술 말고 체술도 잘하시는구나.’
턱을 맞았을 땐 순간적으로 1초가량 의식이 끊겼는데 1초 뒤에는 세상이 막 흔들려서 일어설 수가 없다.
“상대가 무기를 들었다고 권각술을 못할 거라 생각하지 마라. 언제 어디서 주먹이, 발차기가 날아올지 모른다고 생각하도록.”
=네, 네엡.=
“10분 쉬었다가 하지.”
=수, 수고하셨습니다.=
후들거리며 겨우 일어섰던 이실리테는 다시 잔디밭에 주저앉아 아직도 흔들리는 골을 진정시키려고 머리를 잡거나 이마를 콩콩 때리거나 하며 끙끙 앓았다.
그리고 시야가 겨우 안정된 이실리테는 작게 한숨을 내쉰 뒤 나무 그늘에 앉아있는 환인에게 감사를 전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주인님이 자신을 가르치는데 얻으시는 것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주인님. 지금까지 말씀 안 드린 거 같은데…… 저 같은 것을 위해서 돈도 쓰시고 무술도 가르쳐주시는 것, 정말 감사드려요.=
“널 상대하는 것으로 감을 날카롭게 유지하는데 도움받고 있다. 그 외에도 식사와 수발에 적잖은 도움을 받고 있고. 그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해라.”
이실리테가 없었다면 자신은 최소한의 영양 보충을 위한 과일과 채소를 생으로 씹어먹고 육포 같은 것만 먹었겠지. 세탁도, 장비 정리도 성가시기 짝이 없었을 테고.
=에헤헤…….=
주인님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대답을 들은 이실리테는 미묘하게 울렁거리던 속이 단숨에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힘도 막막 난다. 지금 같으면 3시간 동안 방어술 대련을 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
그것은 그거고…… 오늘 주인님은 기분이 좋아 보이시는데 한 번 여쭤볼까? 하지만 여쭈었다가 주제넘었다고 생각하시면 어떡하지.
원형 의자에 다리를 뻗어 살짝 꼰 자세로 앉아있는 주인님을 힐끔거린다.
‘어쩜 앉아있는 모습도 멋지시지.’
허리는 직각으로 세워져 있고 두 팔은 살짝 팔짱을 끼고 있으시다. 눈을 감고 계시는데 눈을 뜨고 날 봐주신다면 얼마나…….
흠칫. 정신을 차린 이실리테는 허벅지를 꽈악 꼬집으면서 고통으로 이성을 일깨웠다.
=저, 주인님.=
“음.”
듣고 있다는 표시에 이실리테는 용기를 내서 묻는다.
=어제 이엘카타라는 분은…….=
“웨이포드에서 인연을 맺은 묘지기였다. 네가 기술원에 있을 때 성불행을 하다가 만나게 되었고 그 이후 영혼사로 각성했지.”
=아. 그분이 그분이셨네요?=
“알고 있었나.”
=네. 기술원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어요. 묘지기님 한 분이 영혼사로 각성했다고요.=
“그래서, 이엘카타가 누군지 신경 쓰이나.”
신경쓰이냐고? 음…….
=별로 신경 안 쓰이는 것 같아요.=
이실리테도 자기가 모시는 주인님이 어떤 사람인지 이제는 어느 정도 눈치챘다.
자기 사람은 잘 챙기고 금전적인 이득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으시지만, 자신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해를 끼치고 버릇없이 굴면 칼같이 대응하시는 분.
그리고 사랑을 모르는 분.
이엘카타라는 영혼사님도 아마 주인님한테 마음의 대부분을 뚝 떼어드렸을 테지만, 주인님은 그냥 받기만 하셨을 거다.
그러니까 이엘카타 영혼사님이 당장 합류하더라도…….
‘주인님은 그분을 대하는 방식이 날 대하는 거랑 똑같으실 거야.’
그걸 깨달았더니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영혼사인게 뭐? 주인님도 영혼사인데. 오히려 주인님을 더 가까이서 모시니까 내가 더 나아.
마찬가지로 주인님한테 홀딱 빠진 것 같은 백려강 아가씨도 걱정 안 된다.
호족 중에 거지새끼 같은 게 얼마나 많은데. 앞으로 그 아가씨랑 깊게 엮일 일은 없을걸? 엮이더라도 주인님한테는 백려강 아가씨보다 내가 더 낫게 보일 거다.
응. 내가 첫 번째 동료야.
‘주인님의 첫 번째도 내가 되면 좋을 텐데.’
주인님이 지금까지 안은 여자들은 다들 일회용이다. 그러니까 신경 안 쓴다. 다만 동료 중에서는 자신이 주인님의 첫 여자가 되길 바랄 뿐.
“쉬었으니 다시 시작하지. 이번에는 방어술 훈련이다.”
=넷!=
그렇게 1시간은 환인의 공격을 어떻게든 막고 피하려고 용쓰고 다음 1시간은 환인의 방어를 어떻게든 뚫으려고 용쓰며 훈련을 반복하고 있을 때.
아루루가 찾아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