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139화 (139/813)

〈 139화 〉 135 성도로 가는 길

* * *

쿠쾅­!

저녁 대련을 마치고 환인의 창에 맞은 자리를 주무르며 마사지하던 이실리테는 또다시 자해하는 주인님을 보며 걱정을 얼굴에 드러냈다.

저렇게 자신에게 영혼 폭발을 쓰는 게 대체 무슨 훈련이 된다고 하시는 걸까.

카턴 마을을 나온 뒤로 아침 점심 저녁 매일 3번씩하고 계신 데 저러다 몸이 상하는 건 아닌지 이실리테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주인님, 여기요.=

비틀거리며 다가오시는 주인님에게 냉큼 달려간 이실리테가 핏빛 위상석을 건네드리며 옷차림을 살펴보았다.

훈련을 시작한 지 벌써 5일째. 하루 3번씩 15번이나 폭발에 휘말려서인지 옷이 조금씩 해어지고 있다.

가죽옷은 벗고 있어서 내구도 손상은 없지만, 평상복은 눈에 띄게 헤진 상태다.

‘주인님 옷도 새로 마련해야겠네.’

그리고 눈에 띄는 손등과 얼굴, 목에 생긴 생채기와 멍 자국.

저 멋진 얼굴에 생긴 상처를 보고 있자니 저러다 흉이라도 지면 큰일인데 하는 생각이 이실리테의 머릿속을 채운다.

그나마 핏빛 위상석이 회복력을 늘려주니 다행이지만…….

=저…… 주인님. 훈련의 효과는 있으신 거예요?=

“아직은 없군.”

그러면 좀 살살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어떠시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하녀로서 주제넘은 발언일 것 같아서 머뭇거리고 있을 때 환인이 작게 웃으면서 이실리테의 머리를 토닥거렸다.

“너도 매일같이 얻어맞으면서도 대련을 포기하지 않지 않느냐.”

=저, 저는 주인님이 대련해주시는 걸로 조금씩 계속 세지고 있으니까요!=

“이 훈련도 어느 정도 검증이 이루어진 훈련이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훈련용 소재는 바꿀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어서 영혼 폭발을 쓰고 있지만, 부작용으로 소지품의 내구도가 급격히 소모되고 있다.

이것은 임시방편으로 셔츠와 바지만 입고서 하는 중이지만, 이것 외에 영혼 폭발의 피해가 차곡차곡 누적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핏빛 위상석으로 회복을 촉진하곤 있지만 한나절 정도로는 1발의 영혼 폭발 충격이 모두 회복되지 않는 것.

그렇다고 영혼 화살을 쓰기에는 관통력이 뛰어나서 살상력이 높고, 자기 자신에게 원기 흡수나 방출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카턴 마을을 나온 환인은 오는 길에 마주친 짐승을 통해 자신의 위상력을 흘리는 체질, 따로 지칭하는 단어가 없어 마력류?力?이라고 임시로 부르기 시작한 능력의 실존을 재차 검증했었다.

미궁의 정신 침해에 걸리지 않는 것과 영혼 폭발의 피해 규모, 유르파의 정기 흡수를 막았다는 불확실한 정보만으로는 확신할 수 없어서였다.

그리고 마력류가 존재함을 확신했다.

위상력을 몸에 품지 못한 평범한 짐승. 하이에나와 셰퍼드를 반반씩 섞은 듯한 짐승은 영혼 폭발 한 번에 피투성이가 되어서 나가떨어졌다.

위상력을 품어 마수라고 불리는 것들도 비슷했다.

그레니어, 레힐 마을 인근의 미궁 역류로 풀려난 이형종이 아직 다 정리되지 않았는지 네 마리와 근처에서 조우했는데, 이번에는 중첩하지 않은 영혼 폭발만으로 물리친 거다.

‘그때는 3중첩을 했었지.’

3중첩으로 안면에 폭발을 직격당한 그레니어는 얼굴 가죽이 온통 벗겨지고 눈알도 튀어나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2중첩으로 비슷한 위력이 나왔다.

그런 위력을 발휘하는 영혼 폭발이 자신에게는 폭심지의 가장자리였다곤 해도 그저 뼈마디가 욱신 시큰거리고 자잘한 생채기를 주는 것으로 끝났단 사실은 마력류가 존재한다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

결론은…….

‘중첩해서 위력은 임의로 올릴 수 있지만, 힘 조절로 위력을 낮출 수 없다는 게 아쉽군.’

위력만 낮출 수 있다면 문제는 대번에 해결될 텐데.

하루에 수백 번 씩 써야 뭔가 느껴도 느낄 텐데 세 번으로는 감질나기만 한다.

=주인님, 여기 뜨거운 수건이요.=

“고맙다.”

이실리테가 가져다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젖은 수건으로 얼굴과 몸을 닦던 환인은 무의식중에 앞을 본 순간 손을 멈추었다.

대련을 끝낸 이실리테도 포니테일로 묶은 머리카락을 경단처럼 틀어 올리고 새하얗고 작은 등을 이쪽으로 드러낸 채 몸을 닦고 있었다.

“…….”

한쪽 팔을 들고 옆구리를 닦느라 이실리테의 팔이 움직일 때마다 뽀얀 젖가슴 일부가 옆으로 삐죽삐죽 삐져나온다.

환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저 모습은 아무리 봐도 자신을 유혹하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적극적인 대시에서 소극적인 어필로 노선을 변경한 것으로 판단된다.

‘자기가 직접 덮치기는 부끄러운 건가.’

그렇다 해도 자신이 먼저 이실리테를 건드릴 일은 없다.

이실리테는 20년 넘게 수절해왔다고 공개적으로 선언을 할 정도였다.

그저 잠깐 스쳐 지나갈 인연이었다면 그런 선언은 신경 쓰지 않았겠지만, 이실리테는 앞으로도 쭉 함께 할 관계.

환인은 현재 이실리테의 시중이 썩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손을 쓸 필요도 없이 이실리테가 식사부터 빨래까지 엄마처럼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있으니까.

그런 이실리테가 먼저 다가와 안아달라고 한다면 환인도 기꺼이 그녀를 안을 테지만, 그게 아니라면 섣부른 터치로 지금의 관계를 파탄 낼 리스크를 짊어질 이유가 없다.

때문에 지금처럼 자신에게 눈에 띄는 호감을 보여주고 은근히 안아주길 바라는 신호를 보내기만 한다면 앞으로도 손대지 않고 지켜볼 생각이었다.

그렇다고해도…….

‘보기는 좋군.’

이실리테의 상체 뒷모습은 여신상을 조각한 것처럼 굴곡이 매끄럽고 완벽하기 그지 없었다.

환인은 예술품을 감상하는 자세로 이실리테가 몸을 닦는 것을 조용히 구경했다.

가칭 영혼 고래를 만난 다음 날.

지난 며칠간 이어지던 꾸무룩한 날씨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하늘은 청명했고 불어오는 바람은 상쾌했다.

쿠쿠~ 쿠흥~.

=후후후. 비상식량이 기분 좋은가 봐요. 엉덩이 깃털을 살랑살랑 흔들고 있네요.=

반걸음 뒤에서 따라오던 이실리테의 이야기에 비상식량이 쿠엣! 짧게 운다.

“확실히 여행하기 좋은 날씨군.”

춥지도, 그렇다고 미지근하지도 않은 딱 좋은 바람이다.

자신이 율캄에 처음 도착했을 때가 여름이 시작될 때였고 지금은 가을이 지나 겨울일 텐데 날씨가 시종일관 온화하다.

물론 중간중간 춥거나 덥거나 한 적은 있었지만, 추워도 패딩을 입어야 할 정도로 추운 것은 아니었고 더워져도 한국의 습기가 흘러넘치는 더위가 아니었기에 후드만 쓰면 쾌적했다.

‘세계 지도를 한번 보고 싶은데.’

잡화점 같은 데서 팔리는 지도는 기껏해야 1km 단위로 1/1000 축적의 지도 뿐. 그마저도 등고선은 기대할 수도 없고 정확한 축적도 없는 단순 무식한 지도들이다.

만약 이곳이 한반도처럼 산악 지형이었다면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작도법이 발전했겠지만…….

‘흐음.’

루크랑의 나라, 라드세아의 중부 지방은 끔찍하게 넓은 초원과 평원에 약간의 구릉지와 일부의 산악과 넓은 숲, 밀림, 정글 등으로 이루어진 곳이라고 들었다.

이런 형편없는 지도라도 대충 맞아떨어진다는 이야기.

대충 맞아떨어지면 대충 된 거고 지도 없다고 뭐 죽는 것도 아니니 시민이나 주민, 촌락민들은 지도에 별 신경도 안 쓰고 그러다 보니 작도법이 발달할 이유도 없고.

이 근방에 적도 선이 존재하는 건 확실한데 여기가 남반구인지 북반구인지 미흡한 지식으로 알 수가 없다.

그걸 알 수만 있다면 여행 방향의 선정에 조금은 도움이 될 텐데.

「까르르르~.」

「더 돌려줘, 더 돌려줘~.」

약간 아쉬워하며 영혼 구슬의 컨트롤 훈련에 매진하던 환인은 저 멀리 8차선 도로만큼이나 넓은 비포장길의 가장자리 풀밭에 세 명이 주저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두 명은 아우라가 피어나는 직업자, 한 명은 무직자다.

=주인님.=

“나도 봤다.”

머리카락인지 털인지 길고 치렁치렁한 것을 아무렇게나 늘어트린 노인과 4급은 되어 보이는 여전사 둘, 그리고 의장용 천 같은 것을 몸에 걸어놓은 밀짚색 쿠에 한 마리.

아우라가 없는 노인이 일행의 책임자로 보인다.

노인의 좌우에 선 여전사 두 명도 이쪽을 발견했는지 이쪽을 향해 몸을 반쯤 돌린다.

그 두 명의 경계심을 감지한 환인은 이실리테에게 반대쪽 가장자리로 붙으라고 신호를 보낸 뒤 그들을 멀찍이 지나치려 했다.

밀짚색 쿠에를 저렇게 의장??해놓았다는 것은 노인의 신분이 특수하다는 것을 증명하며, 부자연스럽지 않게 노인의 분위기를 읽은 환인은 노인이 강한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포착했으니까.

하지만 지나치지 못했다. 환인과 이실리테가 마악 그 앞을 지나가려 한 순간 풀밭에 주저앉아 있던 녹색 로브의 노인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환인을 부른 것이다.

=이보게, 여행자. 잠시만…… 이 노파와 이야기를 나누어주겠는가?=

미역 같은 허연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매부리코, 떡갈나무 지팡이를 쥔 주름진 손.

‘소수 민족인가.’

노파가 말을 걸자 머리 위로 물소의 뿔 같은 게 작게 난 여전사들의 기세가 갈무리된다.

하지만 환인은 속으로 경계를 늦추지 않고 비상식량을 멈춰 세우며 루크랑 족의 언어로 대답했다.

“노인장께서 이 여행자에게 무슨 일이십니까?”

=허허. 별건 아니고…… 혹시 카턴 마을에서 오는 길이 신가?=

“그렇습니다.”

=으흠, 으흠. 그러시군. 그러면 혹시…… 오는 길에 이상한 것을 보지 못했는지?=

“이상한 거라면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뭐어 기후 변화라던가 평소 볼 수 없었던 생물이라던가…….=

노파가 말하는 사이 영혼 시야가 노파의 가슴속에 맺힌 영기를 보여주었고, 환인의 눈썹 끝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노파도, 여전사들도, 이실리테도 눈치채지 못했다. 애초에 찰나의 순간 미묘하게 움직였을 뿐이었고 후드까지 깊게 눌러쓰고 있었으니까.

‘저건 뭐지.’

노파의 심장 부근에 맺힌 영기는 정갈하고 복잡한 선과 원으로 이루어져 마치 광채를 뿌리는 느낌이다.

마법진이 존재한다면 저런 게 아닐까 싶은 형태. 그동안 수천 명을 영혼 시야로 봤지만 저런 것은 처음이다.

=아무튼 평소 볼 수 없었던 현상 말일세.=

“이상한 것은 본 적 없습니다.”

=그런가…….=

대화의 기본적인 예의를 위해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하던 노파는 다시 기운 빠진 목소리로 한숨을 길게 내뱉는다.

환인은 그 긴 한숨을 다 듣고 나서 대답했다.

“신비한 것이라면 보았습니다. 이상한 것으로 치부할 일은 절대 아니었지요.”

숙여졌던 노파의 고개가 홱 올라오고 옆에서 이실리테가 ‘맞아, 맞아.’ 맞장구치듯 고개를 끄덕인다.

=설마, 설마 영성 하늘 고래를 보았다는 것인가? 언제?! 어디서!?=

“…….”

어떤 상황이든 환인은 적당히 주고받는 것을 좋아한다.

저쪽이 정중히 나오면 이쪽도 정중히 대한다. 저쪽이 힘으로 억누르려 하면 이쪽은 그 힘을 넘어가는 엿을 먹이는 걸 좋아한다.

좋아한다기보다 그게 생활 습관, 버릇처럼 굳어져 있는 거지만 아무튼.

통성명도 하지 않고 마음이 급해지니 하급자, 아랫사람처럼 대하는 노파의 행동에 환인은 대답 없이 노파를 응시했다.

대답 없이 묵묵히 노파를 쳐다보는 환인의 행동에 여전사들이 불편해하는 반응을 비추기 시작했다.

=대답해라, 여행자.=

=왜 입을 다물고 있지?=

여전사들의 발언에 이실리테의 가느다란 눈썹이 한차례 꿈틀했다. 눈빛도 덩달아 가라앉는다.

그사이 환인의 시선은 두 여전사를 훑었다.

장비는 빈말로도 나쁘다고 할 수 없었다. 깨끗하게 손질된 되어 몸 곳곳을 보호하는 흑갈색 가죽 갑옷은 척 봐도 마도기처럼 보이는 물건이며 아우라의 농도는 족히 4급에 가까운 양.

하지만 그뿐이다.

환인은 노파의 가슴 쪽을 가만히 주시했다.

‘영기 형태가 적지 않게 신경 쓰이는군.’

문제라면 노파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인물이 아니다.

환인은 노파를 자신처럼 아우라가 드러나지 않는, 잠재적 위험 요소의 고위 술사라고 가정해놓은 뒤 여전사들과 눈싸움을 시작한 이실리테를 내버려 두고 눈빛으로 대답을 재촉하는 노파에게 입을 열었다.

“노인장께서는 타인에게 무언가를 바란다면 자신도 그에 합당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잊으신 것 같습니다.”

=뭐라?!=

=감히! 이분이 누구신지 알고 그런 망발을……!=

그렇게 노호성을 지른 여전사들은 절그럭, 허리춤의 검자루에 손까지 올린다.

주인님을 향한 연이은 불손한 언행에 이실리테의 눈에서도 불똥이 튀었다.

=그러는 당신들은 주인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고 그런 예의 없는 망언을 함부로 내뱉으시는 건가요?=

이실리테가 차갑게 벼려진 목소리로 여전사의 말을 자르며 대꾸하자 노파를 비롯, 여전사 둘도 순간 멈칫했다.

무직자를 주인님이라 부르는 3급 여전사?

여전사들의 시선이 남자를 재차 훑었다.

희귀하다는 녹색 쿠에를 타고 있다. 장인의 손길이 들어간 듯한 검회색의 마수 가죽으로 만든 한 벌 가죽옷을 입고 있었는데 쿠에도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듯한 장구??를 착용 중이다.

자신들이 모시는 분의 신분 지위에 비하면 별것 아닐테지만, 그렇다고 평범한 여행자라고 볼 행색도 아니다.

=당신 두 분이 노인장의 호위나 몸종이라면 모시는 분의 호위에만 집중하세요. 지금 당신들의 행동은 오히려 모시는 분의 명예를 떨어트리는 행위니까요.=

비난 한마디 없는 팩트에 여전사들의 안색이 수치심에 물들었다.

남자의 신분이 어떻든 저 옅은 갈색 머리카락의 여자 말이 정론이었으니까. 호위는 호위에만 충실하면 된다. 싸움이 나지도 않았는데 아랫 것들이 나댈 일이 아니다.

=시, 실례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약간 풀죽은 여전사들의 사과 이후 노파도 흥분을 가라앉힌 모습으로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서 환인에게 힘겹게 허리를 숙였다.

=미안허이. 나와 아이들이 실례를 저질렀구먼. 급한 마음에 예의를 잃었어. 사과하겠네.=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래……. 그럼 자기소개부터 해야겠지. 이 늙은이는…….=

“괜찮습니다. 지금은 신분을 밝히지 않는 편이 서로 간에 낫겠군요.”

=으음.=

“훗날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 제 소개를 할 기회를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겠네. 다시 한번 사과하지…….=

노파의 연이은 사과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환인은 어제 있었던 일을 육하원칙에 적당히 맞춰 짧게 설명했다.

“제가 안개와 함께 떠나가는 감색 고래를 본 것은 하루 전날입니다. 새벽부터 안개가 자욱했으며 길을 따라 이동하던 중 10시 즈음, 두 산이 반달 모양으로 파인 곳을 지나가는 걸 목격했습니다. 어떻게 안개 속에서 나타났는지 이유는 모르겠군요.”

=그……! ……것이 이 늙은이가 찾던 영성 하늘 고래라네. 때때로 안개와 함께 지상에 내려와…… 방황하는 영혼들을 이끌어 안개 계곡의 영계로 간다고 알려진 영수일세……. 지상에 떠도는 혼이 많아지면 내려온다고 하지…….=

영성?, 그리고 영수?.

영혼사와 관계가 있는 생물인가 아니면 그저 오래 묵은 영물을 말하는 걸까.

=늙은이는 그곳으로 가보아야겠군. 시간을 빼앗아서 미안하고, 설명해주어서 고마웠네.=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길 바랍니다.”

노파에게 형식적인 덕담을 건넨 환인은 고삐를 살짝 흔들었고, 신호를 알아들은 비상식량이 타박타박 길을 걸어 나가기 시작한다.

이실리테는 아무 감정이 깃들지 않은 눈으로 시무룩해진 두 여전사에게 살짝 묵례한 뒤 환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 지켜본 환인은 담담하게 칭찬했다.

“잘했다.”

=……네?=

“방금의 대처는 나무랄 데 없었다.”

=아……. 저, 네. 감사합니다, 주인님.=

생각지도 못한 칭찬에 이실리테는 두 손으로 올라가려는 입매를 숨겼다. 그리고 그 여자들을 이해해주었다.

주인님에게 함부로 말한 것은 솔직히 미웠지만, 그녀들에게 있어 노파가 자신의 주인님과 같은 존재였다면 자신도 같은 상황에 부닥쳤을 때 비슷한 행동을 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이 없었으니까

그 덕분에 주인님에게 칭찬받았고 반면교사 역할도 해주었다.

이 정도면 이해해줄 만 하지. 응.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