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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기담-134화 (134/813)

〈 134화 〉 130 카턴 마을

* * *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공터에서 환인은 당나귀 머리를 한 남자가 이실리테에게 제압당해 벌벌 떠는 것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여자 영혼을 간살한 다섯 놈의 망종 중 하나가 설마 마을의 책임자인 사도??의 아들이었다니.

환상에서 본 모습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사건이 일어난 게 오래되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이 드는 환인이었다.

혼이 달아날듯한 모습으로 나서지도,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도 못하고 벌벌거리는 프리솔드와 그의 아내를 응시하며 말했다.

“급한 일이어서 부득이 예도를 건너 뛰어야 하는 점을 양해 부탁드리려 했는데, 그 급한 일의 용의자가 여기에 하나 있었군요.”

급한 일? 용의자?

프리솔드는 뭉클거리며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억누르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여, 영혼사님.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 니까? 제, 제 아들놈이 용의자……라니요?=

“그건 잠시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 피지에 그려진 사람을 지금 당장 잡아들이십시오.”

환인이 내민 가죽 종이 5장을 받아든 프리솔드는 인상착의를 확인하고는 눈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자신의 아들이 마을의 말썽쟁이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그리고 아비된 자의 직감으로 자초지종을 눈치챘다.

내, 내 그리 그놈들과 어울리지 말라 했거늘!!

옆에서 붙어 용모파기를 확인한 칸트위도 볼살이 푸들푸들 떨릴 정도로 인상을 쓰더니 무리에 모여있던 마을 순찰대 소속의 청년들을 불러들였다.

=자네들, 넷 씩 짝을 지어 당장 우스프레, 플라파, 조지, 피니 네 놈을 잡아 오게.=

=어어. 어르신, 무슨…… 일입니까?=

=무슨 일이긴! 사람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범죄자들이야! 영혼사님의 확언이 있으셨으니 얼른 잡아 오게!=

=헉. 아, 옙!!=

프리솔드는 옆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칸트위의 이야기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목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 남편 대신 프리솔드의 아내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차마 영혼사는 붙잡지 못하고 칸트위를 붙잡고 묻는다.

=사, 살인범이라뇨? 칸트위 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아들이 사람을 죽였다는 말인가요?=

대답은 환인이 대신해주었다.

“당신의 아들과 다른 네 명이 합심해서 한 여자를 간살하고 강바닥에 암매장했습니다. 죄없이 살해당한 여자 영혼은 악령화를 코앞에 둔 상황입니다. 어쩌면 이 자리에서 혼재가 될지도 모르겠군요.”

=호, 혼재?=

=에인트 저자식 미친 거 아냐?!=

=에인트 이 새꺄!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저지른 거냐!!=

=설명해라!=

=설명해!!=

혼재라는 말에 모여있던 군중이 광분하려 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땅에 내다 꽂힌 고통과 두려움에 침을 질질 흘리고 있던 에인트는 수백 명이 쏟아내는 분노와 살기에 오줌을 지리며 엄마 아빠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나, 나는……! 어, 엄마! 아빠! 살려줘!=

하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수백이 넘는 마을 사람들이 분노를 쏟아내는 와중에 그 분노를 막아섰다간 큰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것을 프리솔드는 알고 있었으니까.

프리솔드는 뭔가 착오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두 아들 중 둘째이자 여섯 자식 중 막내인 에인트가 얼마나 겁 많고 소심한지 그는 알고 있었다.

아마도 마을의 질 나쁜 불량배들과 어울리다가 뭔가 오해가 벌어졌을 거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지켜보다가 오해를 풀 타이밍에 나서면 된다.

그렇게 자신을 다독이며 아내와 남은 자식들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내고 모인 군중들이 점차 강한 목소리를 낼 무렵.

=칸트위 씨! 끌고 왔습니다!=

포박된 4명이 순찰대의 손에 붙잡혀 도착했다. 모두 자다 깬 모습으로 영문을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칸트위가 한 말에 4명은 오늘이 네 사형일이라는 말을 들은 사형수처럼 공포에 물들었다.

=영혼사님. 말씀하신 놈들을 모두 끌고 왔습니다.=

자신들이 끌려온 이유에 영혼사가 있다는 말은 즉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가 들통났다는 뜻.

보험으로 끌어들였던 에인트도 저기 널브러져 있는 모습에 4명은 좆됐음을 직감했다.

=영, 영혼사님? 영혼사님이라고?=

=그럼 우리가 한 짓이 들통났다는 거야?=

=이 씨발놈아! 절대 안 들킬 거라며!!?=

=씹새꺄! 너도 찬성해놓고 왜 나한테만 지랄이야!=

자기들끼리 욕하고 싸우기 시작하는 모습에 군중이 입을 다문다. 어이가 없어서 기가 막힌 것이다.

터덩! 퍽!

4명을 끌고 온 순찰대가 사납게 일그러진 모습으로 몽둥이를 들어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뭘 잘했다고 떠들고 싸워?! 입 닥쳐!=

칸트위는 모인 수백 명이 혼란에 빠지고 있는 지금 상황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살인범들에게 몽둥이찜질을 하는 순찰대도 군중의 분노라는 것에 잠식되어가는 게 보인다.

수백 명의 군중이 흥분에 빠졌다간 영혼사님의 안위가 위태로워진다.

=이보게들. 모두 조용히 하고 진정들 하게. 영혼사님의 앞이야. 정신들 차려.=

다시 침묵이 번져간다.

몽둥이찜질을 하던 순찰대들도, 몽둥이찜질을 받던 마을의 불량배들도, 어느새 500명이 넘은 군중들도 행동을 멈추고 숨소리도 작게 하며 칸트위와 하얀 로브를 뒤집어쓴 두 사람을 바라본다.

그렇게 군중들이 조용해졌을 때 환인은 불량배들에게 다가갔다.

코피를 질질 흘리고 있는 시바견의 머리를 한 불량배가 긴장한 목소리로 환인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여, 영혼사님. 뭔가 오해…… 크엑!=

빠각!!

스틱에 면상을 얻어맞은 인견족이 주둥이에서 이빨을 토해내며 나동그라진다.

잠깐 군중들이 술렁였지만, 곧 통쾌하다는 듯이 짧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제부터 입을 여는 사람은 신의 정원으로 들어가기 싫다는 것으로 간주하겠습니다. 각오하고 입을 여십시오.”

……….

신의 정원에 들어가지 못하게 될거란 협박에 불량배들은 합죽이처럼 입을 다물었고, 모여있던 군중은 물론 가까이 있던 사도 부부 및 자녀들, 칸트위와 오늘 성불한 영혼 아홉 명의 유가족들도 입을 조개처럼 다물었다.

환인은 무척이나 짜증 나 있었다.

칸트위에게 ‘조용히’ 가고 싶다고, 조용이라는 단어에 강조까지 주었는데, 설마 그 강조를 반대의 의미로 받아들이다니.

덕분에 사람들이 과하게 모여들어 정체가 들통나지 않도록 신경 쓰는 이 상황이 매우 귀찮았다.

평소처럼 적당히 영혼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영혼들의 의사를 대변해주는 정도가 좋았는데. 조금 더 하자면 율캄의 혼재가 지닌 한을 풀어주는 정도?

그런데 지금은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성가신 일로 번질 상황이다.

쌓인 짜증을 인견족의 안면을 후려치는 것으로 조금 해소한 환인은 평소 억양과 다른, 감정이 담기지 않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르테라는 갈색 여우 머리 남자, 기억하고 있으시겠지요.”

불량배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이건 확증도 필요 없는 반응이다.

“여러분. 이들을 끌고 따라와 주십시오.”

순찰대원들에게 부탁한 환인은 강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군중이 모세의 기적처럼 좌우로 갈라졌다가 환인의 뒤를 천천히 뒤따르기 시작했다.

검게 물든 여자 영혼이 서 있던 강변에 도착한 환인은 칸트위에게 해당 지점을 설명해주었고, 칸트위는 즉시 순찰대원들에게 지시해서 강바닥을 파헤쳐나갔다.

칸트위 본인도 직접 움직였으며 얼마 파헤치지 않아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정도의 자루가 나오자 웅성이던 군중들 사이에 또다시 침묵이 번졌다.

그리고 자루 안에서 반쯤 썩고 물에 불은 시체가 드러났을 때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욱…….=

=지금까지… 시쳇물을 마시고 있었다는 거야……?=

=야 이 개새끼들아!!=

=저 씨발 새끼들 진짜!=

=죽여버려!!=

불량배들은 체념한 모습이었다. 강가에 끌려올 때까지만 해도 겁은 먹었어도 어떻게든 살 궁리를 했는데 설마 위치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을 줄이야.

=빌어먹을.=

절망에 빠진 모습으로 벌벌 떨던 불량배 하나가 작게 중얼거리더니 소매에 숨겨둔 칼을 꺼내 들었다.

환인의 안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이실리테가 그것을 보자마자 자신의 몸으로 환인을 가렸지만.

푹­

=끄…….=

불량배가 칼로 찌른 것은 자기 심장이었다.

자기과시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칼이 자기 심장을 찌르게 될 것을 과거의 그는 상상이나 했을까.

극도의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죽음으로 도망치는 그 모습에 군중들이 경악했지만, 이어진 일에는 경악하다 못해 헛숨을 삼키며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영혼사가 내민 스틱의 끝에서 불량배의 희미한 영혼이 마치 붙들린 것처럼 허우적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던 것.

「으, 아아아…… 아아악……! 살려……, 살려줘……!」

불량배의 영혼이 지르는 비명에 군중들이 주춤거릴 무렵 환인은 강제력을 담아 조용히 물었다.

“당신과 당신의 친구들이 저 여성을 강간 살해하고 암매장한 것이 맞습니까.”

「마, 맞아요. 저희가…… 했……어요…… 아악…….」

“왜 그랬습니까. 죽은 여성은 누구입니까.”

「저 여자의 남자친구가…… 질렸다고…… 가지고 놀게 해준다고…… 죽일 줄은 몰랐어요…! 진짜에요……! 누군지는, 저도 몰라요……! 용서해……!」

강제력으로 영혼의 입을 다물게 한 환인은 두 눈이 완전히 죽어버린 나머지 불량배 셋과 사도의 아들을 응시하며 말했다.

“저 여자 외에 죽인 사람들이 더 있습니까. 있다면 이실직고하십시오.”

=어, 없습니다! 없어요!!=

=저, 저희는 그냥 겉멋만 든 바보 멍청이들이에요! 그, 그 일 이후로 말썽도 안 저지르고, 그냥, 그냥!!=

=으허허헝!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공포에 이성이 잠식당한 것처럼 두서없이 소리를 지르는 불량배들은 누가 봐도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20년을 함께 질 나쁜 놀이를 하며 놀았던 친구가 죽었지만 죽지도 못한 상태가 되어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다.

조직폭력배도 못되고 건달도 되지 못하는, 마을의 보잘것없는 쓰레기 양아치 수준에 그러한 광경은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던 것.

환인이 소울 스틱으로 그들을 가리키자 불량배들이 자지러진다.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며 환인의 로브 자락에 매달리려 엉금엉금 기었지만, 순찰대원들이 기겁하며 불량배들의 머리를 몽둥이로 내려치며 다리를 잡고 끌어당겼다.

퍽퍽! 텅­! 빡!

=이 새끼들아! 감히 누구한테 다가가려는 거야?!=

=이 씨발놈들이 진짜 쳐 돌았나!?=

매타작이 벌어지는 것을 손을 들어서 막은 환인이 무감정한 어조로 말했다.

“용서는 제 권한이 아닙니다. 이분이 결정할 일이지요.”

그렇게 나지막이 말한 환인은 소울 스틱을 검게 물든 여자 영혼에 가져다 대고 훈기를 밀어 넣어주었다.

각오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기억이 밀려오는 일은 없었다.

잠시 후, 간살 당했을 당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여자의 영혼이 허공에 나타나자 주변의 기온이 5도는 떨어진 것처럼 스산함이 감돌기 시작했다.

수백 명이 모인 장소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서늘한 분위기.

환인이 소울 스틱을 내리고 불량배들에게서 멀어지자 순찰대원들도 흐억,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군중들에게 달려갔다.

달려갔다기보단 도망간 모양새.

심장이 조여드는 감각에 가슴께를 움켜쥔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게 물든 여자 영혼이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듣고 있자니 피부에 소름이 돋고 무릎이 풀려 주저앉을 것만 같은 두려운 소리다.

「왜애애애…… 어째서어어어어……….」

=끄… 흐어…….=

=으어어…….=

=…허극…….=

여자 영혼의 하얀 팔다리가 다시 쭈글쭈글해지고 머리카락이 산발한 것처럼 너울거리려 한다.

여자 영혼이 재차 악령화하려는 모습에 환인이 속으로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진정하십시오.”

「흐으으으으…….」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혼재가 될 겁니다.”

「흐으으윽…….」

강제력이 담긴 말에 다시 사람의 형상을 되찾은 여자 영혼은 검게 물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흐느꼈다.

「저는…… 못해요……. 못하겠……어요……. 억누르는 것만으로도…… 힘들어서…….」

“…….”

「영혼사님이 저 대신…… 벌을……. 벌을…….」

벌이라.

마음 같아서는 켈틱 돌도끼로 불량배들의 목을 쳐 날려버린 뒤 끝내고 싶은 환인이었다.

하지만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런 짓을 할 수는 없다.

환인은 잠깐 사이 5년은 늙어버린 듯한 마을 사도에게 다가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지나온 한 촌락에는 혼재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여전히 침묵에 잠겨있는 가운데 수백 쌍의 사람들 시선이 환인에게 모여든다.

율캄에서 겪은 경험을 짧게 풀어 이야기해준 환인은 사도에게 물었다.

“함께 힘을 합쳐 한 가족처럼 촌락을 꾸려나가는 이들도 가족 같은 이에게 일벌백계를 내렸습니다. 당신은 범죄자들에게 어떤 벌을 내리실 겁니까.”

=…….=

“저 여자 영혼의 한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만약 말도 되지 않는 가벼운 벌을 내린다면 한 맺힌 여자분이 어떤 일을 저지를지 짐작 가실 겁니다.”

=그, 그…….=

“원한이 깊어져 혼재가 되면 혼재의 숙성 기간 없이 당장에 재액을 뿌릴지도 모르는 일.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혼재의 재액.

환인의 입에서 나온 단어에 군중이 한차례 술렁였다.

사도는 눈물을 펑펑 흘리며 살려달라는 듯이 쳐다보는 막내 아들을 보다가 애간장이 닳아 사라질 것 같이 힘없이 물었다.

=제, 제가…… 제가 어찌해야 합니까…….=

“이런 경우 범죄자들에게는 어떤 형별이 내려집니까.”

하나둘도 아니고 다섯이 여자 한 명을 간살해 죽이고 암매장한 사건이다.

이것만 봐도 죽을 때까지 매질한 다음 마을에서 내보내야 하는 일인데, 혼을 더럽혀서 마을을 위험하게 만들었다는 특수 가중처벌항목을 적용하면 교수형으로 목을 매단 뒤 시체를 오체분시한 다음 그 시체는 자루에 담에 마을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다 버려야 한다.

목을 메달은 자리에는 일라일 꽃밭을 만들어 향후 20년을 지켜보아야 하는 후속 처리도 있다.

진상조사? 초혼??을 할 수 있는 상급 영혼사가 영혼을 불러내어 사실 증명까지 마쳤다. 진상조사는 무의미한 일.

=…….=

“지금 생각하신 것을 그대로 시행하시면 됩니다.”

=여, 영혼사님!=

프리솔드는 다급히 환인을 불렀지만.

“아드님 한 명의 목숨과 카턴 마을의 수천 명 목숨을 교환하실 생각이십니까.”

=……!=

“그 수천 명에는 사도님의 부인과 다른 자녀분들도 포함되어있습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에 소리 없이 무너져내렸다.

형벌 집행은 번개같이 이루어졌다.

새벽도 다가오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군중은 자는 이들까지 깨워 광장으로 불러 모았고, 마을의 목수들과 손재주 있는 사람들이 모여 교수대를 순식간에 제작해냈다.

교수대는 낙하의 충격으로 목뼈를 부러트려 죽게 만드는 수하식이 아닌 목을 졸라 죽이는 현수식이었다.

그리고 옆에 대형 개작두까지 동원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시간.

마을 유지 다섯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불량배 셋과 사도의 아들은 교수대에 나란히 서게 되었고, 마을 유지 중 한 명이 수천 명의 마을 사람들 앞에서 범죄자들이 저지른 죄목을 읊은 뒤 형이 집행되었다.

덜컹.

네 명의 발을 받치고 있던 의자가 치워지고 목이 매달린 네 명은 5분 넘게 발버둥 치며 똥오줌을 지리다가 서서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후 죽은 범죄자들의 시체는 개작두로 머리와 팔다리가 모두 잘린 채 포대 자루에 들어가게 되었고, 시체는 짐마차에 실려 순찰대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곧장 마을을 빠져나갔다.

「…….」

일련의 과정을 말없이 지켜보던 여자 영혼은 다시금 흐느껴 울며 귀곡성을 흘리기 시작했다.

형 집행 과정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흠칫 놀랐다. 아니, 원수들이 모두 벌 받고 죽었는데 저 영혼은 왜 또 우는 것인가. 설마 한이 아직 덜 풀렸나?

하지만 여자 영혼은 한스러워서 우는 것이 아니었다.

검게 물든 영혼의 색이 점차 맑아지더니 종래에는 푸른 하늘처럼 맑은 색을 띠게 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는 가운데 푸른색을 띠게 된 여자 영혼은 옷차림마저도 깨끗하게 변하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환인에게 허리를 깊게 숙였다.

「감사합니다, 영혼사님. 저도 모르던 한을…… 영혼사님께서 풀어주셨어요…….」

“죄를 저지른 이들도 죗값을 치르고 성불해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당신도 남은 미련을 버리고 신의 정원으로 들어가십시오.”

「네…….」

이름도 모르는 여자 영혼은 그렇게 흐릿한 미소와 함께…… 다른 영혼들보다 몇 배나 더 밝은 빛을 뿌리며 가루가 되어 흩어지더니 하늘로 천천히 올라간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밤하늘에 은하수를 만들어내는 빛무리로 향하고 있을 때, 환인은 여자 영혼이 남긴 푸른 빛방울 아홉 개에 손을 뻗었다.

평범한 영혼들은 네댓 개의 밝은 회백색의 구슬을 남겼었다.

‘구슬의 개수 차이에 의미가 있는 건가.’

환인의 오른손이 다가오자 갈피를 잃은 듯 일렁이던 푸른 빛구슬은 자연스럽게 손에 스며들었고.

“…….”

환인은 또 하나의 기술을 얻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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