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132화 (132/813)

〈 132화 〉 128 카턴 마을

* * *

저택으로 돌아오자 때마침 저녁 식사 준비가 다 된 상태였다.

이번에는 이실리테도 자리에 데려가려 했지만.

=하녀가 손님들 앞에서 주인님이랑 어떻게 동석을 해요.=

“나 외에 다른 사람에게도 하녀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

=주인님의 하녀이기에 그러는 거예요. 그리고 비상식량 혼자 밥 먹게 두는 것도 불쌍해구요.=

어제 연회 같은 경우는 자신도 참석했지만 지금 같은 평범한 식사 자리에 주인님과 겸상을 하는 것은 안 된다며 빠지는 이실리테.

“…….”

억지로 데려가도 되지만 환인은 이실리테의 결정을 존중해주었다.

그렇게 홀로 참석한 저녁 만찬에서 환인은 칸트위의 아내들을 처음 볼 수 있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지라 손님들이 와계시면 3층에서는 어지간해서 내려오지 않아서요.=

눈동자가 양처럼 세로로 찢어진, 이제 1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 쌍둥이 자매는 칸트위의 말대로 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인지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손님들에게 꾸벅 인사하고 본채 3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3층은 칸트위의 가족들만 쓰는 층이라고.

해가 서서히 서쪽으로 넘어갈 무렵에 시작됐던 만찬은 노을이 살짝 질 무렵 종료되었고 루아르다는 소화도 할 겸 이실리테에게 대련을 신청했다.

환인에게 대련을 신청했다간 이번에는 1분도 버티지 못할 거란 예감에서였다.

=친선도 도모할 겸, 어떻소. 본인과 무기를 나누어보는 것은?=

말은 친선 도모라고 했지만, 환인에게 교육을 받은 이실리테의 실력을 확인하고자하는 기색이었다.

=한 수 부탁드립니다.=

이실리테는 거부란 있을 수 없다는 얼굴로 받아들였고.

퍼버벅!

=크허헉!=

첫 격돌 이후 5분 동안 방어적인 태도로 대련을 이어가던 이실리테는 한순간 눈을 번뜩이더니 숄더 태클로 회오리 돌려차기의 빈틈을 때려 자세를 무너트린 뒤 내려치기, 대각선 올려치기에 이은 회전 베기 3연타로 루아르다를 깔끔하게 패대기쳤다.

대련용 무딘 대검이었기에 가능한 공격이었다.

“잘했다. 맞은 곳은?”

맞은 어깨가 괜찮냐는 질문에 이실리테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팔을 돌려 보인다.

=주인님한테 많이 맞아서인지 맷집도 크게 오른 거 같아요. 이제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네요. 오히려 비상식량의 발차기가 더 까다롭고 무거웠어요.=

=크……윽. 과, 과연. 환인 공이 한 말을 이해했소. 이렇게 되면 비상식량과도 승부를 안 내 볼 수 없지!=

허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던 루아르다는 기어코 비상식량과도 대련을 치렀고, 비상식량과는 10분을 넘기도록 치열하게 투닥거렸다.

환인의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실리테는 어느 순간 말 못 할 복잡한 표정을 짓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주인님. 비상식량 말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게 맞는 거죠?=

“그래. 루아르다 씨의 기술을 훔치고 있군.”

처음 루아르다와 마주한 비상식량은 자신보다 다리가 두 개 더 많긴 하지만 여러모로 닮은 루아르다를 신기해했다.

그리고 대련이 시작된 이후 줄곧 루아르다의 공격방식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더니…….

=크압! 흐엇!=

쿠엣! 엣큥!

급기야 루아르다의 발차기 중 일부를 따라 흉내 내기 시작한 것이다.

파다닥 날아차기, 뒤돌려차기, 도약차기, 훌쩍 뛰어 내려찍기, 거기다 회오리 차기까지.

나름대로 쿠에의 체격에 맞는 컨버전이 이루어진 동작이지만, 자세도 각이 잡혀있어 수십 년 발차기를 연습한 루아르다도 감히 맞서지 못하고 몸을 피할 정도다.

물론 공격이 발동작뿐이라면 루아르다가 저렇게까지 밀리지 않았을 것이다.

통나무처럼 단단한 두 다리로 펼치는 발차기 사이사이 날갯죽지의 접힌 부분을 팔꿈치처럼 사용해 기습적으로 후려치고 때리는 데다 짧은 날개짓으로 순간적인 회피기동까지 펼친다.

거기다 너무 가까이 붙으면 철판도 우그러트릴 듯한 부리 쪼기가 연이어 쏟아지니…….

퍼버벅­

=크어헉!!?=

내려찍기 두 번, 날개 후려치기 한 번을 눈 깜짝할 사이 얻어맞은 루아르다가 비명을 지르며 튕겨 나간다.

그 모습에 자기 모습이 겹쳐 보였는지 이실리테가 눈썹을 찡그렸다.

=주인님. 비상식량 진짜 이상해요. 쟤 쿠에 아닌 거 같아요.=

직감적으로 자신보다 더 강해지고 있는 것을 눈치챈 이실리테의 질투 비슷한 투정에 환인은 피식 웃었다.

확실히 저리 보니 이상하긴 하다.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녀석이 대련이라곤 해도 3급, 4급 직업자와 대등하게 싸우고 있으니까.

“쿠에의 왕이라거나 그런 비슷한 핏줄인가.”

푸른불꽃 호랑이에게 덤빈 것도 겁 모르는 참새의 미친 짓이 아니라 왕의 핏줄이 가진 투지와 패기라고 하면 그럴듯하고.

=비상식량이면 왕이 아니라 여왕이죠. 어휴…….=

비상식량한테 안 지려면 진짜 이 악물고 훈련해야겠다고 이실리테가 마음먹는 순간.

빠바박!

=끄그극.=

머리에 번개 같은 3연속 부리 쪼기를 당한 루아르다가 벌렁 나자빠지며 승부는 비상식량의 승리로 돌아갔다.

밤이 깊은 시각.

=주인님. 준비 다 됐어요.=

“그래. 비상식량은 집에서 쉬고 있어라.”

쿠에.

하얀 후드 로브를 입고 이실리테와 함께 조용히 별채를 빠져나온 환인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낮에 미리 봐둔 영혼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다.

그 숫자는 고작 아홉으로, 몇천 혹은 몇만 명이 살아가는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적은 숫자였다.

각자가 가진 미련도 가족, 혹은 애인에게 말 몇 마디를 전하길 바라는 흔한 것이었다.

“제가 마을을 찾았다는 것은 비밀로 해주시길.”

=아니 하지만……. 부디 영혼사님을 환영하는 자리를 만들 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이대로 보내드리기에는 저희가 너무 몰염치합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영혼이 안식을 얻을 수 있는 고요와 평온입니다. 부탁드립니다.”

=영혼사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그렇게 아홉 영혼을 유가족과 이어주고 영혼이 성불하면서 남긴 빛방울도 수집한 환인은 비밀을 엄수하겠다는 약속까지 유가족에게 받아냈다.

웨이포드 뒷골목 빈민가처럼 방음이 허술한 것도 아니고 시끄럽게 성불을 진행한 것도 아니다.

인기척 없는 길을 따라 돌아다녔기에 사람들 눈에 띄지도 않았다. 영혼사의 방문으로 시끄러워질 일은 없겠지.

그 후 사람들의 눈이 닿지 않는 마을 구석에서 로브를 벗은 환인은 근처까지 다가온 하얀 정령과 눈이 마주쳤다.

민들레 꽃씨처럼 하얀빛의 덩어리. 톡, 건드리자 간지러운 듯 일렁이며 느릿하게 도망간다.

허공에 손짓하는 환인을 보며 그의 로브와 자신의 로브를 아공간 주머니에 챙겨 넣던 이실리테가 물었다.

=주인님? 거기에 뭔가 있나요?=

“작은 정령.”

=아……. 정령은 정말 모든 곳에 있나 보네요.=

“편의상 정령이라고 부를 뿐이지 정말 정령인지는 모른다.”

길로 나오며 말하자 이실리테도 뒤따르며 호기심을 비추었다.

=그치만 영혼들한테처럼 힘을 빌릴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정말 정령이 아닐까요?=

“글쎄. 정령사인 플뢰를 만나면 알 수 있겠지.”

플뢰들 중에서는 선천적으로 정령을 볼 수 있고 그런 정령에게 힘을 빌릴 수 있는 사람이 태어난다고 한다.

이엘카타는 정령을 다루지 못했기에 알 수 없었지만, 파르히스트 대축제때는 플뢰도 많이 찾는다고 하니 어쩌면 정령사인 플뢰도 만날 수 있겠지.

‘그게 아니면 행정관에 정령사 플뢰를 찾는다는 의뢰를 내던가.’

=와아~.=

강가에 접어들자 초록색 반딧불 수십 마리가 날아다니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게 환인과 이실리테의 눈에 들어왔다.

강변에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실리테처럼 반딧불의 군무를 보며 탄성을 지르는 사람도 보이고 그늘진 으슥한 곳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남녀도 보인다.

‘여행자들인가. 이 반딧불의 춤이 카턴 마을의 몇 안 되는 관광 상품일지도.’

평화로운 광경이다.

환인의 옆에서 강을 따라 걷던 이실리테는 지나가던 사람의 대화에 귀를 쫑긋거렸다.

=이야기 들었어? 남녀가 손을 잡고 벤치에 앉아있을 때 반딧불이 날아와 손에 앉으면 그 사람은 백년해로 행복해진대.=

=아. 그래서 벤치에 빈자리가 하나도 없는 거네.=

=하~. 백년해로까진 안 바라고 손잡을 남자라도 있었으면 좋겠당…….=

=파르히스트에서 한 번 노려보던가?=

=싫어. 얀시 알지? 걔가 작년 대축제 때 남자를 노렸는데 실컷 구멍만 대주고 왔다더라.=

=세상에 리스크 없는 리턴이 어딨냐. 시도라도 해야 남자를 얻을 기회가 있는 거지.=

=그래도…… 병이라도 걸리면 돈이…….=

=다 그걸 감안해야……. …래도 신전에…… 치료…….=

점차 멀어져가는 여자들의 대화는 이미 이실리테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백년해로……. 백년해로…….’

너무나 달콤한 이야기지만 이룰 가능성은 1%도 되지 않았기에 이실리테는 작은 한숨과 함께 그런 달콤함을 흘려보냈다.

저 반딧불이 손에 앉아야 한다고? 그전에 주인님의 손을 어떻게 잡아.

벤치에 앉아야 하는데 거기까지라는 것도 무리잖아. 비어있는 벤치가 많은 것도 아니고.

그때 환인이 우뚝 멈추어 섰다. 마침 바로 옆에 벤치가 있었고 연인으로 보이는 한 쌍이 마악 일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한 상황.

어? 설마? 하는 마음이 이실리테의 가슴에 싹을 틔웠다. 그리고 환인이 벤치로 다가가기 시작했을 땐 싹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설마? 설마 앉는 건가? 진짜로?

벤치에 다가갈수록 이실리테의 마음은 콩닥거리기 시작했고, 환인이 진짜 벤치에 앉았을 때는 심장이 울렁거려 혼났다.

이실리테도 슬그머니 환인의 옆에 앉는다. 때마침 반딧불 몇 마리가 이쪽으로 다가와 일렁이는 중이다.

잠시 후 반딧불 한 마리가 ‘얼른 손잡아! 그럼 그 위에 앉아줄게!’ 하듯이 손 주위를 하늘하늘 날아다닌다.

벤치를 짚고 있는 환인의 손에 이실리테의 손이 조금씩 조금씩 다가간다.

이어 손과 손 사이가 몇 cm 남지 않았을 때 이실리테는 거사를 치르기 전, 침을 꼴깍 삼키며 힐끔 환인의 표정을 살폈고.

=…….=

숨을 멈추며 잽싸게 손을 물렸다.

환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 채 강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만약 눈치 없이 손을 잡았으면 심장이 뜯겨나가는 차가운 시선을 받았겠지.

속으로 천만다행이라고 중얼거리며 이실리테가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인님. 강에 뭔가가 있나요?=

“…낮엔 보이지 않던 영혼이 있다. 강 한복판에 허리까지 잠긴 채로 서 있군.”

=주인님……. 그거 혹시…….=

“조용.”

불길 해하는 이실리테의 입을 다물게 한 환인은 영혼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며 영혼의 감정을 감응했다.

여기저기 찢어진 가죽 옷차림.

낭패를 당한 것처럼 엉망으로 엉킨 머리카락.

생기 없는 표정과 음울한 흑청색의 영체.

그리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감정.

‘간살당하고 강 밑바닥에 암매장당한 건가.’

환인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림잡아 50명이 넘는 사람이 강 주변을 돌아다니거나 벤치에 앉아있다. 그중에는 마을 순찰대도 있는 상황.

이런 통행량의 마을 수원에 암매장이라니, 그게 가능한 걸까.

‘폭우가 내리거나 폭풍이 부는 날 밤에 암매장했을 수도 있겠지.’

일단 강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있는 영혼에게 생각을 보냈다. 이리 오라고.

그러자 목이 우드득 비틀리는 것처럼 머리가 돌더니 영혼의 몸에서 물컹하고 찐득한 느낌의 어두운 아우라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순간이동 하듯 환인의 앞에 나타난 여자 영혼은.

「끼히이이이이­!!」

머리카락을 사방으로 뻗치며 눈코입 대신 지옥의 구멍이 뚫린 듯한 면상으로 바짝 붙어 귀곡성을 터트렸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심장마비를 일으켰거나 소스라쳐서 뒤로 나뒹굴었을 적의였지만, 환인은 무덤덤한 얼굴로 강제력을 발휘했다.

‘물러나라.’

「까아아아악­!!」

강제력이 깃든 명령에 악령 같은 몰골이 된 여자 영혼이 고목같이 변한 두 팔을 휘적거리며 30여 미터가량 밀려난다.

=뭐, 뭐야? 갑자기 왠 오한이 들지……?=

=……야. 방금 뭐 이상한 소리 못 들었니?=

=무슨 소리?=

=여자가 괴성 지르는 소리였는데 못 들었어?=

평화롭던 주변이 갑작스레 소란스러워진다.

이실리테는 갑자기 변한 주변 분위기에 뭔가 문제가 발생했음을 직감하고 환인을 돌아보았고, 환인이 무표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곧바로 아공간 주머니에서 환인의 소울 스틱을 꺼내주었다.

=주인님, 여기.=

소울 스틱을 받아든 환인은 허공에 메인 것처럼 버둥거리는 여자 영혼을 응시했다.

「끼히이이익­!!」

괴성을 지르는 여자 영혼은 공포 영화에서 등장하는 악령 그 자체였다.

길고 뾰족해진 손가락, 고목처럼 쭈글쭈글해진 팔다리, 텅 빈 검은색 구멍이 되어버린 두 눈과 악어처럼 찢어진 입.

사람의 형태를 잃어가는 머리.

엑소시스트 영화였다면 바로 제령을 시도했을 테고 일반 공포 영화였다면 출연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갔을 모습이다.

=야. 저기. 저기 봐. 뭐야 저거?=

=어…….=

더욱이 그러한 악의가 현실에도 영향을 끼치는지 강변 사람들의 눈에 강의 한 지점에서 검은 기운이 일렁이듯 퍼져나오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초록빛을 내뿜던 반딧불이 일제히 사라졌고 주위가 약간 더 어두워진다.

휘이잉­ 시원한 밤바람이 아니라 사람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검은 삭풍이 사람들의 몸을 휘감고 지나간다.

불가사의한 현상에 대한 면역이 없는 사람들은 가슴을 움켜쥐고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고 아우라를 지녔거나 이런 현상에 나름 익숙한 이들은 사방을 둘러보며 경계의 기색을 내비친다.

삽시간에 분위기가 불온해졌지만, 환인은 신경 쓰지 않고 담담한 얼굴로 악령화해가는 여자 영혼을 향해 조용히 명령했다.

‘나는 널 죽인 원수가 아니다. 진정해라.’

「끼이이으…….」

그 순간 무슨 말도 통하지 않을 것처럼 검은 아지랑이를 피워내며 발광하던 여자 영혼이 거짓말처럼 진정하기 시작했다.

봉두난발처럼 사방으로 뻗치던 머리카락이 중력의 영향을 받듯이 내려가고, 기괴하게 일그러지고 흉지던 얼굴도 사람의 형태를 되찾아간다.

‘진정해라. 나는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끼으으… 흐으으…….」

‘나는 너의 적이 아니다. 진정해라.’

「……으으으… 흐으으으……. 흐으윽…….」

환인의 명령이 반복될수록 여자 영혼은 악령의 모습에서 사람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목소리도 귀곡성이 아닌 사람의 흐느낌으로 바뀐다.

잠시 후 완전히 사람의 모습을 되찾은 여자 영혼에게 환인이 조용히 말했다.

‘괜찮습니다. 여기서 당신에게 해를 입힐 사람은 없습니다.’

어두침침해지던 주변이 원래의 밤 풍경을 되찾았고 뼈를 시리게 만들던 삭풍도 물러갔다.

반딧불들도 다시 초록빛을 내뿜으며 강 주변을 하늘하늘 날아다닌다.

=……뭐야 대체.=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악령의 출현 전조 같았는데…….=

방금 벌어졌던 현상이 무엇인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빠르게 눈치챈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벤치 하나를 차지하고 있던 남녀가 사라진 것은 거기 있던 사람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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