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 127+ 카턴 마을
* * *
3시간 후.
유르파는 티테이블에 엎드린 채 자궁 안쪽에 직접 정액이 뿌려지는 감각을 느끼며 허윽 몸을 떨었다.
‘해냈다. 겨, 겨우 흡정을 억눌렀어…….’
점막 접촉으로 인한 약한 흡수는 어쩔 수 없었지만, 이성을 잃고 마구잡이로 그의 정기를 빨아들이는 것은 겨우겨우 저지할 수 있었다.
물론 중간에 위기는 있었다.
첫 번째 위기는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
연이은 쾌감에 머리가 반쯤 마비된 상태에서 번쩍 들려 풀 넬슨 체위로 박힐 때.
오금에 팔이 걸쳐져 번쩍 들린 덕분에 허리는 반쯤 접혔고, 사내의 두꺼운 팔뚝에 목이 직각으로 꺾여 호흡이 힘든 상황에 1초에 2번씩 박음질 당하니 영혼이 빠져나가는 듯했던 것.
‘마, 말로만 듣던 들박을 경험해볼 줄이야…….’
두 번째 위기도 만만치 않았다.
다섯 번째 사정 직전, 몇 시간이나 집요하게 두드려진 탓에 자궁구가 말랑해진 순간을 노려 귀두가 입구를 뚫고 자궁으로 침범했던 것이다.
당시 유르파는 마치 온몸이 폭발할 것 같은 극도의 쾌락을 느꼈다.
자궁 입구가 강제로 벌려지는 어마어마한 고통과 그동안 몸에 차곡차곡 쌓여있던 쾌감의 잔여물이 서로 화학반응을 일으켰던 것.
그때 한순간이지만 정신줄을 놓쳤었는데 다행히 흡정족의 본능은 더욱 강한 짐승의 본능에 눌린 듯 발동하지 않았었다.
쮸르륵
정액을 토해낼 만큼 토해냈는지 움직임이 잠잠해진 육봉이 빠져나가려 한다.
=흑……?!=
그런데 귀두의 홈을 야무지게 문 자궁도 덩달아 끌려간다.
배 속의 내장이 끌려 나가는 위험한 감각에 유르파가 힘없이 허우적거렸다.
=흣윽, 자기야 잠깐만……! 아, 아흑?! 아앙!=
쮸퐁
=응깃……!=
다행히 중간 즈음에서 자궁과 귀두가 이별하며 탈자궁이라는 막장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대로 끝내면 아쉬울 거라고 마지막 한 입 같은 쾌감을 준 건가?
털썩, 탁자에서 흘러내려 상체를 기댄 모양새가 된 유르파가 허리가 빠진 듯한 통증과 쾌감 사이 그 무엇으로 땀에 절은채 허덕였다.
그리고 유르파는 자기 코 앞으로 들이밀어 진, 조금 힘이 빠진 귀여운 고추를 볼 수 있었다.
=청소해달라는 거니? 후훗, 자긴 정말…… 하움.=
일어날 힘도 없었지만, 자신을 이토록 기쁘고 행복하게 해준 고추가 어찌 사랑스럽지 않으랴.
유르파는 애액과 정액으로 범벅이 된 환인의 제2 자아를 맛있는 사탕을 빠는 것처럼 입술과 혀로 깨끗하게 청소해주었다.
그 후 어떠냐는 듯이 웃으며 올려다보는 유르파에게 환인도 작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착하군요. 잘했습니다.”
=……!=
마치 연하를 대하듯 부드럽고 상냥한 터치.
유르파는 지쳐 쓰러져버릴 것 같은 와중에도 가슴이 욱신거릴 만큼 설렘을 느끼며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이 남자는 위험해.
너무 위험해.
환인을 애써 외면하며 구겨진 채 허리에 걸쳐진 튜브탑 원피스를 끌어 올려 제대로 가슴을 가리고 치마도 펴서 내린다.
=흐응…….=
구멍을 조여서 막고는 있지만, 금방이라도 정액이 흘러내릴 것 같은 느낌에 유르파는 벗어놓은 팬티로 구멍을 막으면서 환인에게 손가락질했다.
=잠, 잠깐만. 가지 말고 기다리렴. 잠깐이면 되니까! 알았지?!=
환인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유르파는 비틀거리면서 공방을 나갔다.
소파에 앉아 핏빛 위상석을 만지작거리던 환인은 유르파와 맺은 육체관계를 떠올렸다.
‘몸매는 확실히 뛰어났지.’
개인적인 기준으로 이엘카타 다음에 순위가 매겨질 정도.
하지만 직업자라고 해서 영기의 질이나 분류가 달랐다거나 하는 점은 없었고 직업자의 영기를 흡수했다고 몸에 특별한 변화가 일어나지도 않았다.
차이점은 일반인보다 1회 영기 흡수량이 2배에서 3배 가량 많았다는 점 하나뿐.
직업자의 영기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 약간 기대했기에 조금 실망했지만, 말 그대로 조금이었기에 환인은 금세 아쉬움을 떨쳐냈다.
유르파가 돌아온 것은 그 시점이었다.
몸단장을 새로 했는지 3시간 동안 사용당해 엉망이었던 흔적은 깔끔해졌고 향수라도 뿌렸는지 은은한 꽃냄새까지 풍긴다.
=많이 기다렸니?=
환인은 웃으며 가까이 다가온 유르파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여신 원피스처럼 앞은 짧고 뒤는 긴 하늘거리는 치마의 밑단을 들어 올렸다.
=하읏!?=
노팬티다. 거기다 음부를 틀어막고 있는 주얼 장식 마개도 눈에 들어온다.
유르파가 얼굴이 빨개진 채 미약하게 환인의 손을 밀어내며 변명한다.
=저, 저기…. 이건 다른 의미가 아니라, 자기도 알다시피 나는 흡정족이잖니? 정액으로도 정기를 조금은 얻을 수 있달까…….=
“이 방법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이 있었을 텐데요. 유르파는 여지없는 변태였군요.”
말하며 주얼이 박혀있는 마개 끄트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자 흠칫흠칫거린 유르파가 민망해하는 얼굴로 허리를 뒤로 빼곤 허벅지를 오므렸다.
=아, 아무튼.=
환인의 손을 밀어내고 치마도 내린 유르파는 소파에 다소곳이 앉으며 말했다.
=몸단장하면서 아까 일을 생각해봤는데, 자기의 위상력 거부 체질은 악성 수준까지는 아니야.=
“이 체질에도 단계가 있군요.”
=응. 증세가 심할수록 위상력 거부 반응이 극심해져. 심할 경우 작은 위상력마저도 거부하게 돼. 예를 들면 위상력이 스며든 음식을 먹으면 극심한 구토감이 나올 수 있고 신전에서 만드는 물약도 치유가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되는 거지. 신전제 물약은 위상력으로 혼합반응을 끌어내거든.=
그렇게 말한 유르파는 다 식어버린 차로 입 안을 적신 뒤에 말을 이었다.
=하지만 자기 체질은 강한 위상력일수록 강하게 거부하지만 약한 위상력은 거부 반응도 약해. 그러니까……. 자.=
환인은 유르파가 지갑 같은 곳에서 작은 물병 플라스크를 하나씩 꺼내는 것을 바라보았다.
빨간색 4개, 초록색 3개, 황색 3개로 총 10개.
=범용 상급 회복 물약 4개랑 범용 상급 해독 물약, 범용 상급 질병 치료 물약 3개씩이야. 이건 위상력이 일절 들어가지 않은, 내가 약초를 써서 직접 제조한 제품이거든? 자기 같은 체질이라도 제대로 효과를 받을 수 있을 거야.=
“고맙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환인은 처음 자신의 체질을 들었을 때부터 이 점을 걱정하고 있었다.
신전에서 만든 물약에는 위상력이 가미된다고 들었는데 자신에게 물약이 제대로 효과가 들을까 의문이었던 것.
=자기 같은 경우는 형편이 좋은 편이지? 위상력을 섭취했을 때 저항 반응도 심하지 않고 외부에서 자극하는 위상력은 그 수준에 따라 적절히 흘려버리니까. 그리고 지금 어때? 몸이 허하다거나 기운이 빠진 거 같지 않지?=
“예. 평소와 다름없군요.”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자기의 정기를 거의 흡수 못했더라구. 중간에 몇 번 정신을 잃을 뻔했을 때 흡정이 강하게 발동했었을 텐데 자기는 지금 멀쩡하잖아? 아마 그 체질이 흡정도 막은 거라고 생각해.=
“음…….”
=아무튼 신전제 물약도 자기한테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을 거야. 참고해두도록 하렴.=
“이 체질을 어떻게. 손쓸 방법이 있습니까?”
장단점이 명확한 능력이지만, 가급적 단점은 버리고 장점만을 얻고 싶은 것이 사람이다.
혹시 방법이 없을까 묻자 유르파가 싱글거리며 웃는다.
=이해하기 편하라고 체질이라 했지, 이건 탤런트라고 보는 쪽이 옳아. 탤런트니까 자기 노력에 따라 그 체질을 켜고 끌 수도 있을 거야.=
“…….”
다음에 이어질 말을 기다리며 유르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으니 유르파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시선을 피한다.
=지, 지금은 잘 생각이 안 나네. 내일이 되면 생각이 날 것도 같은데.=
어떤 의도가 역력히 느껴지는 모습에 환인이 피식 웃으면서 물었다.
“생각이 날 것 같은 겁니까, 아니면 생각이 난다는 겁니까.”
=……생각날 거야.=
날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두루뭉술 하게 대답했다간 안될 것 같은 예감에 후자를 선택했던 유르파는 이어진 대답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군요. 확실하지 않은 일에 시간을 쓸 생각은 없었으니 말입니다. 그럼 내일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진짜? ……내일 아침 일찍 찾아와도 돼. 아니, 오늘 밤에 와도 괜찮아. 침실 문을 열어둘 테니까.=
“오늘은 시간이 늦었군요. 내일 아침에 찾아오겠습니다.”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끊고 공방을 나가는 환인의 뒷모습에 유르파는 살짝 섭섭함을 느꼈다.
……선물로 물약 몇 개는 조금 간소하긴 했지? 내일은 더 좋은 선물을 준비해놔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선물로 뭐가 좋을까 궁리하는 유르파의 머릿속에는 전송술에 대한 일은 까맣게 지워져 있었다.
마도구점을 나와 칸트위의 저택 별채로 돌아온 환인은 마도구점에서 산 마도구를 꺼내 들었다.
동전 지갑에 팔지 않고 가지고 있던 1급 위상석을 넣자 부웅 공기가 살짝 떨리는 느낌이 났다가 잠잠해진다.
지갑을 열어 안쪽을 보니 어두컴컴한 내부가 보인다. 손을 넣었더니 팔꿈치까지 들어가다가 무언가에 막힌 것처럼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괜찮군.”
우선 금화와 은화, 열은화는 따로 평범한 주머니에 담아 동전 지갑에 넣는다. 동화와 철화는 그대로 동전 지갑에 쏟아 넣고 약 15금화어치 보석이 든 주머니도 넣어둔다.
그러자 무게가 획기적으로 가벼워졌다. 거의 쌀 5kg을 품에 넣고 다니는 느낌이었는데 그런 감각이 씻은 듯이 사라진 것.
‘1급 위상석은 6개가 있으니 나머지는 쓸 일이 생기면 그때그때 위상석을 넣어서 기능을 켜면 되겠지.’
동전을 분류하고 사 온 마도구를 이실리테의 방에 있는 여행 가방 옆에 내려놓는데 작은 옷가방에 빼꼼 튀어나온 하얀 브래지어와 팬티가 환인의 눈에 들어왔다.
웨이포드에 도착한 그날 이실리테에게 사줬던 세 벌의 속옷 중 하나다.
“…….”
약간 헤진 느낌에 꺼내 보자 조심스레 손빨래했지만 자주 썼다는 게 느껴지는 사용감이 속옷 전체에서 느껴진다.
생각해보니 자신은 속옷을 여러 벌 사서 매일 갈아입고 다녔지만 이실리테는 몇 달을 속옷 세 벌로 지내왔다는 게 떠올랐다.
‘2달이 넘었나. 앞으로 좀 더 신경 써줘야겠군.’
속옷을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는데 별채 입구 쪽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쿠엣~ 비상식량이 우는 소리와 파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앗, 잠깐. 나 몸에 피랑 지방 많이 묻었어! 붙으면 너도 더러워지니까 붙지 마!=
쿠우? 쿠흥.
방문을 열고 나가자 마악 마루로 올라오려 하던 이실리테가 자기 방에서 나오는 환인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주인님, 뭔가 찾으시는 게 있으신가요?=
“아니. 마도구점에서 앞으로 여행에 필요할 만한 걸 사놓았다. 나중에 정리하도록 하고…….”
말하다 말고 환인은 투박한 작업복 차림의 이실리테를 훑어보았다.
사이즈에 맞지 않는 갈색 통바지에 조금 누런 느낌의 라운드넥 리넨 티셔츠. 둔해 보이는 작업용 가죽장갑에 너덜너덜한 앞치마까지.
아침에 입고 나갔던 옷가지가 손에 들려있는 걸 보면 작업장에서 작업복을 제공한 모양새다.
이실리테가 지금 차림은 조금 부끄러운지 몸을 꼼실거린다.
“씻고 나와라. 저녁에 잠깐 외출하지.”
=넵.=
군말 없이 대답한 이실리테는 잰걸음으로 별채의 욕실에 들어갔다.
이실리테가 씻고 나올 동안 비상식량과 놀아주던 환인은 칸트위, 루아르다, 아센, 문더와 스토레이의 방문을 차례대로 받았다.
칸트위는 환인이 무사한지 확인하기 위해서, 나머지는 제안을 위해서.
=환인 공. 본인과 파티를 맺지 않으시겠소?=
“미안하지만 거절해야겠습니다.”
=……너, 너무 즉답이라 조금 당황스럽구려. 혹시 이유를 들려주실 수 있소? 미리 본인과 파티를 맺을 시 이점을 말씀드리자면, 지하 미궁은 본인의 특성상 진입하지 못하지만 야외형, 개방형 미궁에는 본인 종족의 특성상 안전과 각종 편의를 보장할 수 있다오.=
하늘에서 길과 목적지를 찾는 것이 얼마나 수월한지, 본인의 비행으로 사냥감을 확보해 여행 중 얼마나 풍족한 식사가 가능한지를 설명했지만, 환인에게는 끌리지 않았다.
“저도 파티를 구성할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그 파티는 당연히 지하 미궁도 들어갈 것이며 급수는 6급 이상을 생각 중입니다.”
=6급 이상…….=
말문이 막힌 듯 부리를 꾹 다물고 있던 루아르다가 깃털을 축 늘어트리며 중얼거린다.
=그렇군. 그대도 토너먼트에서 동료를 얻기 위해서였나……. 하지만 자네를 모시는 아가씨는 6급까지 들어가기엔 어려워 보이오만?=
“그때까지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생각입니다. 아니더라도…….”
=……그 아가씨는 할 수 있는 일이 있겠지. 운반책이라거나 파티 보조라던가.=
루아르다는 한숨을 쉬었다. 걸고넘어질 부분은 많지만 그건 제삼자인 자신이 무어라 하기 어려운 점이었으니.
그렇게 루아르다가 납득 아닌 납득을 하고 돌아간 뒤에 찾아온 아센도 루아르다와 비슷한 목적을 꺼내 들었다.
다른 점은…….
=환인, 당신의 파티에 저도 가입시켜주겠어요? 저는 추엽사, 탐색과 은신, 흔적 추적이 특기랍니다.=
“추적자셨습니까.”
=네. 전투도 자신 있어요. 1:1이라면 3급 마수까지도 이길 수 있고요.=
“그 정도라면 다른 안전한 파티를 찾아가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지금 제 파티는 저와 이실리테, 비상식량 셋뿐입니다.”
=당신과 저만 있어도 3급 미궁까지는 누워서 식은 죽 먹기에요. 몇 명만 더 모집한다면 4급도 수월해지겠죠. 제 색적 능력이라면 까다롭고 귀찮은 함정이 많은 미궁도 돌파할 수 있어요.=
누워서 떡 먹기도 아니고 식은 죽 먹기인가. 환인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거부의 뜻을 나타냈다.
“미안합니다. 아센 씨와 저의 목적은 비슷하지만 다르군요.”
=당신의 목적은 무엇인데요?=
“6급 이상의 미궁 탐험과 모험입니다.”
아센의 표정에 황당함이 깃들었다. 6급이라니, 제정신으로 말하는 건가?
=…아시겠지만 6급부터는 평범한 미궁이 아니에요. 들어가는 데만 해도 호족의 후원이 필요할 정도에 요구하는 인원의 수준도 대단해져요. 그런데…….=
담담한 환인의 표정에 아센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마루 가장자리에 앉아있는 환인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아쉽네요. 당신에게서 상당한 역량이 느껴졌는데……. 어휴,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다들 잘난 건지.=
마음에 드는 파티는 자신을 받아들여 주지 않고, 마음에 안 드는 파티는 자신에게 끈질기게 구애한다며 푸념을 흘리는 아센이었다.
환인도 미궁의 함정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성도나 주도에는 미궁을 탐사하는 이들이 모여 만든 조직도 있다고 하고, 유명한 파티는 온라인 게임의 길드처럼 여러 실력자를 모아놓고 그때그때 스쿼드를 편성해 미궁을 들어간다고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기반을 닦아놓고 거점도 있는 이들의 이야기.
환인은 아직 준비가 안 되어있다. 그리고 함정이나 정찰, 수색은 자기 능력으로 당장은 어떻게 할 수 있다.
함정이 많다고 알려진 미궁은 피해도 되는 일이고 임시로나마 영혼을 끌어들여 단시간 탐색에 사용해도 되니까.
‘이런저런 사정을 제외한다 해도 루아르다와 아센은 아니다.’
환인이 바라는 동료 상은 자질이 있고 1인분 이상을 하는 동료에서, 자신의 진심 공격을 최소 5분간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바뀐 지 오래다.
비 근접전투직으로 분류되는 자신의 공격도 버티지 못하는 능력으로 5급 이상 던전에 들어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니까.
그렇기에 루아르다는 제외되었고 아센도 마찬가지.
추적 계통의 엽사 직업이라 하지만, 아센이 아무리 수색과 함정 탐지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그녀의 전투 수행 능력은 고작 2급에서 3급 사이.
급이 높은 미궁일수록 함정의 급도 높아진다는 사실에 비추어본다면 아센의 함정탐지와 함정 해체 수준도 대강 짐작된다.
그 후 찾아온 문더와 스토레이는.
=우리와 함께 파티하겠습니까.=
“미안합니다.”
=알겠습니다.=
짧게 물었고 짧게 대답하고 돌아갔다. 간절하다기보단 그냥 찔러본 느낌이었다.
씻고 옷을 갈아입은 이실리테와 마을 상점가를 방문한 환인은 고급에 속하는 의류점에서 이실리테가 입을 속옷을 몇 벌 더 구입했다.
이실리테의 몸매는 기성품마저도 수제품으로 바꿔버리는 수준이었고, 웨이포드에서 그녀의 옷과 속옷을 샀을 때 치수를 기억했기에 구매에 긴 시간은 들지 않았다.
“이것과 이것, 그리고 저기 두 벌도 담아주시고…… 저것도 괜찮군요. 모두 포장해주십시오.”
=이용 감사합니다~!=
거침없는 선택에 10벌이나 되는 고급 속옷을 팔게 된 가게 주인은 싱글벙글 웃으며 포장해주었고.
=가, 감사합니다아…….=
이실리테는 10벌의 속옷이 포장된 주머니를 품에 안으며 얼굴을 발갛게 붉혔다.
이유는 다름 아니라 환인이 지목해서 사준 것이기 때문.
‘주인님은 내가 주인님의 취향 속옷만 입길 바라시는 건가?’
환인이 ‘선택’한 속옷은 옷가게에서도 1벌에 1은화씩 하는 고가품이었다. 그리고 여자 속옷은 고급일수록 면적이 줄어들거나 보기에 화려한 것들이 많아진다.
환인의 눈에는 그냥 평범한 레이스 장식이라거나 평범한 로우라이즈 팬티였지만, 이실리테나 가게 주인이 보기에 꽤 과감한 종류였던 것.
그랬기에 이실리테의 오해는 깊어졌지만, 진실은 이실리테가 생각하던 것과 달랐다.
여자는 쇼핑에 긴 시간이 걸린다는 편견 아닌 편견을 가진 환인이었고, 속옷 구매에 긴 시간을 들일 생각이 없었던 환인은 자신의 결정에 토를 달지 않는 이실리테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권한을 남용한 거였다.
‘돌아가면 저녁 준비가 다 되어있겠군.’
진실을 알면 이실리테가 시무룩해질 생각을 하는 환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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