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 100 소도시 웨이포드
* * *
환인은 그길로 일반 구역의 무기점과 방어구점을 찾았다.
이실리테가 하녀 교육을 받는 동안 주문해놓은 중철 대검과 미궁에서 착용할 방어구를 수령하기 위해서였다.
둘 다 스사가 가격 대비 품질이 괜찮은 곳이라며 귀뜸해준 곳이었고, 특히 방어구점은 마수가죽으로 제작한 가죽갑옷도 제작 판매하는 곳이었기에 싼 값에 괜찮은 장비를 맞출 수 있었다.
무기는 이실리테가 쓰던 대검과 비슷한 형태였다.
하지만 길이는 전혀 달랐다.
이전에 쓰던 대검은 1.8m의 브로드 소드 계통 대검이었다면 이번에는 자루 길이만 50cm에 날 길이까지 다 합치면 2.3m. 날의 폭 또한 20cm에 두께는 5cm나 되는 근력 위주 검전사의 중철 대검heavy great sword이었다.
방어구는 갑찰??을 가죽갑옷 안쪽에 덧대서 방어력을 한층 끌어올린 제품으로 3급 마수 가죽을 사용해 방어력을 끌어올린 베스트 셀러.
=열은화 5닢입니다.=
5000만원에 가까운 돈. 중철 대검도 5 열은화였으니 이실리테의 장비값으로만 1금화가 나간 셈이다.
=소중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자기 키보다 더 큰 대검을 소중하게 안은 이실리테가 허리를 꾸벅 숙였다.
“굳이 소중하게 쓸 필요는 없다. 실력이 늘면 더 좋은걸 사줄테니 매일 훈련을 빼먹지 말도록.”
=네.=
그 뒤에는 미궁에서 쓸 물건을 구매했다.
모포, 랜턴, 기름, 수통과 건량. 장비 손질 도구는 사둔것이 있어서 제외, 깨끗한 붕대와 지혈제, 재봉도구 등등.
여기에 보통은 채취한 부산물을 담을 주머니도 필요하지만, 이번에는 짐꾼을 데려가지 않는 영애의 미궁탐험기라 제외했다.
이어 신전을 방문한 환인은 약간의 기부금을 내면서 범용 해독제, 질병치료제, 회복제를 하급과 중급 각각 4개씩 구매했다.
=물약 보관함도 구매하시겠습니까?=
“주십시오.”
그리고 바위를 부수는 충격에도 내용물을 완벽히 보호해주는 물약 보관함까지.
=해독제랑 치료제, 회복제가 제일 비싸네요…….=
“여분의 목숨이나 다름없으니까.”
미궁 생필품은 품질이 좋은 것들을 위주로 3은화를 지출했는데 고작 엄지 크기의 해독제, 치료제, 회복제를 각각 4개씩 사는데 1금화 32은화를 지출했다. 물약 보관함도 5열은화나 했고.
회복제는 하급, 중급, 상급, 최상급 4단계로 분류된다.
하급은 1은화, 중급은 10은화, 상급은 1금화, 최상급은 30금화다.
하급의 효과는 회복제의 경우 뼈가 부러진 상처를 수 시간에 걸쳐 대충 금간 수준으로 아물게 한다.
뼈가 드러나 절단해야할 정도의 베인 상처도 외과적인 수술을 병행하면 충분히 봉합 가능한 정도로 회복시켜준다.
중급은 뼈가 부러진 상처를 약간 심각한 타박상 정도로 줄여주며 치료에 10분~30분 가량 걸리고, 상급은 치료에 1분 정도, 가벼운 타박상으로까지 치유해준다.
최상급은 팔다리가 떨어져나가고 배에 구멍이 뚫려도 상처의 흔적만 남는 수준으로 즉시 회복시켜주는, 여벌의 목숨을 들고 다니는 거나 다름없을만큼 효과가 뛰어나다.
다만 최상급은 제조가 무척이나 어렵고 생산되는 숫자도 적어 제작되는 족족 호족들이 쓸어간다.
=역시 성술사를 동료로 맞이하는 길 밖에 없네요. 주인님, 우리도 갓 각성한 성술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글쎄.”
성술사로 각성한 이상 편하고 안락한 삶이 보장된 것과 마찬가지인데 굳이 위험한 미궁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하지만 급수가 높은 미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성술사의 존재가 필수인 것은 사실.
신전에서 신청하면 성술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하급 성술사라해도 미궁 1회 출입당 금화 단위로 비용이 든다.
거기에 파티에 성술사를 보유중인지 아닌지, 또 성술사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따라 5급 이상 미궁을 도전할 수 있을지 없을지 나뉘는걸 생각해본다면, 성술사를 파티 멤버로 영입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파티의 존속 여부를 판가름하는 셈.
파티 입장에서 미래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상처나 질병, 독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성술사를 확보해야하는 것이다.
아니면 물약 러시를 하던가.
문제는 물약도 자주 복용하면 효과가 떨어지다가 물약 중독 상태에 빠지면 금단 현상까지 벌어진다.
여러모로 목숨을 걸어야하는 식이다.
=기술원에서 직업 상식으로 배웠는데 5급 이상 파티는 대부분 그렇게 찾아서 육성해서 파티원으로 고용한다고 해요.=
“사기나 다름없는 일이군.”
뭣도 모르는 병아리 성술사를 부당 계약으로 옭아매서 부려먹는 악덕 고용주인 셈이다. 물론 성술사가 희소하고 귀중한만큼 얼토당토안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진 않겠지만.
‘하지만 솔깃한 제안인 것은 맞지.’
솔깃하긴 하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생각해보면 원한을 살만한 일은 피해야한다.
이실리테가 순진해진 얼굴로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해서 환인이 딱 잘라 말했다.
“안돼.”
=저, 저는 아무 말도 안했는데요?=
“잊어먹은 거냐. 넌 생각이 얼굴에 훤히 드러난다.”
=윽.=
“동료를 그런 불법에 한 발 걸친 행동으로 영입할 생각은 없다. 신경끄도록.”
=네……. 아, 아무튼 이걸로 3금화나 지출했네요. 이제 소지금도 얼마 안남으셨을테니까, 열심히 하겠습니다!=
“네 생활은 주인인 내가 책임진다. 넌 돈 걱정은 하지말고 네 할 일에 충실하도록 해라.”
=넵.=
“…….”
다부지게 대답하는 이실리테가 잘 적응이 되지 않는 환인이었다.
객실로 돌아와 짐을 내려놓은 이실리테는 침대에서 늘어져있는 비상식량을 발견하곤 콕콕 건드리며 인사를 나누었다.
=비상식량~. 오랜만이다?=
쿠엣? 쿠에!
비상식량은 처음 보는 여자가 아는척하며 자신을 건드리는 것에 성질내면서 건드리지말라고 손등을 콕콕 쪼아댄다.
=앗 뭐야. 그새 나도 잊은거야? 나야, 나. 이실리테.=
……쿠엑?!
‘비상식량도 놀라게 하는 변화라니.’
정말로 놀란듯 이실리테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가운데 환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이실리테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이전이었다면 양반다리로 퍼질러앉았을텐데 지금은 아가씨처럼 다리를 모으고 쪼그려앉아 비상식량과 놀아주는 중이다.
단정하게 묶인 포니테일 끝이 살랑거리는 것에 잠시 시선을 빼앗겼던 환인은 백려강과 맺은 계약서를 챙기며 이실리테에게 말했다.
“바로 의뢰인을 만나러 간다. 앞으로 비상식량은 네가 챙기도록 해라.”
=네. 비상식량, 이리와.=
챙기라는 것을 단순히 보살피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모습에 환인은 설명을 덧붙였다.
“네가 없는 동안 피가죽 클랜의 양지 사업체인 리아나린 상회가 비상식량에게 눈독을 들였었다.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비상식량을 잘 지키라는 뜻이다.”
=아…… 넷!=
“그리고 이건 네가 쓰도록.”
단검 벨트와 투척용 단검을 모두 넘겨주고 환인은 돌도끼만 챙긴 뒤 호텔을 나섰다. 그러자 재빨리 단검 벨트를 허리에 착용하고 품에 비상식량을 안은 이실리테가 졸졸 따라오며 묻는다.
=저, 주인님. 어떤 의뢰를 받으셨나요?=
‘정말 변했군. 예전이었다면 바뀐 돌도끼에만 신경썼을텐데.’
지금은 돌도끼에 눈길을 잠깐잠깐 주긴 해도 의뢰에 대해 묻고 있다. 우선순위를 확실히 아는 모습이다.
=주인님은 우리 세계에 잘 모르시니까 사기 당하신건 아닌지 걱정돼요.=
“……너만 기술원에서 공부한게 아니다.”
=네?! 주인님도 기술원에 들어오셨었나요?!=
“…………밖에서 기본 상식과 일상 전반 지식을 공부했다는 뜻이다.”
=아.=
그럼 그렇지. 40일만에 사람이 완전히 바뀔리 있나.
백려강을 만난 자리에서 실수라도 하면 안되니 대강의 요점을 설명했다.
“……그러니 최대 15일간 그 아가씨를 지키면 되는 거다.”
=빛이 닿지 않는 미궁에서 나오는 건 3급이 가장 센 것들이니까…… 주인님께는 어렵지 않은 일이겠네요. 그런데 의뢰비가 10금화라니, 엄청난 부자인가봐요.=
“그래. 다시 말하지만 의뢰 대상에게 무례는 저지르지 마라.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지만 짐작하기로 의뢰 대상은 최소 호족이다. 그러니 대상의 신분을 알아내려들지도 말고 실례되는 행동도 하지마라.”
=넷.=
놀라면서도 대답한 이실리테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어째서 호족님이 이런데까지 와서 미궁에 들어가려하는 걸까요?=
“미궁에 환상이라도 품은 아가씨겠지. 도착했으니 이제 입조심하도록.”
=넵.=
글라헬스 호텔에 도착해 로비의 직원에게 방문 의사를 전하자 잠시 후 레심이 직접 내려와 환인을 맞이했다.
=어서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의 아가씨는?=
“전에 말씀드린 하녀입니다.”
=아아. 이분이 그분이셨군요. 환인 님께 이야기 들었습니다. 레심입니다.=
=이실리테입니다.=
레심은 손을 뻗으며 악수를 청했지만 이실리테는 받지 않고 예의바르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대신한다.
뻘쭘한 표정으로 웃으며 손을 물린 레심은 내심 크게 만족했다.
하녀라기에 큰 기대는 하지않았지만 이게 웬걸. 3급은 되어보이는 전사의 아우라이지 않은가. 게다가 겉만 보면 예의바른 아가씨, 작은 고족 가문의 교육받은 영애처럼 보인다.
이정도면 아가씨 전속 호위로도 충분할 정도.
객실로 들어가자 백려강도 거실에 나와 기다리고 있다가 환인과 이실리테를 맞이했다.
환인은 이제 두 번째 보는 백려강의 외모에 적응했지만 이실리테는 옆에서 봐도 놀란게 보일만큼 백려강을 보며 살짝 굳어있었다.
백려강은 그런 이실리테와 인사를 나눈 뒤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환인 님이 기다리자고 말씀하신 이유를 알겠네요.=
“직업자라곤하나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가르쳐야할게 적지않으니 실수를 하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렇습니까? 저는 이실리테 양도 뛰어난 무술을 지녔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살짝 당황해 내심을 드러낸 레심의 대답에 이실리테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저는 주인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에요. 그러니 주인님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아가씨를 지키겠습니다.=
=엇…… 아니, 그런 뜻으로 말씀 드린건……. 죄송합니다. 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본의아니게 무례를 저지른 레심은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했지만 환인도, 이실리테도 신경쓰지 않았다.
=이실리테 양? 우리는 저쪽에서 잠시 대화를 나눌까요?=
=…….=
이실리테는 백려강에게 손을 잡힌채 곤란한 얼굴로 환인을 쳐다보았고, 환인은 허락의 뜻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렇게 백려강을 이실리테에게 맡긴 환인은 레심과 함께 미궁 입장 준비 상황에 대해 확인 절차를 진행해나갔다.
=이게 미궁에서 사용할 생활 마도구 세트입니다. 여긴 물약 세트고요. 이 두 가지면 미궁에서 어지간한 문제는 다 해결될 겁니다.=
레심이 생활 마도구라며 보여준 것은 접은 종이, 작은 막대기, 네모난 상자에 차곡차곡 접힌 철봉이나 네모난 판떼기 등으로 중간 사이즈의 빈티지 트렁크 가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도구에 대한 지식이 적은 환인은 그러려니하고 넘어갔다.
마도구와는 무관하게 자신들의 준비는 이미 끝마쳐놓았고 준비가 미흡하면 백려강이 고생할테니 레심도 신경써서 준비했을테니까.
환인이 제대로 확인한 것은 자신이 신전에서 구매한 물약 보관함보다 훨씬 더 크고 단단해보이는 대용량 보관함이었다.
대용량 보관함은 엄지만한 물약을 100개 넣을 수 있는 케이스였는데 거기에 하급, 중급, 상급의 회복제, 해독제, 치료제가 종류별로 10개씩 빼곡히 차있으며 특이한 파란색의 물약도 10개나 있었다.
“이건 위상력 보조제군요.”
=예. 혹시몰라 특별히 준비해놓았습니다.=
위상력 보조제는 복용하면 직업자의 정신적 피로를 해소해준다는 고가의 물약이다.
하급도 1병에 1금화이며 상급은 50금화나 한다. 그런게 10개에 상중하급 각종 물약이 각각 30개씩 총 100개.
값어치로 따지면 200금화가 넘는 말 그대로 보물상자다.
=성술사를 고용할 수 없는 대신이라는 마음으로 마련했습니다. 쓰는 일이 없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미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좋은 마음가짐입니다. 만약이라 부를만한 사태가 벌어진 뒤에는 늦으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보관함을 닫고 레심에게 돌려주며 말을 이었다.
“이제 미궁에서 역할 분담을 나누어야겠군요. 백려강 씨는 당연히 일행의 중앙에 서도록 하고 제가 전위, 이실리테가 후위, 레심 씨는 백려강 씨의 호위, 어떻습니까.”
=제 입장에서는 더할나위 없는 제안입니다.=
백려강도 3급 풍술사風??라지만 호위대상인만큼 전투에 참여시킬 생각이 없기에 나온 대열이다.
이실리테와 손잡고 이야기를 나누며 레심과 환인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백려강이 그 대열 구성을 듣고 의견을 보탠다.
=환인 님보다 레심이 앞에 서는게 좋지 않을까요?=
겉으로 드러난 객관적인 사실은 무직업자가 전열, 4급 검전사가 중열, 3급 검전사가 후열로 말이 되지 않는 대열 구성이다.
그래서 순수한 마음에 환인을 걱정해서 낸 의견이었지만 레심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아가씨가 절 믿어주셔서 감사한 일이지만, 환인 님이 진심을 내시면 저도 당해내지 못합니다.=
=……그정도인가요?=
“어떤 대열이 정석이라고는 못합니다. 각자 일장일단이 있으니까요. 여기서는 서로 마음에 거리낌이 없는 대열을 잡는 것이 좋다고 판단됩니다. 레심 씨의 뛰어난 실력이라면 전열과 후열, 어느쪽이든 쉬이 지원이 가능할테니 말입니다.”
환인이 중열에서 백려강을 지키는 동시에 전열과 후열을 맡는 것이 안전성 면에서는 가장 높을 것이다.
하지만 백려강의 호위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레심이 불안해할 것이 사실. 환인은 그점을 배려해준 것이었다.
백려강은 그 사실을 깨닫고 놀람을 감추었다.
어린 시절부터 미궁 모험가를 목표로 끊임없이 단련하고 훌륭한 스승에게 각종 무술을 배웠으며 직업자로 각성한 이후에는 더더욱 훈련에 매진해 또래 중에 당해낼 자가 없다고 알려진 레심이었다.
10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4급 언저리에 들 정도의 자질에 무예 또한 5급 전사에게 인정받을 정도의 재능.
그런 레심이 저리 말할 정도에 높은 수준의 교육 흔적까지.
그녀의 생각이 맞다면 그는…….
‘……환인 님은 어떤 분이실까.’
그에게 호기심이 깃드는 백려강이었다.
그사이 환인과 레심의 준비 확인 과정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환인 님. 이게 빛이 닿지 않는 미궁의 전역 지도입니다.=
“생각보다 자세히 묘사되어있군요. 신뢰성은 충분합니까?”
=미궁병영의 병사가 진열대에서 직접 판매중이었습니다. 다른 지도들도 확인해보았지만 전부 동일하더군요.=
“그렇다면 진행 코스는 이런 식으로…….”
=빠르게 하층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돌파가 아닌 경험이 목적인만큼…….”
5000만원짜리 미궁 지도와 미궁에 출현하는 이형종 목록을 늘어놓고 환인과 레심이 미궁 탐사 계획을 짜기 시작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백려강은 맞은편에 앉은 여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실리테라고 소개받은 여성은 하녀가 아니라 어디 좋은 집안의 영애가 아닐까싶을만큼 건강하고 청초한 느낌을 뿜어내고 있었다.
거기다 사교회나 교류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느껴보지 못한 순박함까지.
만난지 1시간도 안됐지만 이실리테의 순수함이 무척이나 좋아진 백려강은 이실리테가 기분나쁘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레심이 누군가를 저리 가감없이 칭찬하는 것은 처음 봤어요. 환인 님은 대체 얼마나 강하신 건가요?=
백려강의 질문에 이실리테는 어떻게 대답해야하나 잠시 고민했다.
주인님이 우르거를 잡았다는 사실은 조금만 조사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눈 앞의 여성은 무려 금화 10닢의 의뢰주.
파티를 맺은 마당에 주인님의 명예외 신뢰를 위해서 조금 이야기를 푸는 것은 문제가 안되겠지?
이실리테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굉장히 강하세요. 아가씨, 혹시 이 근방에 오버플로우가 벌어졌다는 이야기 들으셨어요?=
=네. 웨이포드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않아서 6급 미궁 하나가 폭발했다고 들었는데…… 혹시?=
=거기서 나온 우르거 한 마리를 거의 주인님 혼자서 잡으셨어요.=
=세상에.=
놀라긴 했지만 백려강은 솔직히 말해서 믿지 않았다.
믿지 못했다는 게 더 맞는 말일 것이다.
5급 직업자를 무술로 이기는 것과 5급 반전 개체를 사냥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직업자들의 신체가 강한 이유는 몸 안의 위상력을 외부로 돌려 공격력과 방어력을 올리기 때문이다.
그것은 괴물이나 이형종도 마찬가지. 그리고 괴물은 보통 사람들보다 육체가 더욱 견고하거나 단단하기에 동일한 등급이라도 직업자보다 괴물이나 이형종을 더 윗줄로 친다.
여기에 이형종은 괴물은 바깥에 증식하고 번식하는 괴물과 태생이 다르다.
평범한 번식으로 태어나는 괴물과 다르게 미궁이 일부러 위상력을 불어넣어 만들어내는 괴물이 이형종이다.
당연히 후자가 위상력이 더 많을 수 밖에 없고, 위상력의 양이 많으니 바깥의 괴물보다 강한게 당연한만큼 야생의 괴물보다 이형종이 보편적으로 더 강하다.
즉 평범한 무기를 가진 무직자는 미궁산 괴물, 그것도 2급 이상은 1:1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웅급 무기를 지니면 이야기는 다르겠만 우르거가 어떤 존재인가. 5급을 대표하는 괴물이다. 거기에 미궁의 반전개체라면 위상력도 바깥의 우르거보다 더 많다.
그런 반전개체 우르거를 5급 직업자가 사망자 없이 사냥하려면 최소 3명은 있어야한다는게 통론인데 그걸 혼자서 잡았다니.
비단 백려강뿐만 아니라 어느정도 미궁의 이형종과 반전 개체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믿지 못하는게 당연하다.
백려강이 놀라는 모습에 이실리테는 뿌듯함을 느꼈다.
사실 주인님이 대단한 이유는 그게 아니라 다른 이유지만.
레심과 함께 미궁 진입과 일정, 그리고 코스까지 대략적으로 마무리한 환인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미궁 출입 허가증은 제게 있으니 발급에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출발은 내일 새벽 5시, 서문 앞에서 뵙도록 하죠.”
=예. 시간 맞춰서 나가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가씨의 호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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