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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기담-99화 (99/813)

〈 99화 〉 096 소도시 웨이포드

* * *

레심과 헤어진 환인은 며칠간 기존의 계획대로 중심가를 돌아다니며 영혼의 숫자를 파악해나갔다.

무기점주가 간이 감정을 해주었던 돌도끼를 제대로 감정해볼까 했지만, 본격적인 감정에는 감정한 제품의 급에 따라 최소 5열은화에서 많게는 금화 단위로도 나올 수 있다고 해서 그냥 넘겼다.

애초에 막 써왔던 돌도끼였고 대략적인 효과, 내구도 증가와 내구도 회복 효과라는 것은 알게 되었으니 지금까지 써왔던 대로 쓰면 될 일.

아무튼.

환인은 중심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영혼을 찾았다.

요 며칠 영혼사의 존재에 도시 시민들의 관심이 몰려 있어 당장 활동은 못 하지만, 영혼을 많이 보고 감정을 많이 느낄수록 그리고 감응을 많이 할수록 영혼이 품은 미련을 좀 더 상세히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내 감정도.’

웨이포드에서 생활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되어간다.

환인은 영혼의 감정이 자신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 처음 떨어졌던 그때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전혀 다른 존재다.

비록 사고방식은 흡사하지만 크고 작은 일에 작게나마 좋아하거나 짜증 내거나 심란함을 느낀다는 점이 다르다.

이런 상황에 감정이 계속 더해진다면 자신은 어떻게 되는 걸까.

평범한 사람들처럼 희로애락을 느끼고 울고 웃고 화낼 수 있게 되는 걸까.

그렇게 변한 자신이 전혀 상상이 안 가지만, 일단은 계속 영혼을 찾아다니며 감응을 해보는 환인이었다.

웨이포드에 공동묘지는 4개가 존재한다.

그중 제2 공동묘지의 영혼은 거의 다 정화했지만, 나머지 세 곳 공동묘지도 남아있고 길가에도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은 편도 아닌 영혼들이 배회하고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도시 전체가 영혼사에 대한 이슈로 떠들썩해서 행동하기 싫다는 것.

지금 움직였다간 바로 정체가 들통날 것이다. 덩달아 행동에 크나큰 제약이 걸리겠지.

그런 상황은 사양이었기에 사람들이 별로 없는 작은 길이나 골목길을 위주로 다니며 영혼의 수를 파악하고 다녔지만, 그사이 수상한 시선이나 추격자의 존재는 눈치챌 수 없었다.

‘스사의 이야기대로인가.’

일부러 행동하기 편하도록 인적 드문 곳으로만 다녔는데 피가죽 클랜의 접근이 전혀 없다.

어쨌든 환인은 흡사 고대 로마처럼 잘 닦여있는 도로를 따라 걸으며 뒷골목의 건물을 구경했다.

중심가는 뒷골목이라고 해도 깨끗하고 볕도 잘 들었다.

애초에 일정 높이 이상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해놓은 데다 건물과 건물 사이 폭이 넓고 제2 내성벽에서도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다 보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가 골고루 지면을 비추는 것이다.

볕이 들지 않는 뒷골목 특유의 축축함과 눅눅함하고는 전혀 다른, 평범한 주택가 골목길 같은 느낌.

중간에 망태기 같은 것을 등에 지고 땅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사람도 봤는데 상의에 행정관 소속이라는 명찰이 달려있어 환인은 작게 감탄했다.

‘환경미화원도 운용하는군.’

많은 세수를 거두어들이는 곳이라서 호족도 신경 쓰는 건가.

생각해보면 도로를 달리는 마차도 말이 아무 데서나 대변을 보지 못하도록 말의 항문 쪽에 대변 주머니를 달아놓은 게 대부분이었다.

쿠에는 먹는 양에 비해서 괜찮을까 싶을 만큼 대소변이 적은 편이었고 조용한 곳에서 볼일을 보는 습성이 있어 애초에 제외.

그래서 도시의 도로는 물론 마을의 대로도 동물의 대소변으로 엉망이지 않았다.

마을과 도시를 가로지르는 수로도 언제나 청결했고 일반 구역의 빨래터도 강줄기 아무 데서나 하는 게 아니라 정해진 지정 빨래터에서만 가능했다.

애완동물이 거리에서 실례하면 주인이 그걸 챙겨야 하는 건 당연한 의무였고 정화조 비슷한 것과 그런 정화조를 청소하는 직업도 있었다.

옛날에는 중세시대 이전 고대 시대부터 사람들의 청결 의식이 엉망이었다고 했지만, 근래에 들어 새로운 연구 결과와 가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현대인이나 고대인이나 청결에 대한 의식은 비슷했으며 그 사실을 증빙하는 역사적 자료도 나오고 있다고 말이다.

단지 과거 사람들이 더러웠던 이유는 현대처럼 물을 손쉽게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는 것.

그에 비하면 이 세상 사람들은 초능력과 함께 살아간다.

촤아아악­

미약한 법술사의 아우라를 지닌 미화원의 손끝에서 약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물뿌린 자리를 브러시로 슥슥 닦는데 바닥에 뿌려진 물이 빠르게 마르며 오염물질도 함께 사라진다.

“…….”

초능력을 각성하더라도 성장이 무한한 것은 아니었다.

사람의 자질이 제각각 다르듯 성장 한계도 사람마다 달라 존재해서 1급이 성장 한계인 사람도 많았다.

그런 사람들은 미궁에 들어가는 것도 어려웠기에 저렇게 일상 전반에 스며들어 초능력으로 사회에 공헌했다.

‘1급 직업자들이 생활 전반에서 힘을 쓰고 다니니 현대와 비슷한 청결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거겠지.’

물론 직업자가 아닌 사람도 많았다. 그런 사람들은 등에 물뿌리개 같은 짐을 지고 다녔지만 그건 그거고.

웨이포드의 추정 인구는 30만. 그리고 각성자는 수백 분의 1의 확률로 각성한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인구도 있을 테지만, 그런 숫자를 고려해도 도시의 직업자 인구는 대략 1,000명이 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사람이 싸움을 좋아하고 성장 자질이 뛰어난데다 능력 훈련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게 아닐 테니 각성하고도 무직자처럼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거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뒷골목을 빠져나온 환인은 사람들 틈에 섞여 근처에 있는 공동묘지로 향했다.

가장 가까운 곳은 웨이포드 제3 공동묘지.

힘찬 필체로 이름이 새겨진 황동색 명패가 입구의 아치 모양 나무 구조물 위에 박혀있다.

제2 공동묘지와 마찬가지로 담장은 없는 거나 다름없었는데, 허리까지 겨우 올라오는 관목 너머로 공동묘지 부지에 여러 높이의 언덕이 보인다.

드문드문 보이는 작은 나무, 그리고 꽃이 잔디와 함께 언덕을 뒤덮고 있는 모양새는 여러모로 가을 언덕의 느낌을 준다.

‘……2번 공동묘지는 여름 숲속 느낌이었지.’

다음으로 4번 공동묘지를 찾아가 보고 1번 공동묘지도 방문한 환인은 지구의 공동묘지도 이런 식으로 관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동묘지는 각 계절을 테마로 꾸며져 있어 계절 테마 공원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1번 공동묘지는 작은 호수를 낀 봄의 느낌. 2공동묘지는 여름 숲속 느낌. 3공동묘지는 작은 가을의 언덕 느낌. 4공동묘지는 겨울의 화원 느낌.

환인은 네 곳 공동묘지와 중심가를 돌아다니며 영혼을 살핀 결과 묘지기, 아니면 신상의 존재가 영혼의 자의식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중심가의 거리를 돌아다니는 영혼들은 율캄이나 에트브룩 촌락의 영혼들처럼 약간 넋이 나간 모습으로 배회하는데, 공동묘지의 영혼들은 뚜렷한 의식을 가지고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눈다거나 하면 이유는 그것 뿐일 테니까.

묘지기들의 아랫배 온기, 영기는 묘지기가 아닌 사람들에 비해 적게는 3배, 많게는 5배나 많았으니 영기의 힘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고, 신상에 무언가 특별한 힘이 있어 영혼의 자각을 도울 가능성도 있다.

지난 며칠간 몸을 섞었던 이엘카타가 환인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사흘간 매일같이 그녀를 안으며 영기를 흡수한 덕분에 그녀의 영기는 많이 줄어든 상태.

만약 영기가 영혼의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면 제2 공동묘지에 남은 영혼들은 묘지 밖의 영혼들처럼 흐리멍덩해질까?

=오늘 밤에도 영혼사님이 나오실까?=

=나오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집에 찾아오셨으면 좋겠어.=

=너네 할머니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되셨지?=

=응……. 할머니 보고 싶어.=

“…….”

길을 가며 비슷비슷한 대화를 오늘 하루에만 벌써 수십 번 들었다.

놀라운 점은 공동묘지의 영혼들도 영혼사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는 것.

이제 대강 이 세상이 돌아가는 꼴이라거나 기본적인 풍습, 사람들의 사상이나 관습 등을 알게 되었지만. 알게 되었다고 해서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초능력도 쓸 수 있게 되었고 지구인과 전혀 다르게 생긴 사람들을 매일매일 보고 있는데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래저래 생각하는 사이 저녁 시간이 되었고, 비상식량을 데리러 스사의 저택을 방문한 환인은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스사의 가족들과 단란한 저녁 만찬을 즐겼다.

비상식량과 함께 올츠 호텔로 돌아온 환인은 문득 근래에 들어 스사에게 부쩍 신세를 지기 시작했다는 걸 자각했다.

물론 그의 생명을 두 번이나 구해주었고 나름대로 수익의 일부를 나누기도 했지만, 환인 자신도 스사에게 받은 것(신분증 발급, 도시 안내, 일부 지식 전달)이 있다.

이대로 계속 신세를 지게 되면 부채 의식이 발동할 테고 귀찮음이 또 눈을 뜨게 된다.

“…….”

어떻게 부채 의식을 청산할지 생각해봤지만, 딱히 방도가 없다.

생각나는 거라곤 웨이포드를 떠나기 전에 자신의 정체를 밝힌 뒤 스사와 연관된 점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 인맥을 하나 만들어주는 거지만…….

‘앞으로 내 활동에 발목을 잡히는 일이다. 선택지로 둘 수 없는 행동이야.’

목욕 서비스를 요청한 뒤 욕조의 뜨거운 물에 목까지 담그고 생각을 정리하던 환인은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생각도 못 했을 선택지를 골랐다.

‘주면 주는 대로 받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때 부채를 청산하면 되겠지.’

[꺅! 아, 안돼. 얌전히…… 좀 있어!]

[쿠엣! 쿠우웃!]

퍼더덕! 푸다닥!

[안 뜨거워! 미지근한 물이니까……?!]

퍼더더덕­ 와장창! 촤아아악­

[엄마! 꺄악?!]

[쿠에~!]

욕실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작게 한숨을 내쉰 환인은 목욕 가운을 입고 욕실을 나왔다.

그리고 엉망진창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광경을 목도했다.

뒤집혀 세면실 바닥을 흥건히 만든 물통.

물을 뒤집어썼는지 흠뻑 젖어 울상을 짓는 메이드.

씻다 만 고양이처럼 볼품없는 몰골로 성질을 부리며 젖은 날개를 퍼덕이는 비상식량.

쿠에엑~!

공룡처럼 포효하며 날개를 퍼덕일 때마다 물방울이 산탄처럼 사방에 뿌려진다.

그런 물방울을 두 팔로 얼굴을 가리고 막던 메이드가 환인을 보며 울먹인다.

=소, 손니임~.=

괜히 비상식량의 목욕을 부탁했나. 스사네 집 꼬맹이들과 노느라 흙투성이가 되어서 부탁한 건데.

환인은 수건으로 비상식량을 감싸 안아 들면서 말했다.

“이 녀석은 제가 맡겠습니다. 바닥을 정리하세요.”

=네, 네!=

살았다는 얼굴로 카트에서 청소 용구를 꺼내 물난리가 난 바닥을 정리하는 메이드를 보며 품에 얌전히 안겨있는 비상식량의 냄새를 맡았다.

‘이제 냄새는 안 나는군.’

쌍둥이 산의 그 얼음장 같은 계곡물에서 멀쩡히 몸을 씻던 비상식량이다.

환인은 욕실로 들어와 냉수를 비상식량의 몸에 살살 뿌려가면서 수건으로 깃털을 닦는 한편 반대로 일어난 깃털을 정리해준다.

쿠에~.

손길이 기분 좋은 듯 나직하게 우는 비상식량을 보며 환인이 물었다.

“이렇게 얌전히 있을 수 있으면서 왜 그 난리를 친 거냐.”

켓! 쿠엣! 쿠에엑!

불만을 강하게 표시하는 비상식량의 태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깃털을 엉망으로 만들어서 화가 난 거냐?”

쿠엣!

“…….”

하긴, 사람도 뒷머리를 밑에서 위로 쓸어올리면 짜증 내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환인이 본 비상식량의 상태는 깃털을 거꾸로 쓰다듬다 못해 마구 헝클어트린 모습이었으니…….

“자, 마지막으로 물을 부어줄 테니 눈 감아라.”

촤아악­

쿠에~!

차가운 물이 머리부터 쏟아지자 짧게 운 비상식량이 기분 좋은 듯 푸르르르르 강아지처럼 온몸을 턴다.

“큭큭.”

겉 깃털 안쪽의 솜털 깃털까지 젖어서일까. 물에 빠진 고양이처럼 볼품없어진 비상식량은 갑자기 자신을 보며 큭큭 웃는 환인을 향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웃는 거지? 자기 몰골 때문에 웃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비상식량을 마른 수건으로 감싼 환인은 욕실을 나오자마자 깔끔해진 세면실에 다소곳이 서있는 메이드를 볼 수 있었다.

유료 봉사를 바라는 모습인데 문제라면 메이드복은 물론 속옷까지 젖어버렸을 만큼 흠뻑 젖은 상태라는 것.

환인은 팁으로 1동화를 주며 말했다.

“비상식량을 씻기느라 고생했습니다. 세탁비에 보태십시오.”

=감사합니다! 그, 그러면 유료 봉사는……?=

“그 상태로는 안 되겠군요. 다음에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네에.=

표정은 ‘그래도 괜찮아요!’라고 주장하지만, 손님의 결정을 거스를 수 없는지 다람쥐 귀와 꼬리를 한 메이드 아가씨가 시무룩한 얼굴로 객실을 나갔다.

목욕을 마친 뒤 곧바로 이엘카타를 만나려고 했던 환인은 비상식량의 깃털을 말리느라 시간을 조금 지체했다.

하지만 큰 차이는 없었기에 길에 행인이 거의 사라진 깊은 밤이 되었을 무렵 뽀송뽀송해진 비상식량과 함께 호텔을 나섰지만…….

“……금일 휴업?”

어쩐 일인지 제2 공동묘지 입구에 체인이 걸려 사람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이엘카타의 몸에 문제라도 생겼나? 아니면 영혼사와 함께 다녔던 일행 중 한 명이 이엘카타였다는 게 들통난 건가?

출입 금지 팻말 앞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공동묘지 안쪽에서 인견족 여자가 등불을 들고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거기 계신 분,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환인입니다.”

=아. 드디어 오셨네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엘카타 씨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습니까?”

=네에. 묘지기님이 오랜만에 감기에 걸리셨거든요. 여름감기라서 지독하기도 하고 병을 옮길 것 같으니 오늘내일은 만나지 못한다고 전해달라 하셨어요.=

‘신체 면역이 떨어질 정도로 영기를 흡수하진 않았는데…….’

의아해하면서도 알겠다고 대답한 환인은 그대로 호텔로 복귀했다.

다음 날.

환인은 한 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부지런히 돌아다닌 덕에 예상보다 더 일찍 목표했던 지식량의 확보를 달성했다.

‘이 정도면 현지 문물에 익숙하지 않은 소수 종족 수준.’

레심도 그랬고 이실리테, 브릴릿, 스사는 물론 고급 창관의 창부들이나 호텔의 시중 메이드들도 자신을 소수 종족으로 보았다.

루크랑의 풍습에 맞지 않는 일부 행동을 하더라도 여행 중인 소수 종족의 실수 정도로 관대하게 넘어가 줄 것이다.

‘그러면 이제부터…….’

지식 습득을 우선하느라 미뤄놨던 훈련을 재개할 시간이다.

영혼사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근래에 명상과 정신 집중을 거의 못 하기도 했고.’

환인은 우르거와 싸우면서 자신의 육체적 한계를 실감했다. 그리고 하이엔=조드와 대련하며 근접전투 직업자들과 자신의 신체 차이 또한 절감했다.

이렇게 되면 보통은 초능력의 성장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뚜렷한 한계가 보이는 육체 단련보다 초능력의 성장에 비중을 두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니까.

하지만 환인은 신체 단련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동체 시력과 반사 신경에 강령의 강화 효과가 더해지면 적어도 5급은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

초능력이 더 강해지면 더욱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겠지. 방어 관련은 비싼 술법 부여 장비를 갖추면 될 일이고.

그러다 보니 환인이 해야 할 훈련은 적은 편이 아니었다.

신체 단련을 제외하고도 명상과 정신 집중, 영혼의 정화, 영혼 기술 단련, 영적 감각 증대를 위한 감응에 영기 흡수까지.

‘오늘은 정신 집중과 명상에 투자해야겠군.’

매일매일 짬을 내서 10분~20분 정도는 했다지만 그걸로는 한참 부족하다.

그렇게 쉬는 시간에 비상식량과 틈틈이 놀아주며 진주색 돌멩이를 쥐고 명상과 정신 집중을 반복하던 환인은 점심 즈음에 방문자 두 명이 자신을 찾는다는 프론트의 연락을 받았다.

‘두 명이라면 피가죽 클랜인가.’

방문자의 정체를 짐작하며 양복점에서 구매해놓은 검은색 셔츠와 베이지색 면바지로 갈아입고 1층으로 내려가자 로비에 갖춰진 소파에 앉아있던 두 명의 여자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명은 처음 보는 적색 곰 귀의 정장 차림 여자였고 다른 한 명은…….

=안녕하세요.=

징 박힌 장갑을 낀 손을 살짝 흔드는 하이엔=조드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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