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 〉 095 소도시 웨이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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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심이 안내한 곳은 환인이 묶고 있는 호텔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의 또 다른 호텔이었다.
올츠 호텔도 호텔의 이름을 쓰고 있지만 부속 건물이 하나 딸린 3성급이라면, 이곳 글라헬스 호텔은 넓은 부지의 정원까지 딸린 5성급 호텔이었다.
스탠다드 룸의 하루 숙박에만 2은화(200만 원)인 최고급을 표방하는 호텔이라는 스사의 이야기를 기억해낸 환인은 현실의 5성 호텔에도 밀리지 않는 화려한 로비 인테리어를 무감정한 눈으로 돌아보았다.
=어서 오십시오, 레심 님.=
=이 분과 조용한 곳에서 식사하고 싶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흑색과 백색의 근무용 연미복을 차려입은 여성이 살짝 허리를 숙인 뒤 앞서 걷기 시작했고, 환인은 레심을 두고 예상했던 자신의 추측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저렇게 아랫사람을 자연스럽게 다루는 태도는 어렸을 때부터 아주 그런 환경에서 자라오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것이었으니.
가진 자의 행동거지가 품위로 드러나는 레심의 뒷모습을 응시한다.
‘방어술 교습 부탁이 아닌 건가.’
의문이 더욱 깊어졌다.
자신을 속이려고 일부러 이런 상황을 꾸며낸 걸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만한 호텔에서 머무를 정도의 재력에 아랫사람을 부릴 정도의 특권층이라면 동료든 교관이든 훌륭한 실력으로 섭외할 수 있을 거다.
‘내가 영혼사라는 걸 호족이나 고족이 알아차린 것도 아니고, 하이엔 조드와 관련된 일도 아닌 듯하고.’
짐작 가는 게 없다 보니 설마 짐꾼으로 영입하려는 건가 이런 생각마저 드는 중이다.
하지만 아니겠지. 고작 짐꾼으로 고용하자고 이런 고급 호텔로 데려오지 않았을 테니까.
한쪽 벽이 통짜 유리로 된 룸에 안내된 환인은 유리 밖으로 보이는 정원의 모습을 한 번 응시하고 자리에 앉아 미지근한 물수건에 손을 닦았다.
레심이 이 모습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환인은 신경 쓰지 않고 최고급 레스토랑의 식사 매너를 떠올리며 행동한다.
잠시 후 웨이트리스 복장의 여자 두 명이 메뉴판을 가지고 들어왔다.
고급스러운 가죽 플레이트에 적혀진 아홉 가지 코스 메뉴.
코스마다 이런저런 요리가 적혀있었지만, 환인은 자신에게 다가온 여자에게 오늘의 메인 디쉬가 생선인지 육류인지 확인한 뒤 기름진 생선 요리라는 말에 오크통으로 숙성하지 않은 가벼운 화이트 와인을 주문, 나머지는 셰프 추천을 요구했다.
=드시지 못하는 음식은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주문받았습니다.=
간단히 주문을 끝낸 환인에 비해 레심은 항목마다 까다롭게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그렇게 주문에만 10분을 소요한 뒤 환인에게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변명 아닌 변명을 입에 담았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상하게 이런 장소에만 오면 입맛이 까탈스러워지더군요.=
“이해합니다. 기왕 먹는 한 끼, 맛있는 걸 먹고 싶은 것은 사람의 본능이니까요.”
=어…… 아, 음. 으흠. 그렇군요. 한 끼라도 기왕이면 맛있게 먹고 싶은 것…….=
환인은 별 생각 없이 한 대답이었는데 레심은 이 문장에 몹시 감명받은 눈치였다.
무슨 이런 일에 감동을 얻는가 싶어 환인이 속으로 실소를 흘릴 무렵 레심도 자신의 실태를 깨닫고 멋쩍게 웃으며 물었다.
=그런데 환인 씨는 주문이 간단하시더군요? 메뉴를 전부 추천으로 부탁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셰프들도 다들 사람이며 요리라는 영역에서 나름의 지위를 이룬 분들입니다. 똑같은 주문을 넣더라도 사람에 따라 같으면서 다른 요리가, 다르면서도 같은 요리가 나오기 마련이지요. 그 점을 깨닫고 보니 마음이 차츰 변해가더군요. 이 사람은 어떤 요리를 추천할까, 이 사람은 어떤 요리를 자신 있어 할까.”
=아아…….=
“가리는 음식이 없다 보니 가능한 유희의 일종입니다. 특정 음식이 체질에 맞지 않는 분들은 하지 못하는, 레스토랑마다 숨겨진 메뉴를 주문한다는 느낌의 자그마한 우월감도 있고요.”
=오……. 하지만 셰프들은 같은 요리를 균일한 품질로 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까? 메뉴판만 보더라도 코스 요리는 정해져 있었고요.=
환인은 작게 웃음 지었다.
“예법은 대상과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그러면서도 같은 대상과 같은 상황이더라도 이전과 다른 예법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죠.”
그런 다음 손가락으로 레심을 가리키고 다시 자신을 가리키는 환인의 행동에 레심은 눈을 크게 뜨다 못해 입도 살짝 벌렸다.
속을 들여다보면 그저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요리가 나올 수 있다는 별것 아닌 이야기지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포러 효과를 일으킨 레심에게는 그마저도 또 다른 진리처럼 느껴진 것이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 사소한 것에도 놀라는 눈치군.’
레심은 자신이 요구한 대로 정확히 조리되어 나오는 코스 요리를 먹으며 눈앞의 남자에게 온 정신을 쏟았다.
‘틀림없어. 평범한 신분이 아니야. 우리 종족의 테이블 매너는 아니지만, 절도와 기품이 있는 식사 매너, 식견층의 화법에 5급 투사를 기술만으로 제압하는 뛰어난 무예까지.’
자신이 모시는 분에 걸맞은 적당한 호위를 찾기 위해 하이에른 상급 무관을 며칠째 방문하던 레심은 우연히 이국적인 외모의 남자가 상급 무관장의 자제를 기술로 완벽히 제압하는 것을 목격했다.
남자는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정말 대단한 무예를 지녔다.
아직 배움이 짧은 자신은 물론 기술적인 면에서는 스승님보다 더 뛰어날지도 모르는 사람.
거기에 무관장의 자제를 때려눕힌 뒤에도 자만하거나 오만한 모습 없이 짧은 교훈을 남기는 신사적인 태도.
이후에도 자랑을 입에 담고 다니지 않은 훌륭한 무예가의 천성까지.
만약 남자가 루크랑 족이었다면 레심은 자신이 모르는 어느 고족 집안의 자제 정도로 생각했을 터였다.
그러나 남자는 4대 종족, 7대 아인종 그 여느 종족과도 다른 외모였다. 그 말은 즉 고족과 연관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
불가피하게 높은 신분을 피해야 하고 또 모시는 분의 체면과 품위를 생각해서라도 예의범절을 아는 호위가 필요한 마당에 그의 존재는 레심의 기준에 훌륭히 부합하는 사람이었다.
레심은 그를 찾아 도시를 열심히 돌아다녔다. 잠깐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에 그는 일행과 함께 무관을 나가서 모습을 감췄기 때문.
그날 무관에 동행했던 창전사를 조사한 덕에 이름도 알아냈고 행정관에서 정식 신분증도 발급받았다는 정보도 얻었다.
야생에서 우르거를 잡았더라는 소식도 입수했다.
실력은 충분하다는 걸 확인했으니 이제 만나서 정식으로 부탁만 하면 되는데…….
‘보이지 않아. 어째서?’
남자를 찾을 수 없었다. 특색있는 이국적인 외모였지만 그를 아는 사람이 중심가 어디에도 없었던 것이다.
그가 쓰던 검은 후드 망토는 도시에서 나름 유행하는 브랜드 아이템이었던지라 그 특징 하나만으로 찾기에는 어려웠다.
결국 브릴릿이라는 이름의 창전사를 찾아간 레심은 자신의 현재 입장 때문에 신분을 밝히지 못했고, 그 탓에 창전사에게 노골적인 의심을 받아 목적을 이룰 수 없었다.
레심은 포기하지 않았다.
신분을 감추고 있어서 사람을 동원하지 못하지만, 그만큼 열심히 돌아다니며 그 남자의 인상착의를 묻고 다녔다.
그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 10일이 지났고 레심은 남자의 탐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벌써 다른 도시로 떠났을지도 몰라.’
실망한 레심은 다시 적당한 인물을 찾아다녔지만, 그의 기준에 부합되는 인물을 찾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이미 그의 기준을 훌쩍 뛰어넘는 사람을 봤었기에 더욱 까다로워졌을지도 모른다.
‘능력이 충분하면 예의가 없고, 예의가 충분하면 능력이 안 되고…….’
둘 중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다.
폭한??을 데려갔다가 아가씨께 불상사가 벌어지는 것은 원치 않고, 약한 자를 데려가 아가씨가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것도 원치 않았으니까.
점차 흘러가는 시간 속에 아가씨의 바람을 들어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치밀어 레심의 얼굴에 수심이 깃들 무렵이었다.
미궁병영을 돌아다니며 괜찮은 인물을 물색하던 레심은 술집에서 떠들썩한 소란을 들었고, 그쪽으로 시선을 주던 중 그토록 찾아다니던 남자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맞아! 그 사람이야!’
레심은 마음이 급했지만 그런 조급증을 드러내지 않고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리고 정중히 부탁한 결과 다행히 식사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고, 예상 밖으로 뛰어난 그의 성품을 확인한 레심은 속으로 결심했다.
이 남자가 아니면 아가씨의 미궁 탐험은 포기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없어. 아가씨의 바람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호위를 부탁드려야 해.’
“그래서, 제게 하실 말씀이란 무엇입니까?”
코스 요리가 끝나고 후식으로 나온 박하향 녹차맛 황색 차를 마시며 환인이 질문하자 레심은 찻잔을 내려놓더니 무릎에 손을 올린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환인 씨에게 미궁 호위 의뢰를 드리고 싶습니다.=
“…….”
레심은 환인의 얼굴에 표정이 사라진 것을 감각적으로 캐치하고 황급히 말을 이었다.
=인원은 저와 1명 더. 환인 씨에게 부탁드리는 호위는 그 1명을 미궁에서 지켜주시는 일입니다. 의뢰비는 선불로 1금화. 의뢰 완료 시 9금화를 내겠습니다. 환인 씨는 자신의 장비만 챙겨오시면 됩니다.=
마악 거절하려던 환인은 놀라운 의뢰비에 잠시 레심을 응시하다 입을 열었다.
“단지 호위뿐입니까?”
=예. 회복약, 질병 치료약, 해독제 및 기타 물품은 모두 이쪽에서 준비하겠습니다. 5급 투사를 손쉽게 쓰러트리는 그 실력이면 빛이 닿지 않는 미궁에서 호위는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위험한 일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4급 직업자의 1회성 미궁 호위 의뢰 평균 비용이 3열은화 정도인 것은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인 씨는 비록 무직자이시지만 기술만으로 빛이 닿지 않는 미궁을 돌파할만한 기량이라고 저는 판단했습니다.=
환인은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하는 척 한 다음 물었다.
“돈만 내면 행정관에서 신뢰도와 실력이 충분한 고급 모험가, 탐험가 인력을 알선받을 수 있습니다. 금화 10닢이면 의뢰 기간에 따라 5급 직업자도 3명을 고용할 만큼 큰돈입니다. 그런데 굳이 저를 선택하시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지만, 환인은 이미 대강의 사정을 유추한 뒤였다.
아직 어리면서 높으신 자제 티를 풀풀 풍기는 직업자 소년.
그런 소년이 실력과 예의범절을 확인하면서까지 구하고 싶어 하는 호위.
보름도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자신에게 접근한 일.
검증된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의뢰 알선 시스템을 무시하고 막대한 비용을 써서까지 직접 호위를 구하려 하는 행동.
행정관의 의뢰 알선 시스템은 의뢰 등급에 따라 여러 도시에도 공유되며 의뢰자와 수주자의 정보는 기록되어서 보존된다.
이것을 종합해보면 높으신 집안의 귀하신 자제께서 남에게 정체와 신분을 밝히지 않고 서민 미궁 체험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레심은 그 귀하신 자제님을 보필하고 보호하는 보호자 신분이고.
자신의 추측을 확신한 환인은 레심의 반응을 보기 위해 그 부분을 찔렀다.
“위험한 일은 아니더라도 위법적인 일일 가능성은 있겠지요.”
역시 이런 반응인가……. 레심은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짐승신님께 맹세코 위법적이거나 불법적인 행동이 아니며, 환인 씨에게 해가 되는 일도 없을 거라고 맹세하겠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이번 호위 의뢰 이후 웃으며 헤어질 수 있는, 예의와 실력이 충분한 분입니다. 한 달간 웨이포드를 돌아다녔지만 그런 기준에 해당하는 분은 환인 씨뿐이었습니다.=
“제 뒤를 조사했다는 것처럼 들립니다만.”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이에른 상급 무관에서 환인 씨를 처음 본 뒤 환인 씨를 계속 찾아다녔으니까요.=
빙고였다. 거기다 레심은 자신이 의뢰를 거부하면 미련 없이 포기할 것 같은 모습. 환인은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띠었다.
“억지에 가까운 부탁을 하는 아가씨는 참 곤란하죠.”
=정말입니……?!=
얼마나 놀랐는지 늑대 귀의 솜털까지 곤두선 레심의 모습에 환인은 찻잔을 들어 향을 음미했다.
‘박하향이 참 좋군.’
=…어, 어떻게. 어떻게…… 아셨, 습니까?=
손에 쥔 찻잔이 달달달 떨리며 마찰하는 소리에 차를 한 모금 머금은 환인은 혀끝으로 살짝 굴리다 삼키고 대답했다.
더 대답을 늦췄다간 되려 의심받아 공격당할 것 같아서였다.
“적은 아니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레심, 당신이 이야기하며 흘린 정보를 취합해서 낸 결과니까요.”
이제는 동공이 마구 흔들린다. ‘내가 그렇게 단서를 마구 흘렸다고? 말도 안 돼.’ 같은 표정이다.
그래서 자신이 추측할 수 있었던 점을 짚어주자 팔꿈치로 테이블을 짚으며 두 손으로 눈을 가린다. 거기에 늠름한 어린 늑대는 없고 주인에게 혼난 강아지만 있었다.
“마지막으로 호위 의뢰에 금화 열 닢이나 내겠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야, 그 정도가 아니었다면 환인 씨는 의뢰를 거절하실 것 같아서였으니까요……. 아니 그보다 아가씨로 유추할만한 어떤 증거도 없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제가 아가씨를 모신다는 건 어떻게 아신 거죠?=
“레심. 당신은 좀 더 세상을 공부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어수룩한가요?=
“연륜의 차이를 메꾸는 방법은 공부뿐이니까요.”
=…….=
동문서답이었지만 충분히 납득한 레심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단락적인 행동 탓에 아가씨의 신분이 노출되었다는 것을 두고 적지 않게 상심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다 취소하고 돌아가는 게…… 아니야. 내 얼굴과 이름까지 밝혔으니 환인 씨의 사고력과 통찰력이면 충분히 아가씨의 신분을 역추적할 수 있을 거야.
아아. 어쩌지. 이대로는 아가씨의 명예가…….
‘생각이 다 보이는군.’
레심의 고뇌를 읽은 환인은 그의 생각이 좀 더 어두워지기 전에 테이블 똑똑 두드렸다.
=……?=
“이렇게 하지요. 일단 당신이나 당신이 모시는 아가씨의 신분은 더 캐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호위는 호위 대상을 직접 확인한 다음, 대강 10일 뒤에도 괜찮다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짐승신님의 이름에 맹세하겠습니다. 저도 두 분의 신분을 캐고 다닐 만큼 한가롭지는 않은 사람이라.”
이 세계에서 신에 대고 한 맹세는 약속의 맹세 중 가장 높은 신뢰성을 띤다.
실존한다 알려진 신인만큼 그런 신의 이름에 댄 맹세는 매우 무겁고, 또 맹세를 어겼다는 게 알려질 경우 신의 이름에 먹칠을 했다고 간주한 해당 교단의 징벌 기사들에게 추격당할 수도 있는 건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강요에 따른 맹세는 효력이 없다. 환인이나 레심이 한 것처럼 자신의 의지로 한 맹세에만 효력을 발휘한다.
레심은 신의 이름을 댄 맹세에 안도하는 한편 환인의 직업이 무엇인지 매우 궁금해졌다.
그보다 대답.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환인……님, 왜 10일의 유예를 두셨는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그전에 의뢰주를 보겠다고 한 이유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성격 나쁜 영애를 호위할 만큼 제 성격도 좋지 않은 점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제 하녀가 이곳의 양성기술원에서 교육받고 있습니다. 7일 뒤에 교육이 끝나기 때문이 두 번째 이유입니다. 참고로 그녀도 검전사입니다.”
=……연위가 아니라 하녀입니까? 혹시 환인 님도 어느 지방의 성골이신 것은…….=
“아닙니다. 아무튼, 레심 씨에게는 나쁜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여성을 근접 호위하는 것은 아무래도 같은 성별이 좋을 테니까요.”
=어, 아. 예,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아가씨는 그런 예의 없는 한심한 영애가 아니니 안심하셔도 될 겁니다.=
그야 모를 일이지.
“일단 돌아가셔서 그분께 의사를 여쭈어보시고 허락한다 하시면 올츠 호텔로 연락해주십시오. 자세한 일정과 계약의 세부 항목은 그 이후에 정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빛이 닿지 않는 미궁을 돌파하는데 숙련자의 경우 약 8일. 비숙련자일 경우 15일가량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겨우 15일 호위하고 10금화, 10억을 벌 수 있다면 해야지.
현재 환인의 소지금은 대충 통일금화 18닢에 열은화가 8닢 정도다.
18억 8천이나 되는 거금이지만, 특권계층이나 지배계층에 가까운 생활의 질을 유지하는 데는 얼마 안 되는 돈이기도 하다.
실제로 올츠 호텔만 봐도 단순 200일 숙박에 1금화가 든다. 인원이 2명이면 하루에 1은화, 100일에 1금화며 1년에 3금화가 넘는 돈이 지출된다.
그뿐만 아니라 품질 좋은 무기나 방어구를 제대로 장만할라치면 방어구 한 부위당 금화 단위로 돈이 빠져나가며 특정 상황에서 안전을 보장해주는 마도기의 경우 금화 10장부터 시작하는 게 대부분.
‘어차피 이실리테가 나오면 미궁에 들어갈 생각이었으니 겸사겸사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의뢰를 받아들이는 게 좋지.’
호위 대상인 아가씨의 성질만 괜찮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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