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081 도시 웨이포드로 가는 길
* * *
환인은 짐마차가 출발하고 나서도 우르거의 영혼을 두고 한참 고민했다.
어쨌든 명령을 듣는 것을 보면 영혼 구슬로 보존은 불가능하지만, 기술은 쓸 수 있다는 뜻.
그러던 중 환인은 왼쪽 지평선이 보이는 방향으로 멀지 않은 거리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공룡?’
공룡을 발견했다. 생김새는 트리케라톱스인데 크기는 당나귀 정도다.
“이실리테, 저기 보이는 동물을 잡아 올 수 있겠나.”
=음…… 해보겠습니다! 까짓거 맨손으로 죽이지 못할 건 없죠!=
그 말에 환인의 시선이 우르거의 주먹질을 받아내면서 우그러진 대검으로 향했다.
확실히 저건 무기라고 할 수 없지.
“죽이지 말고 살려서…… 아니, 나도 함께 가지.”
생각해보면 우르거의 영혼을 강령시켰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쪽으로 데려오는 게 아니라, 가서 확인해보는 쪽이 안전할 터.
환인은 이실리테가 속으로 ‘그냥 자신감 있게 잡아 온다고 할걸!’하고 후회하는 것도 모르고 흑창과 사슴뿔 지팡이를 챙긴 뒤 이실리테가 타고 있는 쿠에의 뒤로 자리를 옮겼다.
“스사 씨.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예. 브릴릿도 호위로 함께 보낼까요?=
“괜찮습니다. 위험한 일은 아니니까요.”
대답하며 이실리테의 허리를 툭툭 쳐서 신호를 보내자 이실리테가 즉시 박차를 가해서 앞으로 튀어 나갔다.
‘승용감이 생각보다 좋군.’
두발짐승이라 위아래로 크게 흔들릴 걸 각오했는데 의외로 쿠에의 탑승감은 상상 이상으로 좋았다.
네 발 달린 말도 타보면 상상 이상으로 몸이 튀어 오른다.
요령 없이 오래 타면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고통과 허벅지가 마비되는 감각은 덤이다.
그런데 두 발 달린 쿠에는 뒷자리에 앉아있는데도 허리에 올라오는 충격이 거의 없다. 승차감이 조금 엉망인 자동차를 타는 느낌이라고 할까.
게다가 등뼈가 어떻게 된 생물인지 안장 없이 타고 있는데도 굴곡으로 인한 불편함이 없었다. 비유하면 조금 딱딱한 쿠션에 앉은 느낌?
“이 정도면 말과 비교하기도 미안한 수준인데.”
=주인님은 쿠에를 처음 타보시는 거죠?=
“그래.”
=쿠에가 말보다 10배 더 비싼 이유가 있어요. 크게 예민하지도 않고 겁도 없는 편이고 주인도 잘 알아보고요.=
쿠에의 장점을 늘어보면 말보다 뒤처지는 점이 없다.
힘도 말보다 더 세고 식성도 잡식성에 가리는 게 없다. 밤눈도 말보다 좋은 편이고 체력도 좋고 날개 덕분에 활강도 할 수 있어 50m 높이에서 무사히 뛰어내린 기록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매우 튼튼하다.
환인은 힐끔, 자신과 이실리테를 태우고 달리는 쿠에를 보았다.
이 쿠에는 이실리테와 함께 우르거의 주먹질에 맞아 나뒹굴었었다. 전투 후에 확인해보니 조금 아픈 듯이 큐삣거리며 울었었지만 어디 하나 부러진 곳 없이 무사했었다.
강령으로 신체 능력이 증가한 덕도 있겠지만 튼튼함이 무시무시할 정도다.
말이었다면? 갈비뼈는 물론이고 재수 없었다면 다리도 부러졌겠지.
거기다 말은 전투마, 승용마, 짐말처럼 역할이 따로 나뉘는 편이지만 쿠에는 그런 게 없다. 쿠에 한 마리가 모든 말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다고.
“한 마리가 5금화나 할 만하군.”
14세기 중세 전투마의 가격이 약 3억이라고 했으니 시대상을 본다면 싸다고 할지 비싸다고 할지.
=그 가격도 밀짚 쿠에일 경우에요. 호족의 근위용 회색 쿠에는 40금화가 넘는다고 들었어요. 녹색 쿠에는 아예 거래도 안 될 걸요? 아마 성도나 주도의 경매장에서만 나올 거에요.=
“흠.”
=그러니까 주인님도 마을이나 도시에 들어가면 조심하셔야 할 거에요. 아무리 비상식량이 영혼사님의 애완조라지만, 녹색 새끼 쿠에라는 게 알려지면 눈이 돌아갈 놈들이 많을 테니까요.=
“그 말대로 인간은 불가능이 없는 존재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때때로 자포자기해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도 감수하는 게 사람이죠…….=
짧은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트리케라톱스를 닮은 짐승 무리에 가까워졌고, 구라트라고 불리는 짐승들이 이방인의 접근에 눈에 띄게 경계하며 새끼들을 뒤로 숨긴다.
“수컷은 저 뿔이 긴 놈인가.”
쿠에에서 내리며 묻자 이실리테도 함께 내리며 대답했다.
=네. 암컷은 뿔이 뭉툭하고 수컷은 뿔이 길어요.=
‘성체 수컷은 한 마리뿐이군. 새끼 수컷은 3마리인가.’
그룹이 멸종할 일은 없겠다고 생각하며 이실리테에게 사슴뿔 지팡이만 넘겨준 환인은 흑창만 들고 구라트에게 접근한다.
환인의 접근에 위협을 느낀 황소 정도 크기의 수컷이 앞으로 나오더니 환인을 향해 뿔을 조준하고 앞다리로 쿵, 쿠궁, 스텀핑을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다가가니 구라트가 퉁 하고 앞으로 돌진하는데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는 않았다.
잘 해줘 봐야 황소 수준?
정직한 돌진에 목 관절의 가동성까지 염두에 두고 피하면서 구라트의 오른쪽 앞발을 베어버린다.
구우우우!
뼈가 드러날 정도의 상처에 뒷발로 일어서서 울부짖는 수컷 구라트의 왼쪽 앞발도 크게 베었다.
구우우~!
쿠궁?
수컷이 크게 울며 옆으로 쓰러지자 암컷들이 즉시 새끼를 챙겨서 달아난다. 그걸 본 이실리테가 입맛을 다시며 아까워했다.
=고기는 암컷이 더 맛있는데.=
“이실리테, 긴장해라.”
=넵.=
구라트를 통해 시험해보려는 것은 중상급 영혼을 강령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였다.
영혼 구슬은 그저 보존 기간을 늘려주는 형태일 뿐, 강령은 영혼 구슬 상태가 아니더라도 쓸 수 있다. 우르거에게 명령도 통하니 강령은 당연히 쓸 수 있는 상태.
문제라면 자신이 칼날 멧돼지의 영혼을 강령하며 겪었던 증상이 구라트에게도 벌어질 경우다.
초식동물이라지만 생김새도, 덩치도 그렇고 중상급 강령을 받게 되면 매우 강해질 것은 당연한 일.
자신과 이실리테에게 최하급 강령을 건 뒤 흑창을 넘겨주고 지팡이를 받은 환인은 겁에 질려 푸륵거리는 구라트에게 다가갔다.
구우우~.
구슬프게 울면서 뒷다리로 버둥거리는 거나, 속눈썹이 짙고 겁에 질린 큰 눈이 황소 같다고 생각하던 환인은 잡생각을 버리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우르거의 영혼에게 명령을 내리려 했을 때였다.
————…….
“음.”
찡 하는 느낌과 함께 우르거의 영혼과 연결된 듯한 기묘한 감각이 뇌를 뒤덮었다.
‘아니, 이건 연결이 아니라 우르거의 영혼을 손에 쥔 듯한…….’
=주인님?=
“……아무것도 아니다. 집중하고 있으니 말 걸지 말고.”
=넵.=
이때까지 강령을 수백 번은 넘게 펼쳤는데 이러한 감각은 처음이다.
‘처음이 아니다.’
뒤늦게 눈치챘다. 이건 땅물개의 영혼을 강림했을 때 느꼈던 기술의 감각이다.
영혼 화살과 영혼 방패의 기술을 얻었던 그때 그 감각.
“…….”
넋이 나간 듯 멍한 얼굴로 둥둥 떠 있는 우르거의 영혼을 응시하던 환인은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구라트를 향해 뻗은 채…… 가슴이 시키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씌여라.”
그 순간 환인은 자신과 우르거의 영혼, 그리고 영혼이 씌인 구라트간에 무언가가 이어진 것을 느꼈다.
구, 구우우~.
=어어? 이놈 갑자기 왜 이래?=
구라트의 눈에서 갑자기 누런 빛이 번쩍인다. 비명도, 포효도 아닌 울음을 연신 지르며 허우적거리듯 버둥거린다.
입에 거품을 물기 시작했고 멀쩡한 뒷다리로 퍽퍽 땅을 때리거나 밀어내면서 발작을 일으키는 것처럼 부들부들 떤다. 그러면서도 힘에 부친 듯 헐떡이는 행동에 환인은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약화에 걸렸다.’
눈이 번쩍거리고 발작을 일으키는 것 같은 행동은 자신의 영혼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는 강한 영혼에 씌여서겠지.
강령은 신체 능력을 강화해준다. 그리고 이로운 효과가 있다면 해로운 효과도 있는 것이 세상의 당연한 이치.
자신이 방금 사용한 것이 적을 약화하는 것임을 직감적으로 깨달은 환인은 주먹을 꾹 쥐었다.
강화의 반대 되는 개념의 기술, 약화를 얻었다.
우르거의 영혼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얻은 환인은 도시 웨이포트를 향하며 여러번 시험해본 결과, 이 기술은 저주?라는 결론을 내렸다.
처음 구라트에게 펼쳐봤을 때는 단순히 신체 능력을 약화하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정령으로 만든 구슬을 사용해 약화를 걸었더니 매번 다른 효과가 나타났다.
신체가 약해지는 것은 같지만 우뚝 멈춰서 부들부들 떨거나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울거나 미친 듯이 날뛰기도 하는 등 매번 효과가 달랐던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있어!」
「나도! 나도 할래!」
「나랑도 놀아줘어~.」
……저주를 쓰고 나면 주변의 정령들이 이런 식으로 매번 시끄럽게 떠들었기에 눈치를 못 챌 수가 없었기도 했고.
다행인 것은 정령을 씌웠을 때와 짐승, 동물 같은 영혼을 씌웠을 때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정령을 저주시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죽은 지 얼마 안 된 영혼으로 저주를 걸면 그저 약해져서는 헐떡이며 비실거린다.
예측할 수 없는 반응이라는 것은 디버프적인 의미에서 나쁜 효과다. 일정한 반응이 있어야 저주를 걸어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도록 계획을 짤 수 있으니까.
적과 싸울 때는 예측할 수 없는 정령 저주보다 영혼 저주 쪽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사흘째 되던 날.
=주, 주인님 뭘 하신 거예요……?=
그동안 습격해온 야생동물, 혹은 마수들이 몇 번이고 이상한 모습을 보이니 이실리테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물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스사도, 브릴릿도 겁먹은 눈치여서 환인은 괜찮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곤 스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영혼의 힘으로 저주를 걸었다.”
=히이이.=
=……!=
저주라는 말에 이실리테는 소녀 같은 비명을 지르며 후다닥 뒤로 물러섰고 브릴릿도 엄청나게 꺼리는 모습으로 간질 발작을 일으킨 것처럼 날뛰는 야행성 짐승한테서 물러선다.
‘예상대로군.’
자고로 사람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보다 눈에 보이는 것에 더욱 큰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영혼의 모습을 드러내게 만드는 방법에 더해서 이 저주 기술이면 영혼사로서의 사기꾼같은 기질을 더욱 확실하게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걸 돈벌이에 쓸 생각은 환인에게 없었다. 환인이 원하는 것은 적이 자신에게 느낄 확실한 공포, 그리고 두려움이었으니까.
“영혼을 얕보고 죽음을 모욕하는 놈들에게 이만한 형벌은 또 없겠지.”
음산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온몸의 털이 꼿꼿하게 선 스사가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저, 절대 영혼을 모독하지 않겠습니다. 무, 물론 환인 님에 관한 이야기도 입 꾹 닫겠습니다!=
스사의 외침에 브릴릿은 물론이고 나머지 호위와 짐꾼들도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렇게 침묵의 맹세를 할 것 까지는 없는데…….
“……이실리테, 처리해라.”
=제, 제가요?=
지극히 꺼리는 모습에 또 다른 단점을 깨달았다. 신의 정원과 영혼에 믿음이 클수록 저주에 대한 두려움도 커진다는 것.
그 문제는 강령을 펼쳐주는 것으로 가볍게 해결했다.
“축복을 걸었으니 네가 저주에 영향을 받는 일은 없을 거다.”
=아, 넵!=
뭐,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약화 효과를 거는 것도 일종의 저주라고 할 수 있고 저주는 애초에 전염성이 없으니 옮을 일도 없으니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을 이용한 속임수지만, 문제가 생길 일은 없으니 천연덕스럽게 행동하는 환인이었다.
덕분에 아주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건 환인이 잊고 있던 것에 대한 문제였다.
지금의 환인은 모르고 있지만, 영혼사는 애초에 서민은 물론 중산층을 비롯해 호족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 상류 계층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직업이다.
환인이 누구보다 확실한 영혼사로서의 면목을 보이니 환인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은 스사 뿐, 이실리테나 브릴릿마저도 눈에 띄게 경외심이 커져 행동이 조심스럽게 변했다.
브릴릿은 그나마 낫지만 딘테와 휴슥도 그렇고 짐꾼 세 명은 환인과 눈이 마주칠세라 그의 근처에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닐 정도.
‘조심해야겠군.’
이런 행동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인생이 피로해지기 십상이다.
보다 높은 지위, 고위 호족 같은 계급을 노린다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도 무관할 것이다.
고관대작들의 기본 패시브는 거만, 거드름이니까.
그러나 현재 환인의 목표는 종족 연합 주도라고 불리는 도시로 가는 것이다. 한곳에 정착할 수 없으니 살기 편한 처세술, 예의 있는 척을 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굽실거리고 받들어 섬기는 모습을 당연하게 여기면 여러 곳에서 트러블이 발생할 테지.’
환인은 조심하자고 다짐하며 스사 일행과 여행을 계속했고.
=보이십니까? 저기가 바로 이 근방의 핵심 도시인 웨이포드입니다.=
에트브룩을 떠난 지 7일째 되는 날.
높이가 10m에 달하는 거대한 석벽 도시가 환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웅성웅성
소小 도시 웨이포드 북쪽 성문의 긴 대열에서 검문 차례를 기다리는 스사 일행은 주변의 시선을 한껏 끌어모았다.
대놓고 쳐다보는 사람들에서부터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과 가까이 다가와 직접 물어보는 사람까지.
=대단하군요. 우르거를 잡으신 겁니까?=
=허허. 운이 좋았습니다.=
=우르거가 근방에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어디서 잡으셨죠?=
=어쩌다 보니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하하하.=
짐칸에 실려있는 5m급 우르거의 사체가 원인이었다.
직업자가 둘이라지만, 아무리 보아도 전투와 관련이 없는 무리인데 5급이나 되는 우르거의 사체가 짐칸에 떡하니 놓여있으니 사람들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우르거를 어떻게 잡으셨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당연히 실례가 됩니다.=
스사가 접근해서 말을 거는 사람들을 잘 구슬리고 재주껏 대답을 회피하는 사이 환인은 후드를 푹 뒤집어쓰고 사람들을 살펴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환인의 눈에 루크랑 족 남자들은 정말 시선을 잡아끄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이야기 속의 켄타우로스를 직접 볼 줄이야.’
특히 마차를 직접 끌고 있는 인마족人馬?의 모습은 환인의 시선을 한참이나 붙잡고 있었다.
인마족, 말 인간인 남자는 두 가지 모습으로 나뉜다.
한쪽은 신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반인반마, 켄타우로스의 모습이다. 그리고 다른 한쪽은 마두인馬?人, 머리는 말이고 몸은 사람인 모습.
이것만 봐도 신기한데 양의 머리에 동글 안경을 쓴 학자 차림의 남자도 있었고 코알라 모습인데 사람이 아니라 동물에 가까운 체형의 남자도 있었으며 두 다리로 선 돼지 같은 인돈족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다. 환인은 루크랑 족이란 전부 동물의 형상을 띈 종족인 줄 알고 있었는데.
‘독수리 인간?’
놀랍게도 조류의 형태를 띤 남자도 있었다.
보기에도 늠름한 흰머리 독수리의 머리를 하고 등에 진갈색의 날개가 난 인취족人??의 모습에 감탄하다가 팔은 날개, 다리는 수각류인 황새를 닮은 남자를 보고 눈을 빛냈다.
‘짐승에 가까운 루크랑도 있고 인간에 가까운 루크랑도 있는 건가.’
그리고 이실리테가 걱정을 비추었던 종족을 본 환인은 과연, 속으로 탄성을 흘렸다.
‘저 종족이 아드섹트군. 정말…… 곤충 인간이었어.’
장수풍뎅이가 뒷다리로 서있는 듯한 종족의 모습에 환인은 무의식중에 턱을 쓸어내리며 검은색으로 번들거리는 아드섹트 족을 응시했다.
옷이라곤 전혀 걸치지 않은, 허리춤의 벨트파우치가 아니었다면 괴물로 간주했을 모양새다.
=다행입니다. 오늘 경비근무자는 융통성이 있는 사람인가 보군요. 줄이 빠르게 줄어서 이슬 맞으며 성벽 아래에서 야영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요.=
“마차류는 마차 줄을 만들고 사람은 사람 줄로 만들어서 검사하면 업무 속도가 빠를 텐데요.”
성문 앞은 정말 무식하게 일렬로 수백 명과 수십 대의 마차, 짐마차가 길게 늘어선 모습이었다. 어림잡아 100m를 넘는데 검문을 하는 도시 경비는 8명이 전부.
그마저도 4명은 좌우에 그냥 서서 한가로이 잡담을 나눌 뿐이고 4명만 검문 중이다.
=경비 중인 경비대장님에 따라서 그럴 때도 있고 그러지 않을 때도 있어서…… 하하하.=
스사의 어색한 웃음에 환인은 이 도시가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했다.
‘현대적인 면을 기대해서는 안 되겠군.’
융통성을 언급한 것을 보면 뇌물도 통용된다는 뜻. 하지만 뇌물을 먹는다는 건…….
약간 성가신 일이 발생할 것 같다는 예감을 받은 환인은 팔짱을 낀 채 대열이 줄어들길 기다렸다.
그리고 2시간 뒤, 진주색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며 명상에 집중하던 환인은 귀에 들어온 가벼운 목소리에 실눈을 떴다.
=5급 정규 전사대가 출동해야 잡을 수 있는 우르거를 꼴랑 하급 전사 둘이 잡았다고? 그게 말이 되냐고오~.=
조금 짙은 아우라를 몸에 두른 하이에나 머리의 경비대원이 이죽거리고 있었다.
=진짜 훔친거 아냐~? 응~?=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