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079 도시 웨이포드로 가는 길
* * *
=그으……. 호, 호…… 혹시 그 바르둘을 죽, 죽이셨습니까?=
“마지막에 방해가 들어와 마무리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상처가 크고 깊었으니 얼마 안 가 죽었을 테지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믿기 어려운 이야긴지 브릴릿과 스사가 시선을 교환하고 이실리테도 믿어야 되는데 믿기 어렵다는 얼굴을 한다.
강적과 전투를 앞에 둔 상황, 그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기에 목에 건 핏빛 돌멩이를 보여주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으흐흠~! 흠흠! 크흠!=
“……?”
갑자기 자신에게 눈짓하며 헛기침을 부자연스럽게 하는 이실리테를 본 환인은 그녀가 고개를 작지만 빠르게 붕붕 젓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행동의 뜻은 분명했다.
‘돌멩이를 보여주지 말라는 건가.’
=이실리테 씨, 왜 그러십니까?=
=별거 아냐. 목에 먼지가 들러붙어서. 아무튼 주인님이 바르둘을 이겼다는 거, 난 믿어. 너희도 의심하지 말고 믿어.=
=예? 아니, 누가 의심한다는 겁니까!=
=못 믿어서 브릴릿하고 막 눈짓 몸짓 다했잖아. 난 다 봤다구?=
얄미운 표정으로 지적하는 이실리테를 향해 스사가 억울한 치타 같은 얼굴로 항변한다.
=어허, 이실리테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생사람 잡을 분이시군요! 의심이 아니라 정말 놀랍다는 감정을 브릴릿과 교환는 거였습니다! 교환이요! 아이컨텍 모르십니까? 아이컨텍!=
=이실리테는 모태동정 아가씹니다. 남녀의 감정 교류에 대해서 무지하니 몰라도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뭐? 야! 누가 모태동정이래!=
브릴릿의 역공에 이실리테가 반사적으로 발끈하자 브릴릿이 환인을 눈짓하며 이죽거린다.
=네 입으로 수절을 지켰다고 한 게 조금 전이었는데. 아니면 그거 전부 거짓말이었어?=
=…….=
몇 마디로 이실리테의 입을 다물게 만든 브릴릿을 자랑스런 얼굴로 바라보던 스사가 어흠, 긴장된 표정으로 고치며 말했다.
=아무튼, 이제 조용히 하고 주위를 살핍시다. 혹시라도 정말 우르거가 나타난다면…… 브릴릿과 딘테는 목숨을 걸어주게. 그땐 나도 함께 할 테니. 휴슥은 그사이 짐마차를 몰고 최대한 도망쳐보게.=
=예.=
=옙.=
=……예.=
=영혼사님은 뒤에서 상황을 분석해보시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저희가 막고 있는 사이 이실리테 씨의 쿠에에 타고 도망치십시오. 둘을 태운 속도면 우르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날 수 있을 겁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도시가 나오니 길에서는 벗어나지 마시고요.=
스사의 진심 어린 이야기에 환인은 침묵을 이어가다가 입을 열었다.
“비관적인 이야기를 벌써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비전투직 분들을 먼저 도망치게 한다는 건 찬성입니다만.”
확신할 수 없지만, 자신이 상대했던 바르둘보다 더 강하다고 해도 이실리테와 브릴릿에게 강령을 펼처주고 자신도 틈을 봐서 협공하면 승산은 있다고 본다.
강령은 신체 능력을 고정수치 강화가 아닌 비율 강화로 이루어진다는 걸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특히 이실리테는 최하급이라 해도 강령을 받으면 신체 방어력이 도검에 상처도 나지 않을 만큼 강해진다.
창에 그어져도 피부가 베이는 게 아니라 그어진 부분이 부어오르는 정도가 되는 거다.
두 명이 견제하고 칼날 멧돼지 성수의 어금니로 만든 창을 가진 자신이면…….
“……축복을 받은 두 분이 견제와 시선 돌리기를 하고, 제가 공격의 한 축을 맡는다면 승산은 높을 거라고 봅니다.”
=영혼사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정말 그렇게 될 거라는 믿음이 생겨납니다.=
스사의 이야기에 환인은 자신의 말 어디에 그런 믿음을 느꼈는지 궁금해졌다.
자신이 낸 제안은 어느 정도 전략 게임이나 파티 플레이 위주의 게임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내놓을법한 단순한 계획이었으니까.
체력이 좋은 두 명이 전위, 공격력만 높은 근중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한 명이 후위.
간단한 공식 아닌가.
잠시 후 현장에 도착한 환인은 이실리테에게 주위의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하라고 시켰다.
=딘테. 자네도 함께 가게.=
=옛.=
그리고 마차가 심각하게 파손된 현장에서 스사와 브릴릿은 적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흔적을 조사했다.
=발자국 모양…… 역시 우르거로군.=
=이 정도면 5m급에 근접합니다. 쿠에도 일격에 내장이 터져 죽었고 남자는 한 입, 여자는 두 입씩 먹고 버린 걸 보면 늙고 노회한 우르거일지도 모릅니다.=
허리 위 상반신이 사라진 여자의 시체를 살피는 브릴릿의 이야기에 스사가 고개를 젓는다.
=의외로 입맛이 까다로운 젊은 놈일지도 몰라.=
=…….=
마차 주변에 뿌려진 시신과 쿠에의 사체 상태를 확인한 스사의 대꾸에 브릴릿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나저나 표식을 보면 알펜시스 상회 소속인데 안 된 일이야.=
=우리도 이 꼴이 될 수 있습니다.=
=하하……. 아, 징표는 챙기도록 하지.=
두 명이 그러는 사이 환인은 주변에 영혼이 하나도 없는 것을 아쉬워하며 머리 반쪽, 옆구리와 오른쪽 다리를 뜯어먹힌 채 내장과 뇌수를 그래피티처럼 뿌리고 죽어있는 여자를 살폈다.
“…….”
반만 남은 얼굴에 절망을 드러낸 여자의 피투성이 목은 아직 따뜻했다.
‘체온이 아직 식지 않았다.’
이 세계 사람의 체온은 지구의 사람과 마찬가지로 섭씨 37도 전후. 그리고 시체는 죽은 직후부터 체온이 시간당 0.8도씩 식어간다.
지금 기온은 대중잡아 28도가량. 아직 10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환인은 시체에서 표식 같은 걸 챙기는 스사에게 자신이 알아낸 것을 이야기해주었다.
=…….=
“체온계가 없어 정확한 시간은 파악할 수 없지만, 대략 6시간 내외라고 보는 편이 맞을 겁니다. 이 정도라면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요……. 평범한 짐승이나 괴물이었다면 사냥 결과에 만족하고 가버렸을 거라 저도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한 번 사냥을 끝낸 우르거는 근처에서 머무르는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
환인의 시선이 보란 듯이 세로로 꽂혀있는 짐마차 프레임의 축으로 향한다. 어찌 보면 깃발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내가 여기 있으니 보복하고 싶거나 이몸의 권위에 도전하고 싶다면 모두 와라! 라는 뜻인 겁니다.=
“매우 호전적인 종족이군요. 그런데 그런 종족이 어떻게 촌락과 도시 사이에 출몰할 수 있습니까?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됩니다.”
=음. 영혼사님도 미궁에 관심이 있으시니 말씀 드려야 할 거 같군요. 미궁에는 모든 종족과 생물이 이형종으로 출현합니다.=
“……짐마차를 습격한 우르거가 미궁에서 나온 거란 말씀이시군요.”
=예. 실제 우르거 종족은 저 먼 북쪽의 바다 건너 숲에 그들만의 마을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땅은 우리 루크랑의 영역이며 종족 영토의 한복판인 만큼 우르거가 출현했다면…….=
「킥킥킥.」
「인간은 다 바보야 바보~.」
「그러게. 괴물이 숨어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킥킥.」
“……!”
「꺄아~. 저 인간이 우릴 봤어. 다들 도망가~.」
저번 마물의 야습을 경고해주었을 때처럼 다시 들려온 정령의 목소리에 환인은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영혼과 소통은 가능해졌지만, 정령은 아무리 불러도 말을 해주지 않았었는데, 아니 그보다.
‘숨어있다고? 괴물, 우르거가?’
주위는 야트막한 언덕과 구릉뿐이고 나무 한 그루 없는 평원 지역이다. 숨어있다면…….
영혼 시야를 발동한 환인의 눈이 주위 땅을 빠르게 훑는다. 그리고 평범한 땅과 다르게 세 가지 색이 약간 뒤섞인 부자연스러운 장소 한 곳을 발견했다.
=……이니만큼 미궁을 탈출한 개체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블 팩션과 접경 지역은 전사들도 놈들이 넘어오지 않도록 주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니까요……?=
갑자기 어깨가 잡힌 스사가 눈을 크게 뜨고 환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환인의 표정과, 그의 손가락이 한 지점을 가리키는 행동, 마지막으로 평범한 척 말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순식간에 눈치챘다.
“그 악 성향 종족들도 마을 같은 걸 이루고 살고 있습니까?”
환인이 평범한 걸음걸이로 멀어지며 말하니 스사도 똑같이 따라 움직이며 대답했다.
=이종견문록의 저자 크레피켈 피에르 덴이 기록한 내용에 따르면 그들도 우리처럼 마을과 도시를 구성하긴 한답니다. 문화는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이 낙후되어있지만요. 요리 문화는 없는 것과 진배없고 기술은 특정 종족에만 있는 편이며 하층민은 의사소통 능력도 떨어진다고 합니다.=
스사도 평범하게 이야기하며 박살난 짐마차 근처의 브릴릿에게 짧은 손짓과 눈짓, 표정으로 뜻을 전한다.
눈치빠른 브릴릿도 우르거가 땅속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환인, 스사처럼 천천히 짐마차 근처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면 짐승처럼 땅속에 숨어서 사냥감을 기다리는 습성이 있을 수도 있겠군요?”
환인이 흑창을 꺼내 들며 말하자 스사는 계속해서 떨어지며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한다.
=어쩌면 사람들이 안심하는 순간 뒤를 덮쳐 절망하는 꼴을 보려 하는 악취미…… 으아악!=
쿠쾅!!
끄우어어어어어?!!!
땅이 폭발한 것처럼 사방으로 흙무더기와 파편이 쏟아지고 부서진 마차 파편도 함께 비산한다.
그 속에서 집채만 한 거구의 괴물이 고막을 불쾌하게 긁어대는 듯한 소음을 지르며 파편과 함께 날아오르고 있었다.
폭음과 포효에 이실리테가 쿠에를 몰아 달려오기 시작한다. 그사이 환인은 자신을 비롯해 쿠에에 올라타 전투 준비를 마친 브릴릿과 딘테 및 그들이 타고 있는 쿠에에게 강령을 펼쳤다.
그리고 3중 영혼 방패 2장까지, 11개의 영혼 구슬을 단숨에 소비하고 주변의 정령을 끌어들여 소모한 영혼 구슬을 보충한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2초.
=미궁산 우르거입니다! 영혼사님, 조심하십쇼! 브릴릿도, 이실리테 씨도!!=
수컷 성기를 덜렁거리며 하늘 높이 뛰어오른 우르거는 특정 대상을 노린 게 아닌 듯,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 콰광 굉음을 내며 착지했고.
=하아아앗!!=
가장 가까이 있던 브릴릿이 한층 강해진 아우라를 몸에 감고 착지의 여파로 반쯤 숙이고 있는 우르거의 등짝에 창을 찔렀다.
푸욱
끄와아아악!!
쿠에의 돌진력을 가미한 찌르기였는데도 창 끄트머리만 박히고 마는 모습에 브릴릿이 황급히 물러서고, 그 자리에 우르거의 통나무 같은 팔뚝이 땅을 내려쳤다.
기척을 죽인 환인은 그 틈에 우르거를 유심히 살폈다.
온몸에 털이라곤 하나도 없는 회색 피부의 비대한 근육질 고릴라 괴물. 우르거는 이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
체형은 회색 괴물, 오흄처럼 고릴라와 흡사하지만 두 팔의 길이가 오흄보다 더욱 길다. 두 발로 서 있는데도 손이 땅에 닿을 정도다.
‘이목구비가 아수라장이군.’
고릴라와 돼지를 섞은 듯한 골격에 노랗고 찢어진 눈알, 뭉개진 코, 상어의 이빨과 박쥐의 귀.
못생김을 한곳에 버무려놓은 대신 근육에 모든 것을 때려 박았는지 두 팔의 굵기가 비정상적이다.
팔뚝이 자기 몸통 둘레 절반이라니. 심장 하나로 저 팔과 근육을 지탱하려면 도대체 심장이 얼마나 커야 하는 걸까.
=괴물 새끼야, 여기다!!=
마침 도착한 이실리테와 그녀의 쿠에에게도 강령을 펼쳐주자 이실리테의 흐릿한 아우라가 한층 강렬해지며 수 킬로그램은 되는 대검을 한 손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2m에 달하는 대검이 휘어지는 듯한 맹렬한 공격에 우르거가 한쪽 팔로 이실리테의 공격을 막고 쳐낸다.
브릴릿도 이실리테의 행동 양식에 호응해 우르거의 주변을 맴돌며 창을 휘두르고 찔러 우르거의 시선을 분산시킨다.
5미터급이라고 해서 이층집 정도인가 짐작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쿠에에 탑승한 이실리테와 브릴릿보다 1.5배 정도 더 큰 체구.
환인이 예리한 눈으로 우르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스케빈저 습성은 없다.’
우르거는 약한 짐마차를 노리기보단 자신을 공격하는 쿠에 기병을 향해 괴성을 지르며 4m에 달하는 두 팔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녀들의 몸통 둘레만 한 팔뚝이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허공을 찢어발기지만, 두 명은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것처럼 우르거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창으로, 대검으로 피부를 긁어댔다.
‘신체 방어력도 어마어마한 수준.’
강령을 받은 두 사람이다.
비교적 힘이 약한 브릴릿도 3급 마수를 관통해 죽일 수 있을 정도에 이실리테는 한 손으로 대검을 휘둘러 수십kg의 짐승을 축구공처럼 뻥뻥 쳐 날리는 수준이다.
그런 공격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우르거의 몸에는 나뭇가지에 긁힌 정도의 상처밖에 나지 않는다.
꽈우우우!!
자신을 향해 질러오는 주먹을 절묘한 스텝 이동으로 피하는 동시에 창으로 팔 가죽을 긋고 지나가는 브릴릿.
피부가 조금 찢어지며 핏방울이 새어 나오자 우르거의 노란 눈에 붉은 물감을 떨어트린 것처럼 붉은 점이 번져나가기 시작한다.
걸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비대한 회색 덩어리가 뱃살을 푸들거리며 포효를 질렀다.
끄우어어어어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브릴릿이 창의 끄트머리를 잡고 포효 중인 우르거의 입안을 콱, 찌르고 몸을 돌려 달아나자 광기 상태에 빠진 우르거가 그 뒤를 무시무시한 속도로 뒤쫓는다.
‘과연, 이족보행이지만 두 팔을 이용해 사족 보행 짐승처럼 달리는군.’
두두두두 지축을 울리며 돌진하는 모습이 마치 대형 트레일러 같은 착각을 일으키지만, 이실리테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질주 중인 우르거의 옆에 접근. 두 손으로 대검을 잡고 우르거의 다리 관절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꽝!!
끄와아아악!?
무릎 옆을 강한 힘에 얻어맞은 우르거가 얼음판에서 미끄러지듯 힘이 가해진 방향으로 넘어진다.
그리곤 넘어진 고릴라처럼 발악하듯 두 팔을 윙윙 휘두르다 벌떡 일어나더니 이실리테를 덮쳤다. 하지만 강령 덕분에 민첩성이 대폭 높아진 쿠에가 연이은 사이드 스텝으로 타다닥, 움직여 피해버린다.
이실리테와 브릴릿이 다시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공격을 퍼붓기 시작하는데, 그런 두 명에 대한 우르거의 반응이 자못 날카롭다.
‘좌우 회전도 빠르고 등 뒤의 공격도 기민하게 대처한다. 눈알 사이의 간격이 너무 넓다 했는데 시야각도 인간보다 넓은 건가.’
등 뒤를 공격할 땐 등에서 가까우면 팔꿈치를 지르고 멀면 래리어트를 돌듯이 팔을 휘두른다.
공격방식은 두 팔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
환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실리테의 대검은 검이라기보단 철제 대형 몽둥이나 다름없다.
즉 우르거의 뼈나 근육의 타격 내성은 말도 못 하는 수준이지만, 브릴릿의 창질에는 어느 정도 생채기가 나는 것을 보았을 때 자신의 흑창이면 충분히 피해를 줄 수 있는 결론이 섰다.
꽝!
=크학!=
그때 이실리테가 우르거의 공격을 허용해버렸다.
기민한 대처로 주먹질을 대검의 넓적한 면으로 받아낸 이실리테지만, 충격을 채 해소하지 못하고 타고 있던 쿠에와 함께 십수 미터를 붕 날아가 떨어진다.
브릴릿이 한층 긴장하는 게 느껴진다.
‘충격파라니.’
땅을 내려쳤을 땐 흙먼지에 잘 보이지 않았는데, 이실리테가 얻어맞는 순간 허연 기파 같은 게 터져나온 것을 환인은 확인했다.
바르둘에게 약하기 그지없는 발차기를 허용했을 뿐인데 엄청난 멍이 생겼던 것을 생각해보면 빗나간 공격이라도 허용할 경우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
죽음을 감지하자 차분히 가라앉아있던 환인의 심장이 서서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