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미궁기담-78화 (78/813)

〈 78화 〉 077 촌락 ­ 에트브룩

* * *

아베트가 준 것이 이거였나!

환인은 영혼 소통의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 내일부터 촌락을 돌아다니며 영혼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볼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이런 식으로 영혼과 대화가 이루어지게 될 줄은…….

그때 다시 이마가 시큰거렸고, 환인은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유효기간이 있는 버프인 건가? 그런 거라면 좋지 않은데.’

「영혼사님…… 이시지요?」

일단 그에 대한 가설은 시간이 지나면 확인될 일이라고 생각하며 늙은 인견족 남자의 영혼에게 대답했다.

“맞습니다.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예에. 아주 또렷하게 잘 들립니다. 이 땅을 떠나기 전에 영혼사님을 뵈다니, 정말이지 짐승신님의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렷하게 잘 들린다니. 그러면 이전에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영혼들이 잘 반응하지 못했던 건가.’

옆에서 돌팔매질하던 이실리테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다가오는 것을 손바닥으로 막으면서 영혼에게 말했다.

“제게 직접 말을 걸어오실 정도라니. 꼭 이루고 싶은 미련이 남은 거겠지요.”

「그렇습니다. 집의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꼭 전해주고픈 말이 있어 성불조차 미뤄가며 이 땅에 남아있었습니다……. 그랬는데 설마 영혼사님이 방문하실 줄이야…….」

“알겠습니다. 그러면 바로 댁의 집으로 가시죠. 제가 대신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허리를 느릿하게 숙이는 인견족 노인에게서 시선을 돌린 환인은 이실리테에게 촌장의 집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서 메라 촌장님을 데려와라.”

=넵!=

어차피 하려고 한 일이지만, 부수적인 결과물을 포기할 생각은 없는 환인이었다.

그렇다고 이 늦은 밤에 마을 사람들을 깨울 수는 없으니 촌락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촌장만 부른다. 촌장에게만 확실히 보여준다면 알아서 촌락의 평판이 상승할 테니까.

잠시 후 영혼과 함께 촌락 외곽, 목책 근처의 통나무 집에 도착한 환인은 문을 두드려 집안의 사람들을 깨웠다.

노인 한 명과 중년의 부부는 밤늦게 찾아온 남자가 누구인지 몰랐지만, 환인의 자기소개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낮에 스사 행상 일행과 영혼사가 도착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설마 눈앞의 남자가 영혼사였다니.

=헉, 허억. 영혼사님, 이 늦은밤에 무슨 일이, 후우, 있으셨나요?=

때맞춰 이실리테와 함께 도착한 메라 촌장은 원숙한 숙녀의 농익은 몸매가 한껏 드러나는 잠옷 차림으로 헐떡이며 물었고, 집주인들도 이 야밤에 무슨 일인가 하고 쳐다보았지만.

“…….”

환인은 대답 없이 인견족 영혼의 어깨를 잡고 훈기를 흘려보냈다. 말보다 눈으로 보는 게 임팩트가 더 클 테니까.

=헉?!=

=어, 어머나.=

아니나 다를까 훈기를 밀어 넣자마자 인견족 노인의 가족은 물론이고 메라 촌장도 눈을 흡 뜨고 경악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희미하지만 몇 해 전 장례를 치른 가족이, 촌락의 어른이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아버지?!=

=여보……!=

— ……. …….

=여, 영혼사님. 저희 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시고 계시는 겁니까?=

아버지가 무어라 말을 하고 있지만 쉬이익­ 쉬이이잇­ 바람 비슷한 소리만 나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들이 간절한 표정으로 묻는다.

‘이정도의 훈기로는 모습만 보여줄 뿐이고 목소리까진 전달이 안 되는 건가.’

확실히 아베트에게 전해준 훈기는 전체의 67%에 가까운 양이었다. 그리고 지금 인견족 노인에게 전해준 훈기는 전체의 10%정도.

훈기를 좀 더 전해준다면 이야기도 통하겠지만, 이 이상 쓰면 훈기의 양이 30%미만으로 떨어져 몸에 한기가 들며 몸 상태가 나빠진다.

낮에 소모한 훈기의 양이 워낙 컸기에 지금까지 회복된 양을 전부 전해준 게 이 정도였던 거다.

환인은 대신 말을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었다.

“케이터스, 에이루으를 믿지 마라. 아내와 네 어미를 믿어라……. 라고 말씀하시는군요.”

=그게 무슨…….=

“이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 지금까지 영혼으로 남아계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건강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안심했다. 나는 이제 그만 떠난다고 하십니다.”

그제야 아버지의 영혼이 점차 흐려지며 빛가루로 변해가는 것을 눈치챈 자식 내외와 아내가 인견족의 영혼에게 눈물을 지으며 작별 인사를 전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가족들의 배웅 아래 만족한 표정으로 몇 개의 작은 빛방울이 되어 사라진 인견족의 영혼.

환인은 아무 생각 없이 손을 내렸는데, 그 움직임에 허공을 떠다니던 작은 빛방울이 손에 달라붙어 흡수되듯이 사라지는 모습에 눈을 가늘게 떴다.

영혼의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받으며 촌장과 함께 집을 나온 환인은 방금 일어난 현상에 대해 생각했다.

‘빛가루와 빛방울은 영혼이 성불할 때마다 일어났던 현상이었다.’

그리고 아베트는 빛방울 없이 빛가루로 변해 사라졌었지.

자신에게 무언가를 전달한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영혼의 힘을 이런 식으로 받아들여서 성장한다는 뜻일까.

푸른색은 강한 힘을 지닌 영혼이고?

주변에 떠다니는 옅은 초록색과 옅은 회색의 정령을 불러들였지만, 영혼 구슬 보유 숫자는 24개에서 더 늘어나지 않았다.

‘촌락의 영혼을 모두 성불시켜서 결과를 확인해봐야겠군.’

=저어…… 영혼사님?=

메라 촌장이 환인을 부르는 목소리에 이실리테는 미간에 힘을 주었다.

‘뭐야, 저 교태부리는 것처럼 가느다란 목소리는!’

그러고 보니 옷차림도 망측하기 그지없다. 허술한 린넨 잠옷이라 속살이 비쳐보이는 건 물론이고 젖꼭지와 사타구니 사이의 허연 음모도 훤히 보이지 않는가!

물론 이것은 이실리테의 착각이었다.

린넨 원단이라 아주약간 속살이 비치긴 하지만 그것은 극히 흐릿한 실루엣 뿐이고 유두도, 음모도 보이지 않는 평범한 잠옷이다.

다만 약간 세월을 탔기 때문인지 리넨 특유의 뻣뻣한 감이 사라져 바람이 살짝 불거나 움직일 때마다 옷감이 몸을 휘감아 여자의 굴곡을 드러낼 뿐.

“예.”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굳은 머리로는 잘 이해가 안 되네요. 혹시 무례가 안된다면 저희 집에서 잠시 가르침을 주시겠어요? 마침 영혼사님이 드시기에 괜찮은 와인과 질 좋은 치즈도 있답니다.=

눈에 훤히 보이는 촌장의 수작질에 짜증을 느낀 이실리테는 환인의 뒤에서 눈을 날카롭게 떴다.

환인도 그것을 느꼈지만 개의하지 않고 잠시 촌장을 바라보았다.

이런 작은 촌락의 촌장이라고 하지만, 외모만 보면 지구의 30대 중반 ~ 40대 초반의 여배우 느낌이 물씬 나는 단발 숏컷의 미녀다.

손에 굳은살이 많고 흙을 만지는 직업 특유의 때가 있지만, 이런 시골에서 밭일로 먹고사는 사람이다. 저런 흔적이 없는 게 이상한 일이고 그런 것에 불쾌감을 가질만큼 결벽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알겠습니다.”

환인은 받아들였다.

‘주인님?!’

어, 어어? 주인님이라면 거절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몸도 거절했었는데 어째서?

“이실리테. 오늘은 그만 따라와도 된다. 이제 여관으로 돌아가도록.”

=네, 네에…….=

설상가상으로 자신을 돌려보내는 데서 이실리테는 여자의 감으로 눈치챘다. 주인님도 저 여우 같은 촌장의 의도를 읽었고, 받아들이기까지 했다는 걸!

‘뭐지? 뭐지?? 주인님은 호모가 아니었던 거야? 그럼 왜 나는 거절하고 저런 늙은 여자는 받아들이는 건데?’

혼란스러운 마음을 품고 미적거리며 촌락에서 제일 큰 집으로 향하는 환인과 촌장의 뒷모습을 억울한 마음으로 쳐다보는 이실리테였다.

* * * *

날이 밝았을 때, 작은 촌락은 지난밤에 있었던 일로 술렁이고 있었다.

=케이터스 놈 말로는 진짜 자기 아버지였다더구먼.=

=허어, 죽었으면 냉큼 성불이나 할 것이지 뭔 미련이 남았다고 이때까지 어슬렁거렸대?=

=그건 모르지. 케이터스 놈이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께.=

=그나저나 영혼사님은 우리 루크랑 족이 아니신 거 같던데…… 우리네 영혼도 인도해주실 수 있나벼?=

=여관집 딸내미 말로는 즈어기 플뢰 같았다더라고. 플뢰니까 가능한 거 아닐까?=

=오, 플뢰라면 확실히…….=

촌락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 소재로 삼는 것은 환인도 알고 있었다.

밤새도록 메라를 괴롭혀 파김치로 만들어놓은 환인이 촌장집을 나오자마자 본 것이 마을 아낙들의 시선이었으니까.

여관으로 돌아가니 일행과 밥을 먹고 있던 스사가 놀란 눈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엇. 영혼사님 어서 오십시오. 아침은 드셨습니까?=

“아직입니다.”

=어이고, 이리 오십쇼. 후샤 씨? 아침 1인분 더 부탁드립니다. 양 많이요.=

=네? 넷.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환인이 앉을 자리를 내어준 스사가 미처 몰랐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촌장님 댁으로 가셨다길래 그곳에서 아침 식사도 하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오실 줄 알았다면 영혼사님을 기다렸을 텐데요.=

“사정이 있었습니다. 점심부터는 그렇게 될 것 같으니 절 기다리지 마시고 먼저 드십시오.”

=그러겠습니다. 그나저나…… 밤에 일이 있으셨다고요?=

“예. 잠시 밤바람을 쐬러 나갔었는데 영혼이 제게 먼저 다가오더군요. 바람이 있는 모습을 외면할 수 없어 그분을 먼저 성불로 인도해드렸습니다.”

스사의 호기심 어린 질문에 대답해준 환인은 여관 1층에 비상식량이 없는 것을 보곤 휘파람을 불어 호출했다.

쿠엣~…….

2층에서 희미한 비상식량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개 호루라기 소리를 들은 강아지마냥 쿠엣거리며 계단에서 모습을 드러낸 비상식량이 훌쩍 날아서 환인의 품 안에 뛰어든다.

그걸 신기하게 바라보던 스사가 아, 작은 탄성을 지르고는 환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영혼사님의 방문은 여느 촌락이든 큰일이니까요. 사람들이 어제부터 영혼사님의 이야기로 흥분하고 있더라고요.=

작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 환인은 자신의 몫으로 나온 아침을 들기 시작했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빵을 반으로 쪼개 비상식량에게 먹이면서 자신도 샐러드와 스크램블 에그를 먹으며 여관 종업원에게 고기가 있다면 고기 요리로 6인분을 더 주문했다.

=6인분이나요……?=

7시간 넘게 힘을 썼더니 꽤나 허기가 진 상태다. 여기에 비상식량이 먹을 것까지 하면 7인분도 조금 부족하다.

잠시 후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로 요리된 음식, 수육을 비롯해 스테이크와 통구이, 두루치기 같은 것들이 잔뜩 나왔기에 비상식량과 함께 깔끔하게 그릇을 비운 환인은 놀란 여종업원에게 말했다.

“나중에 제 호위가 내려올 겁니다. 그녀에게 먹고 싶은 만큼 먹어도 된다고 전해주시겠습니까?”

=네, 넵. 그럴게요.=

그러고 여관을 나오는데 배가 불러 기분 좋아진 비상식량이 졸졸졸 따라오며 쿠엣, 꾸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환인도 이제 비상식량이 얼마나 특이한 녀석인지 알고 있었다.

율캄에서 에트브룩까지 이동하며 본 쿠에만 20마리가 넘는다. 색도 밀짚색에서 회색까지 다양했는데 비상식량만큼 유별난 녀석은 본 적이 없었다.

배고프면 화내고 배부르면 기분 좋다고 노래 부르고 심심하면 놀자고 보채고 그러면서 시키는 건 다 하고.

쿠에의 유생이라고 해야 할지, 어린 쿠에를 많이 봤다는 스사나 이실리테도 비상식량만큼 사람 친화적이고 말귀 잘 알아듣는 쿠에는 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니…….

‘녹색 쿠에의 특징인가 아니면 비상식량의 특징인가.’

머리를 쓰다듬어달라는 듯이 환인의 손에 머리를 가져다 대는 비상식량의 모습에 부리를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걸었더니 ‘잔말 말고 머리를 쓰다듬어!’라고 하듯이 손가락을 부리로 꽉꽉 물면서 잡아당긴다.

=앗! 주인님, 잠시만요! 바로 나갈게요!=

비상식량과 손장난을 치면서 걸어가던 환인은 뒤에서 들려온 이실리테의 뾰족한 외침에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창가 근처에서 그림자가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자다가 비상식량의 노래에 깬 건가 싶었는데, 그 사실을 증명해주듯 잠시 뒤 여관 문을 벌컥 열고 뛰쳐나온 이실리테의 갈색 머리카락이 붕 뜬채다.

=죄송합니다! 늦잠 잤어요!=

“머리카락은 정돈하는 게 좋겠다.”

이리저리 뻗치고 붕 뜬 갈색 머리카락을 보며 조용히 말하자 움찔, 어깨를 움츠렸던 이실리테는 머리카락이 엉망인 걸 뒤늦게 깨닫고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대충 모아 묶는다.

그렇게 묶은 모습은 고급 헤어샵에서 만진 것처럼 자연스러운 웨이브 포니테일 느낌이라, 이실리테의 분위기에 갈색 헤어와 어우러져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잘 어울리는군….”

=……예?=

순간 잘 못 들었나 싶어 되물었지만, 환인은 대답 없이 몸을 돌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실리테는 그 뒤를 쫓아가며 왠지 모르게 몽글거리는 기분에 머리카락 끝을 매만졌다. 입가에 자신도 모르는 미소가 떠올라있다는 것도 모른 채.

에트브룩 마을은 특이한 점이라곤 거의 없는 작은 촌락이었다.

특이점이란 마을에서 쿠에를 기른다는 것.

번식을 잘 하지 않는 쿠에의 특성상 숫자는 적었지만, 한 번 태어나면 별 탈 없이 잘 자란다는 점 때문에 언제나 두 쌍에서 세 쌍 정도 되는 숫자를 유지 중인 촌락이었다.

이번에는 두 쌍의 쿠에가 각각 2개, 3개씩 알을 낳았기에 스사는 흥정을 통해 알 하나를 사들였고 그 외 마을 특산품과 상품이 될만한 것을 매입하는 데 이틀을 소비했다.

그사이 환인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영혼을 모두 성불시켰다.

성불은 매번 10% 가량의 훈기를 영혼에게 전달해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통역을 통해 혼이 가진 미련을 해소해주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이 방식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

‘역시 시각적인 효과가 가장 중요하다.’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을 차용하지 않았다면 아우라가 눈에 보이지 않는 환인의 특성상 유족에게 먼저 영혼사라는 믿음을 줘야 했을 테니 성불의 단계가 많이 늘어졌을 것이다.

환인의 성격이라면 귀찮음에 다 집어치웠을 가능성도 있는 일. 그랬기에 아베트를 정화하고 성불시킬 때 익혔던 방식이 굉장히 유용했다.

그렇게 영혼의 미련을 하나하나 해결해주던 환인은 미련의 종류가 의외로 얼마 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른 나이에 가족과, 연인과 사별했거나 미처 하지 못한 말이 미련으로 남은 자들이었던 거다.

그래서인지 가족을, 연인을 보게 된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하지 못한 작별 인사를 나누었고, 그로 인해 격앙된 감정은 고스란히 환인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치환되었다.

그 결과 에트브룩 촌락의 주민들은 율캄의 주민들보다 몇 배는 강한 추종을 보이게 됐는데, 촌락 사람들의 행동에 환인은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다.

그야 열둘의 영혼을 성불시키고 가족들에게 은화 20장에 가까운 답례를 받아냈으니까.

‘미처 유언을 남기지 못하고 죽은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성의’를 받아낸다면…….’

사회적 지위가 높고 재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 큰 ‘성의’를 받아낼 수 있겠지.

에트브룩에서 얻은 성과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환인의 영혼사로서 역량을 체감한 마을 처자들이 너도나도 안겨들었기에 촌락에 체류한 사흘간 안은 여자만 일곱이었다.

덕분에 일곱 명 분의 온기를 흡수해 영혼 구슬 보유 개수가 2개 더 늘어 26개가 되었으며,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가 아니라 영구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영혼이 성불할 때 흩어지는 빛나는 구슬은 자신이 흡수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소통 능력을 늘려줄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지만…… 확실하지 않군.’

빛나는 구슬을 흡수해서 좋은 점은 좀 더 많은 영혼을 성불시키고 빛구슬을 흡수한 뒤에 알 수 있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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