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066 마을 레힐로 가는 길
* * *
환인은 술렁이는 도적들의 모습에 조금 어이가 없었다.
무슨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아니고 영혼사라는 말에 저렇게 술렁거리다니.
‘아니, 초능력도 존재하는 마당에 신의 정원이라는 곳이 정말 존재할 가능성도 있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이실리테라는 년의 통솔력이 제법인가 봅니다. 술렁거리면서도 대형을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요.=
옆에서 아주 작게 소곤거린 스사는 어흠, 근엄한 헛기침 소리를 내면서 말을 이었다.
=이제 와 숨겨서 뭘 하겠소. 그대들의 짐작이 맞다오. 귀하신 분이란 바로 이분, 영혼사님을 가리키는 말이었지.=
=…….=
으득, 이를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와 스사가 씨익 웃는다.
=믿지 못하겠다면 증거도 보여드릴 수 있소. 영혼사님?=
미리 입을 맞춘 대로 환인은 후드를 벗었다. 그러자 두목을 바라보던 도적들의 시선이 환인에게 향하며 술렁임이 더욱 커진다.
도적질하며 여러 종족을 본 그들의 눈에도 환인의 외모는 매우 이국적이었고 신비로웠던 것이다.
=여자야?=
=병신아. 남자잖아. 그런데 플뢰…인가? 아닌 거 같은데.=
저 호리호리한 체격을 보면 플뢰 종족인가 싶지만, 귀도 짧고 무엇보다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너무 까맣다.
저 밤하늘처럼 새카만 머리카락과 눈동자도 그렇고 여자들의 하얀 피부와 비슷하지만 조금 짙은 색의 피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목구비가 너무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이실리테가 다시 이를 갈면서 말했다.
=웃……기지마…. 타종족을 데려와서 영혼사를 사칭하다니, 네놈이야말로 신의 정원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거 아냐?=
=짐승신님의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존재에 맹세코, 거짓말이 아니오. 금방 탄로 날 거짓말을 왜 하겠소?=
저 이죽거리는 면상을 한 대만 칠 수 있으면 속이 정말 시원할 텐데! 이실리테는 쥐고 있던 대검의 자루를 더욱더 강하게 쥐며 소리쳤다.
=그딴 면상 말고 제대로 된 증거를 대봐!=
=그러지. 거기 이실리테 씨의 옆에 서있는 분. 맞소, 당신. 마침 저 옆에 일라일 꽃이 있군요. 좀 꺾어와 주지 않으시겠소?=
=…….=
지적받은 남자 도적은 여두목을 힐끔거리면서도 게걸음으로 길가에 다가가 일라일 꽃 세 송이를 꺾어왔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묻는듯한 남자 도적의 시선에 환인이 말했다.
“여자의 왼쪽 어깨.”
환인의 말에 이실리테가 딱딱하게 굳었다. 뭐? 내 어깨에 혼재가, 들러붙어 있다고?
숨마저 멈추고 딱 굳어버린 이실리테의 모습에 일라일 꽃을 든 도적은 주춤주춤, 두목에게 다가가다가 화들짝 놀라며 지지직 그슬려가는 꽃을 내동댕이쳤다.
=히이익!!=
그리고는 불에 덴 것처럼 손을 털면서 서너 걸음 후다닥 물러난다. 표정이 꼭 역병 걸린 좀비를 본 것 같은 얼굴이다.
그런 행동을 보인 것은 다른 도적들도 마찬가지였다.
끔찍한 것을 본 것처럼 인상을 쓰면서 우르르, 여두목에게 거리를 둔 것이다.
당사자인 이실리테는 아예 마비에 걸린 듯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스사가 스산하게 웃으며 중얼거린다.
=우리 영혼사님은 혼재마저 정화하고 성불시키는 위대한 분이시오. 그런데 당신들은 계속 영혼사님께 무기를 들이대고 있군?=
저주받고 싶소? 라는 의미가 역력한 말투에 도적들이 흠칫거리면서 머뭇머뭇 무기를 내린다.
=이…… 새끼들아! 내 손에 뒤지고 싶어?! 당장 무기 들지 못해!!=
=어허! 이실리테 씨, 내가 방금 말하지 않았소. 우리 영혼사님은 혼재도 성불시키는 분이시라고.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혼재를 이리도 간단히 발견하셨겠소?=
=……!=
마악 공격하라고 소리치려던 이실리테는 그 말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당신들도 마찬가지요! 혼재와 오랫동안 함께 있었다면 당신들의 영혼도 오염되지 않았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나!=
=……?!=
=……!=
=용맹하게 싸우다 죽어 신의 정원에 들어가고 싶지 않소?! 그렇다면 당장 무기를 버려! 그리고 영혼사님 앞에 무릎을 꿇고 자비를 청하시오!!=
터덕, 챙그랑!
이실리테를 제외한 도적들은 즉시 검과 방패를, 창을, 활을 내던지고 달려와 마차 앞에 무릎을 꿇었다.
스사의 호위들은 도적들의 무기를 전부 회수했다.
자신의 무기를 가져가는 모습에 발끈하는 도적도 있었지만, 스사가 영혼사님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서 잠시 맡아두는 것뿐이라고 하자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
그리고 환인은 열아홉 명의 남녀 정수리를 내려보다가 눈을 감았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지켜본 환인에게 이 상황은 블랙 코미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율캄의 주민들이 자신을 대하는 모습에서 어느 정도 영혼사에 대한 이 세계 사람들의 인식을 알게 되었다 여겼는데, 이건 그 계산을 통째로 뒤엎어야 할 정도다.
이건 신앙 그 자체가 아닌가.
‘이들의 민간신앙을 너무 가볍게 여긴 건가. 아니면 이 세계에 대해서 아직도 제대로 이해조차 못 하고 있는 건가.’
=전부 영혼사님의 공입니다요. 아니었다면 도적년은 죽어도 인정하지 않고 싸움을 걸어왔겠죠.=
브릴릿의 경계를 받으며 멧돼지처럼 콧김만 푹 푹 내뿜는 이실리테를 응시하는 스사의 귀엣말에 환인은 눈을 뜨고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그냥…… 유인책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제 상상을 초월해서 당혹스럽군요.”
=영혼사님이 혼재를 발견하지 못하셨다면 말씀 그대로 유인책이 됐을 겁니다. 혼재를 발견하신데다 이 자들이 그래도 손이 깨끗해서인지 잘 통한 거지요.=
“음…….”
깨끗한 도둑질이라니.
반어법적인 표현에 환인은 대답 대신 작게 미소만 지어주었고 스사는 그 미소를 제멋대로 해석하며 고개를 연신 주억였다.
무릎을 꿇고 있던 도적들이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한다.
=저…… 영혼사님. 저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우리가 비록 강도라지만 힘없는 촌락 사람들이나 통행세를 낸 행상인이나 여행자들에게는 해코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규칙을 걸고 준수하며 활동 구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나름대로 베풀기도 해왔습니다요.=
=다른 강도놈들 중에서는 쾌락에 물들어서 막 나가는 것들도 있다지만, 맹세코 저희는 그런 놈들이 아닙니다! 활동 영역을 옮긴 이유도 우리를 토벌하겠다고 호족이……!=
도적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이곳으로 활동 영역을 옮긴 이유가 이전 지방 호족의 직계를 건드려서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도적단은 대상이 호족의 직계, 그러니까 이 세계의 귀족이란걸 눈치채고 그냥 보내주려 했지만 코흘리개 풋내기가 공명심에 눈이 멀어 자신들을 공격했고, 도적들은 반격해서 풋내기를 포함해 일행을 전부 목을 날렸다.
당연히 가족이 죽은 호족은 군대를 동원해 이실리테 도적단을 추적했고 이들은 그 추적을 피해 산을 넘고 강을 건너 여기까지 이동한 거라고.
‘그래서 장비 상태가 도적들치고 훌륭했다는 거군.’
환인은 아쉬웠다. 조금은 허무하다고 할 수도 있었다.
이 세계에서 인간의 제대로 된 악의를 맛보게 되는 건가 싶었는데……. 뭔가 좀 김이 새는 기분이다. 기껏 다진 각오가 흐물흐물해졌다고 할까.
이후 상황을 계산하던 환인은 작게 콧숨을 내쉬고 마지막에 입을 연 여자 도적을 지목했다. 검과 방패를 든 여자였다.
=예, 예!=
지목받은 여자 도적이 눈빛에서 기대감을 드러내며 일어난다. 그 여자에게 최하급 강령을 펼쳐주었다.
환인이 보기에는 그저 혼재에 겁먹었을 뿐, 아무런 이상도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플라시보 효과를 대충 이용하면 그만.
강령을 받아 몸 상태가 뜨거워지고 가벼워진 것을 느낀 여도적의 얼굴이 점차 밝아져 간다.
환인이 비키라고 말없이 손짓하자 더욱 밝은 표정이 되더니.
=감사합니다, 영혼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고는 쏜살같이 길에서 비켜주었다. 환인의 의도대로 강령의 강화 효과를 정화의 축복 같은 것으로 받아들인 모양새였다.
=…….=
=…….=
눈에 드러나는 변화는 없었지만, 동료가 몸이 살짝 달아오른 채 힘이 넘쳐흐르는 것 같다고 흥분하는 모습에 도적들의 시선이 더더욱 간절해진다.
그걸 본 환인은 영혼사란 어쩌면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자들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혼재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공포심을 이용해 자신들의 신분 상승 욕망을 충족시키는 사기꾼들 말이다.
‘정확한 건 다른 영혼사를 봐야 알겠지.’
환인은 19명 중 무작위로 6명만 뽑아 강령을 펼쳐주고 나머지는 방치했다.
적당한 차별대우로 현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19명 모두에게 강령을 걸어줬다가 갑자기 공격받으면 곤란해지기도 하고.
그사이 브릴릿의 감시를 무시하고 일라일 꽃을 찾아다니던 이실리테는 자신이 가까이 가기만 하면 빠짐없이 지직거리며 타오르는 일라일 꽃을 볼 수 있었다.
틀림없다. 자신에게 혼재가 들러붙었다.
어째서 내가? 왜 나만?
자신이라고 죽어서 신의 정원에 안 가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래서 최대한 원한을 사지 않는 쪽으로 활동했는데 다른 놈들은 멀쩡하면서 왜 나만 혼재가 들러붙은 거지?
내가 도적단의 두목이라서?
‘안돼!’
부하들은 혼재가 들러붙은 자신을 두목 취급하지 않을 거다. 이대로 돌아가면 100% 하극상이 벌어진다.
아니, 여기서 살해당하고 시체도 방치되겠지. 그리고 부하들은 새로운 두목을 뽑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거다.
봐라. 지금도 축복을 받은 놈들은 영혼사를 선망의 눈으로 보지만 자신을 노려보고 있지 않나.
축복받지 못한 놈들은 대놓고 자신에게 살기를 보내오고 있다.
자신도 나름 두목이다. 저 새끼들을 쳐 날릴 자신은 있지만, 싸움이 벌어지면 멀리 떨어져 있는 녀석들도 몰려들 테고 그러면 죽을 가능성이 굉장히 커진다.
죽으면 혼재에게 붙잡혀 나락으로 떨어질 텐데 그게 몸서리쳐지도록 싫은 이실리테였다.
그때였다.
삐이이잇 펑!
빨간색 불덩이가 긴 꼬리를 남기며 하늘로 솟아오르다가 펑, 터지면서 붉은 연기를 크게 뿌렸다.
이실리테는 비상 연락용 신호탄을 허락도 없이 터트린 부하를 향해 이를 갈았다.
=쿠갈! 뭐하는 거냐!!=
=뭐겠습니까. 다른 동료들도 이 상황을 알아야 할 거 같아서 부른 겁니다.=
이미 자신을 두목 취급도 하지 않는 부하의 행동에 부들부들 떠는 것도 잠시.
잠시 후 갈색과 밀짚색 쿠에, 말과 낙타 같은 것을 탄 일곱 명의 도적이 다가오는 것을 본 이실리테의 표정이 더욱 굳어간다.
=저들이 이실리테가 말한 별동대인가 봅니다. 자신만만해하던 이유가 있었군요.=
탈것은 통일되지 않았지만 전원이 기승 중이다. 장비 또한 다른 도적들보다 조금 더 좋은 수준.
뒤늦게 찾아온 자들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이었다가, 신호탄을 터트린 도적의 설명과 이실리테 주변에 널린 시든 일라일 꽃을 보고 안색이 굳어졌다.
이후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갈색 쿠에를 탄 버팔로 두상의 남자가 육중한 뿔을 흔들며 침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두목. 우리는 당신을 더 이상 두목으로 모실 수 없소. 이유는 아실 거라고 생각하오.=
=……도적단이 이만큼 성장하는 데 내가 얼마나 힘을 썼다고 생각하지? 내 힘으로 위기를 벗어난 적이 몇 번이었냐. 내 칼질에 네놈들이 목숨을 건진 게 몇 번이었고! 그걸 모두 잊고 날 내치겠다고?!=
=그건 여전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소. 하지만 당신에게는 혼재가 들러붙었소. 영혼이 더러워진 자를 더는 따를 수 없소.=
=빌어먹을! 갈테이드, 정말 이렇게 나올 거냐!? 혼재를 없애면 될 거 아냐!!=
이실리테가 대검을 치켜들며 자세를 취하자 탈것을 타고 있던 도적들도 일제히 무기를 꺼내 든다.
=어떻게 지우겠다는 거요. 저 영혼사님께 부탁할 생각이오? 방금까지 자신을 도적질하려 하던 연놈들에게 잘도 해주시겠군.=
=다른 영혼사를 찾으면 된다!=
=억지 부리지 마시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건 두목이 더 잘 알지 않소.=
=으이익……!=
“저는 도적단 내부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대로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으면 좋겠군요.”
분위기가 험악해졌지만 환인은 내색하지 않고 덤덤하게 입을 열었고, 도적들은 화들짝 놀라면서 좌우로 길을 비켜주었다.
“갑시다.”
=예.=
=어딜 가! 가더라도 내게 붙은 혼재를 치워주고 가야지!!=
재빨리 달려와 짐마차 앞을 가로막는 이실리테는 차가운 눈빛의 환인을 노려보며 재차 소리 질렀다.
=어차피 혼재에 씌었으니 나도 볼 장 다 본 인생이야! 이대로 얌전히 보내줄 줄 알……?!=
뻐버벙!!
크게 흥분해서 소리 지르던 이실리테는 환인이 자신을 손가락질하는 것을 본 순간 큰 충격과 함께 길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도적들도 무형, 무색의 폭발에 휘말려 끽 소리도 내지 못하고 튕겨 나가는 두목의 모습에 크게 놀라 웅성거렸다.
이실리테는 피부 곳곳이 찢어져 피를 흘리면서도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뭐야?!=
뻐벙!!
=끄악!=
재차 튕겨 나간 이실리테는 그제야 저 망할 놈의 영혼사가 힘을 썼다는 걸 눈치챘다.
‘뭐지? 영혼사라고 했잖아. 그런데 이 폭발은 뭐야? 마도기?’
억지로 버틴 덕분에 겨우 넘어지지 않은 이실리테는 몹시 혼란스러웠다. 영혼사가 이런 이상한 힘을 쓴다는 걸 들어본 적이 없는데?
다시 손가락질하는 환인의 모습에 이실리테는 흠칫 놀라 대검을 거꾸로 세우며 움츠러들었지만,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길을 막지 마라.”
대신 날아온 차가운 경고에 이실리테는 발이 묶인 양 꿈쩍도 못했다.
짐꾼들은 스사의 지시에 도적들에게서 회수한 무기를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여기, 당신들의 무기입니다. 저희를 쫓아오지 않으실 거라 믿습니다.=
=자, 잠깐만! 우리는 어떡하고요!?=
=영혼사님! 영혼사님! 가진 돈을 전부 드릴 테니 제발 정화를 부탁드립니다! 살려주세요!=
도적들은 자기 무기를 받아 챙기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짐마차를 쫓아가며 아우성을 쳤다. 그 모습에 스사의 짐꾼들이 버럭버럭 소리 지른다.
=쫓아오지 마세요! 영혼사님이 정화를 해주지 않은 것은 필요가 없어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가까이 다가오시면 큰일 납니다! 영혼사님께 무례를 저지르실 겁니까?!=
가까이 오는 도적들에게 위협을 느꼈는지 짐꾼들이 무기를 나누어주다 말고 내던지더니 후다닥 짐마차에 올랐다.
짐마차의 속도가 점차 빨라져 간다.
도적들은 긴가민가했지만 짐꾼이 한 말을 믿고 따라가는 것을 멈추었다. 사실 영혼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 받을 정체 모를 불이익이 더 무서웠다.
하지만 이실리테는 그럴 수 없었다.
무섭다. 저 영혼사놈의 무감정한 목소리가, 뭘 할지 모르는 저 까만 눈이 무섭다. 그런데 혼재가 들러붙은 채로 살다 죽어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더 무섭다.
=……빌어먹을! 이 새끼야, 내려!!=
=뭐, 뭘 하는 겁니까?!=
=씨발! 늬들 진짜 나랑 죽고 죽어볼래?! 뒤지기 싫으면 쿠에 한 마리 내놓으라고!!=
=……내어드려라.=
=…….=
갈테이드의 무거운 지시에 이실리테의 대검이 겨눠져 있던 여도적은 뚱한 표정으로 쿠에에서 내렸다.
졸지에 몸뚱이 빼고 다 잃게 생긴 이실리테는 쿠에에 올라타 이를 갈면서 말했다.
=좆같지만 니 새끼들을 이해한다. 나라도 혼재가 들러붙은 놈이 이 지랄을 했으면 목을 쳐 날렸을 테니까.=
=…….=
=하지만 좆 같은 건 좆 같은 거야. 갈테이드, 네놈이 다음 두목이다. 그리고 다음에 만나면 내 손에 다 죽을 줄 알아라.=
살벌한 얼굴로 협박 아닌 협박을 남긴 이실리테는 벌써 저만치 멀어진 짐마차를 보고 박차를 가해 쿠에를 몰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