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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기담-65화 (65/813)

〈 65화 〉 064 마을 ­ 레힐로 가는 길

* * *

남은 그레니어 두 마리도 브릴릿과 딘테의 손에 처리되었을 때, 스사가 믿기 어려운 것을 본 고양이처럼 동그래진 눈으로 다가왔다.

=아니…… 세상에, 이런……. 어찌…….=

말을 잇지 못하던 스사는 풀썩 웃음을 흘리더니 허리를 꾸벅 숙였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설마하니 마수를 세 마리나 혼자 잡아내실 줄……. 영혼사님이 아니셨다면 오늘 저희는 누군가 죽어 나가는 것을 봐야 했을 겁니다.=

“아닙니다. 비상식량이 경고하는 바람에 멈추지만 않았다면 수월히 해결하셨겠지요.”

그레니어의 질주 속도는 밀짚 쿠에가 짐마차를 끄는 속도와 비슷했다. 거기다 원거리 무기를 충실하게 준비해놓은 상태였으니 다 죽이진 못해도 떨쳐낼 수는 있었을 거다.

스사는 눈앞의 젊은 영혼사에 대한 평가를 대폭 상향 조정했다.

영혼사라는 점 하나만 보아도 대단한데 점잖고 매너 바른 모습과 영혼사로써 훌륭한 능력뿐만 아니라 이만한 전투 능력이라니!

마을 처자를 구출해왔다는 소문을 듣긴 했지만 스사는 절반만 믿었다.

미궁이 아니라 뭐 숲을 헤매던 여자를 우연히 발견해서 데려왔다는 정도로 말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6급 삼림형 미궁을 답파하려면 최소 7급의 직업자 세 명과 6급 여섯 이상이 힘을 합쳐야 가능한 곳이다.

거길 아무런 힘도 없는 시골 마을 처자 넷을 데리고 혼자 빠져나왔다고?

선술집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간 비웃음도 못 받는다.

그랬는데 스사는 고작 3분도 안 되는 시간에 두 마리의 마수를 가볍게 해치우는 환인을 보고 전율이 일었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다.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리는군요. 영혼사님의 창술은 말 그대로 예술이었어요. 크으, 그 간결한 동작이 왜 그렇게 섬뜩하게 느껴지는지!=

무기가 뛰어나다는 것은 상인의 안목으로 이미 눈치챘다. 하지만 뛰어난 무기도 사용자의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제대로 된 위력이 나는 법이다.

스사의 눈에는 적이 스스로 창에 뛰어드는 모양새였다. 자신이 상인이라지만 그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안다.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하하하. 겸손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이라지 않습니까. 영혼사님은 충분히 자랑스러워하셔도 됩니다. 암요.=

환인은 스사가 더욱 살갑게 대하는 이유를 눈치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여행길이 더욱 안전해질 테니.

죽인 그레니어 세 마리를 끌고 돌아온 브릴릿은 브릴릿대로 놀라서 환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지막 그레니어의 숨통을 끊고난 뒤 딘테의 호들갑을 들었지만 설마 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정말로 세 마리가 각기 다른 이유로 죽어있는 게 아닌가.

짐꾼들이 그레니어를 해체하는 것을 구경하던 환인은 브릴릿의 시선에 그녀를 돌아보곤 살짝 고개를 숙였다.

=…….=

브릴릿도 애인을 지켜준 환인에게 감사를 담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위기 상황을 일으킨 딘테의 정강이를 사정없이 깠다.

=끄악!=

=머저리 놈아. 세 마리를 다 잡아 죽이라는 것도 아니었다. 두 마리만 ‘붙들고’ 있으라고 했는데 그 정도도 못해?=

=죄송합니닷!!=

콱!

=끄헉……!=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었나? 죄송하다면 다냐고.=

빡!

=케엑!=

=죄송할 짓을 왜 해? 그레니어 한 마리와 춤추라고 밀짚 쿠에까지 지급해준 줄 알아? 비싼 밥과 봉급을 일부러 처먹여준 줄 아냐고.=

=죄, 죄송합니닷!!=

=또 죄송하다고 하지. 네놈의 실수로 스사 님이 사망할 수도 있었어. 그런데 죄송하다는 말이 쉽게 나와? 응?=

콱, 콱!

=끄어어……!=

정말 가차 없이 군기를 잡는 브릴릿의 행동이 이해되는 환인이었기에 저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다.

물론 이해가 안 됐더라도 끼어들지는 않았을 거다. 브릴릿의 행동에 간섭하는 것은 엄연한 월권행위니까.

대신 짐마차로 돌아온 환인은 묵빛으로 빛나는 창날을 유심히 살폈다.

‘보기에는 평범한 골창인데 이런 날카로움이라니.’

벨비도가 뛰어난 실력으로 어금니를 예리하게 갈았다기보단 영수의 어금니라서 이런 예리도를 가졌다는 게 더 설득력이 높다.

문득 돌도끼를 회수하러 호브 마을을 재차 방문했을 때 본 칼날 멧돼지 사체가 떠올랐다.

비록 구더기가 들끓고 있던 사체였지만 가죽만큼은 멀쩡했었는데 그 가죽이 이제 와서 아쉬워진다.

그 가죽으로 가죽 갑옷을 만들었다면 어쩐지 훌륭한 물건이 나왔을 거 같아서였다.

묵빛 창에 관한 관심을 충족한 환인은 다음 관심 사항으로 눈을 돌렸다.

군기 교육을 마치고 짐마차로 돌아온 브릴릿에게 양해를 구해서 그녀의 창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절뚝거리는 딘테의 창도 구경했다.

‘둘 다 재질도, 규격도 같은 창인데 그 차이는 뭐였지.’

브릴릿의 창질은 그레니어의 가죽에 분명한 상처를 남겼지만 딘테의 창질은 아무런 상처도 남기지 못했었다.

‘에프니스는 아우라의 유무로 각성을 따진다고 했었지. 그러면 브릴릿은 각성자?’

각성자여서 무기에 특별한 힘을 실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본인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스사나 브릴릿이 자신의 능력에 대해 물어보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적지 않게 불편하다.

자신이 불편하면 남도 불편하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떠올렸기에 환인은 망설이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여행길은 앞으로 19일이나 남았다. 하다 보면 적당히 친해질 테고, 그러면 각성에 관해서 물어볼 기회도 생기겠지.

스사는 환인이 잡은 세 마리 그레니어의 사체를 적당한 값에 매입했다.

“어차피 저는 챙길 수단도 없습니다. 스사 씨가 챙기셔도 됩니다만.”

=무슨 말씀이십니까. 영혼사님이 저희 상행에 참여하신 이상 당연한 권리입니다.=

그레니어의 사체는 한 마리당 은화 여섯 닢에 팔렸다. 원화로 치면 1800만 원이나 되는 거금.

짐꾼 세 명은 스사의 지휘 아래 여섯 마리 그레니어의 가죽을 모두 벗기고 짐칸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온통 찢어지고 해어진 가죽도 말이다.

평범한 철제무기로는 상처도 입지 않을 만큼 엄청나게 질긴 특성상 좋은 가죽 갑옷의 소재가 되어준다고.

그리고 이빨을 모두 뽑아 챙겼고 뼈도 허벅지 뼈, 갈비뼈 같은 크고 굵직한 것만 쌓았다. 고기는 허벅지와 갈빗살만 피 처리한 뒤 짐마차 상부 프레임에 묶어 놓았다.

자연건조를 시도하려나 했지만 여행길에 먹을 식량이 될 거라고 스사가 설명해주었다.

=그레니어의 고기는 정말 맛있습니다. 특히 이렇게 바람에 자연건조 시키면 시킬수록 감칠맛이 우러나와서 구워도, 삶아도 끝내주죠. 여기에 증류주만 있으면…… 크으~.=

쩝쩝 입맛을 다시던 스사는 표정을 진지하게 고치며 남쪽을 응시한다.

=그런데 이런 장소에 마수가 출몰하다니, 근방에 새로운 미궁이 태어났나 봅니다. 율캄에서 가까운 곳이라 조금 걱정이 되긴 하는군요.=

……미궁이 태어난다는 말인가.

현대인의 지식과 감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에 환인의 궁금증과 호기심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다.

잠시 생각하던 환인은 적당한 핑계를 생각해내고 물었다.

“미궁이 태어난다는 말입니까?”

환인의 반문에 스사가 환인을 돌아보았다. 예상대로 어떻게 이걸 모르냐는 눈빛이다.

그 시선에 환인은 류히에게 했던 핑계를 꺼내 들었다.

전이 도중 사고를 당해 미궁에 떨어진 것, 여기서 매우 먼 곳에 살아서 이곳의 문화도, 풍습도 잘 모른다는 것 등.

“제가 살던 곳에는 미궁 같은 것이 없다 보니. 신기한 이야기입니다.”

스사는 별 의심 없이 그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오히려 이 핑계가 제대로 먹힌 듯 그간의 의문이 해결된 것처럼 고개를 주억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종족 연합 주도의 금속 패에 대해 여쭤보신 거군요. 어쩐지 영혼사님의 머리카락 색도 그렇고 외모가 제가 알던 어느 종족하고도 달라서 살짝 호기심이 들던 차였습니다.=

그렇게 먼 곳에서 왔으니 그럴수 밖에 없었군요, 하며 납득하는 모습에 환인은 조금 맥이 풀렸다.

스사의 반응으로 미루어보아 이 세계는 아직 미발견 대륙이나 지역이 남아있는 것이 틀림없다.

그러면 일부러 평범함을 가장하며 다니는 것보다 이 핑계를 계속 들먹이는 게 더 편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스사의 입에서 미궁에 관련된 정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학자들의 오랜 연구 끝에 미궁은 생명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아시겠지만…… 아니, 이거 실례. 흠흠. 미궁에서는 각종 보물과 보물 같은 소재 등이 출토됩니다. 소재가 출토되지 않으면 미궁에 서식 중인 이형종이 비싼 값어치를 하기 마련이지요. 그게 아니더라도 이형종의 부산물은 돈이 되지만 말입니다.=

‘미궁에서 사는 생물을 이형종이라고 부르는 건가.’

더불어 미궁 주변의 땅은 비옥하기 그지없어 크게 성장한 미궁 주변에는 하나같이 도시가 존재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초승달 산 근처의 파리지옥처럼 보이던 산도 그런 이유였나.’

물론 미궁 내부에서 괴물이 흘러나올 수 있기에 군대가 주둔해 주변을 틀어막고 내부를 주기적으로 청소하며 관리하거나 검증받은 모험가나 용병, 전사들을 들여보내기도 한다고.

“미궁이 살아있다고 했는데 그럼 뭘 먹고 사는 겁니까?”

=미궁에 들어선 사람들의 피와 살, 그리고 사람이나 이형종이 흘리는 위상력이지요.=

“…….”

금화를 감정해줄 때 위상결정순도라는 단어를 언급했었는데 위상력은 그것과 관련된 건가?

=그 때문에 크게 성장한 미궁은 지하 100층까지도 도달하고 그럽니다. 미궁은 성장할수록 더 많고 질 좋은 재화를 뿜어내기도 하지만, 성장하면 할수록 위험성도 덩달아 증가하기에 성도나 주도 근방의 미궁은 정말 빡빡하게 관리하지요.=

“관리한다 해도 내부의 괴물이 서로 싸우며 죽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걸 먹고 자라지는 않는 겁니까?”

=오, 처음 듣는 이야기에 그런 것까지 추론하시다니 예리하시군요.=

고개를 끄덕인 스사는 어흠,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조금 낮아진 어조로 말을 잇는다.

=까마득한 옛날, 고대에는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다나 봅니다. 그래서 미궁 내부를 청소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투입했었죠. 그러다 보니 희생자도 많이 나오고 그런 희생자를 먹고 미궁도 자라고……. 뭐 그랬는데 종족 연합의 붉은 나뭇잎 학파가 발견해낸 겁니다. 미궁의 비밀을요!=

“……비밀.”

=예, 비밀이었습니다. 수천 년간 숨겨져 있던 비밀. 그건 바로 사람의 위상력이 미궁이 자라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거였죠……!=

긴장감을 줄 생각이었는지 잔뜩 위협스러운 표정을 짓는 스사지만, 귀여운 치타 얼굴이다 보니 하나도 위협답지가 않다.

“이형종의 위상력은 먹지 않는다면 미궁도 이형종과 동류라는 뜻입니까?”

=어…… 그쪽은 제가 학자가 아니다 보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미궁에 대한 이런저런 가설이 떠오르긴 하지만, 자신과 별 상관없는 내용일 듯 해서 환인은 관심을 접었다.

“관리한다 해도 미궁 안에서 사냥하거나 모험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궁의 성장은 막지 못할 것 같은데요. 결국에는 파국이 치닫는 게 아닐까 싶군요. 성도나 주도라면 중요한 시설도 있을 텐데…… 괜찮은 겁니까?

=음. 제가 알기로 미궁은 이형종을 만들어내는데 위상력을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궁 내부에서 이형종을 죽여서 시체를 가지고 나오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더군요. 모험가, 영웅들이 들어가서 미궁 내에서 힘을 쓴 것보다 더 많은 위상력을 미궁으로부터 빼앗는 거죠.=

듣기만 해서는 무한동력으로 움직이는 광산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런데 자신이 물은 것은 미궁의 탄생이었는데 어째서 미궁의 생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걸까.

환인은 작게 웃으면서 이야기꾼을 자처하는 스사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끔 좋게 말을 돌렸다.

“그런 미궁은 아무 곳에서나 탄생하나 봅니다. 방금 스사 씨의 말씀을 들어보면 그런 느낌이었는데요.”

=사실 미궁의 정확한 탄생 원인은 아직 그 누구도 모릅니다. 미궁의 종류가 계단형, 능묘형, 삼림형, 산악형, 용암형, 고산형, 유적형, 자연형 등등등 이렇게 많이 분류되는 이유도 모르고요.=

그저 지역 내에 미궁이 탄생했다는 게 알려지면 인근 도시에서 군대나 조직을 파견해 위험성과 가치를 가늠해보고 파괴해버리거나 키운다고.

환인의 입장에서는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미궁에 들어가면 강한 적하고도 싸울 수 있는 건가.’

군대를 주둔시켜야 할 정도니까 틀림없이 강적도 존재하겠지. 막 태어난 미궁은 어떤 느낌일까.

혼자 기대감에 휩싸여있을 때 다스콘이 다가와서 스사에게 말했다.

=나으리. 그레니어의 정리하고 손질이 끝났습니다요.=

=그래? 그럼 출발하지. 영혼사님, 보조석에 오르시지요.=

“예.”

환인이 자신의 정체를 털어놓아서일까, 상식을 습득하는 일은 대폭 쉬워졌다. 어지간한 의문은 곧장 물어보아도 의심받지 않고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거침없이 질문을 던지지는 않았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만 가끔, 그리고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유도하며 의문을 해결한 거다.

환인은 어느새 익숙해진 짐마차의 덜컹거림 속에서 편하게 말했다.

“이런 정보도 다 돈이 되는 것일 텐데…… 그저 듣기만 해서 염치가 없습니다.”

=어이쿠, 그런 말씀을 하시면 영혼사님께서 펼쳐주시는 축복 덕을 보고 있는 저희가 몰염치한 놈들이 되지 않습니까.=

레힐이라는 마을로 이동하는 5일간 겁 없는 짐승의 습격을 몇 번 받았었다.

환인은 원래 이렇게 공격을 많이 받는 건가 했지만, 스사의 말로는 미궁이 있는 곳 주변의 짐승들은 원래 혼란스럽게 변한다며 미궁이 파괴되면 이런 일은 사라질 거라고 했다.

아무튼,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환인은 최하급 정령으로 강령을 호위들에게 펼쳐주는 한편 자신도 뒤에서 지원해주었었다.

그 덕에 일행은 약간의 피해도 없이 수 차례 습격을 마무리 지었는데 그 일로 스사와 호위 세 명, 짐꾼들의 호의는 환인이 느끼기에 최대치가 되어있었다.

‘호의를 사기가 무척 편한 느낌이군.’

지구에서는 마냥 좋은 사람 코스프레를 하다 보면 온갖 시비와 악의에 시달렸다.

대신 좀 야근해달라, 이거 좀 대신 작성해달라, 돈 좀 빌려달라, 보증 좀 서달라.

어느 순간부터 환인은 좋은 사람 코스프레 대신 무뚝뚝한 태도를 고수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서는 그런 일이 별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느낌이었다.

사실 스사 일행도 어느 정도 사심이 없진 않았다.

자신들이 보기에 영혼사님은 몸가짐과 언행이 단정하고 품위가 넘친다.

무력도 충분히 차고 넘치며 영혼사의 능력까지 있다.

일행의 머릿속에는 어느 지역의 호족이 되어 높으신 분이 된 환인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을 정도니 미리 잘 보이겠다는 무의식, 혹은 의식으로 환인에게 친절을 베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레힐까지 하루 걸리는 거리가 남았을 때.

“이상하군요.”

환인은 이 이상한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람의 악의와 마주쳤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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