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060 촌락 율캄
* * *
세 번째로 개량된 창을 들고 대장간을 나서자 후이니가 재빨리 뒤따라왔다.
애써 밝은 척하고 있지만, 환인의 눈에는 상심하고 불안해하는 기색이 보였다.
안에서 부친인 벨비도와 짧게 이야기를 나눈 것 같은데 별로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나 보다.
환인은 후이니를 생각해 입을 다물고 걸음을 옮겼고, 그 뒤를 말없이 따르던 후이니는 텃밭을 일구거나 빨래를 하거나 하는 마을 처녀들의 시선이 환인에게 향하는 것을 보고 다시 환인과 팔짱을 꼈다.
후이니는 환인의 옆얼굴을 훔쳐보며 기분을 파악해보려 했지만…….
‘……모르겠어.’
알 수 없다는 사실에 침울해졌다.
누구보다 신사적으로 행동하는 환인이다. 그 모습에 이끌렸던 후이니였지만, 지금은 어쩐지 그게 거리를 두는 것처럼 느껴져 우울해졌다.
=저어…….=
그렇다고 해도 이 마음이 거짓은 아니다. 후이니는 용기를 내서 운을 뗐다.
=은인님. 저도 은인님을 따라가면 안 돼요?=
“…….”
=짐꾼이라도 괜찮아요. 저 힘도 세고 귀도 밝잖아요. 어른들한테 들었는데 모험하는 데는 종자나 짐꾼이 꼭 필요하대요. 저 진짜 잘할 수 있어요!=
그런가. 안에서 벨비도와 이걸 두고 이야기를 나눈 건가.
환인은 간단하게 자초지종을 간파하고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불안한 표정의 후이니에게 말했다.
“후이니. 현명한 어른의 말씀은 대다수 상황에서 틀리는 법이 없습니다.”
=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경험이 늘어난다는 것이며 연륜이 생겼다는 것은 경험과 지식으로 제반 사항을 파악해 더욱 나은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환인이 걸음을 멈추자 후이니도 덩달아 멈추고 환인을 올려다본다.
“그러한 연륜으로 해주는 조언은 대개 옳은 일이기 마련입니다. 후이니, 제가 앞으로 나아갈 길은 저 삼림형 미궁보다 더욱 위험하면 위험했지, 안전한 길이 아닙니다.”
=…….=
“장담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나 엔넬, 류히와 에프니스……. 여러분이 절 따라오면 당신들의 미래에는 오직 죽음 밖에 없을 겁니다.”
=저는!=
“괜찮다고 말하려는 거라면 화내겠습니다.”
처음 듣는 환인의 냉랭한 목소리에 후이니는 뱀 앞의 개구리처럼 바짝 얼어버렸다.
“저도 한때는 당신들과 함께 여행 다니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을 접었지요. 이유는 방금 말했던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
“후이니. 저는 당신이 제가 구해준 목숨으로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길 바랍니다.”
하고 싶은 말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환인의 표정을 본 후이니는 시무룩한 얼굴로 말을 삼켰다.
‘저나 언니들은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긴 글렀단 말이에요…….’
“마을 남자들에게 기피당할 거로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마음을 읽힌 줄 알고 후이니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환인이 다시 걷기 시작하는 걸 보고 재빨리 옆에 붙는다.
“결혼이 꼭 행복인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치만 결혼하지 못하면…….=
“쌍둥이 산 동굴 앞에서 당신이 손봐주었던 창은 귀환길에 무척 요긴하게 썼습니다. 대장장이 일에 나름의 자질이 보이더군요. 결혼 대신 부친의 일을 이어받아 보는 건 어떻습니까.”
=……아빠 일을요?=
환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갈림길에서 후이니와 헤어지고 마을에 하나뿐인 잡화점 겸 여관에 도착한 환인은 여관 앞 야외 테이블에 앉아 대화 중인 행상인과 그의 동료들을 보았다.
그들은 4일 전에 물건을 팔러 마을에 들어온 사람들이었는데, 가져온 물건을 다 팔고 또 다음 마을에서 팔 물건을 산 뒤에도 마을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이유는 대강 짐작하고 있다.
환인이 그들에게 걸어가자 그들도 환인의 접근을 눈치채고 대화를 끊는다.
그중 동글동글 귀여운 치타 머리의 행상인 남자, 스사가 웃으면서 일어나 인사해왔다.
=안녕하십니까, 영혼사님. 산책 가시는 중이십니까?=
“도리토 씨에게 잠시 들러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볼 때마다 술을 마시고 계시는군요.”
환인이 웃으며 말을 걸자 스사가 멋쩍은 듯 하하 웃는다.
=여기 제철 산딸기주는 정말 맛있거든요. 지금 안 마셔두면 내년은 되야 마실 수 있으니 가능할 때 미리미리 마셔둬야죠.=
그동안 얼굴을 익히며 환인이 술도 조금씩 사준 덕분에 꽤나 친밀하게 대화를 걸어오는 스사였다.
어느샌가 나와 있는 여관집 종업원에게 산딸기주 한 병씩 그들에게 나누어달라고 부탁하자 짐꾼 셋, 호위 셋의 스사 일행이 손뼉 치며 크게 환호한다.
=감사합니다. 영혼사님!=
=잘 마시겠습니다!!=
이 세계에서 사용하는 화폐는 적지 않은 수준으로 확보했다.
귀환길에 여자들이 채집했던 고급 약초와 버섯에 간간이 벗겨서 확보한 짐승의 가죽은 한국 돈으로 천만 원에 가까운 가격이었다.
환인은 절반만 받으려고 했다. 무두질을 한 거나 약초, 버섯을 채취한 것은 그녀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여자들은 막무가내로 환인에게 모든 대금을 넘겨주었기에 수중에 소지금은 적지 않은 편이었다.
여기에 호우란의 가족들이 준 사례금과 영혼의 성불을 도와준 유족들에게 받은 사례금도 비슷한 양이었고.
이 세계의 화폐는 철화 동화 은화 금화 홍전으로 구분되었는데 철화는 백 원, 동전은 만 원, 은전은 백만 원, 금전은 일억 원 정도로 가치가 분류되는 듯 했다.
홍전??은 호족이나 왕족, 신관들이 사용하는 특수 화폐로 그 외 시민이나 촌민 등은 아예 사용할 수 없는 화폐다.
아무튼 술 한 병이 철화는 15장 정도이고 환인의 수중에는 은화가 19장 정도 있으니 술 한턱내는 정도는 부담이랄 것도 없다.
행상 일행이 술잔을 부딪치는 소릴 들으며 온갖 잡다한 물건으로 양쪽 벽이 가득 채워진 잡화점에 들어서자 카운터에 앉아있던 에프니스가 일어서서 환인을 맞이했다.
=오셨어요? 바로 어머니를 불러올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에프니스가 여관으로 이어진 통로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형용하기 어려운 냄새가 나는 잡화점 내부를 둘러보았다.
유리병에 담긴 씨앗에서부터 가죽제 옷과 외투와 가방, 뭐에 쓰는지 모를 각종 도구와 무두질 된 가죽에 리넨만큼이나 거칠어 보이는 옷감 두루마리. 야영용 각종 철제 식기, 냄비와 양장본 형식의 책들, 색색의 액체가 들어있는 물병과 건조 중인 야채 및 바짝 말린 고기와 생선들.
에프니스의 성격이 반영된 것처럼 깔끔하게 정리된 잡화점 내부를 둘러보고 있으니 부티크를 운영할법한 외모의 세련된 중년 여인이 에프니스와 함께 나타났다.
환인을 보자마자 중년 여성, 에프니스의 모친인 도리토가 호들갑스럽게 다가와 손뼉을 친다.
=어머나 영혼사님~! 오시기 전에 애들에게 말해놓으셨으면 기다리지 않으셔도 됐을 텐데!=
“저도 방금 벨비도 씨에게 들었습니다. 부탁드린 물건이 완성되었다고요.”
=네네~! 어휴~ 간만에 좋은 가죽을 손에 넣어서 저도 힘을 빡! 주고 만들었답니다. 에프도 옆에서 도와준 덕분에 더 좋은 물건이 나왔어요~. 자자 이쪽으로 오세요.=
어렸을 때 짐승에게 습격당해 물어뜯겼다는 찢어진 귀를 파닥거리는 도리토와 함께 카운터 뒤쪽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자 꽤 큰 방이 나타났다.
재단실처럼 길고 넓은 탁자와 각종 가죽, 옷감이 벽에 가지런히 널려있는 방이다.
사방에 난 창에서 밝은 햇살이 들어와 비추는 내부를 둘러보고 있으니 도리토와 에프니스가 새카만 가죽을 겹겹이 덧대고 덧대서 만든 바지와 재킷, 후드 코트를 가져온다.
=짜잔~. 어떠세요? 에프니스가 며칠 밤낮을 새가면서 만든 패턴에 바느질 솜씨가 꼼꼼하기로 정평이 난 류히와 마을 아낙들이 모여 만든 수제 코트와 재킷, 트라우저랍니다~!=
“이건…….”
디자인이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다. 잡화점에 걸려있던 가죽옷이나 망토하고도 트렌드가 전혀 다른 느낌.
=은인님께서는 비슷한 디자인이 입기 편하실 것 같아서 입고 있으신 의복과 비슷한 감각으로 패턴을 만들어봤어요. 함부로 살펴봐서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해요.=
“그렇지 않습니다. 신경 써주어서 고맙습니다. 그래서인지 디자인도 훌륭하군요.”
빈말이 아니었다.
방어력과 내구성을 위해 겹겹이 붙인 흔적은 환인의 눈에도 상당히 세련되어 보였다.
선과 면의 날카로운 느낌에 몇 겹으로 이루어진 튼튼한 매력이 옷에 한껏 드러난다고 할까.
두꺼워진 탓에 착용감이 뻑뻑할 줄 알았는데 놀라울 정도로 매끄러웠고 관절부도 유연하면서 질긴 덕에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없다.
“착용감이 굉장하군요. 공격에 취약한 부위의 방어력도 확실히 보강되어있고…… 세 겹으로 덧댄 겁니까?”
=영혼사님께서는 안목도 훌륭하시네요~. 말씀하신 대로 이렇게 이중으로 덧댄 부분의 안쪽에는 사슬곰의 가죽을 끼워 방어력을 특히 높였어요. 넓은 면적을 보호하기에 공격받더라도 상당한 충격을 줄일 수 있죠!=
도리토의 설명대로 인체의 급소가 모여있는 배와 가슴, 피격 범위가 넓은 허벅지나 어깨가 특히 보강되어있었다.
그럼에도 둔해 보이지 않고 날렵한 느낌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는 게 놀랍다.
“대단합니다. 디자인에 고심한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지는군요.”
자신이 특히나 머리를 굴린 부분이 착용감과 디자인이었는데 그것을 알아주다니. 환인의 가감 없는 칭찬에 에프니스는 무척이나 부끄러워하며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도리토도 기쁜 듯이 호호 웃으면서 손사래를 친다.
=아휴~ 방어구를 사는 사람들이 영혼사님의 반만이라도 닮았으면 소원이 없겠네요~! 대부분 사람은 방어력만 집중하지, 착용감이나 디자인 같은 건 신경도 안 쓴다니까요?!=
“아무래도 생존이 가장 중요해서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 말씀대로지만요! 호호호. 어디 보자, 영혼사님께 어울리는 게 있었는데~.=
호호호 웃으며 재단실 한쪽을 뒤적거리던 도리토는 진한 회색이 매혹적인 레더 롱부츠 한 켤레와 오픈 핑거 타입의 가죽 장갑 한 쌍을 가져왔다.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는 착용과 활동에 용이하도록 세 개의 버클이 달려있었다.
부츠를 신고 따로 조율할 필요도 없을 만큼 손과 딱 맞는 글러브까지 끼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든든함이 몸을 가득 채운다.
무기마저도 검은색 창이다 보니 통일된 색감이 주는 정돈된 느낌이 더해져 상당한 실력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반코트에 후드도 달려있으니 얼굴도 가릴 수 있을 테고…… 이 정도면 이상한 사람으로 눈길을 받을 일은 없겠지.’
촌장과 술을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던 중 이 세계에는 자신 같은 종족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슷한 종족으로 플뢰라고, 지구의 판타지 종족으로 유명한 엘프와 흡사한 종족이 있다던가.
문제는 그 플뢰 종족의 귀는 굉장히 긴데다 검은 머리가 없다는 것이다.
촌장은 머리와 귀를 드러내놓고 다니면 시선을 상당히 끌어모을 것이라 조언을 했기에 이런 복식을 선택했는데…….
갑옷으로 분류될법한 완성된 가죽 장비 세트에 환인은 큰 만족감을 느꼈다.
장비를 건네받은 환인은 가죽 가방과 야영에 필요한 각종 물건을 구매해서 채웠다.
=이 보존식은 마을에서 특별한 비법으로 제조한 거랍니다~. 다른 마을의 보존식에 비해서 누린내도 없고 맛있는 고기 냄새가 특징인 우리 마을 특제품이에요. 보존 기간도 1년 가까이 되죠! 물주머니는 단단히 손질한 고급품이긴 한데 그래도 강을 발견할 때마다 버리고 새로 채우시는 게 좋으실 거예요. 그리고 가죽 갑옷을 손질할 때는 햇볕이 쨍쨍할 때보다 살짝 구름이 꼈을 때 그늘에…….=
도리토의 설명을 들으면서 군장을 싸던 기억을 떠올려 짐을 차곡차곡 챙겨 넣는다.
말린 고기 가루를 빻은 곡식과 지방하고 섞은 뒤 굳힌 에너지 바 같은 형태의 보존식량 60일분.
무슨 짐승의 위장으로 만든 물주머니 세 개에 추운 날씨를 대비한 방수 망토.
옻칠을 한 것처럼 반들거리는 간단한 목제 식기에 무기와 가죽 갑옷을 손질할 때 필요한 도구와 재료들.
그리고 갈아입을 옷과 속옷 몇 벌.
마지막으로 여기저기 찢어지고 헤어지기 시작한 정장 코트와 양복 풀세트, 액정이 완전히 박살 난 스마트폰과 이제 쓸 일이 있을까 싶은 장지갑과 카드, 종이 화폐 얼마.
지구에서 입고 온 옷은 혹시 필요한 일이 생길까 싶어 팔지 않고 가방의 제일 밑에 넣어두었다.
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정말 필수적인 것만 챙겼는데도 등산 가방에 필적할 정도로 큰 가방이 가득 차버렸다.
가방을 들어본 환인은 자신의 힘에 살짝 놀랐다.
‘이정도 양이면 15kg은 넘을 텐데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군.’
=영혼사님. 이걸 받아주세요.=
그사이 도리토는 카운터에서 잘 접힌 얇은 가죽 한 장과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붉은색 병 2개를 가져와 환인에게 내밀었다.
“이건…….”
=이 피지는 근방의 지도예요. 그리고 이 약병은 베이거나 찔린 상처에 효과 있는 구급용 회복 물약이고요. 영혼사님의 여행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시라고 준비했어요.=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도리토를 잠시 바라보던 환인은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아유~! 고개 드세요. 우리 딸내미를 구해주신 거에 비하면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닌걸요? 마음 같아서는 가진 걸 다 드리고 싶은데 딸내미가 먹고 살 것도 남겨줘야 하다 보니…… 호호호.=
구김살 없이 웃고 있는 도리토는 에프니스가 어렸을 때 맹수의 습격을 받아 남편과 사별했다.
불행중 다행으로 에프니스는 상처 없이 무사했지만, 도리토는 귀가 뜯겨나가고 배에 큰 상처를 입어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말 그대로 도리토에게는 에프니스가 전부라는 뜻.
=정말 올조트 님의 해일에 애가 휩쓸려서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들었을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는데…….=
그때 기억이 떠올라 감정이 북받치는지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내기 시작하자 에프니스가 옆에 붙어 위로한다.
“…….”
두 모녀를 위해 짐을 챙겨 자리를 피해준 환인은 잠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여관 앞뜰로 이동했다.
그때까지 술을 마시며 잡담을 나누던 스사가 환인을 보고 눈을 큼지막하게 뜨며 벌떡 일어난다.
=어어. 그 갑옷은!=
“예?”
=크으~! 어쩐지 그토록 비싸게 사겠다고, 제발 팔아달라고 부탁해도 안 팔더니 영혼사님이 쓰실 장비여서 그랬던 거군요!=
스사는 이제야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환인의 뒤로 돌아와 자신들의 자리로 어깨를 살살 밀었다.
=자자자 마침 점심시간이니 같이 식사라도 어떻습니까? 제가 비싸게 사겠습니다!”
“그럴까요.”
그렇지 않아도 스사에게 물어볼 것이 있던 환인은 사양하지 않고 그가 마련해주는 자리에 앉았다.
4인용 테이블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 명의 호위 중 한 명이 짐꾼들의 탁자로 자리를 옮긴다.
스사는 이야기했던 대로 여관에서 가장 비싼 음식만 줄줄이 시키다가 이쪽을 불쌍한 얼굴로 바라보는 짐꾼들의 테이블에도 같은 음식을 시켜주었다.
=감사함다!=
=감사합니다, 스사 님!!=
=그래그래. 든든하게 잘 먹어둬. 그래야 힘 잘 쓰지.=
=힘이라면 밤에 계속 쓰고 있는 뎁쇼?=
=그 힘 말고!=
왁자하게 웃는 짐꾼 남녀들과 호위들의 반응을 보니 고용주로서 평판도 좋아 보이고, 음식을 날아오는 종업원과 웃으면서 화기애애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 사교성도 뛰어나 보인다.
행상인으로 10년 넘게 활동하려면 저 정도 친화력은 있어야겠지.
나흘간 그를 대하며 성품도 괜찮다는 걸 확인했으니 질문에 거짓이 나올 확률은 낮을 것이다.
잡화점에서 입수한 일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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