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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기담-57화 (57/813)

〈 57화 〉 056 촌락 ­ 율캄

* * *

짹짹짹짹…….

“…….”

작게 지저귀는 새소리에 눈을 뜬 환인은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나무 프레임을 베이스로 만든 퀸사이즈 침대가 환인의 움직임에 끼이익­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른다.

‘그때의 꿈을 꾸다니.’

삼림형 미궁을 관통하면서 정신적인 피로가 많이 쌓이긴 했었나 보다. 아니, 어젯밤 환영 인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 떨어진 지도 어언 2달을 넘은 시간.

류히와 아이들을 무사히 살려서 그녀들의 마을, 율캄에 도착한 환인은 마을 주민들의 격한 환호와 환대를 받았다.

한 달도 전에 일어났던 해일에 휩쓸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여자들이 무서운 삼림형 미궁을 뚫고 살아서 돌아온 것이다.

보통은 불가능하다고 여길 일을 해낸 환인이 마을의 영웅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날 실종됐던 일곱 명 중 세 명이 죽었다는 사실에 슬퍼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여자들의 생환을 축하하고 여자들을 무사히 데리고 온 환인을 환영하며 축제를 준비했고, 밤에는 마을 주민 150명 정도가 한데 모여 먹고 마시며 기쁨의 축제를 즐겼다.

물론 그 축제의 주역은 환인이었다.

저 무서운 미궁에서 아무런 능력이 없는 여자 네 명과 함께 무사히 탈출했을 만큼 뛰어난 전사다.

마을의 상석에 앉은 환인은 너도나도 감사 인사를 전하며 따라주는 술을 정신없이 들이켰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자신의 예상과 전혀 다른 마을의 분위기.

사람들이 흥분에 차 나누는 대화 등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받아들이고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환인은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며 웃는 낯으로 마을 사람들을 상대했다.

그리고 축제가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 환인은 저 바다 건너 먼 나라의 고족高?이자(그런 말을 한 적 없다) 영혼을 다루며 축복을 내릴 수 있는 영혼사라는 것이 류히와 에프니스를 통해 알려졌고.

엄청나게 강한 전사시라고?

게다가 먼 나라의 고족님?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안식으로 이끌고 평온을 주는 영혼사님이시기도 하고?

우와아아아­!!

분위기는 더더욱 달아올랐다.

환인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고마움을 드러내던 마을 사람들은 어느샌가 존경과 선망을 보이기 시작했고 행동도 더욱 정중해졌다.

사람들은 집에 숨겨둔 귀한 술을 가져오고 희귀한 음식 재료를 꺼내서 요리해 환인에게 바치기 시작했고, 환인의 주변에는 마을의 임자 없는 처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의 입에 들어가는 술의 양, 음식의 양도 더욱 많아졌다.

기억이 흐릿해지기 시작한 것은 그 무렵이었다.

‘필름은 끊기지 않았다. 실수는 하지 않았어.’

마신 술이 상당한 양이었지만 환인은 필사적으로 이성을 유지했다. 그리고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이 섰을 때 촌장에게 피로를 호소했고, 촌장은 기꺼이 자신의 집에서 가장 좋은 방을 내어주었다.

그 방이 지금 깨어난 이 방이다.

잠시 마른세수를 한 환인은 방 내부를 둘러봤다.

어젯밤에는 정신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대충 10평 남짓한 넓이에 나무 바닥과 나무 벽에는 알록달록한 카펫이 깔려있거나 매달려있고 이런저런 장식물로 꾸며져 있었다.

가구도 조각이 가미된 고급품으로 보였고 짐을 넣어두는 수납장도 나뭇결이 아름답게 드러나는 미술품 수준이다.

옷장도 마찬가지로 손이 많이 간 상등품이었고 침대도 퀸사이즈. 침대 시트는 무슨 재질인지 모를 부드러운 가죽 깔개에 이불도 솜이불만큼이나 묵직하고 따뜻한 모피 이불이었다.

‘마을 수준에서 보면 정말 고급이군.’

마을의 건물은 기본이 통나무집이었다. 마을을 구성하는 집과 건물의 90% 이상이 나무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한 마을에 이만한 수준의 방이면…….

‘촌장 내외의 방인 건 아니겠지.’

작게 고개를 흔들고 침대에서 내려온 환인은 나무 바닥이 삐걱대는 소리를 들으며 창가에 섰다.

휘이이이잉­

미닫이식 나무 창문을 열자 아직 푸른 새벽 공기가 시원한 바람과 함께 밀려 들어왔다.

쿠엣.

침대 한구석에 구겨져 자고 있던 비상식량이 찬바람에 깬 듯 고개를 든다.

비상식량에게 눈길을 준 환인은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을에서도 지대가 높은 촌장 집. 거기서 2층을 받은 덕에 마을 전체가 한눈에 보였다.

굽어진 팔처럼 마을 뒤쪽을 둘러싼 산기슭의 촌락은 약 50여 가구로 이루어져 있었다.

작다는 것은 환인의 기준이었을 뿐, 있을 것은 다 있다.

뒤쪽 돌산에서 흘러내려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 그곳을 따라 늘어선 풍차와 수차, 대장간, 목공소, 잡화점과 여관을 합친 듯한 건물도 있었고 축사 같은 건물에 마을 집회소로 보이는 큰 건물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나무로 지어져 있었던데다 집의 형태 또한 익숙하지 않은 서양식 통나무집이어서 환인이 느끼는 신선함은 배가 되었다.

어제 축제의 흔적을 치우는 마을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마을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시선을 조금 들자 저 아래 올조트의 호수와 작은 선착장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 호수와 마을 사이, 그리고 마을의 좌우에는 상당히 넓은 논밭이 펼쳐져 있었다.

어린아이들이 가축을 몰고 나가는 것이 보이고 주민들이 작업하러 밭으로, 산으로, 호수로 내려가는 것도 보인다.

똑똑똑.

노크 소리에 방문을 열자 문 앞에 물 대야와 비누를 들고 서 있던 키 2.2m의 옷 입은 늑대 인간이 싱긋 웃으며 물었다.

=영혼사님, 지난밤에는 편히 주무셨습니까?=

“예. 촌장님의 배려로 덕분에 푹 쉬었습니다.”

=이 누추한 곳에 고귀하신 영혼사님을 모셔서 송구하기 그지없습니다. 원래라면 영혼사님 같은 고귀한 분을 모시는 집이 따로 있는데…….=

“이 방만해도 훌륭합니다. 전 괜찮으니 마음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이가 모피의 탈색으로 드러나는지 회색과 흰색 털이 듬성듬성한 촌장은 환인의 겸양에 면목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침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차린 것은 별로 없지만, 괜찮으시다면 내려오셔서 같이 드시지 않겠습니까? 물론 원하신다면 방으로 식사를 날라드리겠습니다.=

“식사는 다 함께 들어야 각별한 법이지요. 저도 준비하고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기뻐하는 촌장에게 물 대야를 받아들고 얼굴과 손을 씻은 환인은 꺼끌꺼끌하긴 해도 천이라 할 수 있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으며 약간 녹색을 띠는 우윳빛 비누에 시선을 주었다.

‘신기하군. 지성체가 만들어내는 문화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건가.’

그렇다고 해도 지구의 중세 시대, 고대 시대의 문화를 비교해보면 이질감이 느껴진다.

지방과 잿가루, 물만 가지고 만든 비누보다 더 비누 같은 물건이다.

어제 잔치 때 나온 술도 증류 과정을 거친 맑은 술이었고 음식도 소금과 후추 같은 각종 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제대로 된 요리였다.

마을 사람들이 입고 있던 옷도 복식은 서양의 중세 시대 평민들의 복장처럼 단순했지만, 제대로 방직을 통해 만든 듯한 옷이었다.

그것들을 생각해보면 중세와 근현대가 뒤죽박죽 섞인 느낌이다.

그녀들과 함께 오는 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서 야만인 같은 풍습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간만에 얼굴과 손의 기름기를 깨끗이 씻어낸 환인은 단검으로 수염을 단정히 정리하고 머리카락도 올백으로 깔끔하게 넘긴 뒤 창밖을 다시 내다보았다.

“…….”

명백하게 개나 늑대의 머리를 한 사람들이 농기구를 어깨에 짊어지고 웃으면서 서로 어깨를 툭툭 치며 걸어간다.

어제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환인은 여자들이 어째서 늑대 인간을 루크랑의 한 갈래라고 불렀는지 이해했다.

마을은 루크랑의 인랑족, 인견족으로 이루어진 종족 마을이었는데 남성들은 전부 저렇게 짐승의 형태를 강하게 타고난 형태였던 거다.

숲에서 마주쳤던 늑대 인간과 차이점은 등허리가 사람처럼 더 꼿꼿했고 좀 더 사람 같은 체격이었다는 것. 그리고 사람처럼 의복을 입은 것뿐.

그 외에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늑대 인간과 흡사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물론이고 여자들도 날 봤을 때 놀라지 않았었지.’

이 세상에는 평범한 인간도 있는 건가.

괴물과 싸움 외에 조금씩 이 세상에 대한 흥미가 생기기 시작하는 환인이었다.

비상식량과 함께 삐걱거리는 복도를 통해 1층으로 내려간 환인은 우든 펍wooden pub처럼 넓은 거실에 촌장을 포함, 열세 명의 대인원이 길쭉한 탁자에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남자는 아이 포함 세 명. 여자는 열 명이나 된다.

‘촌장과 촌장의 아내 넷에 아이가 여덟이라고 했었지.’

마을의 남녀 성비는 딱 저 정도였다. 남자 한 명에 여자 서너 명.

환인이 계단으로 내려오자 기다리고 있던 열세 명이 모두 일어섰다.

다들 환인을 반기는 모습이지만 특히 아이들, 열아홉부터 여섯 살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아이들은 환인을 우상처럼 쳐다보고 있었다.

=자자, 영혼사님 이쪽으로 오시지요.=

촌장이 원래는 자신의 자리였을게 틀림없는 상석으로 환인을 이끌었다. 환인도 거부감 없이 자리에 앉으니 촌장의 가족들도 같이 자리에 앉는다.

세 번째 부인이라는 여성이 비상식량의 앞에 각종 견과류와 신선한 채소를 듬뿍 담은 그릇을 놓아준다.

잠시 그들이 믿는 신 같은 존재에게 기도하는 시간을 가진 촌장은 환인의 앞에 호화스러운 요리를 옮겨주며 웃었고 촌장의 첫째 딸이라는 처녀가 옆에서 환인의 식사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영혼사님. 이것도 드셔보세요.=

“고맙습니다.”

정갈히 차려진 음식을 먹고 있으니 촌장과 부인이라는 여자들은 조용히 식사했지만, 여덟이나 되는 아이들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힐끔힐끔 환인을 보며 자기들끼리 속닥인다.

=우와. 저게 예법이라는 거지? 어제도 그랬는데 음식 엄청 깨끗하게 드신다.=

=그치. 넌 돼지처럼 꾸역꾸역 처먹는데 말이야.=

=왜 나만 갖고 그러냐! 너도 그러잖아!=

=누가 뭐랬냐?=

=에프니스 언니가 그러던데 혼자 수백 마리 호브를 물리칠 정도로 강하시대.=

=류히 언니는 영혼사님이 바르둘도 죽였다던데?=

=성수님도 운명으로 돌려보내셨다더라. 그 송곳니 봤어?=

=응. 엄청 컸어…….=

=영혼사님이신데다가 전사 뺨치게 강하시다니…… 하우우.=

평범한 사람이라면 음식이 목에 넘어가지 않을 분위기였지만 환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해나갔다.

차린 음식도 별로 없다고 말한 것에 비해 닭 같은 것을 통째로 구운 요리부터 온갖 채소와 고기 요리가 풍성해 접대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 이유를 대강 짐작하고 있는 환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음식을 먹으며 촌장과 간간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 6급 삼림형 미궁은 나라에서도 악명높아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곳인데 그곳에서 두 달이나 시간을 보내시다니, 저는 말씀만 들어도 숨이 턱턱 막힐 지경입니다.=

“운이 따라줬습니다. 제 역량을 벗어나는 성수들을 목격하고도 목숨을 부지했으니까요.”

말 그대로 운이 따라주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이 나타났던 곳은 삼림형 미궁(미궁의 종류도 여러 가지라고 들었다), 그 속에서도 외곽지대였으니까.

만약 처음 자신이 잡았던 방향으로 억지로 나아갔다면 얼마 안 가 목숨을 잃었겠지.

=아아. 영혼 불길의 사자와 태산귀 말씀이시군요. 평범한 전사는 평생을 가도 보기 힘들다는 성수 님들이지요. 저희 같은 촌 무지렁이들은 수십 년을 살며 귀동냥으로 들어보는 것이 전부입니다. 허허허.=

아침 식사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고 촌장과 촌장의 부인들, 아이들은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의무 교육 같은 게 없다 보니 여섯 살 먹은 아이들도 일을 하는 게 당연하다는 모습이다.

촌장에게서 편히 쉬라는 말을 들은 환인은 창과 돌도끼를 챙겨서 집 앞 마당으로 나와 창을 휘두르며 굳은 몸을 풀었다.

정말 몸이 굳었다는 게 아니라 기분이 그렇다는 거다.

핏빛 돌멩이의 효과 덕분에 신체 컨디션만큼은 언제나 최상이라 해도 무방하다.

어젯밤 5,000cc에 가까운 과실주와 맥주를 마셨지만 숙취 하나 없는 지금 상태가 그 증거다.

차분하게 찌르기, 베기, 내려치기, 올려치기 네 가지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으니 지나가던 마을 주민들이 하나둘 멍하니 쳐다보다 시간이 많이 흐른 것을 깨닫고 깜짝 놀라며 가던 길을 재촉한다.

그렇게 2시간 동안 네 가지 동작을 1000번씩 반복한 환인은 개운함을 느끼며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우물가에서 씻었다.

시리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차가운 물이었지만 뜨거워진 몸에는 알맞은 정도였다.

땀을 씻어낸 환인은 앞마당을 돌아다니며 벌레를 쪼아먹기 바쁜 비상식량을 불렀다.

“비상식량. 마을에서는 날지 마라.”

쿠엣?

“위험하니까.”

어젯밤 생환 축하(라기보다 환영식에 가까운) 자리에서 비상식량이 환인의 애완동물인 것이 알려졌지만, 어떤 사고가 벌어질지 모른다.

자경단처럼 보이는 남자들이 등에 화살을 매고 있는 것을 보면 눈먼 화살에 맞을 수도 있고.

꾸!

알겠다는 듯이 날개를 활짝 펼친 비상식량을 어깨에 태운 환인은 길을 따라 천천히 마을로 내려갔다.

가면서 마주치는 주민들은 하나같이 공경이 넘치는 태도로 인사를 해왔다.

마을 여자들을 무사히 구해온 것보다 자신이 영혼사여서 더욱 공경하는 모습이다.

집에서 쉬지 않고 마을로 내려온 이유는 간단했다.

어제 마을에 도착했을 때부터 마을 곳곳에 사람의 영혼이 보였기 때문에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촌장이 극진하게 대접한 이유나 마을 사람들이 저렇게 공경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짐작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느긋하게 마을을 돌아다니며 영혼의 숫자와 형태 등을 확인하던 환인은 그중 붉은색을 띠는 영혼을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환인이 보아온 동물이나 짐승의 영혼은 전부 하얀색에 가까운 회색의 투명한 형태였다. 마을에서 본 마흔이 넘는 사람의 영혼도 마찬가지였다.

특정 소녀를 따라다니는 여자의 영혼이라거나 어느 한 장소에 꿈쩍도 하지 않는 영혼이라거나 두서없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영혼이라거나.

대다수가 밝은 회색이었고 별다른 느낌이 없었지만, 마을 입구에 우두커니 서있는 늑대 머리의 남자 영혼은 달랐다.

저 영혼은 색만큼이나 섬뜩함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느낌이 안 좋은데…….’

그냥 색만 다르다면 문제가 없을 텐데 섬뜩함 때문에 더욱 불길하고 거북스럽게 다가온다.

다른 곳으로 가면 느껴지지 않는데 가까이 가면 그 붉은 영혼을 보고 있지 않아도 심장이 두근거리며 그쪽의 피부가 저릿저릿하다.

마을을 둘러싼 방책에 붙어 멀거니 서있는 붉은 영혼을 응시하고 있으니 망루에 올라가있던 남자가 힐끔거리다 잽싸게 내려와 환인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영혼사님!=

“안녕하십니까. 파수에 고생 많으십니다.”

=아이고 별말씀을요. 촌락의 일원으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 하하하.=

환인이 정중하게 인사를 받아주자 조심스러워하던 보더콜리 비슷한 흑백 머리의 남자가 혓바닥을 내민 얼굴로 웃는다.

그게 마치 주인을 보며 좋아하는 강아지 같다고 생각한 환인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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