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화 〉 042 쌍둥이 산
* * *
출발이 내일이라는 이야기에 후이니를 혼내던 류히는 즉시 강변과 동굴 내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섯 명이 생활하느라 조금 어지럽혀져 있던 동굴 내부는 환인이 처음 도착했을 때처럼 깔끔하게 변했다.
내부 구석에는 나중에 환인 혼자 돌아와도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도록 생활 도구 일체가 반듯하게 정리되었고, 강변 자갈밭도 아궁이형 훈연기 같은 인위적인 흔적을 깔끔하게 없앴다.
남은 것은 작은 묘비가 세워진 루아의 무덤뿐.
그렇게 정리를 끝마치고 출발을 앞둔 그 날 밤. 환인은 자신의 앞에 알몸으로 무릎을 꿇은 세 명의 여자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저희도 영혼사님의 힘이 되어드리고 싶어요.=
=저도요!=
=저, 저도…….=
다들 밖에서 씻고 왔는지 머리카락이 촉촉하다.
“…….”
비록 호브들에게 유린당하긴 했지만 환인은 그런걸 신경 쓰는 성격도 아니었고, 그들이 강요 때문에 다가온 것도 아니었다.
환인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때마침 온기 흡수에 관한 다른 실험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세 명 모두 류히와 비교해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은 온기를 몸에 품고 있었다.
환인은 매일 밤 류히의 아랫배에 맺힌 온기를 흡수하면서도 이 온기가 무한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예상대로 온기의 크기는 몸을 섞을수록 점차 줄어만 갔고, 나흘째 되던 날인 어젯밤에는 구슬 정도로 작아졌다.
그리고 류히가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표정으로 고통을 호소한 것도 이때였다.
=으, 은인님. 아랫배에 한기가 든 것처럼 조금 쑤시고 아파요…….=
몸에 안 좋은 부분이 생기면 반드시 말하라고 단단히 주의를 시켰기 때문에 말한 거지, 아니었다면 계속 입을 닫고 있었을 것처럼 미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었다.
자신도 훈기가 감소하면 오한이 발생한다.
만약 저 온기가 훈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면 온기가 줄어들수록 몸에 안 좋은 게 당연한 일.
‘그래서 셋을 설득한 건가.’
열망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는 세 명의 모습에 환인은 고민했다.
훈기의 지속적인 보충과 축적이 가능한지 확인해보고 싶던 차였으니 세 여자가 안아달라고 찾아온 것은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더욱이 셋 다 아이돌을 해도 될 만큼 미소녀들.
하지만 환인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목숨 걸고 여자들을 구했다 해도 그녀들을 모두 안아버리면 그녀들의 마을 남자들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
=…….=
말이 없는 자신을 긴장한 채 바라보는 소녀들에게 물었다.
“마음에 진 빚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괜찮습니다. 지난 며칠간 류히가 도와준 덕분에 어느 정도 몸을 추슬렀으니까요.”
=그런 것도 있지만 은인님께 무엇이라도 해드리고 싶기 때문이에요.=
=맞아요! 어차피 마을에 들어가면 여자들이 은인님과 잠자리를 하려고 모여들 거에요! 그전에…… 으브븝.=
엔넬에게 입이 틀어막혀 읍읍거리는 후이니 대신 에프니스가 뺨을 발그레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저희 마을도 남자 수가 적어서…….=
“…….”
이야기를 들어보니 약 300의 마을 사람 중 50명은 생식 능력이 없는 어린아이나 노인이고, 250명 중 남자는 고작 40명 정도.
한 남자가 2~3명의 반려를 두고 있지만 그래도 짝이 없는 여자가 100명이나 된다는 말이었다.
‘저희 마을도라고 할 정도면 다른 마을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건가.’
환인이 생각에 잠겨있으니 에프니스가 잔뜩 주눅이 든 모습으로 말했다.
=저, 저희는 결함도 있으니까요. 기분 나쁘시면…….=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습니다.”
에프니스의 이야기를 끊은 환인은 걸릴 게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세 명을 한 번에 끌어안았다.
지구에서도 하룻밤에 두 번. 힘을 내면 세 번도 가능했었는데, 이 이상한 세계에 떨어진 뒤로 정력이 더 늘었는지 하룻밤에 네 번도 가능한 것을 류히 덕분에 알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다음날 무리 없이 활동할 수 있는 수준이 그 정도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으면 7번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각각 한 번씩 하면 되겠지.’
류히 같은 경우에는 온기 흡수 목적이 아니라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안아주는 게 될 테지만, 환인도 남자다 보니 예쁜 여자가 안겨 오는 것을 밀어내고 싶지 않았다.
에프니스와 후이니, 엔넬을 차례대로 만족시키고 온기도 흡수한 환인은 류히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겼다.
온기 덩어리를 건드리지만 않으면 흡수는 일어나지 않는다. 결합 그 자체는 문제없다.
=저, 저는 은인님의 에너지 회복에 도움이…….=
“그래서 싫습니까?”
=…….=
싫진 않은지 눈을 내리깔며 부끄러워하는 류히도 안았다.
동생들이 옆에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봐서일까, 평소보다 더욱 부끄러워하는 류히였다.
훈기의 최대 수치는 환인도 잘 모른다. 그저 한기가 흐르는 양과 비교해서 퍼센트를 정할 뿐이다.
훈기의 회복량은 잔여 수치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진다.
10% 미만일 때는 외부의 도움 없이는 훈기의 자연 회복은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하다.
만약 류히와 에프니스가 체온으로 보듬어주었고, 류히가 온기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환인은 그때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것이다.
20% ~ 30% 정도일 때는 느리지만 회복은 된다. 추위와 오한에 떨긴 해도 햇빛 아래에서 활동하다 보면 차츰차츰 훈기가 쌓인다.
30%부터 70%일 때가 가장 왕성하게 회복된다. 대충 햇빛 아래에서 8시간 정도 활동하면 회복되는 수준이다.
그리고 70%를 넘어서게 되면 다시 회복량이 천천히 줄어들다가 90%가 되면 거의 회복되지 않는다.
90%일 때는 매일 사냥을 나가서 소비하는 훈기와 매일 밤 류히를 안으며 회복하는 양이 비슷했기에 95%를 넘는 일이 없었다.
그렇기에 최대치를 초과하고서도 계속 축적이 되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던 환인은 에프니스와 후이니, 엔넬 자매를 안으며 거의 1:1 비율로 훈기를 축적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신경 쓰이는군.’
어제저녁에 정리를 끝내놓은 일행은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챙겨 먹고 여자들의 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동굴을 출발한 지 2시간째.
환인은 강을 따라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며 보이지 않게 눈썹을 찡그렸다.
뒤따라오고 있는 류히의 아랫배에는 구슬 정도로 자그마한 온기가 맺혀있다. 심장의 주먹만 한 온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덩어리다.
문제는 저 사이즈가 된 지 이틀이 지났는데도 크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오늘 아침 류히와 나누었던 대화가 머릿속에서 흘러간다.
‘배는 아프지 않습니까?’
‘네.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들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아픈 것을 숨기는 짓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앗. 저,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정말이에요.’
그때 류히는 거짓말을 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 말은 온기가 소비되면 더는 보충되지 않는다는 뜻인가. 아니면…….’
한 사람에게 얻을 수 있는 온기의 양이 정해져 있다면 기껏 생각해둔 온기의 활용 방안이 유명무실해진다.
온기가 가장 필요할 때는 대검 괴물과 싸운 직후처럼 기술을 남발해 훈기가 한기의 10%도 채 남지 않은 상태다.
그 때문에 마음이 맞고 신뢰를 주고받은 ‘여자’ 동료까지 만들 계획을 세웠는데 이래서야.
환인은 머릿속에서 해당 안건을 일단 접어두었다.
‘마을에 도착하면 차근차근 확인해봐야겠군.’
창과 사슴뿔 지팡이, 좌우 허리에 돌도끼와 흑곤봉을 지닌 채 강을 따라 걷고 있던 환인은 멈추지 않고 뒤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뒤에 류히와 에프니스가 자기 몸집보다 더 큰 보퉁이를 등에 짊어지고 따라오는 중이다.
그 뒤에는 후이니와 엔닐이 그보다 조금 더 작은 짐보따리를 매고 있다.
류히와 에프니스는 식량과 식수가 담긴 보퉁이를 짊어지고 있었다.
그 외 기타 물건, 여분의 무기라던가 밤에 쓸 커다란 동물 가죽, 류히가 만든 나무 식기 등은 후이니와 엔닐이 짊어졌다.
중요한 짐을 류히와 에프니스가 짊어진 이유는 전투 능력이 거의 없는 그녀들이지만 체력은 좀 있었고, 그녀들도 짐만큼이나 지켜야 하는 인원이기 때문이었다.
기왕 지켜야 하는 거, 따로 나누기보단 한데 묶어놓는 것이 효율이 높다.
그 결과 후이니와 엔넬은 언제 짐승이 튀어나와도 싸울 수 있도록 내팽겨쳐도 지장 없는 도구가 담긴 짐보따리를 짊어졌고, 거기에 손도끼와 철창을 추가했다.
인랑족의 피를 조금 짙게 이어서 신체 능력이 높은 둘이 여차하면 다른 두 명을 지켜야 한다는 환인의 주장 때문이었다.
보폭은 평범하게 시간당 5km 정도.
네 명은 살짝 땀은 흘려도 무리 없이 따라오고 있었다.
환인은 영혼 구슬의 유지 시간으로 시간의 흐름을 확인하고 휴식을 선언했다.
“10분 정도 쉬어가겠습니다.”
=네.=
=넷!=
짧게 대답한 여자들이 짐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휴, 한숨을 쉰다. 바로 옆의 강에서 물을 마시거나 발을 담그고 족욕을 하기도 한다.
환인은 주변에 보이는 정령을 불러 최하급 영혼 구슬을 교체한 뒤 손바닥으로 바람을 부치고 있는 후이니와 엔넬에게 다가갔다.
“후이니, 엔넬. 체력은 어떻습니까.”
=좋아요! 고기도 잔뜩 먹어서 체력이 남아도는 중이에요!=
=저도예요. 온종일도 걸을 수 있어요.=
“잘됐군요. 그러면 두 사람에게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부탁이라는 말에 후이니가 눈을 과하게 반짝인다.
앞으로 싸움에서 손을 보태달라, 뭐 이런 것을 바라는 듯한 눈빛이었지만 환인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두 사람은 청각과 후각이 뛰어납니다. 뒤에서 따라오며 짐승이나 괴물의 접근에 신경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무언가가 접근할 경우 절 부르면 됩니다.”
=네!=
=네.=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싸움이 벌어지면 축복을 걸어줄 테지만, 함부로 나서지 않도록 하세요.”
=네에…….=
=네.=
환인과 함께 물이 빠지기 시작하던 분지를 돌아다니며 여러 종류의 짐승을 잡아봤기 때문일까. 후이니는 자신감이 과하게 충전된 상태였다.
눈에 띄게 호승심을 내비치던 후이니는 함부로 나서지 말라는 환인의 이야기에 아주 자그맣게 불만을 표시했지만, 환인은 마찬가지로 무시하고 류히와 에프니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잠시 후 휴식 시간이 끝나고 일행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엔넬은 후이니의 곁에 바짝 붙어서 낮은 목소리로 주의를 주었다.
=너나 나나 은인님과 비교하면 힘없는 계집애일 뿐이야. 분지 사냥도 전부 은인님이 다 했잖아.=
=…….=
=몸 근질거린다고 나댈 생각이라면 좋은 말 할 때 관둬.=
=아, 안 그럴 거거든!?=
=이거 봐. 아침에 은인님이 한 말씀 까먹었어? 말 할 때 목소리 줄이라고 했잖아.=
=윽.=
=그리고 내가 널 하루 이틀 본 줄 알아? 안 한다고, 얌전히 있겠다고 해놓고 장난치고 날뛰다가 마을 사람들한테 민폐 끼친 게 몇 번이야?=
=지, 진짜 안 한다니까.=
=……후이니.=
하나뿐인 자매의 스산한 목소리에 후이니는 꼴깍, 침을 삼켰다.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는 행동을 하기만 해봐……. 그땐 내가 널 찔러서 죽일 거야. 명심해.=
=아 알았어어…….=
자신과 다르게 평소 조용하고 얌전하지만, 한 번 하겠다고 말을 꺼낸 것은 반드시 지키는 자매의 경고다.
후이니가 오들오들 떨면서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을 때였다.
꽥꽥! 꽥꽥!
앞서 정찰 비행 중이던 비상식량이 경보를 울려대기 시작했다.
환인이 걸음을 멈추자 여자들도 걸음을 멈추고 자기들끼리 붙는다. 이어서 푸스석,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갈색의 재규어 세 마리가 숲에서 빠져나왔다.
……크릉.
재규어들은 다섯이나 되는 무리와 마주치자마자 상대를 스캔했다.
이빨도 발톱도 없고, 가죽도 연약해 보이는 것이 네 마리.
잘하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순간 콰직, 무언가가 박살 나는 소리에 동료 하나가 힘없이 늘어지는 것을 본 두 마리는 놀란 고양이처럼 펄쩍 뛰어오르더니 순식간에 왔던 길로 줄행랑쳤다.
=우와…….=
후이니는 작은 목소리로 얼빠진 탄성을 흘렸다.
갈색 점박이가 수풀을 빠져나오기도 전에 환인은 창을 쥐고 있었고, 점박이들이 이쪽을 발견한 순간 상황은 종료되었다.
후이니마저도 점박이 한 마리의 머리에 돌도끼가 박히고 나서야 환인이 돌도끼를 던졌다는 걸 눈치챘을 정도였으니.
‘멋있다…….’
“점심은 이걸 먹으면 되겠군요.”
=지금 바로 손질할까요?=
“피 냄새를 흘리면 짐승이 더 찾아올 테니 맛이 좀 떨어지겠지만 이대로 가겠습니다.”
후이니의 망막에 류히와 대화하는 환인의 담담한 뒷모습이 맺혔다.
도망친 갈색 점박이는 생각나지도 않았다.
분지에서 사냥하는 모습도 멋있었지만 컨디션이 온전해진 지금의 환인은 그야말로 자신이 꿈꾸던 전사의 모습 그 자체.
=…….=
후이니는 흥분이 아니라 씁쓸한 입맛을 느꼈다.
몇 분 전이었다면 흥분해서 폴짝폴짝 뛰었겠지만, 자매의 경고에 이어 환인이 보여준 모습은 후이니에게 짧은 꿈을 꾼 것 같은 감상을 안겨주었기 때문이었다.
진짜 전사라면 저 정도는 간단하게 해내야겠지.
자매의 경고가 아니었어도 자신의 주제는 잘 알고 있다.
전사가 되기에 한참 모자란 힘이다. 각성도 하지 못했다.
진짜 전사는 각성하기 전에도 힘이 대단하다거나 싸움 실력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정도라고 들었다.
전사가 된다면 은인 같은 사람이 전사가 되지, 자신 같은 사람이 전사가 될 일은 평생 없을 거다.
후이니는 환인이 점박이 사체를 들쳐메려 하는 것을 보자마자 정신을 차리고 후다닥 달려가서 가로챘다.
=제가 들게요!=
“짐에 이것까지 들면 무거울 텐데요.”
=이 정도는 괜찮아요! 앗, 이 정도는 괜찮아요…. 은인님은 싸우셔야 하니까 짐은 제가 들게요….=
“짐을 들었다고 소리 포착에 소홀히 하면 안 됩니다.”
=넵.=
환인은 눈앞의 10대 중후반의 미소녀가 뭘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됐지만…….
‘여고생의 생각은 이해하라고 있는 게 아니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한 뒤 환인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고생의 마음은 같은 여고생이 아는 법일까.
엔넬은 자매의 머리를 말없이 쓰다듬어주었고 후이니도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여자들을 구출하고 이틀째 되던 날 환인은 호브 마을을 재차 방문해 돌도끼를 회수했다.
두개골을 몇 번이나 내려찍어도 멀쩡한 돌도끼였다. 묘하게 투척의 손맛이 좋은 게 전투용이 아니라 투척용으로 제작된 돌도끼가 아닌가 싶을 정도.
그런 걸 버리고 갈 수 없었기에 일부러 돌도끼를 회수해왔는데, 류히가 자루에 가죽을 감아준 뒤로 투척이 더욱 편해졌다.
당연히 위력도 올라가 어지간한 최하급 짐승은 투척 한 번에 전투 불능이 되기에 십상이었다.
명중률도 이제는 100번 던지면 100번 모두 목표에 명중하는 수준.
콰직!
끄엑……!
안면에 돌도끼가 박혀 뒤로 넘어가는 동족의 모습에 스컹크를 닮은 무리가 혼비백산해서 도망친다.
환인은 얼빠진 한 마리가 강으로 뛰어들었다가 끽끽거리며 떠내려가는 것을 보며 말했다.
“머릿수가 있으니 짐승들도 함부로 덤비지 않는군요.”
=혹시 은인님은 여태껏 혼자 다니신 건가요?=
조심스레 뒤로 다가온 류히가 환인의 어깨를 살살 주물러주며 묻는다.
“예. 혼자다 보니 괴물도, 짐승도 일단 덮치고 보더군요.”
=힘드셨겠어요…….=
류히의 위로에 딱히 힘들다고 생각한 적 없던 환인은 작게 웃다가 스컹크보다 몇 배는 더 큰 짐승의 안면에서 돌도끼를 회수하며 말했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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