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 039+ 류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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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인은 주량을 넘어선 술을 마셨을 때처럼 둥둥 떠다니는 기분을 느끼며 정신을 반쯤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몸에서 올라오는 고통과 몸 안쪽을 칼로 들쑤시는 듯한 한기는 제외했다.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모르는 몽롱한 광경 속에 힘겹게 고개를 돌리니 청순하고 가련한 느낌의 회색 머리 미녀가 알몸으로 눈을 감은 채 자신의 몸에 상체를 기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시선을 내리니 풍만한 가슴이 짓눌려 눌린 호빵처럼 퍼져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
이런 젖가슴이 누르고 있는데 왜 아무런 느낌이 없을까.
왼쪽에는 공부를 잘할 거 같은 지적인 외모의 밀짚색 소녀가 회색 머리 미녀처럼 자신의 옆구리에 붙어있었다.
여배우를 해도 될법한 미녀와 미소녀가 알몸으로 좌우에 붙어있다니.
환인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여겼다.
몸을 움직여보려 해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꿈이 확실하다. 사람의 머리 위에 동물의 귀가 달려있으니 꿈이 아닐 리가 없다.
‘…….’
꿈인데 왜 이렇게 몸이 아픈 걸까. 게다가 춥다. 추워도 너무 춥다.
보일러를 켜고 온풍기도 켜고 온수 매트까지 켠 뒤에 두꺼운 솜이불까지 덮고 싶다.
누가 대신 켜주고 이불도 덮어주지 않을까.
그런데 난 왜 벗고 있는 거지. 이 여자들이 벗긴 건가.
연인처럼 오른쪽에 붙어있던 청순가련한 미녀가 눈을 떴다. 세로로 살짝 찢어진 회색빛 동공이 자신에게 걱정을 내비치고 있다는 사실에 환인은 의아함을 품었다.
이 여자는 누구인데 날 걱정해주는 거지. 부모님이 돌아가셨으니 날 생각해줄 사람은 한 명도 없는데.
그보다 너무 춥다. 추워서 얼어 죽을 것만 같다. 이 추위를 없앨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
그리 생각한 순간 여자의 몸 안에서 따스한 기운이 ‘보여’ 온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물컹, 손끝에 훌륭한 볼륨의 가슴이 닿으며 멋진 감촉……이 전달되지 않았다.
손끝에 아무런 감각이 없다는 것에 환인은 살짝 아쉬움을 느꼈다.
이건 꿈이었지. 꿈이니까 가슴 속의 온기가 보이는 거겠지.
안타깝다. 저 온기를 가지면 이 추위가 사라질 것 같은데.
그 온기를 나눠주길 부탁해본다.
반쯤 몸을 일으킨 청순가련한 미녀가 당혹스러워했다. 이어서 입을 열어 무어라고 말하기 시작한다.
어 떻 게 나 누 어 드 릴 수 있 나 요 ?
허락이 떨어졌다. 손을 뻗어 미녀의 어깨를 잡는다.
손이, 몸이 움직인다.
잘됐다.
환인은 청순가련한 미녀를 눕히며 그 위에 올라탔다. 검은색이 섞인 회색의 머리카락이 확 퍼지며 회백색의 바닥과 조화를 이룬다.
미녀의 안색이 당황과 부끄러움, 수줍음으로 물드는 것을 보며 두 손으로 가슴을, 한 손에 다 들어오지 않는 가슴을 움켜쥐고 좌우로 벌리며 가슴 정중앙에 얼굴을 묻었다.
따뜻하다. 온전한 온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미약한 온기가 전달되는 느낌.
그대로 입술을 대본다. 혀로 핥아도 보고 입술로 눌러도 보고 문질러도 보지만 느껴지는 것은 감질나게 만드는 미약한 온기뿐.
저 안쪽의 커다란 온기는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
가슴속뿐만 아니라 아랫배에도 온기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챘다.
아랫배 쪽의 온기는 더욱 크다.
미녀가 부끄러운 듯 두 손으로 가랑이 사이에 옅게 난 회색 털을 가린다.
상관없다. 음모보다는 저 온기다.
손자국이 남은 하얀 젖무덤을 놓고 음모와 아랫배 일부를 가리고 있는 두 팔을 치운다. 그리고 드러난 아랫배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아아, 가슴 쪽보다 더 많은 온기가 느껴진다. 안쪽의 온기를 먹으면 얼마나 따뜻할까.
혹시 누르면 흘러나올까 입술로 꾸욱 누르니 아랫배가 움푹 들어가며 동글동글 뭉쳐져 있던 온기도 좌우로 퍼져나간다.
하악…….
하지만 입술을 떼자 움푹 들어갔던 아랫배가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며 온기도 둥그렇게 모인다.
환인은 다시 입술로 아랫배를, 하관으로 아랫배를 꾹꾹 누른다.
흐윽. 아아…….
누를 때마다 둥그렇게 뭉쳐졌던 온기가 물속 공기 방울이 부서지듯 퍼져나갔다가 뭉치고 퍼져나갔다가 뭉치길 반복한다.
손으로도 눌러보고, 쓰다듬어도 보지만, 손에 들어오지 않는 미약한 온기에 갈증만 더해질 뿐이다.
……지쳤다.
몸도 아프고 너무 추워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다.
온기를 먹고 싶다는 욕망에 따라 움직였던 건데…… 힘만 낭비했다.
힘없이 여자의 배에 엎어지니 청순가련한 미녀가 눈을 깜빡이다가 환인을 조심스럽게 바로 눕혔다. 그리고 환인의 목덜미를 핥기 시작한다.
페팅은 쇄골로 내려와 가슴에서 움직임을 멈추더니 젖꼭지를 조심스레 핥는다.
잠시 환인의 탄탄한 가슴에 머무르던 미녀는 다시 밑으로 내려가기 시작해 배꼽을 스치듯 지나 우뚝 선 기둥에 도달했다.
놀란 듯 환인의 두 번째 자아를 바라보던 미녀는 잠시 자신의 손목을 기둥과 비교해보더니…….
이 런 거 안 들 어 갈 텐 데 … … .
……미녀는 망설이다 우선 기둥의 끝을 입에 물었다.
그 순간 가슴 쪽의 따스한 온기가 우뚝 선 기둥의 첨단을 통해 아주 미약하게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몽롱하던 느낌이 일부 사라지는 감각. 미녀가 두 번째 자아를 애무할수록 더 많은 온기가 들어오고 꿈결을 거니는듯한 감각도 사라져간다.
두 번째 자아를 정성스럽게 애무하던 미녀와 눈이 마주쳤다.
미녀는 수줍은 듯 눈을 내리깔더니 몸을 일으켜 환인을 올라탔다. 그리고 환인의 기둥을 아랫배에 대보더니 배꼽까지 올라오는 것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망설이는 미녀를 보며 환인은 조바심을 냈다.
빨리 온기를 먹고 싶다. 이 추위에서 벗어나고 싶다. 몸을 움직일 힘만 있으면 바로 행동에 들어갔을 텐데.
이런 환인의 갈증을 느꼈는지 미녀는 무릎으로 일어서서 기둥의 끝을 자신의 아랫구멍에 맞추었다.
의도하지 않은 강제적인 경험으로 교합을 어떻게 하는지는 뼈저리게 배웠다.
망설이며 긴장한 기색을 드러내던 미녀는 눈을 감고 천천히 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에 비례해 환인은 온기를 넘어 열기의 구멍으로 빠져드는 착각을 느꼈다.
온몸은 물론 기둥마저 한기에 점령된 상태였지만, 미녀의 우묵한 곳으로 들어간 부분의 한기는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는 게 확실히 감지된다.
잠시 후 환인은 자신의 두 번째 자아가 미녀의 구멍을 통해 완전히 아랫배로 들어간 것을 느꼈다.
미녀가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인다. 그와 함께 미녀의 표정이 괴로운 것처럼 찡그려지고 어깨가 움츠러든다.
수차례 왕복하던 미녀는 이윽고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헐떡이기 시작했다. 그 숨소리에 맞춰 유방이 위아래로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출렁인다.
환인은 기둥의 첨단이 아랫배 속의 온기 덩어리에 접촉한 것을 보며 안타까워졌다.
접촉하기만 하면 온기가 두 번째 자아를 통해 들어올 거라 생각했는데, 온기의 덩어리는 그대로 덩어리져있을 뿐이다.
본능적으로 계속 움직여 저 온기를 자극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침 몸의 중심이 온기에 접촉한 까닭에 추위가 매우 매우 미약하게 가셨고 덕분에 조금 더 움직일 기운을 얻었다.
=흣?! 아학……!=
쯔걱.
미녀의 골반을 잡고 앞뒤로 살짝 움직였더니 회색 긴 머리카락의 미녀가 조금 전보다 더욱 크게 얼굴을 찡그리며 허리를 숙인다.
뜨거운 숨결도 토해낸다.
온기도 약간 더 흘러들어왔다. 둥실거리던 구름이 점차 사라져가며 주변이 조금 더 또렷해진다.
환인은 이 움직임이 정답이었다고 생각하며 두 손으로 잡은 미녀의 골반을 천천히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쯪즉, 쯔걱. 쩌걱. 쯔업.
=아앙! 은인…… 님! 아!=
억지로 버티던 미녀가 환인의 가슴 위로 엎어지며 가녀린 비명을 지른다.
“……아.”
정신이 완전히 깨어났다. 목도 열렸다. 환인은 자신의 가슴 위에 엎드려 헐떡이는 청순가련한 미녀의 이름을 불렀다.
“류히. 미안합……니다.”
=흐윽, 아니…예요. 은인님께서, 필요하시면…… 하윽!=
환인은 뜨거운 고기 속에 파묻힌 듯한 페니스의 감각, 그리고 자신의 몸을 흐르던 훈기와 비슷한 기운에 접촉한 듯한 영적인 감각을 느끼며 류히의 골반을 잡은 손을 계속 움직였다.
“당신 덕분에…… 이제야 살 것, 같군요.”
=흣, 도움이 된다니 다행…… 으응!=
슬금슬금 문지르듯 조금씩 움직이는 것만으로 류히의 아랫배에 뭉쳐져 있던 온기 덩어리가 미끌거리는 기분 좋은 자극과 함께 페니스를 통해 환인의 몸 안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래서일까, 온기의 통로가 되는 페니스가 터질 것처럼 뜨겁게 맥박치기 시작한다.
=으은인니이임……!=
“…….”
=아흑, 아팟. 그흑, 그만… 너무 예민해졌……아앙!=
류히의 속살이 강하게 조여드는 것을 느꼈지만 환인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이상하다. 환인은 이렇게나 빠르게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사귀는 여자가 없을 때면 원나잇도 자주 해본 적이 있었기에 접해본 여자의 숫자는 절대 적은 편이 아니었다.
‘저 온기가 관계된 건가……. 그러고 보면 자궁의 위치가 저 온기와 비슷한 듯 한데.’
류히는 류히대로 자기 몸이 왜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모친에게 결혼하면 남자와 무엇을 하는지 배우긴 했었다. 그리고 모친에게 배운 것과 비슷한 짓을 호브에게 수도 없이 당했다.
그땐 오직 고통뿐이었다. 아랫배를 칼로 쑤시는 듯한 괴로움에 비명을 참는 데도 급급했었다. 어째서 이런 일을 당하게 된 걸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눈물을 흘렸었다.
은인이 자신을 필요로 했을 때 고통을 각오하고 호브보다 몇 배나 굵고 긴, 자기 팔뚝 굵기만 한 남근을 뱃속으로 받아들였는데…….
=흐앗……! ……읍!!=
다섯 번째 고통과도 비슷한 감각, 전신을 찌르는듯한 고통 아닌 고통에 류히는 허리를 활처럼 휘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끅, 끅거리며 벌벌 떨던 류히가 힘이 빠져 환인의 가슴에 쓰러지듯 엎드리게 된 것은 예정된 일이었다.
쾌락과 고통은 종이 한 장 차이.
성감이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연속된 오르가슴은 그저 고통도, 쾌락도 아닌 무언가일 뿐이니까.
그리고 10여 분간 줄다리기를 하듯 류히의 온기를 받아들이던 환인은 몸 상태가 확실히 호전된 것을 확인했다.
정신이 오락가락할 정도로 위험하던 오한과 추위, 한기가 이제는 심한 몸살감기에 걸린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흑……. 으… 으응……. 읍…….=
류히의 아담한 골반을 잡고 계속 움직이던 환인은 온기를 더 흡수할 수 없는 것을 확인했다.
‘한 명에게 흡수할 수 있는 온기가 정해져 있는 건가. 아니면 일정 시간 내에 흡수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는 건가.’
류히의 아랫배 속의 주먹만 한 온기는 처음보다 조금 줄어든 상태. 하지만 심장 부근의 온기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혹시 키스로도 가능한가.’
시험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뺨을 잡고 키스를 하자 류히의 눈이 커졌다가 스르륵 감긴다.
익숙한 듯 움직이는 혀와 경험이 없어 움츠러드는 혀가 한동안 얽히다가 떨어졌다.
‘키스로 얻을 수 있는 온기는 극소량이군…….’
하지 않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10분, 20분씩 키스만 계속하는 것도 어떨지.
기승위에서 정상위로 체위를 바꾼 환인은 류히의 허벅지를 잡고 벌린 뒤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온기를 더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시작한 것은 끝내야지.
=으… 은인님……. 으응.=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류히의 붉어진 뺨을 한차례 쓰다듬는다. 그리고 여자와 잠자리하며 체득한 기술을 최대한 발휘해 류히에게 부드러운 절정을 가르쳐주었다.
‘아랫배의 온기를 자극받을수록 여자는 절정에 오르기 쉬워지는 게 틀림없다.’
실제로 깊게 삽입하지 않고 얕게만 반복했는데도 류히는 여자가 흥분했을 때 나타나는 징조가 모두 나오고 있었다.
오돌토돌해진 유륜, 바짝 선 유두, 피가 몰려 통통해진 대음순과 충혈되어 몇 배나 더 커진 클리토리스까지.
=아으으.=
아랫배에서 시작된 떨림이 허벅지까지 번진다.
류히는 치밀어오르는 감각에 두 팔로 환인을 꼭 껴안고 작게 신음을 흘렸다.
몸 전체를 꿰뚫는 듯한 다섯 번의 강렬한 감각과 전혀 다르다. 그저 아랫배와 가슴 근처가 몽글몽글해지는 듯한 부드러운 느낌.
잠시후 류히는 온몸을 상냥하게 어루만지는듯한 쾌감 속에서 호브에게 유린당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강렬한 경험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와 그동안 쌓인 육체적인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환인은 그런 류히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의 뱃속 깊은 곳에 정액을 뿌렸다.
좋지 않은 몸 상태로 인해 쾌감은 거의 없었다. 정액을 배출한 느낌에 조금 시원 허탈해졌을 뿐.
환인도 조금은 나아진 몸 상태로 류히의 알몸을 끌어안고 다시 잠을 청했다.
이제 자고 일어나면 몸 상태가 좀 더 호전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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