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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기담-36화 (36/813)

〈 36화 〉 036 초승달 바위산

* * *

환인은 자기 가슴을 내려다보는 대검 괴물의 모습에 긴장이 샘솟는 것을 느꼈다.

크게 일어난 흙먼지로 가려진 시야, 거기에 대검 괴물이 돌진해오는 방향을 미리 파악한 환인은 자기가 괴물을 못 보는 것처럼 괴물도 자신을 못볼 것이라 확신했었다.

그리고 괴물이 예상 방향으로 돌진해온 순간 은밀 행동으로 대검 괴물의 뒤로 돌아가는 동시에 등의 지팡이를 꺼내 쥐고 장전해놨던 고급 영혼 화살을 쏘았다.

퍼벅!!

백어택은 성공이었다.

짧은 공기의 파열음과 함께 단숨에 대검 괴물의 심장을 꿰뚫은 영혼 화살은 기세를 잃지 않고 건너편의 작은 갈색 괴물 한 마리의 머리통도 날려버렸다.

가슴이 뻥 뚫린 대검 괴물은 피까지 크게 토했다.

원래 머리를 날려버리려 했었다. 그러나 거북목처럼 휜 목뼈 탓에 머리는 노리지 못했고 대신 생명체라면 죽고도 남을 심장을 노렸다.

실제로도 날려버렸는데…….

‘왜지. 죽음의 징조가 안 보인다.’

짐승이든 괴물이든 죽을 때가 되면 색계통이 3할에서 5할가량 빠르게 빛바랜다.

그런데 큰 갈색 괴물의 색계통, 황색과 유배색의 중간 정도 되는 명황색이 흔들림 없이 뚜렷하다.

위기감이 맹렬하게 경고한다. 지금이 아니라면 기회가 없다고.

“가라!”

경고를 무시하지 않고 모든 중하급 영혼 구슬을 뻥 뚫린 대검 괴물의 가슴 속으로 날렸다.

콰광!!!

공기가 파열하는 듯한 일렁임이 반경 5m를 집어삼키는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환인은 눈을 부릅떴다.

‘피했어?’

찰나의 순간 대검 괴물이 뒤로 펄쩍 뛰어 폭발의 중심에서 벗어난 것이다.

수류탄이 터진 것과 다름없는 위력의 영혼 폭발을, 터지기 직전까지는 전조도 없는 공격을 피한 것에 놀란 것도 잠시.

“!!?”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낀 환인은 앞뒤 재지 않고 무릎을 꿇는 동시에 뒤로 누웠고, 녹슨 철제 대검이 코앞을 가르고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다.

대검 괴물이 이전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폭발의 여파를 뚫고 날아와 대검을 휘두른 것이다.

끄아아악??!!!

괴물이 포효를 지르며 대검을 내리꽂는다. 대검이 스치고 지나간 코끝이 저릿저릿했지만 문지를 틈도 없이 옆으로 당나귀처럼 구른다.

쿵! 쿵! 쿵! 쿵!

쫓아오며 장작 패듯이 대검을 내려찍는 괴물의 공격에 환인도 필사적으로 구르면서 공격을 피한다.

하늘과 땅이 번갈아 가면서 난리 치는 가운데 환인은 대검 괴물의 상태를 기어코 확인했다.

동공은 이미 눈꺼풀 위로 사라져 피 같은 붉은 자위만 드러내고 있다.

눈과 코, 입, 귀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고 가슴에 난 주먹만 한 구멍에서는 샘물처럼 피가 넘쳐흐른다.

중하급 영혼 폭발의 직격을 피했다지만 적지 않게 피해를 받은 모습.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

‘그전에 내가 죽겠군.’

대검이 땅을 내려칠 때마다 발생하는 진동이 내장을 뒤흔들고 있다. 구르면서 발생하는 감각기관의 혼란은 설상가상.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시켜야 하는데 1초 간격으로 내려꽂히는 대검을 피하려니 뭔가를 시도할 틈이 없다.

창과 지팡이는 이미 손을 떠났다. 0.1초라도 버리는 게 늦었다면 구르기도 늦었을 것이고 번개처럼 내려꽂히는 대검에 허리가 잘렸을 것이다.

이렇게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아니, 한계가 코앞이다. 하지만 찰나의 틈이라도 딴짓을 했다간 대검이 몸을 찍어낼 텐데…….

단 한 번의 예측 실패로 이 지경이 되다니, 이래서 세상사 새옹지마라고 하는 건가.

긴박한 와중에 잡생각을 떠올린 순간이었다.

크허어어엉­!!!

콰아아앙­

“커억!?”

귀청이 뜯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어마어마한 충격이 환인을 들이받았다.

몸이 붕 떠서 날아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깨닫고는 몸을 웅크리며 두 팔로 머리를 가드한다.

이어 환인은 허파가 튀어나올 것 같은 충격과 함께 세상이 수십 번 뒤집히며 계단에서 구르는듯한 격통이 온몸을 어루만지는 것을 느꼈다.

타의로 인해 정신없이 구르는 것을 겨우 멈춘 환인은 끄윽,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며 벌떡 일어섰다.

‘죽진 않았다.’

온몸의 뼈마디가 이탈하는 것처럼 아프지만 죽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다.

아픔은 아픔이지만 몸도 움직이고 딱히 어디 티 나게 부러진 곳도 없어 보인다.

순식간에 상태를 파악한 환인이 고개를 들자 칼날 멧돼지가 네 다리로 우뚝 선 채 죽어있는 게 먼저 눈에 들어왔다.

‘40m나 날아왔군. 칼날 멧돼지가 죽기 직전에 돌진을 먹인 건가.’

멧돼지가 서있는 장소에서 일직선으로 땅이 살짝 팬 것을 곁눈질하며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던 환인은 저쪽, 작은 갈색 괴물들이 모여있는 쪽에서 대검 괴물이 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

저 멀리 내동댕이쳐진 자신의 창과 지팡이를 향해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간다.

끄와아아악­!!!

칼날 멧돼지의 돌진에 오른팔이 완전히 박살 나고 자기 피로 칠갑을 한 대검 괴물도 통한의 포효를 지르고는 선 채로 죽은 칼날 멧돼지를 향해 질주를 시작했다.

“……?”

저놈은 왜 저기로 달려가는……?

­ 그 괴물은 피를 마셔서 상처를 회복하는 힘이 있어요. 내장이 드러나는 상처도 피만 마시면 조금 베인 수준으로 아물어요. 기력도 회복하는듯했어요. ­

진돗개 귀의 여자가 한 말이 환청처럼 귓가를 울렸다.

“하.”

달리며 푸념하듯 한숨을 흘린 환인은 허리춤을 더듬다가 돌도끼 자루가 손에 잡히는 즉시 어금니를 으득, 깨물며 전력을 다해 돌도끼를 던졌다.

‘맞아라!’

웅웅웅­ 흉험한 소리를 내며 날아간 돌도끼가 정확히 대검 괴물의 옆머리를 찍는다.

뻐걱! 하는 큰 소리와 함께 벌러덩 자빠진 괴물이 벌떡 일어나 또 포효를 질렀지만, 그사이 환인은 자신의 무기에 거의 도달한 상태였다.

끼야아아­!!

꺄르르릇!!

포효에 명령이 섞인 걸까. 영혼 수급을 위해 일부러 살려놓은 작은 갈색 괴물들이 환인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스무 마리가 죽이겠다고 달려오는 모습이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그저 이 긴박한 상황에 시간을 빼앗길 것이 짜증 날 뿐.

처적.

재빨리 지팡이와 창을 나눠 든 환인은 우선 눈에 확 들어오는 선명한 칼날 멧돼지의 영혼을 불러들였다.

영혼은 본체만큼이나 거대했다. 그리고 육족 말사슴만큼이나 뚜렷했으며 아지랑이 같은 은은한 아우라까지 몸을 감싼 형태였다.

그런데 영혼이 오지 않는다.

‘오라고!’

속으로 버럭 고함을 지르자 칼날 멧돼지의 영혼은 그제야 다가와서는 환인을 향해 퉁방울 같은 눈알을 부라리다가 영혼 구슬로 변화했다.

그렇지 않아도 큰 갈색 괴물의 강령 효과가 떨어질 시간. 환인은 기다리지 않고 칼날 멧돼지의 영혼을 강령했다.

“끄으……?!!”

그리고 전신이, 아니 영혼이 불타는듯한 격통에 눈가가 찢어질 정도로 부릅떴다.

심장이 찢어질 듯이 펌프질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열기가 훅훅 뿜어져 나오다 어느 순간 얼음물에 빠진 것 같은 오한이 육체를 집어삼킨다.

‘뭔가 잘못됐다.’

영혼은 작열하는 것 같은데 육체는 열기를 내뿜다가 한기를 내뿜기를 반복한다.

정신이 나갈 것만 같은 몸 상태에 한쪽 무릎을 꿇은 환인은 땅을 움켜쥐며 비명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억눌렀다. 그러자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압력이 얼굴로 몰린다.

“커헉! 끄으윽…!”

끔찍한 격통 속에서 환인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강령을 한순간 이런 꼴이 됐다. 설마 칼날 멧돼지의 원한이 버프를 디버프로 전환해버린 건가?

‘아니! 이건…… 힘이, 육체가 힘을 감당하지 못하는……!’

전기 고문을 받는 것처럼 근육이 제멋대로 수축했다가 부풀었다가 다시 쪼그라들고 팽창하길 반복하고 있다.

위험하다. 영혼의 작열통은 둘째치고 몸이 먼저 터질지도 모른다.

끼야약!!

꺄오옷­!

어느새 접근한 작은 갈색 괴물들이 환인의 머리채와 옷가지를 쥐고 흔드는 순간 환인은 악다구니를 쓰며 창을 크게 휘둘렀다.

“크아악!!”

바우웅­ 푸지지직!

창의 궤적에 겹쳐져 있던 갈색 괴물들이 기차에 치인 것처럼 산산이 조각난다.

‘통증이?’

그 순간 육체의 통증이 미세하게 가라앉은 것을 깨달은 환인은 재차 악을 쓰며 자신을 둘러싼 작은 갈색 괴물들을 말 그대로 분쇄해나갔다.

‘힘, 힘을 써야 해!’

한 손으로 휘두르는 창이 활처럼 휘어지며 갈색 괴물을 말 그대로 ‘박살’낸다.

주먹이 닿으면 닿은 부분이 터져나가고 발을 휘두르면 날아가는 게 아니라 잘려 나가는 수준.

삽시간에 16마리를 고기 조각으로 만들어버린 환인은 칼날 멧돼지의 배 속에서 옆구리를 찢으며 걸어 나오는 대검 괴물을 노려보았다.

피를 뒤집어쓴 갈색 거죽이 선홍빛이라 할 만큼 붉어진데다 가슴에 뚫린 구멍은 어느새 메워졌다.

들이받혀 완전히 박살 났던 오른팔도 울긋불긋한 흉터 자국을 제외하면 시간을 되감은 것처럼 멀쩡하다.

저 괴물 상대면 ‘충분한’ 힘을 쓸 수 있다. 그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환인은 즉시 대검 대신 칼날 멧돼지의 척추뼈를 쥔 괴물을 향해 날아들었다.

쿵!

단 한 번의 발구름으로 괴물의 지척까지 도달한 환인이 격한 기합과 함께 번개같이 창을 내지른다.

“크아아압!!”

끄와아악­!!!

괴물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똑같이 으르렁거리며 척추뼈 둔기를 환인에게 휘둘렀다.

쾅­!

두 무기가 부딪치며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서 한 번 더, 또다시 더.

폭발음이 터져 나오는 간격이 점차 짧아지기 시작하다가 종래에는 일순간의 틈도 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무기를 부딪쳐간다.

한 줌의 자비도 없이 오직 상대를 죽이기 위한 공격 일변도.

환인은 괴물과 전력을 다해 무기를 부딪칠 때마다 폭주하는듯한 육신의 고통이 점차 잦아드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영혼의 작열통은 1mg도 감소하지 않았다. 시소처럼 오히려 육신의 고통이 덜어질수록 영혼의 고통이 더 강해지는 느낌이다.

‘크으윽……!’

빛의 강 말미에 도달한 그때의 작열통보다 더한 고통에 환인은 어금니가 부서질 만큼 이를 악물고 창을 휘두른다.

괴물도 분노인지 희열인지 모를 눈으로 혈광을 뿌리며 척추뼈 둔기를 미친 듯이 휘두른다.

그렇게 수십 합을 교환했을 때 퍽, 작은 파열음과 함께 환인의 흑창이 괴물의 척추뼈 둔기를 후려쳐 박살 냈다.

괴물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손잡이만 남은 뼈를 내다 버리는 동시에 주먹을 내지른다.

환인은 주먹이 점차 크게 다가오는 것을 보며 창을 사선으로 크게 베었지만, 마침내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퍼벅!!

괴물의 팔을 절반가량 베어내던 중 창날을 묶어놓은 매듭이 터져나가며 날붙이가 숲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흑창이 흑봉??으로 변해버렸지만 환인은 아무 생각 없이, 오히려 더욱 빠르게 흑봉을 휘두르며 맨손이 된 괴물을 두들겨 팬다.

뻑­! 쩍!! 따다닥!! 빠박!

머리를 치는척하다가 옆구리를 때리고 가슴을 찌르는척하다가 허벅지를 후리고 팔을 쳐내는 척하다가 머리통을 갈긴다.

두 팔로 가드를 올리며 다가오는 괴물의 불알을 찍어버리고 끄어억…! 쥐어 짜내는듯한 비명을 지르며 허리를 숙이는 괴물의 턱을 사정없이 올려 친다.

몸이 한 뼘가량 뜨며 훤히 드러난 명치를 퍼버벅!! 번개같이 세 번 찌르고 끄웨엑……! 명치를 부여잡으며 물러서는 괴물의 무릎을 내려쳐 박살 내 강제로 꿇린다.

괴물은 폭풍처럼 몰아치는 환인의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버둥거리기만 했다.

폭주하는 신체 능력으로 괴물을 압도하고 있지만, 영혼이 작열하는 고통에 환인의 정신은 끊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제 죽는다.

괴물이 아니라 자신이.

환인은 몸이 이런 상태가 된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했다.

‘칼날 멧돼지의…… 강령이…….”

현재 영혼의 강도와 신체의 내구가, 훈기와 한기의 수준이 칼날 멧돼지 영혼의 강령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수준이었기에 이런 사달이 벌어진 것이다.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최하급 영혼은 형체조차 갖지 못했다. 하급과 중하급 영혼은 강령의 효과마저 큰 폭으로 차이 났다.

수준이 맞지 않는 지식은 머리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수준이 맞지 않는 영혼을 몸에 받아들이면 혼과 육체에 과부하가 걸린 것이다.

문제라면 그 과부하가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과부하였다는 것.

잠깐 사이 수십 대를 갈겨 괴물을 피떡으로 만든 환인이었지만, 그 행동은 억지로 붙들어 매고 있던 정신과, 한 달간 몸에 밴 긴장감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그 기적도 끝나고 정신을 잃기 직전, 두 팔에 힘이 빠져 움직임이 멈춘 순간.

꾸와아악!!!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던 괴물이 잠깐의 틈을 노려 통한의 포효와 함께 환인의 가슴에 태클을 먹였다.

그대로 적을 땅에 깔아뭉갠 뒤 대가리를 터트려 죽일 셈이었다.

그런데 그 행동이 환인에게 또 한차례 기적을 선사해주었다.

환인의 척추를 대동맥 삼아 좌우로 흐르고 있던 훈기와 한기. 격에 맞지 않는 강령을 받아들인 탓에 흐름이 엉키고 막혀 몸 전체에 정체를 일으키고 있던 현상이 태클의 충격으로 척추가 한차례 흔들리면서 정체가 풀린 것이다.

이어 땅에 떨어진 충격이 몸을 또 한차례 크게 흔들었고, 막혀있던 둑이 터져 강물이 범람하는 것처럼 정체되어있던 훈기와 한기가 그간의 압박을 보상받듯이 일시에 환인의 머리로 쏟아져 들어갔다.

그 결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아껴두었던 훈기가 머릿속에서 한기와 만나 폭발.

칼날 멧돼지의 특성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꽈르릉­ 꽈과과과광!!!!

훈기와 한기를 잔뜩 먹은 가느다란 벼락 줄기가 천둥을 동반해 환인의 몸을 중심으로 몰아치며 아크 방전 현상을 일으킨다.

때때로 사방으로 퍼져나가기도 하고 환인의 몸 위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기적은 다시 한번 환인에게 웃음을 지어주었다.

테이크다운으로 환인을 올라타 머리를 으깨려 했던 괴물이 환인의 몸에 떨어지려던 벼락을 모두 대신 맞아준 것이다.

……! …!! ……!!!

두 손을 번쩍 든 자세로 첫 벼락을 맞아 전신의 근육이 수축, 마비된 괴물은 그대로 이어진 9발의 벼락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어마어마한 피를 마셔 최대 강화 효과를 받고 있었다지만, 환인의 주머니 속 진주색 돌멩이와 공명을 일으켜 더욱 강해진 번개를 10발이나 맞고도 멀쩡할 수는 없었다.

환인의 공격에 살아남은 4마리의 작은 갈색 괴물은 몰아치는 번개와 천둥소리에 겁을 집어먹고 숲으로 달아났다.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전기적 충격파에 짐승도, 동물들도 뒤돌아보지 않고 죄다 도망쳤다.

남은 것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 환인과 그 위에 두 팔을 번쩍 든 모양새의 숯덩이. 그리고 하얀 거구의 멧돼지와 이백여 구가 넘어가는 갈색 괴물의 시체 뿐.

소란스럽던 괴물의 마을에 침묵이 찾아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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