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 033 초승달 바위산
* * *
30여 분을 달려 계곡에 도착한 환인은 일단 동굴에 들러 가빠진 숨을 가다듬었다.
‘강령 덕분에 죽을 것처럼 힘들진 않군.’
그 후 불을 피운 뒤 흐르는 물속에 보관해놓은 토막고기를 꺼내 고기를 대충 구워 배를 채웠다.
불을 피우고 고기 굽는 시간도 아까웠지만, 잠시 후에 있을 격렬한 이벤트를 생각하면 고열량의 음식으로 에너지를 비축해야 한다.
풀 쪼가리와 열매로 식사를 해결했다간 중요한 때에 힘을 낼 수 없을 거다.
비상식량과 함께 식사를 마친 환인은 곧바로 강을 건너 동쪽 쌍둥이 산의 초입에 도착했다.
찌릿찌릿.
산을 뒤덮은 날카로운 분위기, 살을 에는 듯한 감각에 환인은 저도 모르게 짙은 미소를 지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동쪽 산의 주인인 칼날 멧돼지의 심기가 매우 불편한 상태인 듯 하다.
‘기분 나쁜 상태라면 더할 나위 없지.’
환인은 내려올 때를 대비해 돌뿌리, 자갈의 위치, 나무의 방향과 비탈의 경사 환경을 확인하며 동쪽 쌍둥이 산 정상, 칼날 멧돼지의 둥지를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는 건 지금부터 벌어질 추격전과 유인 작전에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니지만, 산을 올라야 목표를 볼 수 있을 테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여겼는데…….
쿠어어어억!!!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환인은 산을 얼마 오르지 않고 즉시 뒤돌아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산의 주인이 명백하게 열받은 모습으로 두두두 지축을 울리며 경사를 따라 돌진해왔던 거다.
쾅! 쿠과광!!
작은 나무는 어금니로 후려칠 필요 없이 몸통 박치기에 산산이 조각나버리고 작은 바위는 박치기 한 방에 자갈 파편으로 변해버렸다.
그저 달리기만 할 뿐인데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사라지는 기적이 펼쳐진다.
알비노처럼 거죽에서부터 털과 이빨까지, 온통 허연 칼날 멧돼지의 돌진은 소형 버스의 질주와는 격을 달리하는 웅장함이 있었다.
꽈광! 콰드드득!!
쿠와아아악!!!
강령을 펼치고 전력 질주하던 환인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파괴와 분노의 소리에 가슴 벅찬 감정을 느끼며 웃음을 토해냈다.
“하하하하!”
쌍둥이 산에 자리를 잡은 뒤부터 느끼지 못했던 짜릿한 희열.
소형 버스 사이즈의 칼날 멧돼지에게 쫓기는 이 상황에서 희열이 화산처럼 터져 나온다.
머리 한구석의 이성은 자신이 미친 게 아닐까 의심하며 냉정을 되찾으라 하지만, 목숨 걸고 계획을 진행하는 데서 오는 가슴 두근거림에 이보다 더할 수 없을 만큼 흥분한다.
“흡!!”
얕은 고랑을 훌쩍 뛰어넘어, 아니 신체 능력으로 10여 미터는 날아서 건너뛴 환인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알비노 칼날 멧돼지가 어떻게 하려나 뒤를 힐끔 보았다.
콰아아악!!
“워우.”
놀랍게도 칼날 멧돼지는 수 톤은 될 법한 육중한 몸으로 환인보다 더 높이 뛰어오르고 있었다. 아니, 날고 있었다.
쿠웅!!
거의 15m 가까이 날다가 육중한 소리를 내며 착지하는 모습에 크크크 웃으며 더욱 속도를 높이던 환인은…….
“으하하하하!”
결국 참지 못하고 미친 듯이 웃으며 미리 봐둔 지형을 따라 전력으로 달렸다.
칼날 멧돼지도 그런 환인을 이마에 솟은 칼날로 찢어발기겠다는 듯이 미친 듯이 뒤쫓는다.
쿠아아아악!!!
쫓기는 상태에서도 환인의 냉철한 이성은 칼날 멧돼지의 상태를 분석했다.
닷새에 걸친 호우로 본의 아니게 단식을 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굶주림 때문에 눈이 돌아갔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다.
‘그때 내가 나타났으니 먹잇감으로 여기고 돌진해온 거지.’
이런 환인의 추측은 거의 들어맞았다.
평소 동쪽 쌍둥이 산에는 타고 난 호전성과 흉포함을 지닌 산의 주인 때문에 짐승이 거의 없었다.
덕분에 동쪽 쌍둥이 산에는 평소 먹을 것이 풍부했다. 작은 동물, 각종 과일과 열매, 많은 채소들.
굶주리거나 배고픈 짐승들이 견디지 못하고 산에 들어서서 포식하면 산의 주인이 포식한 짐승을 잡아먹는다.
살아남은 동물이나 식물은 먹힌 짐승의 잔해를 영양분 삼아 번식하고 재생한다.
재생된 동물과 식물을 노리고 배고픈 짐승이 다시 들어온다.
산의 주인이 잡아먹는다.
그런 식으로 순환 사이클이 돌아가고 있었는데 5일간 이어진 폭우가 사이클을 망가트렸다.
폭우 이전에 벌어진 대규모 싸움에서 짐승의 숫자가 격감했다. 그리고 이어진 5일간의 폭우로 동쪽 쌍둥이 산의 풍족한 식생이 망가졌다.
먹을 것은 없는데 무서운 산의 주인이 버티는 동쪽 쌍둥이 산을 오를 짐승은 없다.
계곡도 그렇고 동쪽 쌍둥이 산을 들어가면 반드시 죽는 것을 아는데 차라리 서쪽 쌍둥이 산을 오르면 올랐지, 동쪽으로 가는 짐승은 없었던 것이다.
근 일주일간 풀뿌리를 파먹으며 굶주린 것도 맞고 화가 쌓인 것도 맞다. 그렇다고 굶주림에 이성을 잃고 날뛰기에는 수십 년을 살아온 그녀의 정신은 너무나 고고했다.
그녀가 이토록 분노하게 된 까닭은 다름 아닌 환인 때문이었다.
민둥가죽이라고 부르는 갈색 괴물 비슷한 변종 한 마리가 허락도 없이 자신의 영역에 들어왔다.
거기에 자신과 마주쳤음에도 두려워하는 기색 없이 여왕인 자신을 보며 비웃기까지 했다.
굶주림으로 인한 분노 상태에서 조롱받았다고 여긴 여왕은 대 격노.
물어뜯어 죽여버리겠다고 뒤쫓는데 민둥가죽답지 않게 다리가 빠르다.
자신의 전력 질주보다 느리지만, 앞을 가로막는 나무 탓에 전력을 낼 수 없다 보니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다.
설상가상 도망치면서도 주기적으로 비웃는 변종 민둥가죽.
여왕은 태어나 이토록 분노하기는 처음이었다. 아닌 말로 머리가 폭발할 지경.
기필코 죽여버리겠다는 심정을 꾹꾹 눌러 담아 포효를 터트렸다.
쿼어어어어엌!!
웅
온 정신을 나무와 땅의 상태 파악에 쏟으며 숨이 벅찰 정도로 달리던 환인은 문득 등 뒤에서 뭔가 불길한 음파가 진동하는 것을 들었다.
진공관 앰프에 전기가 통하는 듯한, 자연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소리.
동시에 전신의 솜털이 뾰족하게 일어나는 것을 느낀 환인은 경악성을 흘릴 새도 없이 3중 영혼 방패를 시전, 공중에 고정해놓고 몸을 날리듯이 옆으로 튀어 나갔다.
직후 날아든 노란 번개 한 줄기.
꽈르르르릉!!!
작열하는 한 줄기 벼락이 굉음을 터트리며 3중 영혼 방패를 종잇장처럼 꿰뚫어버리고, 그 너머 아름드리나무의 허리를 부러트리는 광경이 느린 동작으로 이루어진다.
불똥이 사방으로 쏟아지는 가운데 자기도 모르게 달리기를 멈춘 환인은 자연스럽게 칼날 멧돼지를 돌아보았다.
칼날 멧돼지도 제자리에 선 상태였다.
그리고 정전기가 일어나듯 파직파직 불똥을 튀기고 있는 이마의 번개 모양 칼날.
허연색이던 날이 붉게 달아올라 김을 내뿜는 모습에 환인은 헛웃음을 흘렸다.
“번개 멧돼지였군.”
1초.
서로 1초간 시선을 나눈 환인은 다시 죽어라 달리기 시작했고 칼날 멧돼지도 그 뒤를 다시 추격한다.
환인은 나무와 땅의 상태 파악에 더해 뒤쫓아오는 칼날 멧돼지의 번개까지 신경 썼다.
아무리 최하급 영혼으로 펼친 영혼 방패라지만 삼중 방패를 꿰뚫고 그 너머의 나무마저 분질러버리는 위력이다.
맞았다간 아픈 정도로 안 끝날 거다.
‘이마에 달린 번개 모양 칼날은 장식이 아니었군. 앞으로 특이한 부속이 달린 짐승은 더욱 조심해야겠어.’
전력으로 달리면서 세 가지나 신경 써야 하니 솔직한 말로 죽을 맛이지만, 환인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질주한다.
우우웅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전기적 파장이 퍼지는 소리.
아마도 뿔이 진동하는 소리겠지, 짐작하는 와중에 등줄기의 솜털이 곤두선다.
‘벼락을 맞기 전에 털이 곤두선다던데.’
잡생각을 하면서도 귀를 기울이다가 이때임을 직감한 환인은 팍, 땅을 박차며 자신과 칼날 멧돼지의 사이에 나무가 끼어들도록 움직였다.
꽈르르르릉!! 뻐벙!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천둥소리와 동시에 벼락을 맞은 나무가 이번에는 부러지는 게 아니라 펑 소리를 내며 터져버렸다.
‘영혼 방패의 효과가 있긴 있었군!’
쿠어어어엌!!!
환인이 두 번이나 번개를 피하자 칼날 멧돼지의 포효가 더욱더 강하게 울린다.
듣고 있자니 창자가 꼬이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격렬한 울음소리다.
‘번개 발사 직전의 특징이 두드러져서 다행이다.’
그 후로 두 번 더 번개가 날아왔고, 지축을 울리는 칼날 멧돼지의 발소리가 멈추는 것을 신호 삼아 둘 다 피해버리자 더는 번개가 날아오지 않았다.
훼이크를 넣어 번개를 지연 발사했다면 낭패를 당했을 텐데. 저게 짐승의 한계라고 생각하던 환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환인은 목적지가 코앞 임을 알게 되었다.
숲속을 정신없이 달리는 중에 하늘에서 비상식량이 꽥꽥 작은 소리로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던 것을 들은 거다.
30분 가까이 추격전을 벌여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상태.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쿵쾅거린다.
세 번째 강령으로 스파이크 테일 피그의 영혼 구슬을 사용한 다음 뒤를 살폈다.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쫓아오는 칼날 멧돼지도 푸욱, 푸욱 콧숨을 거칠게 내뿜는 것이 꽤 지친 기색이다.
저 정도면 추격을 포기할 법도 한데 끝까지 쫓아오다니, 덕분에 유인이 편했다고 중얼거리며 환인은 눈앞에 드러난 갈색 괴물의 마을로 뛰어들었다.
끼이잇!
끽?
끄엑?!
오두막 밖을 서성이던 갈색 괴물들이 환인을 보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다.
그 어리바리한 모습에 환인은 짙은 미소를 지었다. 나무가 쾅쾅 터지는 소리가 멀리서부터 점차 가까워지는 것을 들었을 거다. 자는 도중에 깨지 않을 수 없지.
그리고 갈색 마을은 재앙신을 맞이했다.
쿠과광!!
오두막보다 더 큰 칼날 멧돼지가 오두막을 통째로 분쇄하며 갈색 괴물 마을에 난입한다.
콰아아아아악!!!
환인이 멧돼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지금 포효를 “역시 민둥가죽의 종자였구나아아아!!”라고 이해했을 것이다.
물론 들었다고 해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했을 테지만 아무튼.
환인은 스파이크 피그 테일의 강령 효과로 체력이 빠르게 회복되는 걸 느끼며 눈에 보이는 오두막마다 돌도끼로 문을 쾅쾅 내려찍고 발로 걷어차 박살 내며 소리쳤다.
“기상!! 기상!!”
끼륵?!
끼이이……?
끼긱!?
환인이 지나간 뒤 오두막에서 나온 갈색 괴물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의아해하다가.
콰과과광……!
쿼어어어억……!!!
끼갸아아악……!
끼이이익…!!
마을 외곽에서 들려오는 짐승의 포효와 동족의 비명, 뭔가가 부서지고 박살 나는 소리에 너나 할 것 없이 그쪽으로 달려갔다.
칼날 멧돼지와 맞붙는 갈색 괴물의 수가 늘어날수록 소란의 규모가 점점 커진다.
‘천둥소리는 나지 않는군. 역시 대인 기술이었나.’
이제 자신이 오두막을 두들겨서 깨울 필요 없이 갈색 괴물들은 알아서 오두막을 나오고 있었다. 환인은 그것을 확인하고 소란의 중심 쪽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오두막 뒤에 숨은 채로 배터리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스마트폰의 액정으로 저쪽 상황을 살핀다.
쿠워어어어억!!!
갈색 괴물은 칼날 멧돼지에게 짓밟혀 뭉개지고 들이받혀 박살 나고 이마의 칼날에 베여 절단되면서도 뭔가에 미친 것처럼 달려들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물어뜯고 할퀴고 때려도 칼날 멧돼지에게 그리 유의미한 피해는 주지 못한다.
‘강령을 걸어줄 필요도 없겠군.’
2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죽은 괴물이 벌써 20마리를 넘어가는 것을 확인한 환인은 영혼을 그러모은다.
그렇게 네 개의 영혼을 모은 환인은 진주색 돌멩이를 쥐고 플라시보 효과를 기대하면서 의식을 집중했다.
“…….”
영혼들이 모여 압축되더니 은은한 백색의 화살로 변화한다. 그것으로 미쳐 날뛰며 갈색 괴물을 학살하는 칼날 멧돼지의 눈알에 조준.
“……가라.”
환인의 말과 동시에 영혼 화살이 한줄기 빛살처럼 날아가 칼날 멧돼지의 왼쪽 눈에 틀어박혔다.
쿼아아아아악???!!!!
포효의 성량에 몸이 떨릴 지경이다. 다중 영혼 화살을 쏘자마자 환인은 마을 반대편 언덕으로 냅다 달렸다.
도중에 행동이 굼뜬 갈색 괴물과 종종 마주쳤지만 자다 깨서 정신이 없는지 환인을 보고도 얼떨떨해할 뿐이다.
콰광!! 쿠과과광!!!
등 뒤로 오두막이 박살 나는 소리가 가까워지다가 멀어지는 것을 반복한다.
‘이쪽으로 돌진하려는 칼날 멧돼지를 갈색 괴물들이 필사적으로 막는 거겠지.’
덕분에 시간을 확보한 환인은 품에서 이파리 다발을 꺼내 근처의 횃불에 불붙이기를 시도했다.
‘생이파리라 불이 잘 안 붙는군.’
잘 마른 잎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쌍둥이 산으로 향하며 보이는 대로 따서 묶은 거라 어쩔 수 없다.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환인은 바짝 마른 나무작대기와 노랗게 마른 끈을 발견, 작대기에 이파리 다발을 묶고 다시 횃불과 작대기를 묶었다.
횃불의 불 부분에 강제로 접촉된 이파리가 잠지 지직거리다 연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환인은 재빨리 고분형 언덕으로 달려가 어두컴컴한 입구에 연기 횃불을 휙 집어 던졌다. 그리고 소란을 피해 큰 어려움 없이 언덕 뒤쪽을 돌아 꼭대기에 숨는 데 성공했다.
크아아악……!!!
끼이…!
끄갸갸……!!
칼날 멧돼지와 작은 갈색 괴물들의 싸움은 꿀벌과 장수말벌의 싸움과 양상이 비슷했다. 다만 말벌이 냉각 시스템을 채용했다고 할까.
갈색 괴물이 아무리 달려들어도 칼날 멧돼지는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학살을 자행한다.
주변에 갈색 괴물의 시체가 점점 쌓여만 가는 상황.
설마 큰 갈색 괴물이 겁먹고 안 나오는 건가 의심이 들기 시작할 무렵 다섯 마리의 큰 갈색 괴물이 고분형 언덕에서 위풍도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눈이 붉어지고 눈물 자국도 남아있는 한 마리가 손에 들고 있던 자작 연기 횃불을 신경질적으로 땅에 내팽개치고 짓밟는다.
면상이 잔뜩 일그러진 것을 보아 상당히 화가 난 모양이다.
크와아아아악……!!!
때마침 터져 나온 칼날 멧돼지의 포효에 큰 갈색 괴물 다섯 마리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끄워아아아악!!
끄롸라라랅!!!
큰 갈색 괴물들도 고릴라처럼 가슴을 쾅쾅 두드리며 크게 울부짖었다.
그게 신호인 양 작은 갈색 괴물들이 빠르게 물러나고, 크게 흥분한 듯 칼날 멧돼지가 두두두 달려서 고분 앞 공터로 진입한다.
…….
…….
칼날 멧돼지는 붉어진 눈으로 큰 갈색 괴물을 응시하고, 큰 갈색 괴물도 칼날 멧돼지를 향해 탐욕과 분노의 시선을 보낸다.
몸의 근육이 울렁거리고 핏줄이 서기 시작하는 큰 갈색 괴물 다섯 마리.
몸에서 연기인지 수증기인지를 흘리며 팍, 팍 뒷발굽으로 땅을 긁는 칼날 멧돼지.
누가 인도하는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두 괴물은 침묵 속에서 원을 그리듯 상대를 주시하며 천천히 공터를 돈다.
‘칼날 멧돼지가 함부로 덤비지 않는군. 큰 갈색 괴물 다섯 마리가 멧돼지만큼이나 강하다는 건가.’
콰우우우우!!!
끄아아아악!!!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감을 끊어내는 두 종류의 포효.
큰 갈색 괴물 다섯 마리는 동시에 다섯 방향으로 칼날 멧돼지에게 달려들었고.
웅 꽈르르릉!!!
칼날 멧돼지는 번개를 날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