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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기담-27화 (27/813)

〈 27화 〉 027 쌍둥이 산

* * *

땅물개를 중심으로 반경 수십 미터를 뒤덮은 물의 창은 땅물개를 한창 공격하던 모든 짐승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물의 창은 강에서만 치솟지 않았다.

짐승들의 피가 고인 장소에서도 솟아올랐고 몸에 묻은 피에서도 바늘 같은 창이 뾰족하게 돋아났다.

그 결과 범위 안의 20여 마리 짐승들은 모두 사망. 공격 범위 바깥에서 운 좋게 목숨을 건진 짐승들은 그제야 이성을 되찾았는지 적당한 짐승의 사체를 물고 부리나케 도망치기 시작했다.

범위에서 한참 벗어나 있던 짐승들도 더 이상 싸울 생각은 없는지 슬금슬금 죽은 짐승의 사체를 주둥이에 물고 재빨리 전투 지역을 이탈한다.

땅물개들은 도망치는 짐승들을 경계하다가 주변에서 짐승들이 모두 사라지자 그제야 옹기종기 모여 상처를 핥아주고 크게 다친 동족을 챙기기 시작했다.

환인의 시야에 용케 죽은 땅물개의 시체를 물거나 앞발로 잡고 도망치는 것들이 보였다.

주로 흡혈마, 용뿔소 같이 특출나게 강한 개체들이다.

긴가민가했는데 설마 진짜 땅물개의 고기를 노리고 모여든 건가?

“…….”

환인은 서로 상처를 핥는 땅물개들을 응시했다.

서른여 마리에서 스무 마리 정도로 줄어든 땅물개들이 환인의 시선에 긴장한다.

멀찍이서 홀로 짐승들을 도륙하던 환인의 무위를 땅물개들도 보았다. 덕분에 다른 짐승들을 합친 것보다 환인을 더 위험하다고 판단한 상태.

환인도 땅물개들의 위험성을 대폭 상향해놓았기 때문에 땅물개와 직접 싸울 생각은 없었다.

그런 서로의 생각을 눈치챈 것처럼 동시에 시선을 돌리며 각자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환인은 피와 살점 범벅이 된 코트를 벗어 물에 씻고 피 칠갑이 된 머리와 얼굴도 씻으며 생각했다.

‘흡혈마의 영혼 구슬은 하급 영혼 구슬보다 더 밝았다. 신체 강화 효과도 높았으니 중급…… 아니, 중하급으로 매기면 되겠지.’

몸에 묻은 피를 씻어낸 환인은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영혼의 분류를 시작했다.

일단 최하급 영혼은 모두 승천시킨다. 그리고 하급 영혼은…….

꽥꽥!

“…….”

하늘을 날고 있는 세 마리의 날짐승을 피해 숨어있던 비상식량이 재빨리 날아오는 것을 본 환인은 잠깐 고민하다가 삼안견, 시력을 강화해주는 짐승의 영혼을 비상식량에게 강령시켰다.

꽥? 꽤괙?

약간 당황한 듯한 비상식량의 까만 눈동자에서 은은한 빛이 흐른다.

자신은 삼안견의 시력 강화를 기술로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시력이 남다른 비상식량이라면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한 행동이었다.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

비상식량이 정신없이 고개를 돌리며 이곳저곳 구경하는 것을 보다가 환인도 지팡이를 들었다.

일단 영혼 구슬 화 한 용뿔소(두개골 경도 증가)와 낙타조(각력 대폭 증가)를 해방하고 삼안견의 영혼 구슬도 2개 중 1개를 해방했다.

비운 세 자리에는 흡혈마 한 마리와 땅물개 두 마리의 영혼 구슬로 채운다.

“흠.”

지팡이의 뿔을 바라보던 환인은 흡혈마의 영혼 하나를 더 영혼 구슬로 만들었다. 방금 전투로 영혼 구슬 보유 개수가 9개에서 10개로 늘어난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흡혈마의 영혼 구슬 4개, 스파이크 테일 피그 영혼 구슬 3개, 삼안견 영혼 구슬 1개, 땅물개 2개가 되었다.

때마침 흡혈마의 강령 효과가 종료되었기에 환인은 미련이 남은 듯한 모습으로 동족들 주변을 서성이는 땅물개의 영혼을 끌어와 강령을 펼쳤다.

“으으음…….”

환인은 평소와 다른 강령의 감각에 작게 신음을 흘렸다.

이때까지 경험해본 강령은 전부 심장이 크게, 그리고 빠르게 뛰면서 신체가 강화되는 식이었다.

그런데 땅물개의 강령은 머릿속에 얼음물을 쏟아부은 것 같은 짜릿한 감각과 함께 두뇌의 회전 속도가 늘어난 느낌이다.

‘머리가 똑똑해진 것은 아닌 거 같은데…… 그렇군.’

땅물개의 영혼을 강령한 직후 내려갔던 체온 일부가 회복된 것을 파악한 환인은 땅물개의 강령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눈치챘다.

육체를 강화하는 강령 효과가 있다면 정신 쪽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는 게 당연.

환인은 지팡이를 휘둘러 남은 영혼으로 영혼 폭발을 일으켰다.

투펑, 뻐버벙!

‘영혼 폭발의 부담이 조금 감소했다. 위력도 늘었어. 게다가…….’

정신을 집중하자 영혼 구슬이 땅물개의 물 화살처럼 압축되어 화살보다 빠르게 쏘아졌다.

피슛! 콰직.

바위를 약간 뚫고 사라진 영혼 화살의 위력에 환인의 눈이 이채로 빛났다.

하급 영혼 구슬로 써봤다지만 바위까지 파내는 위력이라니.

‘아니, 땅물개 강령의 효과 덕분에 위력이 더 올라서인가.’

다시 정신을 집중하자 구슬이 방패처럼 얇고 넓게 퍼지더니 환인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가지 다 땅물개가 물을 매개로 사용하던 방식이다.

‘영혼 폭발, 영혼 화살, 영혼 방패인가.’

환인은 땅물개의 강령 효과가 사라지더라도 이 기술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피식 웃었다.

혼자서 공격과 방어와 버프를 다 한다니, 이게 게임이었다면 핵쟁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무방할 정도의 초능력이지 않은가.

“음.”

그때 척추가 시릴 정도로 체온이 쑤욱 내려가는 것을 느낀 환인이 작게 몸을 떨었다.

초능력을 확인한다고 훈기를 너무 많이 소비한듯하다.

‘돌아가서 쉬어야겠어.’

목적했던 것 이상가는 결과를 낸 상황이다. 더 미련은 없다.

근처에 죽어있는 스파이크 테일 피그의 뒷다리를 잘라 어깨에 짊어진 환인은 시선을 돌려 몸 이곳저곳에 상처를 입은 땅물개들을 쳐다보았다.

땅물개들은 죽은 동족 셋을 추모하듯 꿩꿩 울고 있었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물개 특유의 울음소리를 뒤로하고 계곡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땅물개의 울음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비상식량. ‘경계’.”

꽥!

환인은 계곡의 절벽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옷을 전부 벗고 씻기 시작했다.

슬슬 옷에서 참기 힘들 정도의 악취가 나고 있었다.

그러다 옷이 문제가 아님을 깨달은 환인은 속옷 차림으로 강에 뛰어들어 끔찍하게 차가운 물온도에 이빨을 딱딱거리며 몸을 씻었다.

붕대처럼 찢어놓은 러닝셔츠 조각을 샤워 타올 대신 삼아 씻고 있으니 너무 추워서 아무 영혼이나 강령하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올랐다.

“흐으으으으.”

하지만 이런 일에 영혼 구슬을 낭비할 수는 없다.

이가 딱딱 부딪치는 것을 꾹 참으며 몸을 다 씻고 얼른 옷가지와 짐을 챙겨 훈연 중인 구덩이로 돌아온 환인은 재빨리 구덩이에서 불씨를 꺼내 미리 마련해놨던 마른 장작에 불을 붙여 모닥불을 피웠다.

“후우드드드드.”

따뜻한 불을 쬐고 있으니 한숨과 오한이 믹스되어 흘러나온다.

모닥불로는 훈기를 소모한 데서 오는 근원적인 오한을 어쩌진 못하지만, 냉수 목욕으로 내려간 체온을 올리는 데는 부족하지 않다.

그나저나…….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빛을 내는 사슴뿔 지팡이에 시선을 주었다.

뿔 부분에 붙은 10개의 영혼 구슬 중 6개가 다른 영혼 구슬들보다 조금 더 맑은 빛을 뿌리는 중이다.

흡혈마의 영혼 구슬 4개와 땅물개의 영혼 구슬 2개다.

‘흡혈마의 강령 효과는 대단했지.’

말 그대로 먹이사슬 피라미드의 정점에 선 육식동물이 된 기분이었다.

중하급으로 매긴 흡혈마의 강령이 이러할진대 등급이 짐작 가지 않는 푸른불꽃 호랑이나 육족足 말사슴은 어떨까.

불현듯 아쉬움이 밀려왔다.

땅물개의 강령 효과로 여러 기술을 터득했지만, 현재 환인의 상황에서 그다지 활용도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로 일단 위력이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영혼 화살이 바위를 약간 뚫었다지만 땅물개의 강화 효과 덕분. 더욱이 그만한 위력은 하급 영혼을 강령한 뒤 창을 휘두르는 정도로 충분히 낼 수 있다.

두 번째로 소지 한계에 유지 시간도 있고 확보에 어려움마저 있는 영혼 구슬을 자원으로 쓴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영혼 구슬은 최대 10개만 보유할 수 있다. 영혼 구슬 1개를 얻기 위해서는 짐승 한 마리를 잡아야 한다.

조금 전처럼 영혼이 대량으로 공급되는 상황이면 몰라도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영혼 구슬을 두 개, 세 개씩 써야 한다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래도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

싸움이란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니 여러 가지 대응 수단이 있으면 좋은 일.

환인은 슬슬 몸이 마른 것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훈기??의 부족으로 척추가 얼음물에 빠진 것처럼 시렸지만 움직이는 데 지장은 없다.

젖은 옷가지를 모닥불 근처에 널어놓은 환인은 미리 구워놓은 고기와 채소를 가져와서 비상식량과 함께 먹기 시작했다.

“시력은 좋아졌나.”

꽥? 꽥꽥.

환인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잘 모르겠지만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먹을 걸 줘서 좋은지 비상식량이 환인의 손바닥에 머리를 비비적거리며 꽥꽥 기분 좋은 듯이 울었다.

식사를 끝낸 환인은 드로즈만 입은 상태로 훈연 구덩이를 확인해보고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좀 더 보충했다.

잠시 후 연기가 풀풀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구덩이를 덮은 환인은 스파이크 테일 피그의 뒷다리를 강에 담그려 했는데…….

“…….”

먼저 담가놓았던 고기의 상태를 목격한 환인은 얼굴을 굳혔다.

촤아악­

마치 피라냐 떼에 뜯어먹힌 것 마냥 너덜너덜해진 고기를 들어 올린 환인은 철퍽, 고기를 뒤로 던져놓은 뒤 근처에서 수십 킬로그램은 나갈 것 같은 바위를 들어 올렸다.

“흡!”

그리고 강에 머리를 내밀고 있는 커다란 바위에 쾅! 소리 나게 내려찍었다.

바위가 쪼개질 정도의 충격과 그로 인해 발생한 진동이 발밑을 건드리고 지나간다. 이후 물고기들이 기절한 것처럼 배를 까뒤집고 수면에 둥둥 떠 오르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고기를 뜯어 먹은 거겠지.

“…….”

강이니까 작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는 게 당연한데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한 환인의 실수였다.

‘강을 천연 냉동고로 쓸 수 없으니 훈제할 고기는 그때그때 구하는 수밖에 없겠군.’

꽥! 꽷!

허탈하게 서 있으니 비상식량이 손가락 굵기 정도 되는 물고기를 신난다는 날름날름 삼키기 시작한다.

방금 고기와 곤충을 잔뜩 먹어놓고 또 먹다니, 저러다 탈이 나지 않을까 싶었지만 똑똑한 놈이니까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며 환인도 물살에 떠내려가는 손목 굵기의 물고기 세 마리를 건져왔다.

나이프로 배를 갈라 내장을 버리고 대충 비늘도 긁어낸 뒤 나무꼬챙이로 꿰뚫어서 모닥불 근처에 꽂아놓는다.

나중에 배고파지면 먹을 야식이다.

그리고 자연 건조를 시도하던 고기를 확인했다.

“다행이군.”

아직은 멀쩡하다. 이상한 냄새도 나지 않고 색계통도 여전히 녹색에 가까운 백색이다.

7시간을 건조해서일까 아주 약간 꾸덕꾸덕해진 것이 느낌이 나쁘지 않다.

잠시 고민하던 환인은 자연 건조 고기의 절반을 덜어낸 뒤 스파이크 테일 피그의 허벅지살을 가져와 가로세로 3cm 정도에 길이는 6cm 정도로 길쭉한 막대처럼 잘라 채워놓는다.

구덩이 속에 훈연 중인 것은 두께가 두꺼워서 훈제가 잘되지 않은 건가 했기에 좀 더 얇고 짧게 자르는 것이다.

그리고 70% 정도 진행된 움막 훈연기의 제작을 진행한다.

3시간 후.

완연한 밤이 찾아왔을 때 삼각뿔 모양의 훈연기를 완성한 환인은 작은 대나무 비슷한 식물로 그물망을 제작, 땅에서 50cm 높이 정도로 맞춰 움막 안에 세워놓았다.

그 후 10시간가량 자연 건조 시킨 고기를 가져와 살폈다.

염장??을 하지 않아서 고기가 금방 상하는 건 아닐까 했지만, 계곡의 낮은 기온 덕분에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

자연 건조 고기를 그물망 위에 올린 뒤 훈연을 개시한다.

“음.”

본격적으로 연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하자 삼각뿔 모양 훈연기의 꼭짓점에서만 약간의 연기가 폴폴 흘러나온다.

계획대로 완성되었고 예상대로 결과가 나온 것을 보고 있으니 성취감에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결과물만 제대로 나오면 된다.

일을 하나 끝냈지만 할 일은 많이 남았다.

환인은 마른 옷을 껴입고 이제 18시간가량 훈연이 진행된 구덩이를 살폈다.

“…….”

뚜껑을 걷어내자 뭉글거리며 솟아오르는 연기 사이로 뭔가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싸한 느낌이 엄습해오는 것을 느낀 환인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꼬치 하나를 꺼내 상태를 확인하는데, 고기에서 훈제향이 아니라 뭔가 불쾌한 냄새를 맡아졌다.

영혼 시야로 보니 백색이던 고기가 황색계통의 치자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녹색 괴물과 짐승 머리 괴물로 테스트해봤을 때 황색 계통은 질병과 관련된 색계통이었다. 그러니까 훈제에 실패해서 고기가 상했다는 뜻이다.

“후우…….”

머리를 벅벅 긁은 환인은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9시간 훈연을 마치고 시식했을 때 어째 느낌이 안 좋더라니.

만져보니 물렁하던 부분은 여전히 물렁물렁하다.

원인은 뭘까. 깨끗하지 못한 손으로 만져서?

강가에서 열심히 손을 씻어가며 작업했다. 특히 고기를 만질 때는 더욱 신경 썼고.

미묘한 열기에 세균이 증식했나?

구덩이 속에 손을 집어넣자 미열이 느껴진다.

‘온도 조절에 실패한 거군.’

어중간하게 불을 피우는 게 아니라 뜨거워서 손을 집어넣지 못할 만큼 불을 피웠어야 했나.

“…….”

잠시 팔짱을 끼고 기억을 검색하고 있으니 유튜브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본 훈제 관련 영상이 기억의 뚜껑을 열고 흘러나온다.

그 채널에서 자연인은 통나무집을 만들듯이 돌과 나무, 진흙을 이용해서 아궁이 같은 훈연기를 제조했었다.

훈연기의 제작은 별것 없었기에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돌도끼도 있고 나무도 주변에 많은데다 바로 옆에 강도 있으니 재료 수급은 간단하다.

“후우우.”

푸욱 한숨을 내쉰 환인은 훈연에 실패한 구덩이를 꼬치 채로 메워버렸다.

구덩이 속에 박테리아가 득실득실할지 모르는 데 다시 쓸 생각은 없다.

그리고 땅에 그림을 그려가며 세 번째 훈연기의 도면을 그렸다.

‘아궁이처럼 돌덩어리로 기반을 다지고…… 통나무집처럼 나무를 쌓고…… 진흙으로 밀폐를…….’

우오오오오옹­

부엉­ 부어엉­

“…….”

언제 달이 머리 위로 솟아올랐는지 늑대개의 울음소리와 부엉이의 울음소리가 쌍둥이 산을 타고 흐른다.

환인은 대강 구상이 끝난 도면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고기를 자연 건조 중인 그물망 근처에 털썩 주저앉아 절벽에 등을 기댔다.

‘내일 훈연기를 완성하고 모레 훈제 고기 제작에 착수하면 글피에 결과물이 나오겠군.’

최소 사흘. 영혼을 보충해가며 작업하는 것을 고려한다면 나흘까지도 늘어날 것이다.

환인은 시선을 티피 텐트형 훈연기로 시선을 주었다. 저것은 내일 결과물이 나올 테니…….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길 기도해야겠군.’

티피 텐트형 훈연기가 제 기능을 한다 하더라도 저걸로 한 번에 훈연할 수 있는 고기는 많지 않다. 고작 한 끼 분량 정도.

채집한 채소와 같이 섭취한다면 두 끼로 늘어나겠지.

아궁이형 훈연기까지 성공한다 쳐도 비상식량이 먹을 것까지 고려한다면 일주일은 꼬박 고기를 만들어야 할 판이다.

‘훈연기를 더 제작하는 게 좋겠어.’

3일 정도로 2주에서 3주가량 먹을 보존 식량을 만들어야 저쪽 스텝 지방을 통과할 식량을 확보할 수 있을 거다.

꽥.

비상식량이 푸드득 날아와 한쪽 무릎을 세워 앉은 환인의 다리에 착지한다.

환인은 걱정이라곤 티끌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태평한 비상식량의 등을 토닥거려주다가 절벽을 타고 동굴로 올라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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