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 025 쌍둥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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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 입구에 앉아 휴식하던 환인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유지 시간이 30분도 채 남지 않은 영혼 구슬이 나왔을 때였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지만 이대로 아침까지 시간을 보내면 영혼 구슬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강령 효과를 받는 중에도 큰 상처를 입을 뻔한 위기가 몇 번이나 있었다. 아직은 강령의 신체 강화 효과 없이 맹수과 짐승을 상대하는 것은 위험한 일.
‘영혼 구슬이 24개는 되어야 활동에 여유가 생기겠군.’
무기와 스파이크 테일 피그의 고기를 챙긴 환인은 절벽을 내려가려다가 문득 5m 정도 되는 높이가 그리 높게 느껴지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정도면 뛰어내려도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은 느낌.
잠시 생각하던 환인은 계곡 주변을 살펴 접근 중인 짐승이나 괴물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짐과 무기, 지팡이를 아래로 던졌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거리를 가늠한 뒤 훌쩍 뛰어내렸다.
짧은 부유감 직후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사뿐히 뒤로 굴러 낙하 충격을 해소하며 일어난다.
“음.”
자갈밭 위를 굴렀지만, 몸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일어서서 무릎과 허벅지를 툭툭 건드려봐도 충격을 받은 느낌은 없다.
‘착지법을 쓸 필요도 없었군.’
나이가 어릴수록 몸은 유연하고 근육도 탄력이 넘친다.
똑같은 높이에서 뛰어내려도 아이는 멀쩡한 반면 어른은 발목을 삐거나 뼈가 부러질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환인도 여러 가지 운동을 접해 또래에 비하면 유연성이나 체력이 좋은 편이었지만, 낙하 충격에 뼈가 울린다는 사소한 후유증마저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역시 초능력을 얻으면서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초자연적인 능력을 얻으며 신체도 덩달아 튼튼해졌다는 결론밖에 나지 않는다.
회복력, 근력, 유연성, 탄력성, 지구력 등등.
능력을 얻었을 땐 크게 앓은 직후여서 체감을 못 했지만…… 아니, 신체가 튼튼해졌기에 죽다 살아난 직후에도 그렇게 활동할 수 있었던 거겠지.
‘낮에 봐둔 적당한 장소에서 스파이크 테일 피그의 고기를 구워 먹고…….’
그 뒤에는 주변을 조심스레 탐색하면서 짐승이나 괴물의 흔적을 찾아보면 되겠지.
짐을 챙긴 환인은 푸드득 날아온 비상식량을 어깨에 태우고 강줄기를 따라 회색빛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쌍둥이처럼 솟은 산 사이 계곡의 동굴을 거점으로 활동한 지 닷새가 지났다.
그동안 환인은 동굴 주변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산에 서식 중인 짐승의 종류와 먹이그물 및 생태계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우선 쌍둥이 산(가칭)은 어지간한 국립공원만큼이나 넓었다.
그리고 먹을 수 있는 식물이 많았다.
식충식물 같던 산지만큼은 아니지만, 영혼 시야로 잘 찾아보면 먹을 수 있는 풀뿌리나 나무껍질, 도토리 비슷한 작은 열매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그래서일까, 한국의 여느 산과 다름없는 평화로운 생태계가 조성되어있었는데 특히나 자그마한 초식동물이 많이 서식 중이었다.
초식동물이 많으면 초식동물을 먹고 사는 포식자도 몰려온다.
사흘간 푸른 표범의 은밀 행동 기술을 연습하며 활동한 결과, 낮에는 가끔 물을 마시러 푸른 표범이 강가로 내려오는 것을 확인했고 호전성이 강한 야크yak 같은 소가 활동하는 것도 발견했다.
산 주변에는 들소 무리와 흡혈귀 같은 이빨로 사냥한 짐승의 피를 빨아먹는 말horse 무리가 서식하고 있었고 밤에는 하이에나같이 생긴 짐승이 출몰한다.
그중에서도 환인이 요주의 목록 최상위에 올린 짐승이 있었는데, 비상식량이 가져온 털을 토대로 추측했던 그 짐승이었다.
멧돼지 말이다.
지구의 평범한 멧돼지라면 현재의 환인에게 문제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환인이 목격한 멧돼지는 덩치가 소형 버스 수준이었던데다 이마에 번개 모양의 칼날이 돋아나 있는, 한 마디로 괴물 같은 짐승이었다.
칼날 멧돼지(가칭)을 확인한 환인은 다음 날, 혹시 지나가던 중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에 다시 동쪽 쌍둥이 산을 올랐고.
꽈과광!!
소리 없이 조용히 산에서 내려왔다.
때마침 힘자랑하는 건지 영역 표시 중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칼날 멧돼지가 1m는 될법한 번개 모양 뿔로 굵은 나무를 후려쳐 부러트리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천둥소리와 함께 성인 남성 세 명은 있어야 둘러쌀 수 있을 것 같은 나무가 그대로 부러져 넘어가는 모습은…… 되도록 칼날 멧돼지의 영역에 들어가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칼날 멧돼지의 영역이 동쪽 쌍둥이 산의 꼭대기인지 사흘간 단 한 번도 계곡 쪽으로 내려오지 않은 것일까.
동쪽 쌍둥이 산의 주인이 칼날 멧돼지인 것 같았지만, 서쪽 쌍둥이 산에는 마땅히 구역의 주인이라고 할 만한 짐승은 없는 듯 했다.
대신 두 그룹이 산을 양분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한쪽은 성질 사나운 야크 다섯 마리로 이루어진 그룹, 다른 한쪽은 푸른 표범 세 마리로 이루어진 그룹이었다.
이러한 정보를 입수할 동안 환인은 홀로, 혹은 둘이 다니는 짐승을 사냥하며 하급 영혼의 강령 경험을 늘려나갔다.
사흘간 추가한 경험은 스파이크 피그 테일과 삼안견, 그리고 비늘두더지 및 벨로시랩터와 코뿔소를 합친 듯한 짐승인 용뿔소의 강령이었다.
그리고 하급 영혼에도 기술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앞선 두 짐승 덕분에 알게 되었다.
삼안견의 영혼은 시력의 대폭 강화, 스파이크 피그 테일의 영혼은 지구력과 체력의 대폭 강화였던 거다.
삼안견의 혼을 강령했을 때 환인은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었다.
강화된 시력은 수백 미터 바깥에 있는 나무의 나뭇잎을 셀 수 있을 정도였는데 강령을 한순간 세상이 선명도를 수백 배 올린 것처럼 찡한 느낌과 함께 상당한 고통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만약 전투 중이었다거나 전투를 앞두고 썼다면 큰 낭패를 겪었을 테지.
유지 시간이 1분도 남지 않을 때까지 짐승과 마주치지 못했기에 버리기보단 경험용으로 써보자 해서 사용했던 건데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튼, 세 눈 짐승의 강령 효과는 준수했다.
시력의 범위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기에 약 8분의 지속시간 동안 쌍둥이 산 주변의 생태를 대강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던 거다.
쌍둥이 산 근방의 구릉지와 분지에 서식 중인 피를 빨아먹는 말, 흡혈마?血馬 떼와 들소 떼를 발견한 것도 이때였다.
스파이크 피그 테일의 영혼은 산을 들쑤시는 환인을 눈엣가시로 여긴 야크 무리가 들이닥쳤을 때 썼다.
효과는 지속시간 동안 스테미나 회복량 증가.
강령 지속 시간 동안 아무리 과격하게 움직여도 지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환인은 체력 배분을 하지 않고 미친놈처럼 날뛰며 야크 다섯 마리에게 빠짐없이 크고 작은 상처를 선물해주었고, 그중 한 마리는 뿔까지 잘라내는 쾌거까지 이뤘다.
하지만 해낼 수 있었던 것은 거기까지였다.
환인이 한 마리의 빈틈을 읽고 죽이려 들면 좌우에서 두 마리가 협공을 해왔기에 좀처럼 기회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야크 무리가 먼저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났고, 환인도 강령의 지속시간이 1분도 채 남지 않았기에 쫓지 않았다.
만약 스파이크 테일 피그의 강령 효과가 없었다면 환인이 먼저 피했을 거다.
그만큼 중형차 사이즈의 다섯 마리 야크가 보여주는 연계는 무서웠다.
그렇다고 얻은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야크 무리와 싸움 이후, 마치 ‘계곡은 너의 영역이다.’ 하고 인정을 받은 것처럼 계곡으로는 한 마리도 접근하지 않았다.
그전에는 하루에 한 번은 물을 마시러 내려오곤 했는데 말이다.
꽤애액.
“기다려.”
꽷!
“어허. 기다려.”
꽥…….
사냥해온 고기를 계곡의 강가에서 구우며 안달 난 듯 채근하는 비상식량을 진정시키던 환인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흘간 서쪽 쌍둥이 산과 근방을 들쑤신 보람이 있군.’
푸른 표범 그룹은 둘째 날에 조우해서 영혼 폭발과 강령으로 힘의 차이를 보여주었다.
야크 무리도 스파이크 테일 피그의 강령 효과에 힘입어 상처 없이 물리치는 데 성공했다.
서쪽 쌍둥이 산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두 그룹을 패퇴시켰기 때문인지 서쪽 산을 활보하는 짐승들은 계곡으로 한 마리도 내려오지 않았다.
쌍둥이 산 바깥의 짐승들은 애초에 계곡으로 진입하지도 않는다.
동쪽 쌍둥이 산은 맹수라고 할만한 짐승이 아예 없었다. 칼날 멧돼지의 포악한 성질을 감당하지 못해 도망쳤기 때문이겠지.
닷새 동안 쌍둥이 산의 먹이사슬과 먹이그물을 파악한 환인은 한결 마음 놓고 강가에서 불을 피울 수 있었다.
찰싹.
끽.
불가의 익지도 않은 고기에 부리를 슬그머니 들이대는 비상식량의 등을 살짝 두들기자 목을 움츠리더니 시무룩하니 불 가에 앉는다.
대여섯 살 정도의 순진한 아이처럼 반응하는 비상식량의 모습에 살짝 미소 지은 환인은 다 익은 고기 중 양념을 바르지 않은 고기를 꺼내 멀티툴 나이프로 슥슥 잘랐다.
적갈색 더덕 비슷한 뿌리 채소가 맵고 쓴 맛을 낸다는 걸 알게 된 뒤로 발견할 때마다 채집해서 양념 소스로 활용 중이다.
물을 살짝 넣어가며 짓이기면 맵고 살짝 쓴맛이 나는 소스가 되는데 이걸 고기에 발라서 구우면 누린내가 심한 고기도 꽤 맛있게 익는다.
다만 비상식량의 몸이 소스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기에 일부러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구운 것만 주고 있다.
큰 나뭇잎에 슬라이스한 고기를 담아 비상식량의 앞에 놓아주자 ‘이거 먹어도 돼?’ 하듯이 올려다보는 비상식량.
“먹어라.”
꽥!
비상식량의 밥을 먼저 챙겨준 환인은 오른쪽에 둔 창을 잡고 일어서며 계곡 하류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겁먹은 고양이처럼 슬금슬금 강을 향해 다가가던 갈색 재규어 한 마리가 환인의 시선을 받고 꽁꽁 굳는다.
재규어를 향해 걸음을 옮기자 펄쩍 뛸 듯이 놀라며 부리나케 도망친다.
순식간에 산으로 사라진 재규어의 흔적을 눈으로 좇던 환인은 창을 내려놓고 앉아 양념 소스를 고기에 발라가며 구워나갔다.
‘주변 정리는 끝났으니 이제 훈제만 시작하면 되는데…….’
고기는 쌍둥이 산 근처의 들판에 서식하는 들소 한 마리만 잡아도 2주는 먹을 고기를 확보할 수 있다.
스모크칩, 훈연칩은 서쪽 쌍둥이 산에 야크 무리가 나무 뿌리를 마구 파먹어서 고사한 것 같은 나무가 많은데 그걸 쓰면 된다.
재료는 충분하다. 문제는 훈연 방법이다.
“음.”
염장을 하고 10시간씩 두어 번 훈제를 거치면 2~4주는 두고 먹을 수 있는 보존식량이 된다고 책에서 보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소금을 여기서는 구하지 못한다.
아프리카 내륙지방에서는 소금 없이 자연건조와 훈제를 동시에 진행한다고 적혀있긴 했지만, 언급은 그뿐이었다. 그 후에는 냉훈법으로 훈제하는 방식이 소개되었다.
‘소금 없이 훈제하는 방법을 설명하거나 할 이유가 없는 거지.’
고민만 해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양념 소스 때문에 불그스름한 색으로 잘 익은 고기 꼬치를 들어 한 입 뜯어먹으니 살짝 맵고 알싸한 맛이 고기 특유의 감칠맛과 잘 어우러진다.
고기 약 1kg을 빠르게 먹어 치운 환인은 남은 고기를 기름기가 쏙 빠질 정도로 바짝 익힌 뒤 잘 챙겨놓고 모닥불을 헤집어 숯을 따로 확보했다.
고기는 낮에 사냥한 이름 모를 짐승에게서 충분히 확보했다. 배도 채웠으니 이제 훈연에 도전할 차례.
‘방식은 구덩이를 이용하고…….’
삼각대를 세운 다음 텐트 치듯 천으로 감싼 뒤 불을 피우는 방식이 있지만, 자신에게는 밀폐성이 있는 천이 없다.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촘촘히 엮어 텐트처럼 만들어 써도 되겠지만 환인은 일단 구덩이를 파서 훈제하는 방식을 시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비늘 두더지의 혼을 영혼 폭발에 쓰지 않고 강령에 사용한 덕분에 땅 파는 기술이 조금 생긴 환인이다.
우선 강가에서 떨어진 뒤 이제는 흑단창이 되어버린 흑곤봉으로 땅을 긁어내듯 파낸다.
깊이는 1m. 1단과 2단으로 나눠서 1단인 안쪽은 50cm 높이까지 원통형으로 파고 2단인 나머지 50cm는 천천히 넓어지도록 파기 시작했다.
팍, 팍! 카드득.
“후우.”
흑곤봉이 철에 버금가는 내구도를 가지고 있다 해도 끄트머리가 뭉툭한 송곳이라 땅을 파는 일은 중노동이었지만, 약간의 기술과 강화된 신체의 힘으로 우악스럽게 해결했다.
그 후 멀티툴 나이프로 허벅지살을 잘게 자른다.
‘훈제하기에 가장 적당한 두께는 6cm 정도라고 했지.’
일단 첫 시도니 실패하더라도 아깝지 않게 10조각 정도만.
나뭇가지를 꼬치 막대로 다듬고 잘라놓은 고기를 꿴다. 그 후 이파리가 가득 붙은 나뭇가지를 왕창 잘라 와서 덩굴 껍질로 만든 끈을 이용해 커다란 부채처럼 묶었다.
이것이 구덩이에서 연기가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모닥불을 피우며 만들었던 숯을 구덩이 아래에 깔아놓은 환인은 살살 바람을 불어 불씨를 미약하게 살린 뒤 나뭇잎과 나무껍질을 대충 물에 담그고 털어낸 다음 그 위에 올려놓았다.
잠시 후, 예상대로 젖은 나뭇잎과 껍질에서 하얀 연기가 풀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환인은 고기를 꿰어놓은 길이 60cm의 꼬치를 불에서 50cm 높이 즈음에 고정해놓은 뒤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판으로 연기가 풀풀 피어오르는 구덩이를 덮었다.
“흠.”
판을 만들 때 조금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틈새로 연기가 조금씩 흘러나온다.
다시 산으로 올라가 이파리와 나뭇가지를 더 채취해와서 좀 더 덮으니 그제야 연기가 흘러나오지 않게 되었다.
아니, 눈에 겨우 보일 정도로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
꽥?
4시간에 걸쳐 훈제 준비를 하느라 지친 환인이 구덩이 근처에서 주저앉으니 비상식량이 다가와 고개를 갸우뚱한다.
“…….”
비상식량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환인은 구덩이를 덮은 나무이파리 덮개를 바라보며 휴식 시간을 가졌다.
닷새간 쌍둥이 산을 탐색하고 주변을 수색하며 영혼 구슬 소지 갯수 한도가 8개에서 9개로 1개 늘어난 환인이다.
훈제 준비와 첫 시도를 하느라 7시간을 소비했고 그사이 5개의 영혼 구슬을 유지 시간 한계를 이유로 강령에 소비해버렸다.
남은 것은 2시간에서 20분까지 다양한 유지 시간을 가진 영혼 구슬 4개.
구덩이에 생목의 나무껍질과 나무 이파리를 한 번 보충하면 3시간 정도 연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확인한 환인은 두 번째로 연기의 재료를 보충해놓은 뒤 사냥을 나섰다.
그리고 2시간 동안 최하급 영혼 6개를 확보한 환인은 불안이 조금씩 현실이 되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호전성이 강한 짐승이라 해도 감당할 수 없는 적이라고 판단되면 싸움을 걸어오지 않는다.
닷새간 쌍둥이 산에서 활동한 환인은 어느새 근방에서 먹이사슬의 상위권에 랭크되었고, 적의 강함을 본능으로 인식한 짐승들은 환인을 목격하면 덤비는 것이 아니라 피하거나 숨는 것을 선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눈치채기도 쉬웠다.
수많은 냄새가 뒤섞인 그 끔찍한 냄새와 보기만 해도 털이 곤두서는 기이한 느낌은 수십 미터 밖에서도 알 수 있었으니까.
결과적으로 영혼 구슬의 수급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번에는 비상식량의 색적과 푸른 표범의 영혼 구슬에서 얻은 은밀 행동의 기술로 6개의 영혼 구슬은 확보했지만…….
“이대로 계곡에서 계속 머무는 것은 무리겠군.”
생물의 숫자는 정해져 있으니 계곡에서 무한정 머무를 수 없다. 어떻게든 훈연을 성공시켜서 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
환인은 속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계곡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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