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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기담-20화 (20/813)

〈 20화 〉 020 수해­강줄기

* * *

푸른 불꽃 호랑이와 마주쳤던 충격을 금세 회복한 환인은 강줄기 근처 절벽에 도착한 뒤 도마뱀 인간과 개구리 인간을 살피며 계속해서 하류로 내려갔다.

주변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개구리 인간과 도마뱀 인간들은 여전히 물속에 잠겨있거나 강가에 모여 개굴개굴 울거나 할 뿐이다.

‘이 근방에 저 괴물의 천적은 없는 건가.’

천적이 있다면 밤에 은신처로 돌아가거나 강의 깊은 곳으로 숨거나 할 텐데 단 한 마리도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만약 숨거나 은신처로 돌아갔다고 해도 강을 건너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강줄기를 따라 2시간이나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강폭이 좁아질 기미가 없었으니까.

유속도 빠른 편인 폭 60m의 강을 헤엄쳐서 건너는 것은 수영을 잘 못 하는 환인 입장에서 단단히 각오까지 해야 할 사항이다.

거기에 괴물의 공격까지 고려하면 건너려는 시도 자체가 무모하다.

“…….”

해가 지고 푸른빛이 감도는 달이 떠오르자 개구리 인간들이 청개구리처럼 괙괙 울어댄다.

덩치도 큰데다 숫자도 적지 않으니 개구리 소리가 강변을 가득 채워 다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지경이다.

그 때문인지 푸른 불꽃 호랑이의 꼬리에 맞고 기절했던 비상식량이 정신을 차렸다.

꾸엑?

짐승 가죽 봇짐 위에 짐짝처럼 얹혀있던 비상식량은 자신이 왜 이렇게 있는지, 그리고 이곳은 어디인지 바로 인지를 못 하고 눈을 몇 차례 깜빡이더니 개처럼 푸르르 고개를 턴다.

꽥!

그리고 환인의 어깨 위에서 찌뿌둥한 몸을 푸는 것처럼 꽁지깃을 세우고 부리로 사악사악 다듬는 것이 꼭 자고 일어난 새가 몸단장하는 모양새다.

부리로 날개깃털을 정돈하는 비상식량을 환인은 잠시 복잡한 눈으로 쳐다봤다.

날이 갈수록 비상식량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머리가 좋으니 푸른 불꽃 호랑이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는 익히 알았을 거다.

하지만 비상식량은 푸른 불꽃 호랑이를 피해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위압감에 굳어있는 자신을 대신해 푸른 불꽃 호랑이를 막아서기까지 했다.

아무리 잘 쳐줘도 자살행위. 지성이 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고 지성이 없다면 가능했을 행동이긴 하지만, 본능으로 살아간다고 하기엔 그동안 봐왔던 비상식량의 행동이 설명 안 된다.

‘뭐… 상관없나.’

아예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애완조 하나 정도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지.

비상식량이 떠나간다면 고이 보내주고 계속 곁에 있어 주면 더 잘 대해줄 뿐이다.

주머니에서 낮에 채집해둔 곤충을 꺼내 비상식량의 부리에 물려주자 냉큼 삼키고는 더 달라는 듯이 머리로 환인의 뺨을 꾹꾹 누르며 애교를 부린다.

저녁으로 풀뿌리와 씀바귀처럼 쓴맛이 나는 식물을 씹고 비상식량의 먹이도 챙겨주며 걸음을 옮기던 환인은 강의 폭이 점차 좁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조금 더 내려가자 폭이 좁아져 수용량이 줄어서인지 도마뱀 인간과 개구리 인간의 분포 또한 적어진다.

환인의 시선이 주변을 좀 더 자세히 훑는다.

여기까지는 곧게 직선으로 흐르던 강이었지만 강은 저 앞에서 크게 휘어져 밀림 쪽으로 들어간다.

강을 따라 계속 이동한다면 오히려 밀림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코스다.

영혼 시야로 주위를 자세히 살펴본다.

자신을 중심으로 200~300m 거리에 있는 것은 강변의 개구리 인간 5마리와 수심 깊은 강 속의 도마뱀 인간 2마리가 전부.

그마저도 2마리는 강 건너편에 있다.

더 나아가면 이곳보다 상황이 좋은 곳이 나올 수 있지만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약 1시간 뒤에 영혼 구슬의 유지 시간이 끝난다.

“…….”

환인은 여러 생각을 하며 배가 부른지 꾸우­ 만족스러워하는 소리를 내는 비상식량 쓰다듬어주면서 무릎을 꿇고 6m의 벼랑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처덕처덕처덕처덕.

물에 젖은 오리발로 걸으면 나지 않을까 싶은 소리와 함께 개구리 인간 한 마리가 우스꽝스러운 걸음걸이로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중이다.

밤눈이 밝은 편은 아닌지 개구리 인간은 머리 위 8m 절벽에 있는 환인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윽고 절벽에 도착한 개구리 인간은 꾸르륵거리는 소리를 내며 물갈퀴가 붙어있는 앞발로 흙이 드러난 절벽을 더듬기 시작했다.

촥­ 촤악­

그리고 길쭉한 혀를 내밀어 흙을 핥는다.

‘암염이라도 먹고 있는 건가.’

묵묵히 개구리 인간의 행동을 주시하며 영혼 시야로 다른 괴물들의 거리를 가늠해본다.

‘가장 가까운 개구리 인간이 40m 거리.’

그마저도 개구리처럼 쪼그려 앉아 반대쪽을 보고 있다.

다른 1마리는 100m 너머 강가에 몸을 반쯤 담그고 있었고 남은 2마리의 개구리 인간은 강 건너편에서 멍하니 서 있기만 한다.

지금 상황을 종합해보니 개구리 인간은 밤눈이 어둡고 후각도 안 좋은 편인데다 열 감지 기능도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탁, 타닥.

발치의 작은 돌멩이를 툭 차서 개구리 인간의 옆에 떨어트렸지만, 개구리 인간은 그것마저도 눈치채지 못했다.

‘눈, 귀, 코 전부 나쁜데도 용케 멸종되지 않은 생물이군.’

어쩌면 도마뱀 인간과 함께 사는 이유는 도마뱀 인간을 동족이라고 여겨서가 아닐까.

환인은 비상식량을 땅에 조용히 내려놓은 뒤 창을 짐승 가죽 봇짐과 함께 비스듬히 등에 메고 짐승 머리 괴물의 영혼 구슬로 강령을 펼쳤다.

가슴으로 약한 빛을 내는 희미한 구슬이 들어오자 미약하지만,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몸에 열이 피어오른다.

“…….”

지팡이를 끄트머리부터 떨어지도록 잡은 뒤 개구리 인간의 뒤쪽으로 살짝 던졌다.

탁! 데구르르르.

이번 소리는 충분히 들렸는지 개구리 인간이 흙벽을 핥다 말고 되돌아본다. 그 순간 돌도끼 자루를 두 손으로 힘껏 쥔 환인이 소리 없이 뛰어내렸다.

콰직! 촤라라락­

추락하는 힘에 내려치는 힘까지 더한 도끼질에 도끼날이 2/3가량 개구리 인간의 정수리에 박혔고 직후 개구리 인간과 함께 자갈밭으로 넘어졌다.

추락으로 인한 피해는 밑에 깔린 개구리 인간이 모두 받은 듯, 끔찍한 물컹거림과 찐득거림, 싫은 비린내를 제외하면 몸 상태는 멀쩡하다.

괘에에…….

얼른 일어난 환인은 비명을 지르려는 듯한 준비 소리를 듣고 개구리 인간의 정수리에 박힌 돌도끼 자루를 움켜쥐었다.

“흡!”

그리고 두 팔에 힘을 있는 힘껏 주며 강하게 당기자 쩌억­ 뼈와 살이 통째로 뜯겨나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개구리 인간의 정수리가 머리뼈째 뜯겨나오며 뇌피질 일부마저 뭉개진다.

파들파들.

일부 날아간 뇌피질이 문제가 되었을까. 개구리 인간이 좌우 눈알을 마구 움직이며 사지를 벌벌 떤다.

환인은 곧장 창을 꺼내 개구리 인간의 심장이 있을 거라 짐작되는 등을 마구 찔렀고 개구리 인간은 끽, 소리와 함께 몸을 축 늘어트렸다.

괘액?

그리고 40여 미터 정도 떨어져 있던 개구리 인간이 몸을 일으키며 이쪽으로 몸을 돌렸다.

지팡이를 재빨리 등의 봇짐에 쑤셔 넣은 환인은 창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개구리를 향해 달렸다.

자라락! 좌자자작……!

구두 밑창이 자갈을 밀어내느라 속도가 잘 나오지 않음을 깨달은 환인은 이쪽을 보는 개구리 인간의 행동에 보다 정신을 집중한다.

괘괙! 괘괙! 괘괘괙!!

개구리 인간도 환인을 인식, 물갈퀴가 달린 손으로 물을 퍼 올리는 동작을 계속하면서 크게 울기 시작했다.

저 행동은 뭘 뜻하는 걸까.

치지지지직……!

그렇게 생각했을 무렵 달군 쇠 위로 물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개구리 인간의 몸 주위에 발광하는 녹색 빛 구슬 여러 개가 떠올랐다.

‘마법?!’

색계통이 보이지 않는 불길한 초록빛.

그 빛을 목격한 순간 팔뚝과 목 왼쪽에 소름이 일어나는 것을 느낀 환인은 망설임 없이 허리춤에 맨 돌도끼를 개구리 인간에게 투척했다.

쉬리리릵­ 퍽.

괘에…… 꺡!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간 돌도끼는 개구리 인간의 오른쪽 어깨에 박혔지만, 이미 개구리 인간의 손에 모인 초록빛은 화살로 변해 발사된 뒤였다.

“흐읍!”

환인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크게 비틀었고, 녹색 화살은 1초 전만 해도 환인의 어깨가 있던 곳을 지나쳐 뒤쪽의 절벽에 부딪혔다.

괘액! 괘애애액!!

오른쪽 어깨에 박힌 돌도끼를 뽑아 든 개구리 인간이 녹색 화살을 피하느라 반쯤 넘어진 환인을 향해 크게 점프해 달려든다.

하필이면 거리가 적당해도 너무 적당하다.

공격을 허용하면 치명상을 입을 간격.

환인은 자세를 바로잡는 대신 땅을 박차 몸을 그대로 날리는 한편 지팡이를 왼손으로 잡고서 개구리 인간을 가리키며 영혼 폭발을 날렸다.

“가라!”

그러나 무너진 자세에서 쏜 탓에 영혼 구슬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다.

‘제길. ……?!’

구슬 하나를 낭비했다는 환인의 생각과 다르게 구슬은 반원을 그리며 방향을 전환, 개구리 인간을 뒤에서 덮쳤고.

콰광!

크게 폭발했다.

형태 없는 폭발에 휩쓸린 개구리 인간이 피부가 온통 터진 채 돌도끼를 놓치고 자갈밭에 떨어져 뒹굴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천금 같은 기회다.

환인은 구르다시피 하며 달려들어 눈알이 터지고 피부가 갈라져 체액을 줄줄 흘리는 개구리 인간을 마구 찔렀다.

“흐아아압!!”

치지지직직직……!

또 등 뒤에서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

환인은 앞뒤 재지 않고 간헐적으로 떠는 개구리 인간의 상처에 손을 쑤셔 박고 그대로 들어올려 방패처럼 몸을 가렸다.

푸확­!

그와 동시에 날아온 녹색의 빛 화살이 개구리 인간을 맞췄고, 둔탁한 충격과 함께 매캐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독을 태운다면 이러지 않을까 싶을 만큼 역한 냄새.

‘독화살!’

환인은 경련을 일으키는 개구리 인간을 방패처럼 든 채 당황했는지 주춤거리는 개구리 인간을 향해 달렸다.

거리가 멀다. 100m는 떨어져 있다.

치지지지직직……!

또다시 들려오는 괴상한 소리에 환인은 잇소리를 냈다.

‘빌어먹을. 팔이 하나만 더 있었으면!’

부디 몸에 맞지 않길 기도한 덕분일까.

100여 미터를 좁히는 사이 마법 독화살이 2번이나 날아왔지만, 한 발은 개구리 인간 방패의 머리에 맞았고 다른 한 발은 개구리 인간 방패의 복부에 맞았다.

괘액?!

그리고 그대로 생물 방패를 던져 개구리 인간을 맞춘 환인은 숨이 끊어진 동족과 함께 자갈밭을 나뒹구는 개구리 인간을 향해 달렸고.

푸욱.

그대로 눈알에 창을 찔러넣었다.

게르르륵!

창끝으로 두개골이 박살 나는 느낌과 뇌를 휘젓는 느낌이 동시에 전달된다.

“후욱.”

개구리 인간을 즉사시킨 환인은 시선을 강 쪽으로 돌렸다.

2마리의 개구리 인간이 개구리처럼 헤엄쳐 강을 건너오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달려가서 사슴뿔 지팡이를 회수한 환인은 두 마리가 강가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영혼 폭발을 각각 한 발씩, 조금 빗나가는 수준으로 날렸다.

방금 느낌대로라면 영혼 구슬에는 적당한 유도기능이 있을 것이다.

슈우우우­

그리고 환인의 추측대로 영혼 구슬은 적당한 유도기능을 보이며 물가에서 나와 걸어오는 개구리 인간들의 등 뒤로 돌아갔고 폭발했다.

콰광!

괘애액!

구에에엑!!

날카로운 돌밭 위를 뒹군 것처럼 온몸에 터진 상처가 난 개구리 인간 두 마리가 자갈밭을 뒹굴며 괴상한 춤을 추기 시작한다.

환인은 그대로 두 마리의 주둥이에 창을 꽂아 넣어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후우우.”

천운이 따라주어서 상처 없이 이긴 환인은 길게 숨을 토해낸 뒤 자기 시체 위에 떠 오른 다섯의 개구리 인간 영혼을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개구리 인간의 영혼도 생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개구리 인간의 영혼을 강령하면 마법 독화살을 쓸 수 있게 되는 걸까.

기존에 5개 있던 영혼 구슬은 3개를 써서 2개가 남은 상황. 개구리 인간의 영혼은 다섯이니……. 잠시 생각하던 환인은 짐승 머리 괴물의 영혼 구슬 하나를 해방하고 개구리 인간의 영혼을 구슬로 만들어 회수했다.

짧은 전투에서 혹사한 두 팔과 다리가 부들거리지만, 아직 강 속에 도마뱀 인간 두 마리가 남았다. 쉴 때가 아니다.

하지만 저 물속 깊은 곳에 숨은 놈들을 어떤 식으로…….

“……!”

해방한 짐승 머리 괴물의 영혼이 승천하기 직전에 다시 불러들인 환인은 구슬로 만들어 강 속의 도마뱀 인간을 향해 쏘았다.

‘역시!’

예상대로 영혼 구슬이 매질을 통과하는 것처럼 물속을 날아간다.

그리고 물속에서 바위를 끌어안고 있던 도마뱀 인간의 머리에서 폭발. 난폭한 파도를 일으켰다.

처얼썩­

수면이 난동을 부리는 가운데 폭심지는 뿌옇게 일어난 물거품으로 인해 도마뱀 인간의 상황이 보이지 않았다.

잠깐 기다리자 수면은 한층 잠잠해졌고 물속을 뿌옇게 만들던 물거품도 다 사라졌는데, 도마뱀 인간 두 마리가 안 보인다.

살짝 당황한 환인이 하류로 시선을 돌렸을 때 물살을 따라 떠내려가는 도마뱀 인간 두 마리의 영혼색을 발견했다. 수중폭발의 충격에 기절한 모습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멀리 떨어져 있던 개구리 인간들이 소음을 들었는지 이쪽을 응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거리가 수백 미터나 떨어져 있다. 시력과 청력이 매우 나쁜 개구리 인간들은 이쪽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올지 말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듯하다.

물속의 도마뱀 인간들은 한술 더 떠서 하류 쪽에 있는 것들은 하류로, 상류 쪽에 있는 것들은 상류로 향하며 거리를 벌리는 중이다.

수중폭발이란 미지의 현상에 두려움이라도 품은 것일까.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환인은 강령이 끝나고 영혼이 떠나가는 것을 느꼈다.

미간을 찌푸리던 환인은 결론을 내리고 개구리 인간의 영혼 구슬을 사용해 강령을 펼쳤다.

그러자 시선이 자연스럽게 물로 향하며 수영의 지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신체 능력은 완력과 각력만 더 강해진 느낌이다.

“…….”

독화살을 쏠 수 있게 되면 비교적 안전하게 근처의 괴물을 모두 죽인 다음 통나무에 매달려 강을 건널 생각이었는데…….

강을 안전하게 건널 수단이 생겼으니 좋아 해야 할 텐데 왠지 손해 본 이 기분은 뭘까.

‘독화살은 기술이 아니라 초능력이란 건가.’

환인은 곧바로 코트를 벗어 짐승 가죽 봇짐을 감싸 뭉텅이로 만든 뒤.

“흐읍!”

강가에서 있는 힘껏 건너편으로 던졌다.

평소였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테지만, 신체 능력이 오른데다 팔심을 늘려주는 강령의 효과 덕분에 간단히 강을 넘길 수 있었다.

그 다음 창도 던져놓고 덩굴 줄기로 사슴뿔 지팡이를 등에 꽉 맨 다음 흑곤봉과 돌도끼만 착용, 곧바로 물에 뛰어들었다.

적당히 시원한 수온의 강물에 파묻히자 마치 고향으로 돌아온 듯한 친숙한 감각이 밀려든다.

환인은 지식에 따라 물의 흐름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팔과 다리를 놀렸다. 그때마다 몸이 놀라울 정도로 물살을 헤치며 나아간다.

개구리 인간의 지식은 수영 방법이 아니라 물의 흐름에 어떻게 순응하는가였다.

덕분에 기존의 수영 실력과 약간의 지식이 물에 대한 이해도와 각력, 완력과 합쳐져 뛰어난 수영 실력으로 변화했다.

“푸우우.”

40m를 고작 20초 만에 건너온 환인은 마치 샤워한 것처럼 개운해진 감각을 느끼며 재빨리 짐을 챙겨 높이 8m 정도 되는 절벽에 매달렸다.

“팔힘뿐만 아니라 손가락 힘도 늘었군.”

구차하게 나무뿌리에 매달릴 필요도 없었다. 돌로 이루어진 낮은 절벽은 손으로 잡을 곳과 발을 디딜 곳이 수두룩했고 강해진 팔힘과 다리힘은 신체를 충분히 지탱하고도 남을 정도.

삽시간에 절벽 끝까지 올라온 환인은 영혼 시야로 인해 밝은 회색으로 보이는 세상에서 개구리 인간들이 뒤늦게 어기적거리며 걸어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개구리 인간들은 죽은 동족들의 시체를 건드려보다가 이윽고 동족 포식을 시작한다.

“…….”

육지에서 활동하기에는 신체 구조적 결함이 많은 괴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마법을 쓸 줄이야.

밤에 싸움을 벌인 것이 정답이었다. 만약 낮이었다면 개구리 인간들이 몰려와서 쏘아대는 마법적인 독화살에 낭패를 봤겠지.

구두를 벗어 고인 물을 버리고 흠뻑 젖은 옷도 벗어서 물기를 짠다.

2주간이나 옷을 갈아입지도 못했고 세탁도 하지 못했다. 옷에 오염방지 기능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 구정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비에 젖은 개 냄새가 심하게 난다.

“후우.”

긴장하면서 힘을 과도하게 쓴 탓에 어깨와 허리 뻐근하다. 60kg 정도의 개구리 인간을 들고 달린 탓도 있겠지.

적당히 스트레칭을 해서 긴장한 근육을 푼 환인은 건너편 절벽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꽤액.

휘파람에 대답하듯 비상식량이 꽥, 울더니 파다닥 날개짓을 하며 날아와 환인의 어깨에 안착한다.

환인은 양손에 창과 사슴뿔 지팡이를 하나씩 쥐고 긴장감을 유지하며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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