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 016 수해강줄기
* * *
“비상식량.”
꾸엑?
자신을 불렀다는 걸 아는 건지 비상식량이 환인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비상식량에게 비상식량이라고 부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아무리 봐도 평범한 동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환인은 솔직함을 담아 비상식량에게 말했다.
“날 도와줘야겠다.”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비상식량을 들어 올린 환인은 단검으로 비상식량을 묶고 있는 덩굴줄기를 잘라 구속에서 풀어주었다.
이것, 강령의 확실성만 확인하고 나면 비상식량을 풀어주기로 마음먹은 상황.
원래는 밀림을 탈출하거나 탈출에 실패해 죽음을 기다려야 할 상황에서 풀어주려 했지만 오늘 하루 몇 가지 일을 겪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불의의 사고로 자신보다 비상식량이 먼저 죽을 수도 있다.
낮에 호숫가에서 겪었던 해일만 봐도 그렇다. 그 해일에 비상식량이 휩쓸려 떠내려갔다면 몸이 묶인 상태의 비상식량은 날아서 도망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죽었겠지.
도마뱀 인간과 싸울 때도 생각했다.
마주치는 괴물이 점점 강해진다면, 혹은 뜻밖의 상황에 마주치면 비상식량도 죽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이다.
밀림에는 이상할 정도로 뱀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단 한 마리도 없을 수는 없고, 환인이 보지 못한 작은 육식 동물이 있을 가능성도 크다.
자신이 괴물과 싸우고 있을 때 그런 동물이 묶여있는 비상식량을 채가면?
독충이나 뱀이 비상식량을 물어버리면?
그래서 한 번, 마지막으로 도움을 받은 뒤 비상식량을 풀어줄 결심을 하게 되었다.
확신대로라면 비상식량에게는 아무런 해도 없을 테니 이후 생존에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을 테고.
눈을 끔뻑이는 비상식량을 두 손으로 잡은 환인은 사슴뿔 지팡이를 어깨에 걸친 채 도마뱀 인간의 유령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비상식량’에게 오라고.
그러자 도마뱀 인간의 유령이 스르륵 유령처럼 움직여 비상식량에게 접근하더니 옅은 회색빛의 구슬로 변해 비상식량의 가슴에 스며들었다.
꾸엣?
“……!”
자기 몸 상태가 뭔가 변한 것을 느꼈는지 뀃 하고 우는 비상식량의 눈이 회색으로 옅게 빛나기 시작한다.
환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92% 정도 확신하고 있었지만, 이번 실험으로 확신은 100%가 되었고 긴가민가하던 다른 의문 또한 확신하게 된 것이다.
그 확신이란 사슴뿔 지팡이를 들고 있던 녹색 괴물, 그놈과 같은 능력을 자신이 얻었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서늘함과 따스함이 한기와 훈기로 변해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그 말은 기운이 몸 안에 점차 축적된다는 뜻이니 곧 능력이 향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또 훈기와 한기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이번 실험으로 알게 되었다.
‘훈기는 유령, 영혼을 움직이거나 조작할 때 영혼의 서늘함에서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거겠지.’
동물 유령을 만났을 때도 서늘함을 느꼈다. 그리고 비상식량에게 도마뱀 인간의 유령을 강령시킨 순간 체온이 살짝 떨어진 것도 느꼈다.
따스함이 몸 안으로 흘러들어와 변한 훈기가 영혼을 다룰 때 영혼이 가진 서늘함에서 몸을 지켜준다고 보는 게 확실할 거다.
‘무턱대고 남용하면 저체온증이든 뭐든 죽을 수도 있겠군.’
서늘함이 변환된 한기는 다스릴 수 있는 영혼의 질, 혹은 초능력의 강약을 가늠하는 지표일 가능성이 크다.
사슴뿔 지팡이는 영혼을 다루는 능력을 서포트해주는 기능이 있다고 봐야겠지. 무기로서 의미가 없다시피 한 지팡이를 그 녹색 괴물이 애지중지하며 들고 다닌 것을 보면 확실하다.
문득 환인의 기억 속에서 녹색 괴물이 허둥거리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 괴물은 폭발을 시도할 때마다 지팡이를 휘둘렀었다.
지팡이의 특수성을 생각해본다면 영혼을 촉매 삼아 시도한 공격이었겠지. 하지만 세 번째 폭발을 일으키려던 괴물은 지팡이를 든 채 허둥거렸었다.
그게 장전해둔 영혼이 바닥나서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면 모든 게 설명된다.
그렇다면…….
‘지팡이에 영혼을 여러 개 저장할 수 있다는 뜻.’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몇 가지 의문이 연속으로 해결되어가는 느낌은 가슴 속을 간지럽히는 느낌과 비슷했다.
환인은 입가의 미소를 손으로 숨기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능력만 잘 다룰 수 있게 되면 밀림을 탈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생존 가능성도 더욱 커지겠지.
파상풍과 질병 감염 등을 우려해 달군 나이프로 허벅지를 지질 때만 해도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았는데 지금은 생존 가능성이 봄날의 따스한 햇볕처럼 내리쬐지는 기분이다.
그러던 중에 비상식량의 눈에서 흘러나오던 회색빛이 사라졌다. 강령한 지 6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지속 시간이 길지는 않군. 강령의 효과는 직접 겪어가며 확인 해야겠…… 음?”
비상식량의 가슴에서 흐릿한 기운이 빠져나오더니 한여름의 아지랑이처럼 천천히 하늘로 올라간다.
저건 도마뱀 인간의 영혼인가?
비상식량을 옆구리에 낀 뒤 지팡이를 쥐고 ‘와라.’ 명령을 내렸지만 듣지 않고 쭉쭉 올라가던 영혼은 이윽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 번 사용한 영혼은 재활용하지 못하는 건가.’
환인은 지팡이에 얼마나 영혼을 저장할 수 있을지 궁금함을 느끼며 비상식량을 살펴보았다.
딱히 색계도 바뀌지 않았고 깃털이 빠진다거나 체온이 변한다거나 하는 등의 이상 현상도 없다.
현재로서는 강령의 부작용도 없는 것으로 보여 흡족함을 더해주었다.
환인은 사전에 결정한 대로 비상식량을 땅에 내려놔 주었다.
꽥?
갑작스럽게 주어진 자유가 어색했던 걸까.
고개를 갸우뚱하던 비상식량은 녹색의 반듯하고 매끈한 깃털로 가득 찬 날개를 두어 차례 퍼덕이더니…….
꾸엑. 꽥.
짐승 모피를 깔아놓은 자리의 가장 푹신한 곳이 자기 둥지인 양 주저앉고서는 만족스러운 듯이 꽥꽥 운다.
“…….”
자유를 찾아 떠나라고 놓아줬더니 저게 지금 뭐 하는 걸까.
꾸우~.
태평하게 우는 모습이 조금 기가 막혔지만 뭐, 때가 되면 알아서 떠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정리한 환인은 비상식량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며 주변이 어둠에 물들고 있었다.
잠시 후 완전한 어둠이 내리면 야행성 동물이 활동을 시작하겠지.
수풀로 가려져 있다지만 여긴 사방이 탁 트인 장소. 안전하지 못한 곳에서 편히 쉴 생각은 없다. 그래서 오늘 밤은 훈기와 한기, 서늘함과 따스함을 모아볼 생각이었다.
환인은 허벅지 위에 지팡이를 올리고 차분히 눈을 감았다.
정신이 집중되며 주변의 풀벌레 소리가 조금 더 크게 다가온다.
‘녹색 괴물이 썼던…… 영혼 폭발, 그것도 재현해보고 싶지만 참아야겠지. 구체화한 사슴뿔에 맺힌 영혼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게 먼저니까.’
내일은 강을 따라 이동하며 괴물을 죽이고 영혼을 수집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환인은 귀를 열어둔 채 피부에 닿는 따스함과 서늘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밀림 속에서는 하늘이 가려져 밤이 되면 정말 칠흑같이 어두워진다.
그러나 환각 시야를 열면 밤눈이 더 밝아진다는 것을 지난 며칠간 활동하며 알게 된 환인이다.
환각 시야의 도움을 받아 가며 주위를 경계하던 환인은 별 탈 없는 밤이 지나고 어둠이 물러가는 것을 보며 아쉬움을 감추었다.
밤새도록 사슴뿔 지팡이를 쥐고 명상과 집중을 반복했지만, 그가 원했던 성과는 하나도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아.’
대신 다른 쪽으로 얻은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우선 환각 시야라고 임의로 부르고 있는 능력을 영혼 시야로 고쳤다.
색계통은 무생물도 볼 수 있으니 영혼 시야라고 하는 게 이상할지 모르지만, 이 능력의 중요성은 색계통을 보는 것보다 영혼을 보는 쪽이니까.
중요도가 높은 쪽을 따르는 게 당연하다.
아무튼 지난 밤중에 알아낸 것은 두 가지.
일단 영혼 시야는 9시간 동안 유지하고 있어도 눈이 조금 시리고 아린 점을 제외하면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
그리고 훈기와 한기는 마치 혈관을 흐르는 피처럼 몸의 특정 부분을 계속 순환하고 있다는 것.
서늘함과 따스함을 많이 흡수하면 할수록 더 강해지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환인은 양반다리로 앉아 1시간 정도 선잠을 통해 부족한 수면욕을 채웠다.
‘오늘은 쉴 수 있는 곳에서 야영해야겠어.’
약간의 수면욕을 해결하고 스트레칭으로 몸을 깨운 환인은 바지를 내려 오른쪽 허벅지의 상처를 살폈다.
러닝셔츠로 만든 붕대를 풀자 으깬 금방울 꽃이 딱딱하게 굳은 게 드러난다.
“흠.”
금방울 꽃이 주는 청량감은 진작에 사라졌다.
상처 부위는 약간 땡기긴 하지만 통증이 거의 없어 혹시 금방울 꽃의 효능에 마취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상처 부위와 유착된 건 아닐까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으깨져 굳은 금방울 꽃을 건드리자 효과가 다된 파스가 떨어지는 것처럼 매끄럽게 떼어진다.
그리고 드러난 환부의 모습에 환인이 눈을 크게 떴다.
불에 달군 나이프로 지져 한참 짓무르고 부어오르던 상처가 하룻밤 사이, 마치 한 달은 지난 것처럼 아물어 있었다.
“녹색 괴물들이 괜히 금방울 꽃을 찾은 게 아니었군.”
지구에서의 지식을 생각하면 절대 이해 못할 현상이지만, 환인은 순순히 받아들이며 챙겨온 금방울 꽃을 다시 짓이겨 상처 부위에 펴서 바르고 그 위를 금방울 꽃의 이파리로 덮었다.
청량감이 상처를 보듬고 감싸는 것이 꽤 좋은 느낌이다.
상처 부위를 다시 붕대로 감은 환인은 야영한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꽥, 꽥.
짐승 가죽 위에 여전히 알을 품는 것처럼 앉아있는 비상식량을 손바닥으로 툭툭 쳐서 딴 곳으로 보낸 뒤 짐승 가죽을 돌돌 말고 무기와 소지품을 점검한다.
‘영혼 구슬의 유지 시간이 6시간인 것은 아쉬워.’
명상을 시작하고 6시간, 자정이 되었을 때 사슴뿔 지팡이의 뿔에 맺혀있던 짐승 머리 괴물의 영혼은 강령에 사용한 영혼처럼 아지랑이가 되어 승천했다.
영혼 구슬의 유지 시간 내에 기술을 쓰지 않으면 혼은 그대로 해방된다는 뜻이다.
밤을 보내고 다음 날에는 위험 부담을 안고 새로 영혼을 구해야 한다는 사실에 환인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6시간은 너무 짧은데. 능력이 강해지면 영혼 구슬의 유지 시간도 길어질까.’
그게 아니라면 능력의 단련 외에도 육체의 단련이 필요하다.
다음날 처음 만나는 괴물은 온전히 육체적인 능력으로만 상대해야 할 테니까.
‘할 일이 많군. 괴물을 죽여 영혼을 모아봐야 하고 녹색 괴물이 쓰던 기술도 재현해봐야 하고.’
환인은 오늘 하루를 능력의 확인과 검증에 투자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아침 식사를 위해 식량 꾸러미 하나를 꺼내 펼쳤다.
아침은 쓴맛 나는 풀뿌리 몇 개와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새싹 채소 같은 식물 약간. 실을 씹는 듯한 색감의 나무 속껍질 약간에 반쯤 마른 산호 버섯 2개와 코로나 베리 2알.
그리고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각종 곤충 7마리.
비상식량은 환인이 식량 꾸러미를 풀 때부터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꽥.
조금 기가 막히는 기분에 헛웃음을 흘린 환인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곤충 일곱 마리 전부와 산호 버섯 부스러기, 설익은 코로나 베리를 조금 내어주었다.
그리고 어제 찐 비취게 2마리를 포장해놓은 이파리를 풀었는데.
“상한 건가.”
영혼 시야에 막 쪘을 땐 백색이던 비취게가 지금은 살짝 적색을 띠고 있는 것이 보였다. 냄새를 맡아보니 희미하게 시큼한 향이 맡아진다.
‘보존 기간이 하루도 안 되는군. 밀림의 기온이 높아서 그렇겠지.’
앞으로는 먹을 수 있을 만큼만 잡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찐 비취게를 비상식량에게 내밀자 냄새를 킁킁 맡더니 기쁜 듯이 꽥. 꽤괙! 울면서 날개를 퍼덕인다.
‘먹을 수 있는 건가.’
찐 비취게를 내려놓자 딱, 따닥! 파직, 콰직! 껍질을 부숴가며 열정적으로 파먹기 시작하는 비상식량이다.
못 먹는 건 부리를 가져다 대지도 않을 정도로 똑똑한 놈이니 괜찮겠지.
거의 박살 내다시피 하며 속살과 껍질을 함께 섭취 중인 비상식량을 지켜보고 있자니 심정이 복잡미묘하다.
아무리 봐도 떠나갈 모습이 아닌데 설마 따라올 생각인 건가.
아무런 맛도 나지 않는 새싹 채소 같은 것을 씹으며 계산해보니 비상식량과 함께 지낸 지도 벌써 11일째.
정신을 잃었던 기간이 있어서 정확한 일수는 모르지만 대충 그 정도다.
개나 고양이라면 그 시간 동안 교감이 생겼을 수도 있다고 여기겠는데 비상식량으로 가지고 다니던 새가 이렇게 애완동물처럼 구는 게 환인은 이해되지 않았다.
자기에게 했던 짓을 다 까먹었나.
마비 구슬에 당하고.
몸이 묶인 채 비상식량 취급 당하고.
괴물의 이목을 돌리는 미끼로 이용당하고.
만약 자신이 비상식량의 입장이었다면 절대 가만있지 않았을 거다.
자유로워진 순간 주변의 괴물을 모두 유인해서 보복했겠지.
……어쨌든. 마지막 남은 코로나 베리를 입에 넣고 엉덩이를 툭툭 털며 일어선 환인이 짐을 챙기자 같이 식사를 마친 비상식량이 부리와 이마에 난 검지 굵기의 뿔로 깃털을 다듬다가 환인을 빤히 쳐다본다.
이윽고 푸드득 날아오른 비상식량은 여기가 자기 자리라는 듯 어깨에 짊어진 짐승 가죽 봇짐 위에 척하니 앉아 꽥! 울었다.
“…….”
시선을 지긋이 주자 비상식량도 환인을 보다가 고개를 기울인다.
꽥?
“……됐어. 네 목숨은 네가 알아서 챙겨라.”
꽥!
말을 알아듣는 건지 못 알아듣는 건지…….
야영지를 떠나 다시 강가로 돌아온 환인은 섣불리 아래로 내려가지 못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도마뱀 인간은 근처에 7마리뿐이었는데 밤새 숫자가 3배 가까이 늘어나 20마리가 강가와 물속 곳곳에 흩어져 있었던 거다.
강이 괴물들로 득실득실한 이유는 짐작이 간다.
어제 괴생명체뿔비늘고래가 일으킨 해일로 떠내려갔다가 밤사이 자기 영역으로 돌아온 거겠지.
한 마리를 유인했다간 여섯, 일곱 마리가 몰려들 것 같은 밀집도에 작게 한숨을 쉬고 강줄기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을 해봤지만, 상황은 상류와 비슷했다.
아니, 도마뱀 인간 뿐만 아니라 개구리 인간도 나타나 괴물의 종류가 늘었다.
녹색과 적색으로 알록달록한 청개구리를 1.5m까지 키운 뒤에 앞발과 뒷발을 조금 튼튼하게 만들어서 일으켜 세운 듯한 개구리 인간.
개구리는 양서류고 도마뱀은 파충류일 텐데 왜 두 종족이 안 싸우는 걸까.
혹시 저 도마뱀 인간은 설마 도마뱀이 아니라 도롱뇽 인간이라서 서로 친척뻘이라 동족으로 인식한다던가.
그러고 보니 색계통도 같은 청색이다.
“흠.”
그 후 2시간 동안 10km를 걸었지만 도마뱀 인간, 개구리 인간이 줄어들긴 커녕 더 늘어나 총 60마리를 보았다.
행동을 어떻게 할지 환인은 잠깐 고민에 잠겼지만.
“해야 할 행동은 정해져 있지.”
직장인 야구단에 보결 투수로 있던 환인이다.
주먹만 한 돌멩이를 쥐고 절벽 위에 선 환인은 가장 가깝고 또 외따로 떨어져 있는 개구리 인간을 노려 와인드업, 돌멩이를 힘껏 던졌다.
쉬익 퍽!
게르륵!!
손아귀에서 빠져나간 돌멩이는 환인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그리고 곧게 날아가 개구리 인간의 눈알을 터트렸다.
이제 열받은 개구리 인간이 달려들겠지 하고 생각한 환인의 얼굴이 점차 굳어간다.
게르르르! 게엑!! 게그르르!!
꽈아악! 꽈아아악!!
게고고고!!
게구르륵! 게에엑!!
눈알이 터진 개구리 인간이 울부짖을 때마다 근처의 동족들이 반응해 하나둘 개굴거리며 모이고 있었다.
그리고 눈알이 터진 개구리 인간이 동족을 잔뜩 이끌고 오르막길을 찾아 펄쩍펄쩍 뛰는 모습에 환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