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007 수해??
* * *
비상식량이 쳐다보고 있는 쪽으로 한참 나아가던 환인은 갑자기 짜증이 치미는 것을 느꼈다.
“뭐 하는 짓거리인지.”
저쪽에 뭐가 있다고 새 한 마리의 행동에 의미를 두고 나아가고 있단 말인가. 그냥 구워 먹은 뒤 은신처로 돌아가 좀 자두는 것이 피로 해소에 더 도움이 될 텐데.
먹은 거라곤 아침의 코로나 베리 4개가 전부다. 그리고 지금은 오후 2시를 넘어가는 시간.
배가 고프고 목까지 마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제아무리 냉정하다고 할 만큼 무덤덤한 성격의 환인이라도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쏴아아
그때 나아가던 방향에서 조금 강하다 싶은 정도의 바람이 불어와 환인의 머리를 감싸듯이 스쳐 지나갔다.
“…….”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물 냄새.
썩어가며 풍기는 비리고 역한 냄새가 아니다. 코를 촉촉하게 적시는 수분이 함유된 맑은 물 냄새였다.
멈추어 서 있던 환인은 자신도 모르게 한 발 앞으로 내디뎠다가 탁탁탁 빠른 걸음으로 뛰기 시작했다.
꽥. 꼬액.
달리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비상식량도 꽥꽥거리며 우는 빈도를 늘려나간다. 그리고 10여 분 정도 달렸을까, 울창하게 자란 수풀을 젖히자 순간 쏟아진 광량에 눈을 찌푸렸던 환인은…….
“……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태양을 가렸던 손을 내리며 작은 탄성을 흘렸다.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있는 하늘과 맞닿은 비취색 수평선. 그리고 연신 밀려와 옅은 거품을 뿌리는 파도.
환인은 탁 트인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밀림의 공기는 왠지 무거운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드넓은 하늘 아래에서 한가득 공기를 들이마시니 죽어있던 뇌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느낌이다.
잠시 릴렉스한 환인은 첨벙,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해안은 침식이 일어난 것처럼 낮은 벼랑으로 되어있었는데 약 6m 정도 되는 높이 아래에는 크고 작은 자갈이 가득 깔려 폭 70여 미터 정도의 해안선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해안가의 모습이 이상하다.
일반적인 해안이라면 나무가 드문드문해지다가 평지가 이어지고, 거기서 일정 거리에 백사장이나 자갈밭이 이어지다가 바다와 닿는 장소다. 아니면 아예 절벽이나 벼랑과 맞닿아있거나.
그런데 여기는 밀림이 갑자기 끝나고 벼랑이 나타나더니 그 아래에서 자갈 해변이 이어지다 바다와 닿아있다.
실제로 환인이 서있는 바로 옆에도 높이 수십 미터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바다가 아닌 건가.”
바닷바람에 실린 염분은 나무에 좋다고 할 수 없다. 자랄 수야 있지만 그 종류는 침엽수처럼 한정적인데다 보통은 누렇게 말라죽기 십상.
하지만 나무는 파릇파릇 이라는 의성어가 어울릴 정도로 잘 자라고 있었고 풀과 덤불도 싱싱한 모습이다.
그때 옆구리에서 무언가 움직임이 느껴져 시선을 내렸다. 덩굴에 칭칭 감긴 비상식량이 꿈틀거리며 환인의 옆구리를 건드는 중이다. 마치 물가에 다가가고 싶은 것처럼.
잠시 고민하던 환인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적당한 높이의 벼랑을 발견, 드러난 나무뿌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자갈밭에 내려섰다.
위협적인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주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물가에 도착한 환인은 손을 깨끗하게 씻은 뒤 자갈 바위 틈새에 고인 물을 두 손으로 퍼 올려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았다.
일단 눈에 이물질 같은 것은 전혀 띄지 않고…….
‘특이한 냄새도 안 나는군.’
수질은 이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깨끗하게 보인다.
냄새가 멀쩡하다는 것을 확인한 환인이 물에 혀를 대려 했을 때 찹찹 거리는 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자 끈 길이 탓에 자갈밭에 내려진 비상식량이 오리처럼 고개를 들었다 내리며 연신 물을 마시고 있었다.
“…….”
뭔가 맥이 풀렸지만, 긴장을 추스르며 물에 혀끝을 살짝 적셨다.
미지의 병균이나 질병은 이제 환인의 관심 밖이었다.
물론 먹는 것을 조심한다거나 더러운 물은 멀리한다든가 하는 기본적인 수칙은 지킬 거다.
그외, 그러니까 이 정도로 많고 깨끗한 물을 걱정한다거나 숨쉬는 걸 신경쓴다거나 하는 것은 그만둘거란 이야기였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 세상에서 생존은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니까.
아무튼, 물은 염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담수였다.
“이게 호수라니.”
정확한 길이는 모르겠지만 초승달 형태를 구성하고 있는 해안선은 못 해도 수십 킬로미터는 되어 보인다.
거기에 건너편의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바다 같은 호수.
사람의 시야가 닿는 수평선까지 거리는 5km 정도다. 즉 이 호수의 직경은 최소 5km를 넘는다는 뜻.
“뗏목이나 카누를 만들어 건널 수도 없겠군.”
만들 기술과 지식도 없지만. 그렇게 중얼거린 환인은 호숫물을 좀 더 퍼서 목을 축였다.
시원한 물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며 가슴이 욱신거릴 정도의 청량감을 안겨다 준다.
비누가 없는 것이 아쉽지만, 내친김에 얼굴까지 씻었다.
누가 볼 것도 아니다. 주변을 경계하며 5일 만에 머리까지 감았더니 살 것 같다는 감상이 입에서 먼저 튀어나왔다.
“후우…….”
젖은 머리카락을 대충 털어 물기를 날리고 뒤로 쓸어넘기는데 비상식량의 흥분한 울음소리가 환인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꽥. 꽥꽥! 꾸엑!
잘그락. 잘그락.
부리로 자갈을 콕콕 쪼고 있기에 뭔가 했더니 자갈 틈을 돌아다니는 벌레를 잡아먹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몸이 구속되어있어 머리만 움직여서는 잡기 힘든지 번번이 벌레를 놓친다.
꽥.
환인도 시야 가장자리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것을 포착했다.
그것이 숨어든 지름 50cm 정도 되는 바위를 밀어서 치우자 게를 닮은 갑각류가 슬금슬금 움직인다.
몸통은 선명한 비취색. 다리 끝은 하늘을 닮은 청색.
지구산 게와 다르게 집게발 2개를 포함해 다리가 8개뿐이고 관절도 2개가 부족하지만 크기와 두께는 이쪽이 압도적이다.
등딱지도 바퀴벌레 날개처럼 좌우 2개로 나뉘어 있고 번들거리지만, 갈색이 아니라 비취색이라서 그런지 거부감이 덜하다.
얼핏 보면 독이 있을 것 같은 색인데…….
버둥거리는 게의 등딱지를 파각, 소리 나게 뜯어내는데 생각보다 껍질이 부드럽다.
소프트쉘 크랩처럼 말랑말랑한 정도는 아니지만 별 힘 주지 않아도 뜯을 수 있을 정도.
등딱지를 분리당해 거품을 부글부글 내는 비취게를 비상식량의 앞에 놓아주자 눈이 뒤집힌 것처럼 꽥꽥거리며 파바박 뜯어먹는다.
딱! 따닥! 딱딱…… 팍.
“…….”
급기야 딱따구리처럼 부리질을 해서 껍질까지 깨 먹는 비상식량의 모습에 환인은 말없이 큰 바위를 들추며 비취 게의 수색을 개시했다.
비취게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천적이 존재하지 않는지 환인이 다가가도 느긋하게 움직이다 맥없이 포획당하는 것이다.
혹시 건강하지 않은 것들일까 싶어 다리 한짝을 떼봤더니 발작을 일으킨 것처럼 파닥파닥한다.
크기가 너무 작은 것은 놓아주고 몸통이 손보다 큰 것만 골라서 6마리를 챙기던 환인은 커다란 바위의 틈에 고인 물속에서 조개 같은 것도 발견했다.
조개가 불가사리와 비슷하지만 이미패강二???은 확실하니 조개류겠지.
“흠.”
이걸 생으로 먹을 수는 없으니…….
주먹만 한 별조개 10개와 비취게 6마리를 보며 부시 크래프트의 기억을 떠올리던 환인은 돌도끼 한 자루만 가지고 밀림으로 돌아가 길고 넓적한 관엽식물 이파리 몇 장과 장작으로 쓸 마른 풀 및 나무토막을 채집해왔다.
불을 피우는 것은 멀티툴에 달린 파이어스틸이 있어 쉽다.
잘 마른 나뭇가지를 껍질 벗기듯 얇게 수십 번 잘라 깃털처럼 만든 페더스틱에 파이어스틸로 몇 번 불똥을 튕기면 되니까.
그렇게 자갈밭에 불을 피우고 장작도 보충해서 불길을 키운 뒤 수박만 한 바위 두 개를 모닥불 근처로 옮겨왔다.
“헉… 헉…….”
체력이 완전히 고갈되기 직전인지 이마와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이마의 땀을 훔친 환인은 장작이 활활 타오를 동안 비취게의 가슴을 멀티툴의 송곳으로 뚫어서 죽인 뒤 물가의 자갈을 치우고 아래쪽에 쌓여있는 조금 거친 모래로 비취 게를 박박 문질러 씻었다.
껍질에 이끼나 그런 것은 붙어있지 않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비취게의 생김새는 지구산 게와 그다지 차이점이 없어 손질은 거침없었다.
6마리를 손질하고 돌아온 환인은 모닥불에 숯이 적당히 만들어진 것을 보고 나뭇가지로 모닥불을 휘적휘적 저어 불을 꺼트렸다.
곧은 나뭇가지 두 개를 집게 삼아 붉게 달아오른 커다란 숯을 모닥불 근처로 옮겨놓은 두 개의 작은 바위 가운데에 적당히 배치한다.
손질한 비취게를 세 마리씩 관엽수 잎으로 칭칭 감고 줄기로 묶어 꾸러미로 만들었다.
정석대로라면 야자잎으로 말아서 구워야 하는데 야자잎이 없으니 관엽수잎으로 대체하는 수밖에.
그리고 2개의 바위에 걸쳐놓은 나뭇가지에 꾸러미를 올려두었다. 이렇게 두면 열기에 꾸러미 속의 게가 쪄질 테지.
조개는 그냥 숯 위에 툭툭 던져놓았다.
10분 정도 지나자 조개가 입을 쩍쩍 벌리며 하얀 김을 토해내기 시작했고 5분 가량 더 지났을 땐 관엽수잎 꾸러미에서 향긋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풍겨왔다.
“…….”
불에 가까운 곳이 까맣게 탄 게 꾸러미를 조심스레 잡고 이리저리 기울이니 물 같은 게 주르륵 흘러내린다.
치이익
숯에 떨어진 물이 증발하는 소리를 들으며 꾸러미를 숯불 근처에 내려놓은 환인은 입을 벌린 채 부글부글 끓는 주먹만 한 별조개를 쳐다보았다.
솔직히 이걸 먹어도 될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극도로 허기졌었지만 물을 마신 덕분에 응급처방은 됐으나 바위를 옮기고 장작을 구하고 먹을 것을 채취하면서 나머지 체력을 모두 써버린 상태.
두 다리는 후들거리고 팔은 올릴 기운도 없다.
“후우.”
언제는 선택지가 다양했었나.
죽기 아니면 살기, 양자택일 뿐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꽥. 꽤액. 꾸에엑.
조개와 게가 익어가는 냄새에 쉬지 않고 꽥꽥거리는 비상식량을 힘 빠진 눈으로 쳐다보던 환인은 활짝 열린 구운 조개 하나를 조심스럽게 집어 멀티툴의 나이프로 살점만 도려낸다.
그걸 나이프로 찍어서 비상식량의 부리 근처에 가져가자 걸신들린 것처럼 콕콕콕콕 정신없이 쪼아먹는 비상식량이다.
‘최소한 비상식량에게 독은 아니군.’
비상식량에게 조갯살을 떼주고 남은 엄지 굵기의 관자를 나이프로 도려내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몇 번 씹으니…….
“맛있군.”
진한 어패류의 풍미가 입안가득 퍼지며 배에서 기차의 경적 같은 게 터져 나왔다.
담수인데도 이해되지 않는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과 쫄깃한 식감이라니. 가감 없이 26년을 살아오며 먹어본 조개 중 가장 맛있었다.
환인은 말없이 조개를 차례대로 까서 먹기 시작했다.
물론 전부는 먹지 않고 내장처럼 보이는 것은 떼서 버렸다.
어패류의 진짜 맛은 내장에서 나온다지만, 해감도 하지 않았고 주식이 뭔지도 모르는데 내장을 먹는 것은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일 테니까.
꽤액! 꾸에에엑!!
“……먹을 테냐.”
꽥!!
혼자 먹어서 화를 내는 건지 아니면 내장을 버려서 화를 내는 건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보며 성난 울음소리를 내는 비상식량의 모습에 환인은 피식 작게 웃으면서 별조개 껍질에 삶아진 내장만 따로 모아 비상식량에게 주었다.
환인은 만족스러운 듯 내장을 쪼아먹는 비상식량을 구경하면서 별조개의 맛을 음미하며 꼭꼭 씹어먹었다.
그렇게 9개의 조개를 삽시간에 먹어 치운 환인은 포만감과 함께 아직 부족하다는 느낌을 동시에 받았지만…….
“…….”
배가, 정확하게는 명치 아래쪽이 살짝 아프다.
복통은 복통인데 설사를 부르는 복통이 아니라 청양고추 액기스를 넣어 만든 떡볶이를 과잉 섭취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쓰라림과 욱신거림에 가깝다.
세계적인 햄버거 브랜드인 맥mac에서 매운 소스의 햄버거를 먹었을 때도 이처럼 속이 쓰리면서도 아린 듯한 느낌을 종종 받았었다.
그 고통에 집중하고 있으니 차츰차츰 고통이 사라져간다.
고통이 사라진 건지 고통에 익숙해진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고기를 먹었기 때문인지 몸에 기운은 돌아왔기에 일어서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보았다.
“당장은 괜찮은듯 하지만…….”
다행이도 1시간쯤 지나자 속쓰림은 완전히 사라졌다.
스마트폰 액정에 얼굴을 비춰봐도 피부에 트러블이 생기지도 않았고 팔다리, 몸도 멀쩡하다.
……모르겠다고 중얼거린 환인은 비취게 꾸러미도 풀었다.
“음.”
선명한 비취색과 다리 끝의 청색은 없어지고 숯불의 열기에 새빨갛게 익은 게 3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1시간이 지났지만, 모닥불 옆에 놔둬서 그런지 완전히 식지 않아 미지근한 열기가 느껴진다.
냄새는 마치 숙성이라도 된 것처럼 삶은 어패류의 군침 넘어가는 냄새다.
집게 하나를 잡고 살짝 힘을 주자 딱, 소리와 함께 수수깡처럼 쉽게 부러졌다.
새우나 게장은 껍질째 먹는 쪽인 환인이다. 마음 같아서는 이것도 껍질째로 먹고 싶지만, 주먹만 한 자갈을 들어 껍질을 부셔서 속살만 먹는다.
“음……!”
조개 9개로 배를 채웠는데도 식욕을 자극하는 이 맛이라니.
전체적으로 담백하지만 끝맛에 감칠맛, 살짝 느끼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확 느껴져 입맛을 돋운다.
특히 다리, 엄지 굵기만 한 다리에 살이 꽉 차 있는 데다 껍질이 수수깡처럼 잘 부러지니 마치 게맛살처럼 탱탱한 속살이 손쉽게 손에 들어온다.
순식간에 집게발을 포함해 다리 8개를 먹어 치운 환인은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며 등껍질을 분리했고, 실망했다.
게 내장이 살점과 버무려져 연녹색으로 물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머리는 이대로 먹으라고. 게장의 그 맛을 혀에 전달하며 강하게 재촉했지만 환인은 자제력을 발휘해 비취게 몸통을 내려놓았다.
꽤괙. 꽥꽥.
“그래. 네가 먹어라.”
꽤액!
비상식량이 아니었다면 여길 언제 왔을지 모른다.
포상을 주는 셈 치고 5마리의 비취게 몸통을 비상식량에게 준 환인은 다리만 챙겨 먹었는데 다리가 하나같이 굵어서 40개의 다리를 먹었더니 그것만으로도 포만감이 강하게 들었다.
이 세계로 넘어와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한 것 같았다.
찐 비취게를 먹은 뒤에도 살짝 배가 쓰려왔지만 30분 정도 지났더니 별조개 때와 마찬가지로 멀쩡해졌다.
그렇지만 몸에 전혀 영향이 없다곤 생각하기 힘들었다. 생존을 위해 미래를 저당 잡힌 느낌이라고 할까.
꽥. 꽤괙
떨쳐내듯 의자 대용으로 앉아있던 바위에서 일어난 환인은 오랜만에 포식했기 때문인지 흥얼거리듯 꽥꽥 우는 비상식량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장비를 챙겼다.
이것저것 묻은 멀티툴을 깨끗이 닦고 코트를 걸치고 나무 방패와 돌도끼, 흑곤봉을 장비했다.
몇 시간 뒤면 해가 질 시간이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면 이제 출발해야 한다.
“내일은 이 근처를 살펴볼까.”
해안선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사람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더라도 식량이나 식수 공급의 수월함이라는 장점을 챙길 수 있겠지.
반대로 식수를 확보하러 온 괴물과 마주칠 수 있겠지만, 마냥 안전한 길은 밀림에 존재하지 않는다.
결정을 내린 환인은 밀림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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