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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기담-6화 (6/813)

〈 6화 〉 006 수해??

* * *

숲에서 3일 차.

설마 하고 우려했던 밤이 지나고 안개가 자욱하게 내린 아침이 찾아왔다.

현재 초유의 관심사는 정체불명의 맹수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인데, 있다면 오늘 밤 찾아올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밤중의 불청객은 없었고 14시간 가까이 구덩이 속에서 시간을 보낸 환인의 몸은 통나무가 되어있었다.

어제와 같이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힘겹게 기어서 나무 밑 구덩이를 빠져나온 환인의 입에서 의식하지 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선잠으로 밤을 보내면서 경계하는 것은 좋은데 이렇게 몸이 굳어서야…….

안전을 찾는 것도 좋지만 정작 싸워야 할 때 몸이 뻣뻣해서 제대로 싸우지 못한다면 본말전도다.

“은신처가 필요하겠어.”

이렇게 구덩이 속에서 쪼그려 쪽잠을 계속 자다간 몸이 병들 것이다.

밀림을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여기서 빠르게 빠져나가 인적을 찾는다는 계획이 불투명해지고 있었다.

몬스터가 녹색 괴물만 있으라는 법은 없다.

맹수도 그 정체불명의 고양잇과만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밀림이 얼마나 넓은지도 알 수 없는 상황.

환인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천천히 움직여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음?”

체조와 스트레칭을 병행하며 지난밤 굳은 관절을 풀던 환인은 문득 팔다리가 생각보다 멀쩡한 것을 깨달았다.

어제는 상당한 피로가 몸에 축적되었다.

양손 곤봉과 나무 방패를 제작했고 7마리의 녹색 괴물과 싸웠고 수 킬로그램 되는 물건을 쥔 채 정장을 입고 1시간 동안 마라톤까지 했다.

상당한 수준의 근육통을 각오했지만, 막상 아침이 되니 허벅지와 어깨, 종아리 등에 몇십 분 자전거를 탄 것 같은 약간의 뻐근함 뿐이었다.

“…….”

몸 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지식과 다른 현상이 자꾸 이어지니 일말의 불안이 고개를 치켜든다.

그런 불안을 억누르며 코로나 베리 두 줌으로 아침을 해결한 환인은 생리현상을 해결하다가 특정 문제가 조금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변 활동은 애초에 먹은 게 별로 없으니 그렇다 쳐도, 방뇨할 때의 냄새가 암모니아 냄새가 아닌 과일 주스의 스윗한 그런 냄새가 난다.

이틀간 열매로만 배를 채웠다. 영양 불균형은 차후의 일이라 해도 열매만으로는 점점 체력이 떨어질 테고…….

구덩이 속에서 작은 숨소리만 내고 있던 비상식량을 꺼냈다.

퓨힉­ 피힉­

부리가 묶인 채 검은 눈을 도록도록 굴리는 비상식량과 동침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비상식량, 외뿔 새는 피힉­ 피흇­ 숨소릴 내다가도 바깥에서 바람 소리나 나뭇잎, 덤불이 스치는 소리가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숨소리를 멈췄으니까.

까만 눈을 깜빡이며 쏘는듯한 콧김을 뿜는 비상식량과 시선을 교환하던 환인은 부리를 묶고 있는 끈을 풀었다. 그러자 곧바로 뀌엑­ 꽥­ 울면서 소란을 피우기 시작한 비상식량이었지만…….

뀍.

턱.

꽥.

탁.

꾸엑­

따닥.

흑곤봉으로 울 때마다 부리를 살짝 두들겨주니 금방 조용해졌다.

‘지능이 높은 건가.’

부리를 흑곤봉으로 두드린 것은 그저 야생 동물의 날 선 기세를 죽일 생각으로 한 행동이었을 뿐. 행동 교정이 이렇게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거라고 환인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부리를 몇 번 맞았다고 울음을 멈추다니.

고양이나 개였다면 신경질 부리고 곤봉을 물어뜯고 난리를 피웠을 거다.

환인은 먹고 남긴 코로나 베리, 덜 익은 것으로 파악되는 것을 비상식량의 부리에 잔뜩 쑤셔 넣었다. 그러자 배가 고팠던 것인지 비상식량은 퀴헥­ 퓨헥, 숨 막힌 소리를 내면서도 꿀떡꿀떡 잘도 집어삼킨다.

이 외뿔 새는 자신의 처지를 알고는 있는 걸까.

지능은 새 답지 않게 높은듯한데 그렇다면 자신의 처지가 어떤지 이해했을 테지.

그렇다면 지금 보여주는 이, 애완조처럼 보이는 행동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거지.

꽥?

자길 보는 이유가 궁금한 것처럼 비상식량이 고개를 기울인다.

“…….”

딱히 음식 투정, 반찬 투정을 하지 않는 환인이고 입맛도 무난한 편이었기에 우연히 포획한 외뿔 새는 소중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소비할 생각이었다.

아직은 버틸만하니 살려서 계속 가지고 다니다가 정말 단백질이 필요해졌을 때…….

꽥!

……멱을 딸 생각이었는데.

고개를 앵무새처럼 주억거리며 꽥꽥 우는 비상식량의 모습은 사료를 재촉하는 앵무새 비슷한 느낌이다.

“흠.”

코로나 베리를 몇 개 더 따서 먹이니 사양하지도 않고 냉큼 받아먹는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잘 먹여서 그때까지 살이나 찌워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는 환인이었다.

출발하기 전 환인은 긴 넝쿨을 몇 가닥 구해서 꼬은 뒤 비상식량을 꽁꽁 묶어 봇짐처럼 만들었다.

이대로 오른쪽 어깨에 걸고 다니다가 녹색 괴물과 조우하거나 해서 싸워야 하는 상황이면 근처 풀숲에 집어던져 놓고 싸우고, 싸움이 끝난 뒤 회수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놈은 대체 정체가 뭘까.

붙잡혀서 몸부림친 것도 처음뿐이었고 지금은 짐짝 취급받는데도 얌전하게 있을 뿐만 아니라 울어대지도 않는다. 오히려 보자기에 감싸인 수탉처럼 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을 구경한다.

그러다 가끔 눈이 마주치면.

꽥?

뭘 보냐는 듯이 작게 운다.

“…….”

복잡해지려는 생각을 억지로 치운 환인은 이제 배터리가 65% 정도 남은 스마트 폰을 켜서 이동 거리와 방향을 확인했다.

앞으로 두어 시간이면 처음 떨어진 장소에 도착할 것 같다.

그동안 땅과 나무를 자세히 살폈지만, 맹수의 흔적은 그 뒤로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우연히 찾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맹수의 서식지에서 벗어난 것으로 봐도 무방…….

꽥! 꾸엑!! 꾸에에엑!!

그때 갑작스럽게 울면서 소란스럽게 구는 비상식량의 행동에 환인은 눈썹을 약간 찌푸렸다.

그만 짖으라는 뜻으로 흑곤봉을 들어 부리를 툭툭 건드리지만 켁, 꿱! 사레 걸린 소리를 내면서도 우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몬스터가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 이 소리를 듣고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

끄읍­ ………꿰엑! 꽥! 꽤액!

부리를 틀어쥐어도 그 순간뿐. 계속해서 우는 비상식량의 행동에 안 되겠다 싶어서 코트 주머니에서 챙겨둔 끈을 꺼내려던 환인은 휘잉­ 앞에서 불어온 바람결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 순간 황급히 뒤로 펄쩍 뛰었다.

‘짐승 노린내.’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바람이 불어온 쪽은 가슴 높이까지 자란 수풀이 자란 방향.

흑곤봉과 방패를 세우고 수풀 쪽을 노려보고 있으니 푸스슥­ 수풀이 흔들리며 키가 100cm는 될까 싶은 이족보행 짐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르르르르.

“…….”

저걸 소설에서는 코볼트kobold라고 하던가.

온몸이 얼룩 반점의 털투성이에 두상은 개인지 하이에나인지 모를 만큼 애매하다.

무릎 아래는 역관절이고 앞발은 발달하다 말았는지 4개의 발가락이 두 마디 가량 자라있었다.

발목뼈 근처에 난 발가락은 다른 것보다 2배 정도 길어 인간의 엄지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푸스석­

수풀이 흔들리며 두 마리가 더 나타났다.

짐승 괴물들은 각자 앞발로 나무토막을 무기처럼 쥐고 있었다.

녹색 괴물은 그나마 넝마 같은 가죽으로 허리를 감싸고 있었는데 저것들은…….

……잠깐, 가죽?

환인은 무언가가 떠올라 녹색 괴물이 걸치고 있던 가죽과 눈앞의 짐승 괴물의 모습을 비교해보았다.

‘저 짐승 머리의 가죽과 흡사하군.’

으르르르­

그르르릉…….

명백한 적의를 풍기는 세 마리의 짐승 괴물을 응시하던 환인은 어깨에 메고 있던 비상식량을 뒤로 툭 던졌다.

꽥.

낙하의 충격에 비상식량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자 짐승 세 마리가 동시에 비상식량 쪽으로 눈길을 주었고.

“흡!”

전력으로 땅을 박찬 환인은 방패로 몸 전체를 가리다시피 하며 돌진,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라 펄쩍 뛰는 중앙의 짐승 머리 괴물의 머리통을 흑곤봉으로 내려쳤다.

콰작!

일격에 정수리가 함몰된 짐승 머리 괴물은 혀를 빼문 채 그대로 고꾸라졌지만, 좌우에 있던 놈들은 그 즉시 좌우에서 환인을 공격해 들어온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개처럼 달려드는 모습에 환인은…….

쾅!

깽!

먼저 접근한 왼쪽의 짐승 머리 괴물을 나무 방패로 힘껏 후려쳤다. 직후 물어뜯을 듯이 주둥이를 들이미는 오른쪽 괴물의 면상을 흑곤봉으로 후려갈긴 다음 우월한 리치의 다리로 있는 힘껏 걷어찬다.

퍽!

깨갱­!

‘울음도 개소리인가.’

덩치는 녹색 괴물보다 작았지만, 종 자체가 달랐기에 무게를 유념해 힘껏 치고 걷어찼는데 무게는 녹색 괴물과 비슷한지 저항도 못 하고 그대로 날아가서는 땅을 뒹군다.

허약한 녹색 괴물에게 가죽을 제공할 정도인데다가 다리에 비해 절반가량 짧은 앞발을 가진 것을 보면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대로였다.

‘주의할 점은 입질과 더러운 발톱뿐이겠지.’

방패 치기의 충격에 나가떨어졌던 짐승 머리 괴물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것을 본 환인은 흑곤봉에서 돌도끼로 교환, 그대로 목을 쳐서 날렸다.

발길질에 날아간 괴물은 내장이 파열되기라도 했는지 끙끙거리면서 일어나지조차 못했기에 그대로 발로 밟아 목뼈를 분질렀다.

“내가 강한 건지 이 괴물들이 허약한 건지 모르겠군.”

예상보다 수월하게 세 마리를 처리했기 때문일까, 긴장이 살짝 풀어지려 했지만 환인은 머리통이 깨지고 목이 잘려 죽은 짐승 머리 괴물의 모습에 자신을 대입하며 긴장을 다잡았다.

외형처럼 습성도 개에 가깝다면 이 짐승 머리 괴물의 암컷은 한 번에 여러 마리 새끼를 낳을 것이다.

아무리 개개인이 약하다지만 숫자의 폭력은 결코 얕볼 수 없다.

이런 놈이 열 마리, 스무 마리가 한 번에 덤비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겠지.

방심하면 죽는 것은 자신이 될 것이다.

뀍.

짐승 머리 괴물과 싸울 때 부리를 꾹 닫고 있던 비상식량은 환인이 접근하자 알 수 없는 울음소리를 냈다.

이놈은 정말 정체가 뭘까.

괴물의 접근을 경고한 건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밤에는 이놈의 부리를 묶어놓고 자야겠다고 결심한 환인이었다.

그 후로 환인은 사흘간 밀림을 헤매고 다녔다.

목적은 밀림을 탈출하는 것이지만 몇 차례 경험을 통해 조심스럽게 나아가기로 마음먹었기에 주변을 파악하는 중이었다.

평탄하던 지형은 자신이 처음 떨어졌던 곳을 기점으로 멀어질수록 지형이 울퉁불퉁해지더니 침식과 융기가 일어난 것처럼 고저 차가 생기기 시작했고 배회하는 녹색 괴물과 짐승 머리 괴물의 숫자가 대폭 늘어났다.

느낌상 당초 목적했던 방향으로 나아갈 때 녹색 괴물이나 짐승 머리 괴물과 자주 마주치는 느낌이다.

그 결과 전투 횟수가 비약적으로 늘었고 체력의 소모 또한 급격히 높아졌다.

거기에 더해 코로나 베리 덤불의 숫자 또한 감소해서, 아니 덤불은 있지만 열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 식량의 확보도 어려워졌다.

코로나 베리가 환인에게 중요한 식량인 것처럼 괴물들 또한 코로나 베리를 먹이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전투가 계속 벌어지는 데 비해 식사가 부실하니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체감될 정도로 컨디션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괴물들은 밤에 활동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환인은 위험을 무릅써서라도 정체불명의 괴물과 조우했던 곳 근처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끼욱…….

“후우.”

식량을 찾으러 나왔다가 마주친 네 마리의 짐승 머리 괴물을 흑곤봉으로 때려죽인 환인은 욱신거리는 오른쪽 팔목을 주물렀다.

체력이 떨어진 여파는 움직임의 둔화를 불러왔다.

이틀 전이었다면 조금 숨이 차긴 했겠지만 피해 없이 처리했을 짐승 머리 괴물의 공격을 오늘은 허용하고 말았고, 그 대가로 오른팔에 타격을 입은 것이다.

나무토막을 휘두른 공격이었기에 망정이지. 물기였다면 오른팔을 잃을 뻔했다.

맞은 자리를 주무르던 환인은 조금 전의 어설픈 동작을 반성하며 볼살을 만졌다. 움푹 들어간 뺨과 그로 인해 도드라진 광대뼈가 만져진다.

누군가 지금 환인을 본다면 몸 전체에 살기가 넘실거린다고 할 모습이었다.

꽥.

비상식량을 어깨에 메는 과정에 눈이 마주치자 습관이 된 것처럼 운다.

‘잡아먹을 때가 된 건가.’

그동안 같이 지낸 정 같은 것은 없다. 그런 것을 느낄 만큼 감정이 말랑말랑한 환인도 아니고.

정말 위험할 때를 대비해서 아껴두고 있는 마비 구슬을 써서 동물을 사냥하는 것도 고려한 환인은 짐승 머리 괴물 한 마리의 등에 박힌 돌도끼를 회수하고 털가죽에 피를 대강 닦은 뒤 몸을 돌렸다.

임시 은신처로 돌아가자. 가는 길에 코로나 베리라던가 다른 식량을 못 구하면 잡아먹어야지.

은신처는 우연히 발견한 곳으로 삼았다.

∪ 모양으로 깊게 파인 땅의 틈, 나무뿌리까지 드러난 단면의 작은 구덩이 한 곳을 발견했는데 수풀에 절묘하게 가려져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지 못하는 곳이었다.

토양 침식이라기보다 지진으로 지반이 뒤틀려 생겨난 곳처럼 보였지만, 야생 동물이 보금자리로 사용한 흔적도 없었고 내부는 다리를 펴고 앉을 수 있을 만큼 넓었기에 두말없이 은신처로 선택했다.

‘은신처에서 비상식량을 구워 먹는 것은 멍청한 짓이지. 적당한 곳에서 불을 피우고 잡아먹은 뒤에 돌아가야겠군.’

스마트 폰을 켜서 그간 기록된 이동 경로를 확인한 뒤 괴물들과 마주치지 않은 곳으로 가면 좋겠지만, 스마트폰의 배터리는 20%도 남지 않았다.

그래서 밀림을 탈출할 때 마지막으로 쓰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놓은 상태.

‘탈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난 사흘간 최대한 근방을 돌아다니며 환인 혼자만 알 수 있는 작은 흔적을 곳곳에 남겼다.

그 반경은 어지간한 도시가 통째로 들어가고도 남는 수준이었다.

괴물은 하루에 2번꼴로 마주치고 있고 밀림이 얼마나 넓은지는 감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다.

물도 없고(썩은 듯 악취 나는 웅덩이는 발견했다) 식량도 구하기 어렵다.

생각이 점차 부정적으로 기우는 것은 사람이라면 자연스러운 흐름 일터.

그나마 평범한 사람과 생각이나 사고가 다른 환인이었기에 이만큼 버틴 것이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며칠 버티지도 못하고 괴물에게 쫓기다 죽었으리라.

피로한 움직임으로 터벅터벅 걷고 있을 때였다.

꽥.

갑자기 우는 비상식량의 소리에 환인은 시선을 내려 비상식량을 쳐다보았다.

괴물을 감지하고 우는 것은 아니다. 비상식량이 괴물을 감지하면 꽤괙거리며 귀가 따가울 정도로 우니까.

그렇다고 눈이 마주쳐서 운 것도 아니었다.

비상식량은 부리를 한쪽으로 고정한 채 그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

그쪽에 뭐가 있나 싶어서 고개를 들었지만, 수풀에 가려진 밀림만 보일 뿐이다.

흑곤봉의 자루로 부리를 툭 치자 꽉? 하고 환인을 쳐다보며 운 비상식량은 다시 보던 방향으로 고개를 고정한다.

환인은 몸을 돌려 보던 방향이 등 뒤를 향하게 했다. 그러자 뒤를 보려 하는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비상식량은 각도가 나오지 않자 포기한 듯 평소처럼 환인이 가는 방향을 보기 시작했다.

슬쩍 몸을 비트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한쪽으로 고개를 고정하며 꽥, 우는 비상식량.

‘저쪽으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잠시 고민하던 환인은 비상식량이 쳐다보고 있는 곳으로 방향을 돌렸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비상식량이 왜 울었는지 그 이유를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만약 저 끝에 감당하기 어려운 괴물이 있다면…… 그게 자신의 운명이겠거니 하고 생각하는 환인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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