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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614화 (외전) (614/615)

Chapter 614 - 외전) 5년 뒤 어느 날

북적거리는 서울의 한복판. 한 꼬마 빌딩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이루고 있었다.

대충 봐도 50m는 훌쩍 넘었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불만 하나 없었다.

뜨거운 대낮임에도 말이다.

덕분에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건 당연했고, 그건 친구를 만나러 온 강유나한테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건 무슨 줄이지?'

소문난 맛집인가? 하지만 점심 시간은 거의 다 끝나가는데?

호기심을 자극받은 그녀가 방향을 틀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예쁘게 꾸민 작은 가게가 하나 있었다.

[마녀의 쉼터]

간판만 봐서는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메뉴라도 확인하기 위해 까치발을 들었지만, 워낙 사람이 뭉쳐있어 안쪽이 보이진 않았다.

살짝 물어볼까 할때.

-띠링띠링.

"아, 시원하다. 이거 금발 알바생이 해줘서 그런지 더 맛있는 것 같아."

"인정. 비싸긴 해도 손맛이 들어있어."

"저번에 갔을 때는 없어서 슬펐는데 오늘은 운이 좋아."

"근데 나는 금발도 좋은데 검은 머리도 미쳤더라. 눈도 못 마주칠 정도던데."

방금 가게에서 나온 남자들이 커피를 마시며 정보를 흘렸다.

'커피? 마침 목말랐는데 하나만 마실까? 어차피 약속 시간까지는 좀 남았는데...'

호기심 해결과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강유나는 코너를 뺑 돌아 줄의 마지막에 자리를 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뒤에 새로운 신입이 들어왔다.

"야, 무슨 커피를 마시는데 이렇게 오래 기다리는 곳에 와? 딴 데 가자."

"이 정도면 평소에 비해 줄 적은 거야. 어차피 금방 빠지니까 좀만 기다려."

"이게 적은 거라고? 커피가 그렇게 맛있어?"

"그것도 있는데 알바생들이 뒤지게 예쁨."

"아."

짧은 감탄사와 함께 잠시 대화가 끊겼다. 그 사이 강유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그래서인지 규칙이 좀 빡세."

"규칙?"

"당연히 꼭 필요한 것이나 주문 외에는 말걸기 금지. 번호나 남친 유무 같은 거 물어보면 가격 2배."

"...2배? 그딴 게 어딨어?"

"근데 엄청 많아. 어떻게든 말 한 마디를 듣고 싶은 간절한 사람들이 있거든. 나는 해본 적 없는데 목소리도 엄청 곱다던데?"

남자들의 대화에 강유나는 깜짝 놀랐다. 고작 목소리를 듣기 위해 몇 천원이나 되는 돈을 더 낸다니.

포용심이 넓은 그녀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지!'

알바생이 뒤지게 예쁘다는데 그럴 수 있지!

자기도 잘생긴 남자를 보면 말 걸고 싶어지니까. 그게 인간의 본성이기도 하고.

이해를 하는 한편 의구심도 떠올랐다.

'그 많은 사람들 중 과연 나쁜 놈들이 없을까?'

뻔뻔하게 대응하거나 헤코지 하려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돈을 못 주겠다고 버티거나 욕을 하는 등, 그런 부류가 말이다.

같은 생각을 했는지 남자2가 질문했다.

"근데 그 정도로 예쁘면 이상한 놈들이 많이 접근하지 않을까? 내가 보기엔 그딴 게 어딨냐고 깽판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 같은데."

"초반에는 많았지. 근데 다 없어지더라."

"없어졌다고?"

"믿거나 말거나인데..."

남자1이 목소리를 죽였다.

"여기 수호신이 살아."

"...그게 뭔 개소리야?"

"아니 진짜 수호신이 산다니까? 여기 오는 사람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야."

"세상에 그딴 게 어딨어. 다 지어낸 거지."

"역시 안 믿네..."

당연하다. 갑자기 알바생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있다고 하면 누가 믿겠는가?

당장 자신도 안 믿겨지는데.

"저 규칙을 안 지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 천벌을 받았어. 길을 가는데 갑자기 발이 걸려 넘어진다던가, 먹던 커피가 튀어올라 옷이 다 젖는다던가, 누가 뒷통수를 때린단거나."

"그건 다 자기 부주의 아니야? 기분 탓이거나."

"번호를 따려던 사람들이 전부 이상한 일을 당했어. 우연도 3번이면 알지?"

"흐음... 그럼 내가 한 번 시험해볼까? 진짜인지 아닌지?"

"그럴 줄 알았다. 알아서 해라."

친구1이 한숨을 쉬며 포기를 했다. 하지만 강유나한테는 호재였다.

그녀는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친구에게 까톡을 보냈다.

[나 차 막혀서 한 15분 정도 늦을 것 같아...ㅠㅠ 미안.]

진짜인지 마침 궁금했는데 잘됐네. 그녀는 씨익 웃으며 시간을 떼우기 시작했다.

잠시 후, 커피숍 앞에 들어간 강유나가 입을 떡 벌렸다.

'이게 뭔...'

한 명만 있어도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로 예쁜 사람인데, 그게 3명이나 있다.

금발, 흑발, 그리고 보랏빛. 죄다 연예인급.

주문하는 것도 잊고 어버버하고 있자 검은 머리 여자가 말을 건넸다.

"주문하시겠어요?"

"아, 네네네!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L짜리로 하나 주세요!"

"네에~ 카드는 여기에 넣어주세요."

계산하는 동안 알바생의 얼굴을 흘끗 봤다.

'확실히 줄이 길만 하네. 말을 걸고 싶은 마음도 알겠고.'

단 몇 마디 들은 거지만 목소리가 엄청 좋았다. 왜 남자들이 그리 환장하는지 100번 전부 이해됐다.

그러면서도 용기에 박수가 나갔다.

자기는 여자임에도 눈도 못 마주칠 것 같은데 감히 번호라니. 잠깐 기다리자 검은 머리 여자가 싱긋 웃으며 커피를 내밀었다.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L 나왔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순간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저건 너무 치명적이잖아?

'후하...!'

속으로 감탄을 내뱉으며 받아들었다. 옆으로 빠져 빨대를 고르고 있자 누군가 다가왔다.

남자1과 남자2이었다.

"저는...  카페라떼로 하나 주세요."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네에~"

이번 주문은 보랏빛 언니가 받았다. 동시에 남자2가 갑자기 그윽한 눈빛을 보냈다.

"저기 혹시 번호는..."

"추가 요금 4500원 있겠습니다."

"아, 네."

남자1이 그것봐라 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남자2는 어깨를 으쓱이며 카드를 내밀었다.

'철벽 무섭다.'

강유나는 급 무서워진 보랏빛 언니의 눈빛에 쪼그라들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아주 인자한 표정이었는데!

-띠링띠링.

일단 카페를 빠져나왔다. 주변에 자리를 잡은 뒤 남자1과 남자2를 눈으로 쫓았다.

'한 10분 정도만 따라다녀 보자. 진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커피를 쪽쪽 빨며 그들의 주위를 멤돌았다. 사건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왓!!!"

길을 가던 남자2가 무언가에 맞은듯 갑자기 머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 반동으로 커피가 세차게 출렁였고, 일부가 옷에 쫘르륵 쏟아졌다.

강유나가 입을 떡 벌렸다.

'...수호신 얘기 진짜였어?'

*

"아직도 번호를 따려는 놈이 있네. 앞에 커다랗게 안내문을 붙여놓기까지 했는데."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게 인간의 본성이잖니. 덕분에 매출이 더 증가하기도 했으니 조금은 봐주자."

"그래서 적당히 손봐줬어요."

"어떻게?

"눈빛이 재수 없어서 그냥 뒷통수 한 대 갈겼어요."

"잘했어. 솔직히 소름 돋긴 했거든."

나는 배시시 웃는 채아 누나에게 다가갔다. 손님들이 안 보이는 각도에서 슬쩍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출산을 하고 나서 더 커진 듯한 이 엉덩이. 근데 탱탱함은 여전해 손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많이 팔았어요?"

"재료가 너무 빨리 소진돼서 문제야. 점점 입소문을 타는지 손님이 많이 늘고 있거든."

"그래도 문은 빨리 닫아서 좋잖아요. 딱 애들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에도 맞출 수 있고."

"맞지. 아침 점심에만 빡세게 일하면 나머지는 널널하니까."

채아 누나 말대로다. 결혼한 지 어느새 5년이 흐른 지금, 초창기와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걸 꼽으라면 당연히 출산이다. 모두가 건강하게 아기를 낳았고, 결과는 아들 3명 딸 4명이었다.

엄마의 유전자를 잘 물려받았는지 다들 어린 나이에도 외모가 범상치 않았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아영이와 희진이에게로 향했다.

시간이 지났건만 둘은 여전히 20대 초의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에게도 달라진 점이 있었다.

"자기야... 나 어깨 주물러줘."

"여기?"

"좀 더 아래... 아흣... 응, 좋아..."

"더 세게 해줄까?"

"으응... 더 세게...하앙..."

단순히 마사지를 하고 있는 것뿐인데도 흘러 나오는 섹시함과 요염함. 5년 동안 같이 살았음에도 여전히 적응이 되질 않는 수준이다.

나는 은근하게 코를 찌르는 냄새를 맡으며 손을 계속 움직였다.

'진짜 걸어다니는 생체 병기라니까.'

생각과 동시에 아영이가 고개를 내쪽으로 돌렸다. 눈웃음을 살며시 짓더니 입술을 내밀었다.

"지금처럼만 계속 해줘요... 하흣..."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키스할 뻔했다. 정말이지 매일매일이 고비다.

나는 은근슬쩍 엉덩이를 비비는 보답을 받으며 마사지를 끝냈다. 이어 희진이에게 향했다.

"어깨 주물러줄까??"

"으응, 해줘."

그녀가 얌전히 등을 보였다. 윤기가 나는 금발을 옆으로 치우고 손을 올렸다.

'얘도 많이 바뀌긴 했어.'

그저 어리기만 보였던 애가 몰라보게 성숙해졌다. 알게 모르게 키도 조금 더 커졌고 말이다.

나는 작게 숨소리를 내는 희진이의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이제 커피 만드는 거 실패하는 일은 없지?"

"언제적 얘기를 하는 거야... 나 나름 바리스타 자격증 소유자라고."

"극초반에 하도 조절을 못해서 ptsd가 왔거든. 못 먹을 정도로 쓰거나 맹물이거나..."

"아니 이젠 안 그런다니까? 오히려 나한테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는 단골도 생겼는데 무슨."

"장난이야 장난."

발끈하는 듯한 그녀를 진정시킨 뒤 서서히 손을 내렸다. 허리에 도착할 때까지 열심히 주물렀고.

-탁!

엉덩이를 때려주며 끝냈다. 다시 채아 누나를 바라봤다.

"오늘은 1시간 정도 뒤면 가게 닫는 거죠?"

"아마도? 플러스 마이너스 20분 정도로 크게 차이는 안 날 거야."

"그럼 저 먼저 올라가 있을게요. 평소처럼 아바타는 두고 갈테니 무슨 일 있으면 불러요."

"알았어~"

손을 흔들어주며 2층으로 향했다. 온갖 물품들을 쌓아놨던 창고.

이제는 개인적인 취미 공간으로 변화했다. 아마 혜윤이와 서윤이, 세정이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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