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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609화 (609/615)

Chapter 609 - 609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고요했다.

귀에 감각을 집중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그저 바람 소리밖에 안 들리는 침묵이 지배했다.

머리에 점점 눈이 쌓이려는 순간.

"푸흡!"

누군가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걸 신호로 다른 이들도 똑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정말... 드디어 말해주는구나."

"왠지 오늘 느낌이 오긴 했는데 진짜였네."

"난 전혀 몰랐어..."

반응은 긍정적이다. 1차 시험은 통과했으니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제일 먼저 이름을 불렀던 이에게 다가갔다.

"흐읏... 오빠아..."

"아영이 우는 거 처음 보는 것 같다?"

"눈물 흘리는 건 많이 봤잖아요. 섹스할 때라든가 가버릴 때라든가..."

"그거랑은 느낌이 다르지."

그렁그렁 매달려 있는 눈물을 살짝 닦아주었다. 그러자 아영이가 크흥 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나마 멀쩡해진 얼굴이 되자 환한 미소가 다시 나타났다.

"방금 한 말 가짜 아니죠?"

"이런 걸 누가 장난으로 해."

"그럼...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세요."

아영이가 왼손을 내밀었다. 가느다랗고 길쭉길쭉 예쁜 손. 천천히 쓰다듬다가 약지에 반지를 끼웠다.

"흐읏..."

"뚝."

또 울려고 하는 걸 멈췄다. 대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입술이 닿을락 말락한 거리에서, 작게 속삭였다.

"사랑해."

"저도 사랑해요..."

"나랑 평생해줄 거지?"

"네에... 죽을 때까지요."

짧지만 뜨거운 키스를 나눴다. 왼손 약지를 감싸쥐고 있는 아영이를 떠나 혜윤이에게로 갔다.

"여기는 더 울보네."

"그야 당연히... 너무 좋아서..."

"이렇게나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네."

그녀의 왼손을 천천히 들었다. 새로운 다이아몬드 반지를 꺼내자 힘이 들어간 게 느껴졌다.

긴장한 듯한 약지에 살포시 끼워주었다.

"사랑해."

"저도 사랑해요."

혜윤이가 나를 꽉 끌어안더니 먼저 입술을 내밀었다. 그렇게 몸으로 도장을 찍은 뒤 떨어졌다.

침이 길게 늘어졌지만 굳이 닦지는 않았다.

"우리 부모님이 알면 오빠 맞아 죽을 텐데."

"평생 도망다녀야겠네."

"그래도 제가 잘 말하면 살려는 줄 거예요."

"그거 참 다행이네."

피식 웃으며 옆으로 한 칸 이동했다. 뭔가 억지로 울음을 참고 있는 듯한 희진이가 있었다.

아마 지금 입을 열면 울음보가 터질까봐 그런 거겠지. 잠시 기다려주자 그녀가 침을 꿀꺽 삼켰다.

"책임 안 지면 죽여버리려 했는데 다행이네."

"내가 설마 도망가겠어? 이렇게 예쁜 애를 두고 말이야."

"진짜 말 하나는 번지르르하다니까."

"말만 그런 게 아니지."

그녀의 왼손을 들었다. 이제야 실감이 나는지 푸른 눈동자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지그시 쳐다보자 희진이가 질끈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런다고 숨겨질 리가 없다.

반지를 끼우자마자 맑은 물이 볼을 타고 흘렀으니까.

"사랑해."

"나도..."

키스 후 채아 누나에게 다가갔다. 아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껴안았다.

"사실 이렇게 빨리 말해줄은 몰랐어... 우진이 아직 졸업도 안 했고 다들 학교 다니는 중이니까..."

"결혼 한다고 학교 못 다니는 것도 아닌데요 뭘. 그러면 혹시 얼마 정도 예상하셨어요?"

"음... 최소 1년? 내년에는 혼인 신고서를 가져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어."

"그럴 수는 없죠. 이렇게 예쁜 누나를 두고."

그녀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채아 누나가 나에게 안겨왔다. 포옹을 한 채 눈을 감상했다.

"정말...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네."

"마음에 들어요?"

"엄청."

채아 누나가 손을 내밀었다. 곧 반짝반짝한 악세사리가 하나 추가되었다.

"예쁘다..."

"사랑해요. 누나."

"나도 사랑해. 우진아."

어김 없이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다음 타자인 서윤이의 정면에 딱 섰다.

"...넌 진짜 운 좋은 거야. 이런 슈퍼 아이돌이랑 결혼할 수 있으니까."

"아주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내가 이것만을 위해 얼마나 투자한 줄 알아? 그동안 모은 돈의 절반을 썼어. 절반."

"이런 건물을 사고도 절반이 남은 게 더 신기한데..."

그러자 박서윤이 입가를 실룩거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꼼지락거리는 듯 하더니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내가 설마 옆집 남자랑 결혼할 줄이야... 스캔만 안 났으면 좋겠다."

"인생 최고의 선택을 한 거야."

"그건 두고 봐야 알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부드럽게 쓰다듬다 반지를 끼워주었다.

"사랑해. 서윤아."

"아이 진짜... 대놓고 그런 말 들으면 좀 그런데..."

말을 저래도 목소리에 섞인 기쁨은 그대로 전해져왔다. 멋쩍어 하는 모습이 더없이 귀엽다.

잠시 감상을 하고 있자 박서윤이 돌연 까치발을 들었다.

순간이지만 새빨개진 얼굴이 보였다.

"나도 사랑해. 박우진."

낯간지러운 말과 동시에 말랑말랑한 입술이 부딪쳐왔다. 짧게나마 혀를 섞은 뒤 그녀가 떨어졌다.

엄청나게 행복한 얼굴이었다. 이 정도면 대만족이다.

나도 미소를 지으며 세정이에게 향했다.

"오래 기다렸지?"

"별로... 그보다 이런 깜짝 선물도 준비할 줄 알고. 참 신기하네."

"내가 이럴 줄은 몰랐어?"

"살짝 기대는 했지만, 그래도 더 나중에 할 거라 생각했거든..."

그녀가 옆머리를 비비 꼬았다. 이상할 정도로 시선을 피하기도 했다.

바로 턱을 잡아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그래서 대답은?"

"그야... 나도 좋아..."

"나랑 결혼 하는 거 좋아?"

"으응..."

볼을 살포시 쓰다듬은 후, 왼손을 붙잡았다. 잠시도 가만히 두질 못하고 움찔움찔거리고 있었다.

이렇게나 기대감을 표현하고 있다니. 솔직한 몸에 선물을 주었다.

"...예쁘네. 내가 수없이 비싼 명품들을 봐왔는데 이게 가장 예쁜 것 같아."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무슨 일이 있어도 손가락에서 빼지 않을게. 그러니까 너도 알지?"

"당연하지."

확답과 함께 맹세의 키스를 나눴다. 체리맛 침은 그 어느 때보다 달콤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한없이 애타는 표정을 짓고 있는 예나 누나에게 향했다. 딱 앞에 서자 그녀가 크게 움찔거렸다.

"누나."

"으응?"

"저희가 별로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이지만, 그래도 누구보다..."

"쉬잇... 그건 아까도 들었어."

예나 누나가 내 입술 위에 검지를 올렸다.

"비록 우리 첫 만남이 조금 이상하긴 했어도 그건 예전이고, 지금이야 뭐... 나름 괜찮은 모습도 많이 보여줬고 믿음직 하니까..."

그녀가 조용히 왼손을 내밀었다.

"결혼 생활도 재밌겠지?"

정말이지 환하다 못해 눈부신 미소다.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반지를 내밀었다.

"물론이죠."

"사랑해. 우진아."

"사랑해요. 예나 누나."

*

그렇게 화려한 고백이 끝났다. 테이블에 앉았지만 다들 손가락을 바라보며 실실 웃고만 있었다.

눈앞에 놓인 음식 따위는 아무래도 괜찮다는 태도.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들, 이젠 아내들의 미소만 봐도 배불렀으니까.

'일이 잘 풀려서 정말 다행이다.'

나는 괜히 타는 목을 진정시키기 위해 물을 벌컥 들이켰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방금은 언약으로 맺은 것에 불과하고 진짜는 혼인 신고서에 있다. 손도장을 찍어야 효력이 발생하는 종이에 말이다.

"다들 여기 좀 봐줘."

모두의 시선 집중이 이루어졌다. 본론 꺼냈다.

"사실 우리끼리 결혼 약속을 했어도 사회 시스템은 받아들여지지가 않잖아? 우리나라는 일부일처제 체계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러게... 그게 제일 마음에 걸리긴 하네."

"아, 저도 그게 걱정이었어요."

모두가 현실을 깨닫고 심각한 얼굴을 했다. 바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래서 내가 이걸 준비했지."

-펄럭.

혼인 신고서가 바람에 휘날렸다.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서윤이가 먼저 손을 들었다.

"그거 그냥 일반용 아니야? 1대1만 가능한 거."

"그런 거랑은 차원이 다른 물건이야. 무려 어플에서 산 혼인 신고서라고."

"어플이라... 무슨 기능이 있는 건데?"

"그건 바로."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오랫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말했다.

"일부다처제가 가능한 마법."

"뭐?"

"엥?"

"정말요?"

모두가 벌떡 일어났다. 바로 눈앞까지 다가와서는 빠르게 내용을 훑기 시작했다.

"기본 가격은 1억, 아내 한 명당 1000만원만 추가 비용을 내면 아무런 문제 없이 해결해준데."

"뭐야, 그럼 총 1억 7000이잖아? 네가 그런 돈이 어디 있어서...?"

"내가 좀 열심히 모았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큰 돈이..."

사실 점수를 모은 것에 대한 보상으로 얻은 거지만. 말하면 김이 빠질 것 같았기에 다시 삼켰다.

"불법적인 건 절대 아니야. 오히려 깨끗한 돈이지."

"음... 뭐, 네가 그런다면 그런 거겠지."

별 다른 말 없이 믿어주는 게 너무 고맙다. 나는 준비해둔 펜과 인주를 꺼냈다.

그녀들의 눈앞에서 내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박우진]

옆에다 도장까지 쾅 찍었다. 그리고 모두의 이름이 적히기까지는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

크리스마스의 맹세가 있던 12월. 시간은 빠르게 흘러 1살을 더 먹게 되었다.

찬 바람이 씽씽 부는 한겨울이 도래했지만 모두 건강하게 지냈다. 오히려 너무 뜨거워서 문제였다.

8p는 일상이었고, 중요한 일 외에는 침대를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미래를 그려나갔다. 결혼 날짜라든지, 신혼 여행 장소라든지, 임신의 계획이라든지.

당연히 바로 하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겨울에 결혼하는 것만큼은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거절했다.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기 좋은, 꽃이 피고 날씨가 맑은 3월이나 5월 사이에 하고 싶어요.

-맞아, 나도 한 번뿐인 결혼식은 봄에 하고 싶어.

-여름은 덥고, 가을은 너무 멀고, 겨울은 추워.

그렇게 결정이 난 건 4월. 학수고대하며 다들 기다렸고, 마침내 그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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