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98 - 598 얘 정체가 뭐야?
대리님과 함께 하는 출근길. 대화 한 마디 없는 미묘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다.
어색한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적당히 눈치를 보며 발걸음 속도를 맞췄다.
'내가 유령인 건 무조건 알고 있을 텐데 따로 언급은 없네.'
아침에 그런 말을 한 걸 보면 즐기고 있는 게 분명한데 말이다. 한 번 그녀를 곁눈질해봤다.
-또각또각또각...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가슴과 실룩이는 엉덩이. 꼴리다 못해 폭력적이기까지 한 광경이었다.
잠깐만 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눈이 떼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괜히 손이 근질근질거렸다.
물론 만져도 뭐라 하지는 않겠지만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카모플라쥬를 쓰고 대놓고 만질 수는 있지만, 그 기능은 아직 이예나가 모르는 것이다.
어떻게든 만질 방법을 생각하다 문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아바타를 사용하면 되잖아?'
어제 모습을 보였으니 지금이라면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대충 유령이 여기까지 따라왔다고 하면 되고.
지체하지 않고 바로 소환을 했다. 혹시 모르니 투명 모드로 변경한 뒤, 그녀의 엉덩이 한 짝을 꽉 움켜쥐었다.
"흐읏!"
이상한 목소리와 함께 대리님이 튀어올랐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한 번 더 주무르자 이예나가 황급히 몸을 돌렸다.
표정은 악귀랑 다름없었다. 아바타가 보이지 않는 덕분에 뒤에 따라오던 한 직장인이 움찔했다.
그의 팔 길이가 3m가 아닌 이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거리였다.
"뭐지...?"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가장 유력한 범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연히 나였다.
"너지?"
"제가 뭘요?"
"뭘 모르는 척이야. 방금 내 엉덩이를..."
모르는 척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두 손을 들어 무죄를 입증했다. 동시에 아바타로 한 번 더 주물렀다.
순간 그녀가 흠칫했다. 하지만 이내 그럼 그렇지란 얼굴로는 헛바람을 내뱉었다.
상황 파악을 완료한 것 같자 바로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윽...!"
탱탱하기 짝이 없는 살덩어리. 하면 할수록 중독된 것처럼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걸 한쪽만 만질 수는 없다. 아예 양쪽 모두를 움켜쥐었다.
-흠칫!
반응이 한층 더 격해졌다. 개의치 않고 열심히 반복하자 그녀가 나를 쿡쿡 찔렀다.
"나 아무래도 큰일 난 것 같아."
"무슨 일 있으신가요?"
"내가 아침에 유령 얘기 했었잖아? 평생 여자 손 한 번 못 잡아봐서 변태 귀신이 된 것 같다는 놈."
"...그랬죠?"
"아무래도 여기까지 따라온 것 같아.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
이예나가 씨익 웃으면서 몸을 붙였다. 팔이 닿도록 오더니 뭔가 야해진 얼굴을 들이밀었다.
"지금 내 엉덩이를 만지고 있거든."
"그거 참 큰일이네요."
"다행히 유령이니까 사람들이 못 보는 것 같지만... 느낌이 이상하다고 해야 할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대놓고 이런 짓을 하다니..."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수도 있으니 조금만 참아보세요."
"그래야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무르는 세기를 올렸다. 둥근 모양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강하게.
"아하앗...윽...으흐응..."
얼마 지나지 않아 옅은 숨결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허벅지는 안쪽으로 모였으며 발걸음 속도는 확연히 느려졌다.
그러다 딱 신호등에 멈춰 서게 되었다.
'이러면 더 만지기 쉽지.'
움직임이 없어진 그녀에게 찰싹 붙었다. 이어 목표를 바꿔 가슴을 받쳐 들었다.
"으핫...!?"
여기는 예상 못했는지 진심으로 놀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심히 당황한 그녀를 보며 손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묵직하고 터질 것 같고 따스한 이 감촉. 셔츠 위인데도 최고의 느낌이었다.
조금 더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대리님에게 속삭였다.
"그 유령이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지금... 가슴을 마구 만지고 있어..."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대놓고요?"
"유령이잖아..."
"참 부러운 능력이네요. 이런 데서도 마음대로 가슴을 만질 수 있다니."
"미친 놈... "
그녀가 인상을 한 번 팍 쓰더니 주위를 살짝 둘러봤다.
"그보다 옷 구겨지는 걸로 들킬 것 같은데..."
"유령이 알아서 하겠죠. 안 보이게 한다든가, 어색하지 않게 만든다거나."
내 말에서 힌트를 얻었는지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얼굴이었다.
'이럴 땐 과감하게 나가볼까?'
애초에 만지는 부위는 카모플라쥬 처리를 하고 있었기에 들킬 일은 없다. 슬쩍 위로 이동해 단추에 손을 댔다.
투둑...툭...
"야... 야아...!"
그녀가 상체를 비틀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고 쇄골이 드러난 건 금방이었다.
맨살의 면적도 점점 늘어나 가슴골이 보이기 시작했다. 위기를 감지한 이예나가 반사적으로 노출 부위를 가렸다.
빨개진 얼굴로 나를 노려봤지만 모른 척했다. 그제야 그녀가 주변 사람들을 둘러봤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에 놀랐는지 눈이 커졌다. 그때를 노려 와이셔츠를 더 풀어헤쳤다.
10초가 지나기도 전에 검은 브래지어와 커다란 가슴이 등장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조용했다.
"이... 이거 진짜..."
그녀가 움츠라든 몸을 조금 폈다. 이제야 좀 믿는 눈치였지만 여기서 멈추기엔 내가 부족했다.
간을 보다 등 뒤에 후크를 눌렀다.
"으하아악... 자, 잠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브래지어를 밖으로 빼내었다. 조용히 건네 주자 이예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떨어댔다.
'진짜 아주 장관이네.'
수많은 직장인들 사이로 생가슴을 내밀고 있는 대리님이라니. 절대 평범한 사람은 꿈도 못 꿀 장면이다.
하물며 내가 이 정도인데 본인은 어떻겠는가?
"우아아아... 와아아앗..."
끝없이 감탄사를 흘리는 그녀의 유두는 잔뜩 발기되어 있었다. 아주 빳빳하게 내밀어져서는 앞사람을 찌를 기세였다.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바로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흐읏..."
"왜 그러세요?"
"...아니야. 그냥 좀 추워서."
"나중에 겉옷 하나 사러 백화점이나 가봐요."
"네가 사줘야 돼."
"인턴 삥 뜯는 대리가 세상에 어딨어요."
"뒤질...하흣..."
꼬집자 약한 신음이 튀어나왔다. 이렇게 반응하는 걸 보면 흥분한 게 틀림없다.
나는 평소에 애무하던 것처럼 천천히 유두를 튕기고 돌렸다. 조금만 움직여도 상체가 움찔거리며 기분 좋음을 표현했다.
'더 잘 느끼는 것 같은데?'
긴장하기는 커녕 오히려 지금을 즐기고 있다니. 점점 자극의 세기를 높여가며 시간을 보냈다.
-초록불입니다.
하지만 눈치 없는 신호등이 색깔을 바꾸었다. 어쩔 수 없이 엉덩이로 다시 위치를 옮겼다.
물론 노출은 그대로인 상태로,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주물거렸다.
*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지?'
이예나가 화장실에서 브래지어를 재착용하며 생각에 잠겼다. 분명 저 뻔뻔한 인턴이 한 짓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유령 모드랑 노출이 안 보이게 막는 건 사람은 절대 불가능한 기술이다. 호기심이 생기면서도 두려움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래도 다행인 건 야한 짓에만 쓴다는 점이었다.
-덜컥.
옷매무새를 다듬은 이예나가 변기칸을 빠져나왔다. 거울 앞에 선 뒤 앞머리를 툭툭 털었다.
'근데 미치긴 했어. 어떻게 대낮의 길가에서 대놓고 노출을...'
생생하게 남아있는 감각이 머리를 지배했다. 순간 소름이 확 돋았다.
시원한 바람이 가슴 사이사이에 파고들고, 유두를 스쳐지나가는 그 느낌. 근데 또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다.
미칠 정도의 배덕감이었다.
꿀꺽 침을 삼킨 이예나가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멀리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박우진이 보였다.
"하는 걸 보면 능력빨로 온 것 같진 않은데 말이야."
미래대 공대 수석. 그 이름값은 결코 가볍지 않다. 1등 대학의 과 1등.
어디서 듣기로 최근 성적이 전부 만점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물론 시험 같은 거야 컨닝하면 된다. 그 외에 다른 것도 마찬가지. 하지만 회사에 와서 보여준 능력은 진짜였다.
스윽 훑는 것만으로 이름이나 직책을 다 외우는 거며, 일부러 어려운 업무를 시켰는데도 척척 해내는 것들을 보면 말이다.
-또각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평소보다 조금 더 크게 내며 박우진 옆을 지나갔다. 하지만 고개 한 번 돌리지 않는 그였다.
"...흥."
마지막으로 의자를 드르륵 끌며 앉았다. 그제야 흘끗 시선을 한 번 주었고 겨우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많이 급하셨나 보네요. 출근하자마자 바로 화장실이라니."
"...까먹고 안 싸고 나왔거든."
"다음부턴 까먹지 마세요. 오늘 길에 보니까 중간에 쌀 때도 없더만."
"참 고맙다. 고마워."
누가 벗기는 탓에 그런 거잖아! 심지어 브래지어도 억지로 뺏어가 놓고!
라고 말하고 싶은 걸 참으며 모니터를 바라봤다.
검은 화면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뭔가 어색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가슴을 까놓고 다녔는데 지금은 이렇게 갖혀 있는 모습이라니.
은근슬쩍 건드려봤다.
"흣..."
그때와 같은 느낌은 없었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래도 뭔가뭔가였다.
'게다가 내가 아니라 유령이 만져주기도 했고...'
괜히 또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그걸 겪어보고 싶기도 하고.
하지만 어떻게? 그냥 대놓고 해달라 할까?
나름 심각한 고민을 하며 마우스를 잡았다. 집중되지도 않는 아침 업무를 깔짝이다가 결국 마음의 결정을 했다.
-휙.
"잠깐 이쪽으로 와봐요."
손짓을 하자 박우진이 하던 걸 멈추고 다가왔다. 바로 옆에 도착하자마자 대놓고 바지춤을 쓰다듬었다.
'급하면 지가 그 능력을 쓰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