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593화 (593/615)

Chapter 593 - 593 역할 분담

일십백천만십만... 단위가 점점 커지더니 믿을 수 없는 숫자가 튀어나왔다.

"1억?"

아무리 점수 보너스가 있다고 해도 그렇지. 도대체 어떤 미친 놈이 1억을 던져준단 말인가?

하지만 은행 잔고에는 확실히 그만큼 추가되어 있었다. 눈을 끔뻑이며 비현실적인 광경을 바라봤다.

[보통 예금 XX은행: 136,408,500원]

알바 뛴 거 + 사방에서 들어오는 용돈들 + 소설로 번 돈 등등을 전부 합치니 이렇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혼인 신고서를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게다가 프로포즈할 때 사용할 반지라든가 부가 비용을 생각하면 더 필요하다.

생각을 하다 상점에 들어가봤다. 그 물건이 빨리 사달라는 듯 최상단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근데 빛나고 있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이아몬드 반지 - 200만원]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뜻하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입니다. 알맹이가 아주 크고 맑아 누구라도 감동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프로포즈를 해보세요!

[웨딩 드레스 - 150만원]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을 영원히 기억에 남도록 도와드립니다! 각자 취향에 맞는 디자인으로 제작하는 건 물론, 재질은 최고급. 떼가 묻지 않고 구김이 없습니다.

"참나."

350만원 x 7명 = 2450만원. 모든 비용을 합하면 얼추 2억이라는 거금이 나온다.

잊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얘네 회사는 애초에 돈독이 오른 놈들이라는 걸.

그리고 1억을 준 이유는 뻔했다.

"투자금이구만 투자금."

일반적으로 물건의 가격이 너무 높으면 포기하는 게 대부분이다. 근데 이때 절반을 스윽 준다?

있는 돈 없는 돈 죄다 끌어모아 사게 만드는, 그야말로 고도의 유도 전략이다. 어차피 회수 가능한 돈이니 선심 썼다 라는 느낌.

어이가 없었지만 1억은 1억이다. 대출도 아니고 그냥 준 돈. 어차피 다 저쪽으로 넘어가게 되겠지만 좋은 건 좋은 거다.

'그래도 한 발 가까워지긴 했네. 그리고 6명 300점 보너스로 준 거니까 어쩌면 예나 누나를 했을 때도...'

슬쩍 뒤를 돌아봤다. 어느 정도 어색함이 풀렸는지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하고 있었다.

미소를 지으며 프로필에 들어갔다.

[이예나]

현재 이예나의 게이지는 192(+100)점입니다.

나이 : 25살 키 : 163.3cm 몸무게 : 48.9kg 쓰리 사이즈 : 95 - 69 - 97 성향 : 중도 약점 : 클리토리스, G스팟, 자궁, 애널, 가슴, 허벅지, 목, 귀. 좋아하는 자세 : 정상위, 대면 좌위, 기승위, 뒤치기. 현재 감정 : 부끄러움

192점. 생각보다 많이 높은 점수에 깜짝 놀랐다.

사실 이예나는 조금 진도가 더딘 편이었다. 야한 짓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적은 회사 특성상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출장 때와 술 마셨을 때가 있었기에 이 정도까지 온 거다. 물론 어젯밤을 포함해서.

'그럼 총 점수 2000점이 코앞이네. 혹시 이번에도 선물 같은 거라도 주려나?'

솔직히 말하면 돈을 또 줬으면 싶었다. 하지만 방금 큰 걸 받은 터라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어쩌면 그냥 스킵될 수도 있지만 2000은 매우 상징적인 숫자니 기대해봐도 될 듯했다.

바로 달려가서 이예나를 덮치고 싶은 걸 참으며 멈췄던 발을 옮겼다. 어차피 기회야 하루 종일 많으니까.

*

-치이이익...

-달그락...달그락...

샤워를 하고 나오니 다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부분은 요리와 그릇 정리 중이었다.

조금 기다리자 넓찍한 식탁이 하나 둘 채워지기 시작했다. 막 반찬을 놓은 채아 누나에게 말을 걸어봤다.

"근데 매일 이런 양을 하려면 되게 힘들지 않겠어요?"

"괜찮아.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요리하는 거 좋아하거든."

"그럼 다행이긴 한데..."

"그리고 더 힘든 건 우진이잖아? 매일 아침 일찍 나가는데 밤에는 또 힘을 잔뜩 써야 하고 말이야..."

그녀가 내 상반신을 스캔했다. 아직 물기가 남아 있는 몸을 보더니 입술을 싸악 핥았다.

먹잇감을 본듯한 맹수의 눈빛에 뒷걸음질 쳤다.

"저 드라이기 좀 하고 올게요."

"에이, 지금은 안 잡아먹으니까 도망가지 않아도 되는데."

"뭔가 그 말이 더 불안한데요."

"알았어 알았어. 빨리 몸 말리고 와. 곧 준비 되니까."

채아 누나가 작게 웃더니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약 10분 뒤, 진수성찬 앞에 모두가 모이게 되었다.

딱 숟가락을 들려는 찰나 갑자기 김세정이 일어났다.

"자, 주목해주세요. 앞으로 다들 여기서 살게 될 텐데 일단 규칙을 좀 정해야할 것 같아서요."

그건 격하게 동의한다. 8명(이예나는 자취방이 있으니까 빼고.) 이면 꽤나 혼잡할 테니 말이다.

"일단... 아침은 이렇게 모여서 먹기. 하루의 시작인데 얼굴 정도는 봐야하지 않겠어요?"

"그건 맞지."

"찬성."

"어차피 같은 침대에서 일어날 테니 어길 일은 없을 듯?"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한 김세정이 말을 이었다.

"점심이나 저녁은 각자 스케줄이 있을 테니 따로 먹어도 돼요. 그래도 가급적이면 저녁은 같이 먹었으면 좋겠어요."

"언니, 그럼 역할 분담은 어떻게 하나요? 누군가는 밥을 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할 텐데."

"음... 혜윤이 말대로 그런 문제가 있지. 그래서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로테이션을 돌릴 생각이야. 밥, 청소, 빨래 등등. 이건 나중에 나누도록 하자."

"네에~"

한 가지를 해결한 그녀가 아영이를 쳐다봤다.

"미안하게도 아영이랑 혜윤이, 그리고 서윤이는 학교가 멀어져 버렸어. 수업이 있는 날에는 서윤이 차를 같이 타고 가면 되긴 하는데..."

"정확히 시간이 맞지 않는 날이 더 많죠."

"그렇지. 그래서 졸업 때까지..."

김세정이 손가락을 딱 들었다. 언제 어디서 꺼냈는지도 모를 카드를 검지와 중지에 끼운 채, 씨익 웃었다.

"택시비 지원 혜택이 있을 예정입니다. 물론 전액."

"와아아아아!"

"김세정! 김세정! 김세정!"

아주 난리판이 났다. 손을 번쩍 드는 추종자들을 보다 문뜩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근데 나도 학교 다니는데 왜 내 이름은 없냐?"

"맞다, 너도 학교 다녔었지?"

"설마 까먹었던 건..."

"인턴이라는 걸 잠깐 깜빡했지 뭐야. 그럼 통 크게 우진이도 추가~"

"와아아아!!!"

이래서 돈 많은 친구가 참 좋다. 가장 크게 환호성을 지르자 다들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머쓱한 표정으로 슬며시 팔을 내렸다.

"그리고 우리 건물 특성상 청소 아주머니를 따로 들이진 않을 거야. 각자 방은 알아서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대청소를 할 생각입니다."

"한 달에 한 번이면 나름 할만하겠네."

"청소 중요하지."

"오빠가 있는데 그 정도야 쓱싹이겠지."

마지막 말을 한 희진이와 눈을 마주쳤다. 아바타를 써서 인원수 늘리자는 뜻으로 들린 건 기분 탓이겠지?

"히히."

저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면 맞는 것 같다. 희진이가 어깨를 으쓱이며 시선을 피했다.

"아, 그리고."

김세정이 이예나를 쳐다봤다.

"언니는... 음, 오늘만 특별 게스트니까 흘려들으셔도 돼요."

"으응. 고마워."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요. 4층에 방 하나 비어 있어요. 물론 월세는 무료고."

"아... 응."

뭔가 얼굴이 빨개진 이예나와 함께 김세정이 박수를 짝 쳤다.

"이제 밥 먹읍시다!"

*

분주한 출근길. 불편한 점이 있는지 이예나가 걸어가면서 연신 옷매무새를 고쳤다.

"흐음... 좀 크네..."

"채아 누나가 좀 크긴 하죠."

"...나도 작지 않은 편이거든?"

"전 작다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뜻이었잖아."

찌릿 노려보던 그녀가 허리띠를 졸라맸다. 아마 저게 없었으면 길거리 노출쇼가 됐을 것이다.

'콘서트 끝나고 바로 왔으니 어쩔 수 없지. 사복 차림인데 심지어 하룻밤 묵었으니까.'

덕분에 유일하게 오피스 복장을 가진 채아 누나한테 빌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보기에도 조금 커보이긴 하지만, 오늘 만이니까 뭐 괜찮겠지.

헐렁한 듯한 그녀를 보고 있자 이예나가 흘러가듯 물었다.

"근데 말이야. 너 정체가 뭐야?"

"네? 정체라뇨?"

"뭐긴 뭐야. 모두 함께 모여서 섹스를 할 정도로 친한 사이를 만든 너 말이야."

옷을 다 고친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푸른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치며 손가락을 하나씩 폈다.

"신아영, 윤혜윤, 한희진, 한채아. 여기까진 그럴 수 있지. 너는 자지 크고 섹스도 잘하니까. 근데 문제는 얘네."

누가 들을새라 목소리를 죽인 그녀. 대신 얼굴을 들이밀었다.

"김세정과 박서윤은 도대체 뭔데? 넌 지금 슈퍼 아이돌 그룹 탑티어 2명을 동시에 꼬신 거라고. 알아?"

"알고는 있죠."

"근데 그것도 모자라 한 침대에서 다같이 섹스를 한다? 이건 일반인이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거든. 아니, 그 어떤 권력자나 자산가가 와도 불가능해."

그녀가 주변을 휙휙 둘러봤다. 근처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너 뭐 이상한 능력 있지?"

"...능력이요?"

"내가 어제 하면서 느낀 게 있어. 그게 뭔지 알아?"

"뭔데요."

"분명 나랑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신음이 들린다는 거."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솔직히 완벽히 속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진 않았다.

처음 한 번은 어떻게 넘어갈 수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눈치 챌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니까.

"설마 자기들끼리 물고빨고 박는 건 아닐 테고... 그러다 나 봐버렸다?"

"뭘요?"

"딴 애들 보지가 활짝 벌어져 있는 거. 마치 투명 딜도를 넣은 것 같이 말이야..."

싱긋 웃은 그녀가 몸을 떨어트렸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팔을 툭툭 털더니 아주 작게 속삭였다.

"너 내가 지켜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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