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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586화 (586/615)

Chapter 586 - 586 슈퍼 아이돌

한창 달리던 차가 점점 느려졌다. 이유는 창문 밖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멀리서도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거대한 흰색 돔. 수용 인원이 정확히 몇 명인지는 모르지만 최소 3만명은 들어갈 듯 싶었다.

'2층, 3층도 있었으니까 더 들어가려나?'

그렇다면 이렇게 막히는 것도 이해가 갔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은 김세정의 콘서트를 보러 온 게 분명하니까.

나는 하품을 하고 있는 희진이의 옆구리를 툭 쳤다.

"너 저런데 가본 적 없지?"

"처음이지. 애초에 난 누구 콘서트나 공연 같은 거 보러 간 적 아예 없어."

"사람이 문화와 예술에 관심을 좀 두고 살아야 성격이 착해지고 그러는 거야."

"착해지긴 개뿔."

한희진이 콧웃음을 치며 머리를 뒤로 기댔다. 말 걸지 말라는 듯 눈을 감아버리자 괜히 무안해졌다.

못 다한 말을 삼키며 반대쪽을 쳐다봤다. 아영이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시다시피 저는 공대생이라 저런 곳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감정이 메마른 공대생. 무섭네."

"게다가 저희 학교가 워낙 빡세잖아요? 쪽지 시험도 자주 보고 그래서 공부하느라 시간이 없었죠."

"그래봤자 내 아래면서."

"뭐요?"

도끼눈을 피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이어 서윤이와 채아 누나, 혜윤이를 차례대로 쳐다봤다.

"혹시 여기서 콘서트 가본 적 있는 사람?"

"나. 나 많이 가봤어."

박서윤이 자신있게 손을 들었다. 살랑이는 은빛 머리카락에 잊고 있던 사실이 떠올랐다.

"바로 앞에 연예인이 있었구나. 깜빡했네."

"근데 왜? 뭐 궁금한 거라도 있어?"

"이렇게나 사람 많으면 기다리는 줄도 엄청 길 것 같은데, 보통 얼마나 걸려?"

"최소 1시간 이상은 계속 들어갈 걸? 근데 나는 맨날 프리패스였어서 정확히는 몰라."

"차 막히는 거 보니까 1시간은 훌쩍 넘길 거 같은데..."

"걱정 마."

그녀가 손을 흔들었다.

"인맥은 이럴 때 써먹는 거거든."

사이드 거울 속에서 하얀 치아가 반짝였다. 그리고 내용을 알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부우우웅...

차가 콘서트장 지하 어딘가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딱 봐도 일반적인 루트는 아닌 게 느껴졌다.

우리를 앞서가는 차도, 뒤 따라오는 차도 없었기 때문. 그때 발랄한 노래가 울려퍼졌다. 박서윤이 재빨리 스피커 모드로 전화를 받았다.

"지금 오고 있나요? 대충 어디쯤이에요?"

"아, 네네 대표님. 지금 막 지하 주차장에 들어왔어요."

"그럼 2층으로 와주세요. 거기가 스태프들 전용 공간이거든요."

"네에~ 바로 갈게요."

통화가 초스피드로 끊겼다.

"그 대표라는 게 혹시."

"우리 소속사 대표님."

"...인맥 확실하구만."

"나 박서윤이야. 박서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초슈퍼 울트라 메가톤급 아이돌."

"오..."

박수를 쳐주자 그녀의 한껏 어깨가 올라갔다. 그러다 문뜩 저번에 나눴던 김세정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근데 너도 잉스타 하냐?"

"하지. 안 들어간 지는 좀 됐지만."

"팔로워 몇 명이야?"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4800만이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지?"

"김세정보다 200만 적네."

"...야! 내가 계속 활동했으면 나도 충분히 5000만 찍었거든? 게다가 내가 게시물도 안 올리고..."

뭐라뭐라 변명하는 사이 차가 한 바퀴 빙글 돌았다. 지하 2층에 도달하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분명 처음 보는 건데 처음 보는 것 같지 않은 사람. 티비나 인터넷에 자주 등장하는 소속사 사장이었다. 가까이 간 박서윤이 창문을 내렸다.

"오랜만이에요. 대표님."

"일반인 되더니 얼굴이 아주 밝아진 것 같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저야 학교 다니고 나름 바쁘게 살았죠. 아, 맞다. 제가 친한 친구들 좀 데려왔는데 같이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다 준비해 놨으니 적당히 쉬다가 입장해요."

"감사합니다. 나중에 시간 되면 따로 뵐게요~"

"네에. 들어가요."

대표가 손을 흔들며 안쪽을 곁눈질했다. 박서윤 친구의 정체가 매우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떡 벌어지는 그의 입을 보게 되었다.

잠시 후, 범인인 듯한 아영이를 툭툭 쳤다.

"뭔 짓 했어?"

"네? 뭐를요?"

"대표가 아주 귀신 본 것 같은 얼굴을 하던데?"

"아, 그거요? 그냥 눈 마주치길래 한 번 웃어줬는데요?"

"...너는 오디션 보면 그냥 합격이겠다."

"에이, 오빠 옆에 붙어있어야지 제가 어딜 가요. 걱정 꽉 붙들어 매요."

*

그렇게 차에서 휴식을 취하다 적당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이질감이 팍팍 느껴졌다.

'웬일로 안 달려드는 거지?'

원래라면 이런 자투리 시간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사람들인데. 이상하게 다들 짠 것 같이 아주 조용했다.

각자 눈을 붙이거나 핸드폰을 하거나. 분위기를 깨기는 좀 그러니 나도 가만히 있었다.

"자, 따라와. 여기로 가면 돼."

"길 알아?"

"한 2년 전에 여기로 공연하러 왔었어. 그리고 다들 내 얼굴 알 테니 딱히 막지도 않을 거야."

박서윤이 머리를 찰랑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확실히 중간중간 스태프들을 만났지만 아무런 제지는 없었다. 오히려 황송한 얼굴로는 길을 터주기 바빴다.

'솔직히 이걸 누가 태클을 걸 수 있겠어.'

신기한 얼굴로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있는 형형색색한 그녀들.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포스를 내뿜는 게 아이돌 그룹 같았다.

외모만 따지자면 1군 이상급.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닌지 웅성거림이 커졌다.

"와... 박서윤이다..."

"근데 뒤에는 누구지? 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새로운 그룹 아니야? 견학하러 온 애들."

"괴물 신인들이네..."

무수한 칭찬에 콧대가 하늘 높이 올라갔다. 물론 내 칭찬은 없었지만 뭐 어떤가. 기분 좋으면 장땡이지.

대표와 같은 표정을 한 사람들을 지나쳐 좌석에 도착했다. 김세정을 지근거리에서 볼 수 있는 초특급 자리. 확실히 여기면 얼굴의 표정 변화까지 전부 보일 것 같았다.

-팟.

공연장을 둘러보기 무섭게 불이 꺼졌다. 대신 뒤에 위치한 초대형 전광판이 켜졌다.

[60]

1초가 지나자 59로 줄어들었다. 10이 되자 사람들이 떼창을 시작했다.

온몸이 울릴 정도의 엄청난 크기. 뒤를 돌아보자 수많은 야광봉들이 콘서트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 같은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이제 나오겠다."

채아 누나의 속삭임과 함께 내부가 암흑에 잠겼다. 그리고.

"와아아아아아!!!"

김세정이 손을 흔들며 등장했다. 동시에 귀가 멀 듯한 엄청난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커졌다.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 입은 김세정도 웃으며 계속 호응을 해줬다. 그러다 정확히 이쪽을 쳐다봤다.

눈이 마주친 것 같은 느낌과 함께 그녀의 왼쪽 눈이 감겼다.

"와아아아아아!!!!"

거대한 화면에 윙크가 실시간으로 전부 나갔다. 저렇게 확대를 해놨음에도 예쁘긴 뒤지게 예뻤다.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김세정이 함박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마이크를 툭툭 쳤다.

"자자, 모두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어. 많이 힘들었지?"

"아니!!!"

"아니긴. 그 피로 내가 다 풀어줄게. 즐길 준비 됐지?"

대답과 함께 그녀가 머리를 찰랑였다. 동시에 웅장한 스피커에서 반주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 가보자고."

*

무대는 아주 훌륭했다. 노래 부르면서 춤까지 추는데 힘든 티를 내지 않다니.

그것도 3시간 동안 이어졌기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질 않았다.

"저게 진짜 프로구나."

"대단하네요."

"엄청나..."

마지막 곡이 끝나자 다들 한 마디씩 거들었다. 나도 작게 박수를 치며 김세정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 바쁜 공연 와중에도 최소 10번은 눈을 마주친 것 같다. 확신하는 이유는 윙크가 터져나왔기 때문. 아무리 바보라도 눈치챌 수 있는 신호였다.

"하아...하아..."

이마의 땀을 훔친 김세정이 자세를 똑바로 잡았다. 갑자기 화려하던 레이저가 얌전해졌다. 조명도 어두워져서는 그녀만을 비췄다.

"오늘 다들 재밌게 즐겼어? 어땠어?"

"재밌었어!!!!"

"다행이다. 예전부터 내가 오늘 중대 발표를 한다고 했었잖아? 혹시 기억하는 사람?"

수많은 야광봉들이 위로 올라왔다. 김세정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조금 슬플 수도 있지만 울지는 마? 사실... 오늘이 내 마지막 콘서트야."

아쉬움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내 은퇴 공연이기도 하고."

그녀의 폭탄 발언에 콘서트장이 고요해졌다. 3초간 침묵이 이어지더니 엄청난 탄식이 쏟아져나왔다.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그동안 엄청 열심히 활동했었잖아?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니까 조금 공허해지더라고. 이렇게 20대를 다 날리면 어쩌지? 하고."

김세정의 눈동자가 이쪽으로 돌아왔다. 박서윤을 쳐다보는 듯 하더니 금방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즐거운 콘서트 분위기를 망쳐서 미안해. 그래도 이해해줄 수 있지? 활동은 안 하겠지만 잉스타는 자주 업로드 할게."

"아...!"

또 분위기가 가라앉을 것 같자 그녀가 박수를 쳤다. 급 조용해진 내부. 공기의 흐름을 바꾸려는지 김세정이 한없이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끝내긴 아쉽지?"

"아쉬워!!!!"

"그럴 줄 알고 내가 앵콜 곡을 준비했어. 이걸로 다들 마지막은 재밌게 즐기고 가자? 그럴 수 있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동시에 스피커에서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뭇 진지해진 김세정의 표정. 나를 향해 정확히 씨익 웃어보이더니 마이크의 위치를 슬쩍 고쳤다.

"그럼 가자!!!!!"

"와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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