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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582화 (582/615)

< 582화 > 582. 뜨거운 불금

-끼익...

고급진 문을 열자 멋드러진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봤던 인테리어. 바였다.

'이런 데 와보는 건 처음인데?'

촌뜨기 티를 내지 않은 채 주위를 둘러봤다.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매장과 적당히 어두운 불빛들.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이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작게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자 대리님이 앞서나갔다.

"이예나로 예약했어요."

"2분 맞으신가요?"

"네. 맞아요."

"확인됐습니다. 편안히 즐기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녀가 엄청 예의바른 듯한 바텐터를 지나 안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저런 카운터 의자에 로망을 갖고 있던 나는 잠깐 멈춰섰다.

"저기 카운터 앞에 자리 텅텅 비어 있는데요?"

"둘이서 얘기할만한 곳은 아니잖아. 아무리 바텐터가 비밀을 잘 지킨다고는 하지만 뭐, 듣고 말하지 않는 거랑 아예 안 듣는 거랑은 천지차이니까."

"도대체 어떤 음흉한 얘기를 하려고."

"그러게?"

이예나가 피식 웃으며 앞서 나갔다. 자리를 잡은 곳은 구석 중의 구석이었다.

"으음... 뭘로 할까... 뭐 마시고 싶은 거라도 있어?"

"저는 이런 곳이 처음이라 잘 모르겠어요."

"어? 처음이야?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

"제가 어떻게 생겼길래요?"

"대학 술자리라는 술자리는 전부 나갈 것 같은 씹인싸."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무선 연결 오나홀을 얻기 전의 내 인생은 암흑 그 자체. 물론 보상해주듯 그 후는 엄청났지만, 그녀가 말한 대로 술자리는 나간 적이 없다.

슬픈 눈을 하자 그녀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진심이 통했는지 화제를 돌렸다.

"그럼 내가 평소에 마시던 것 좀 시킬게. 괜찮지?"

"네. 누나 좋아하는 거 시키세요."

"으흣... 내가 아주 맛있게 말아줄게."

누나라는 말에 순간 그녀의 입꼬리가 풀어졌다. 뭔가 한층 업된 텐션으로는 메뉴판을 탁 닫더니 의자에서 일어났다.

직접 주문하러 가는 이예나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생각보다 가드가 많이 풀려있네.'

회사에서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데이트니 그럴 수도 있지만 초반부터 이런 모습은 의외다. 물론 아까 누나라고 부를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곧 쟁반 위에 술을 잔뜩 들고 온 그녀가 하나 둘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꽤 종류가 여러 가지네요?"

"이것저것 섞어야 하니까 당연하지."

"근데 원래 바텐터가 해주지 않나요?"

"나는 내 입맛에 맞게 조금씩 더 넣고 빼고 그래서 말이야. 혹시 주량이 어떻게 돼?"

"저는 소주 3병 정도?"

"많이 넣어도 되겠네."

이예나가 이리저리 흔들고 섞으며 묘기를 시전하기 시작했다. 색다른 그녀의 모습에 감탄이 나왔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들었다.

'저번에 호텔에서 얼마나 마셨더라? 그리 많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정확히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나야 괜찮은데 저 사람이 문제다. 술에 취해 덮친 경력이 있으니 말이다.

-쪼르르륵...

생각하는 사이 잔에 맑은 액체가 채워지기 시작했다. 익숙한 손놀림에 감탄하고 있자 다른 색깔이 섞여 들어왔다.

"자, 처음은 좀 약한 걸로 했어."

"이런 거 자주 하시나 봐요? 꽤나 익숙하시던데."

"요즘은 별로 안 하는데 사회 초년생일 때는 좀 자주 마시긴 했어. 간단하게 한 두잔 정도지만."

"그렇군요."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주정뱅이는 아니야."

"전 아무 말도 안 했어요."

"표정으로 했잖아."

그녀가 피식 웃으며 본인의 잔을 채웠다. 똑같은 높이가 되자 따르는 걸 멈췄다.

"짠."

"짠."

맑은 소리와 함께 꿀꺽 내용물을 삼켰다.

*

"그래서 내가 그때 말이야~ 똭 이렇게 말했지! 저는 연애할 생각이 업써요!"

"그렇군요."

"으응? 뭐야 그 영혼 없는 리액션은?"

"아이고!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됐나요?"

"그 뒤로 나하고 눈도 안 마주치지 뭐야? 아주 편해졌지 편해졌어! 근데!"

"근데?"

"이번엔 다른 사람이 번호를 달라고 하지 뭐야아? 정말 거절하느라 귀찮았다니까?"

결국 이렇게 됐다. 진탕 취한 상사의 무용담을 들어주는 부하의 포지션으로.

물론 처음에는 좋았다. 그윽한 눈빛과 간질간질한 둘 사이의 분위기. 덕분에 술술 들어간 건 이해된다.

'근데 자주 마셨다면서? 자기 주량도 체크 못해?'

순간 의구심이 피어올랐지만 헤실거리는 그녀의 얼굴에 바로 없어졌다. 평소보다 훨씬 더 매혹적이고 끈적했기 때문.

내 시선에 그녀가 턱을 괬다.

"왜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봐? 나 예뻐?"

"예뻐요."

"으흐흐흣...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왠일이야? 우리 우진이... 아부 잘하네?"

이예나가 헤실거리며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계속해서 웃음기를 흘리는 게 누가 봐도 많이 취한 모습이다.

그러더니 갑자기 앞단추를 하나 풀었다.

"누나 가슴 크지?"

"이래서 구석에 앉으려고 했던 거군요."

"어차피 주변에 사람도 없잖아. 그리고 아까부터 우진이가 빤~히 쳐다보던 건데 뭐 어때?"

나야 좋지만 입밖으로 내다간 하나 더 풀 기세다. 그때도 좋다고 하면 와이셔츠를 벗을 것 같고.

나는 적당히 비어진 술들을 보며 시계를 확인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시간은 순식간이었다. 슬슬 타이밍이 된 것 같다.

"저 조금 어지러워서 그런데 조금만 쉬어도 될까요?"

"그래. 그러자."

은근히 뜻을 내비치자 그녀가 갑자기 얌전해졌다. 뭔가 허둥거리는 듯하더니 가방을 재빨리 챙기기 시작했다.

'혹시 취한 척은 아니겠지?'

기다렸다는 듯한 움직임에 또 다시 의문이 올라왔다. 어느새 준비를 마친 그녀가 출입구를 가리켰다.

"나 집 여기서 5분 거리야. 먹을 거랑 마실 것도 많고... 청소도 깔끔하게 다 해놨어."

"2차로 가기 딱 좋네요."

눈빛을 교환한 뒤 의자에서 일어났다. 함께 밖으로 빠져나와 으슥한 골목길을 걸어나갔다.

-또각또각또각...

리듬에 맞춰 걷고 있자 허리 쪽에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까부터 은근하게 닿던 그녀의 몸은 아니었다.

의도를 가지고 있는 무언가였다.

곁눈질을 하려는 그 순간, 작은 손이 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하아... 우진이 엉덩이 개꼴린다... 쫀득한 게 느낌 좋아..."

"이렇게 길가에서 대놓고 해도 되는 거예요?"

"왜에~ 어차피 여기는 사람 별로 안 와."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니다."

어차피 불금 저녁 술 취한 커플로 보일 텐데 누가 딴지를 걸겠어. 나는 생각을 포기하고 주물거리는 걸 즐겼다.

반응을 보려는지 그녀가 고개를 쑤욱 내밀어 올려다봤다.

"이걸로 여자애들을 꼬시고 다녔구나? 나 이렇게 허벅지 탄탄하니까 잘 박아 줄 수 있어요~ 이렇게."

"그건 누나도 마찬가지잖아요."

"으흣!"

바로 그녀의 엉덩이를 잡았다. 딱 붙어 있는 스커트라 모양이나 탱탱함이 전부 느껴졌다.

이건 뭐 옷을 입었는데 입지 않는 거나 다름 없다.

"저한테 보여주려고 이런 거 입고 오는 거예요?"

"꼴렸어?"

"꼴려 죽을 것 같아요."

"직접 만지면 더 대단할 걸? 그리고 여기도..."

이예나가 잠갔던 단추를 다시 풀었다. 은근하게 드러난 가슴골과 뽀얀 살결에 잠시 넋을 놓아버렸다.

"하흐응... 너무 세게 쥐면 아픈데..."

"조용히 해요."

"누나한테 막 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반전 매력 좋아."

밖으로 나오는 말이 필터를 거치치 않는 것 같다. 나는 더욱 달라 붙은 그녀의 몸을 끌어당겼다. 붉어진 얼굴에서 뜨거운 입김이 마구 새어나왔다.

"집 어디예요?"

"여기 바로 앞."

"빨리 가요."

서로의 몸을 만지며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cctv가 있었지만 전혀 상관하지 않는 태도.

"아흐으응... 누구 마주치면 어쩌려고 그래..."

"먼저 한 건 누나잖아요."

"그래도 여긴..."

잔뜩 칭얼거리지만 얼굴은 잔뜩 녹아내려 있다. 솔직한 몸을 확인한 뒤 고개를 숙였다.

"조용히 하라니까요."

아주 작게 속삭인 뒤, 반들거리는 입술을 살포시 막아주었다. 그리고 3초만에 뗐다.

"응읍...! 야... 야!"

"왜요."

"그거 나 방금 첫키스...!"

"술은 확 깬 것 같네요."

웃으며 엉덩이를 세게 움켜쥐었다. 그와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꽁냥거리는 데에 정신이 팔린 틈에 도착한 것이다.

"....."

"내릴까요?"

끄덕.

이렇게까지 했는데 얌전하다? 분명 덜 취한 게 분명하다. 저번의 경우를 보면 인정사정 없이 덮쳐댔으니까.

그렇게 문앞에 도착했다. 이예나가 손으로 잠금장치를 가렸다.

"보지마."

"제가 그거 봐서 뭐하게요?"

"밤에 몰래 와서 덮치기 방지용."

"불안하면 추가로 뭐 설치해요. 걸쇠도 있구만."

"흥. 안 한다는 말은 절대 안 하네."

"절대 안 올게요. 됐죠?"

두 손을 들어 맹세를 했다. 그러자 이예나의 표정이 뭔가 뚱해졌다.

"절대 안 올 거야?"

"절대로."

"한 번쯤은 슬쩍 와도 괜찮은데."

"누나가 오지 말라면서요."

"오지 말라고 해서 진짜 안 오라는 법은 없잖아."

도대체 어떤 장단에 맞춰야할지 모르겠네.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등 뒤에 섰다.

"오늘 하는 거 보고 결정해볼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열렸다. 손잡이를 꽉 잡은 그녀가 뒤를 돌아봤다. 비밀을 말하듯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더니.

"나 집에 남자 들이는 거 처음이야."

나를 안으로 끌어당겼다.

-쾅!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이예나의 방. 열심히 훑어보고 있자 그녀가 내 앞섬을 잡아당겼다. 술 냄새가 나는 얼굴을 코앞까지 들이밀었다.

"너 오늘 여기서 못 나가."

"어떻게 해야 나갈 수 있는데요?"

"그건... 네가 하기에 따라 다르지."

그와 동시에 말랑말랑한 입술이 나를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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