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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575화 (575/615)

< 575화 > 575. 한강 데이트

"감사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이 보이는 곳에 내리게 됐다. 시원한 공기와 물씬 풍기는 특유의 물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여기 오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네."

"저도요. 마지막으로 온 게 가족들이랑 몇 년 전이더라..."

"근데 생각보다 사람이 좀 많은 것 같다?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네."

"딱 저녁 데이트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날씨도 선선하고 적당히 어둡기도 하고... 그래도 평일이라 그렇게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일단 둘러보자. 가다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나는 깍지를 낀 손에 힘을 더 주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 맞아. 우리 회사 과장님이 말이야..."

"여기 경치 좋다..."

"엄마, 나 이것 좀 따줘."

술병을 들고 통화하는 남성, 데이트 하러 나온 커들, 가족 나들이 등등. 조금 과장하자면 발 디딜 틈도 없이 아주 많았다.

거의 물반, 사람 반이라도 해도 될 정도.

그래도 한참을 걸어가자 저멀리 좋은 자리가 눈에 띄었다. 똑같은 걸 봤는지 아영이가 후다닥 달려갔다.

-펄럭.

돗자리가 하늘을 날았다. 아직 땅바닥에 닿지도 않았는데 아영이가 엉덩이를 붙였다. 원래부터 있었다는 듯 내게 손짓했다.

"오빠, 빨리 와요."

"어 그래."

정말이지 엄청난 행동력이구만. 나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옆으로 다가갔다.

옆에 앉기 무섭게 그녀가 나를 끌어당겼다.

몸이 딱 붙을 정도가 되자 좋은 냄새가 뇌속까지 흘러들어왔다. 샴푸 냄새는 물론이고 뿌린 듯 안 뿌린 듯 은은한 향수가 특히 그랬다.

길게 숨을 내뱉자 아영이가 귀신 같이 고개를 돌렸다.

"냄새 좋죠?"

"어떻게 알았어?"

"그냥 그럴 것 같아서요."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동시에 바람이 훅 불어 검은색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더욱 강해진 향에 나도 모르게 코를 벌렁거렸다.

"더 맡아도 돼요. 자, 여기요."

아영이가 내 인중 바로 앞에 머리카락을 내밀었다. 조금 변태같긴 하지만 거절하지 않았다.

눈을 감고 음미하듯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진짜 좋네...'

몇 번을 반복해도 매번 새로웠다. 심지어 하면 할수록 중독된 것처럼 멈출 수가 없었다.

여자란 원래 이렇게 온몸에서 좋은 걸 풍기는 걸까?

끊임없이 냄새를 새기고 있자 그녀가 귓가에 입을 댔다.

"오빠, 그거 알아요? 옆에 있는 사람이 엄~청 변태 같은 눈으로 쳐다본 거?"

"변태 같은 게 아니라 부러워서 그런 거겠지."

"방금 바람 불었을 때 제 냄새를 맡았나 봐요. 아쉽게도 또 그럴 기회는 없겠지만."

애초에 아영이를 보고 안 부러워하는 게 비정상인 거다. 옆에 붙어 있기만 해도 질투와 선망의 대상이 되는데, 이렇게 알콩달콩 하고 있다니.

그런 시선이야 익숙하니 무시했다. 대신 그녀의 허리를 살포시 감았다.

"그동안 잘 지냈어?"

"오빠가 없어서 너무 심심하고 외로웠어요."

"그래도 좀 있으면 같이 학교 다닐 수 있잖아. 다다음주부터."

"흐응... 꼭 그러지 않아도...아, 방금 건 못 들은 걸로."

"뭐가 그러지 않아도야?"

"저는 그런 말 한 적 없는데요?"

아영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머리를 어깨에 기댔다. 얼버무리려는 행동 같았지만 뿌리치진 못했다.

결국 온기를 나누며 주변 경관을 구경했다.

그렇게 약 5분이 지났을 무렵, 아영이가 꾸물대더니 위치를 옮겼다. 옆에 있던 것을 앞으로.

품속으로 쏘옥 들어오더니 순식간에 백허그를 하게 만들었다.

"이게 더 편하다. 헤헤."

"좀 더 들어와도 돼."

"그럴까요?"

아영이가 엉덩이를 더욱 밀어붙였다. 옷을 입었음에도 몸의 굴곡이 전부 느껴질만큼 딱 밀착하게 됐다.

전신으로 전해지는 따스함과 시야에 가득 찬 뒤통수. 나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정답이었는지 곧바로 기분 좋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아... 이러니까 뭔가 로맨틱하다... 그쵸?"

"분위기 있긴 하다."

"저기 앞에 다리는 반짝반짝 빛나서 예쁘고... 날씨도 좋고...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있기도 하고."

아영이가 슬쩍 고개를 뒤로 돌렸다. 얼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눈이 마주친 기분이었다.

"만약에요."

"응."

"저희 모두 다 같이 살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다 같이? 집도 커야 되겠고... 방도 많아야겠고... 북적북적하겠지?"

"뭔가 엄청 재밌을 것 같지 않아요? 청소도 같이 하고 요리도 같이 하고. 친한 친구들끼리 어디 놀러 간 느낌일 것 같아요."

"확실히 그러긴 하겠다. 나는 개고생하겠지만."

말을 끝내기 무섭게 그녀가 웃음을 터트렸다.

"개고생이 아니라 행복에 겨워 죽는 게 아닐까요? 일반인은 평생 만나지도 못할 급의 여자가 몇 명이나 있는데."

"행복에 겨워서 진짜 죽을 걸? 사인은 미라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쪽쪽 짜내이는 거지."

"걱정 마세요. 제가 죽기 직전에 구해드릴 테니까."

"거 참 고맙네."

그녀의 어깨에 턱을 올려놨다. 동시에 배를 슬쩍 쓰다듬었다.

"그럼 날뛰지 못하게 얌전하게 만들어버릴 거야."

"어떻게요?"

"배가 볼록해지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복부를 꾸욱 누르자 그녀가 흠칫 몸을 떨었다. 이어 한층 녹아내린 목소리로는 대답했다.

"임신시키게요?"

"응."

"하아아... 오히려 좋은데요? 포상이에요."

진심이 담긴 말에 오히려 내가 뻘쭘했다.

"그럼 특단의 조취를 내릴 수밖에. 자지 금지."

"에이... 그건 반칙이죠."

"아니면 섹스 없는 클린한 날을 지정하든가."

"그런 말도 안 되는 게 어딨어요?"

"나도 먹고 살아야지."

콧바람을 한 번 내뱉자 그녀가 엉덩이를 꾸욱 밀어붙였다. 불만의 표시인지 애교를 부리는 건지.

그 상태로 잠시 동안 가만히 있자 아영이가 팔을 내렸다. 내 손을 잡더니 슬쩍 위로 밀었다.

-툭.

말랑하면서 단단한 게 닿았다. 뭔지는 볼 것도 없다.

"이렇게 꼴리는 걸 두고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매우 자신만만한 말투로 그녀가 더욱 힘을 주었다. 그럴수록 묵직한 무게감이 나를 눌러댔다.

"과연 이 가슴을 직접 마주해도 그런 자신감이 나올까 모르겠네요..."

솔직히 나도 없긴 하다. 이렇게 옷을 껴입었음에도 반응이 오는데, 만약 생가슴을 들이민다?

새하얀 살결과 핑크빛 유두를 보는 순간 이성이 날아갈지도 모른다.

심지어 아영이 혼자도 아니고 다 같이 한다면...

꼬르륵.

그때 배가 야릇한 분위기를 깼다. 아영이가 피식 웃더니 내 팔을 놓아주었다.

"일단 진짜 배부터 채울까요?"

"주변 식당이라도 가게? 모처럼 자리 잡았는데 아쉽다."

"제가 그럴 줄 알고 뭐 좀 준비해왔어요. 잠시만요."

그녀가 신난듯 가방을 뒤적거렸다. 손에 딸려온 건 예쁘게 생긴 도시락이었다.

"짠! 바로바로 신아영의 특제 도시락입니다!"

"오오... 대단해."

"뭐예요. 그 영혼없는 반응은?"

"사람 많은데 박수 치면서 소리 지를 순 없잖아."

"그래도 해주세요."

"와아...! 정말 맛있겠다!"

오버액션을 해주자 그녀가 피식 웃음을 내뱉었다. 나쁘지는 않은 듯 입꼬리는 계속 위로 올라갔다.

"그럼... 대공개~"

뚜껑이 열림과 동시에 고소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 속에 있는 내용물은 더욱 엄청났다.

김밥, 계란말이, 소시지 등등. 딱 봐도 정성이 가득 들어가 있는 음식들이 가득했다. 게다가 잔뜩 신경 쓴듯한 비주얼까지. 차마 건드리기 미안할 정도로 잘 꾸며져 있었다.

"어때요? 맛있겠죠?"

"엄청 맛있겠는데 뭔가 먹기가 미안하네."

"에이, 괜찮아요. 괜찮아. 자, 일단 이것부터 먹어봐요. 맛있는 재료만 넣어놨어요."

그녀가 김밥을 하나 들었다. 마침 배고팠는데 잘 됐다. 나는 입술 바로 앞까지 도착한 것을 사양하지 않았다.

'맛있네.'

빈말이 아니라 진짜 맛있다. 절묘하게 어울러진 재료가 미각을 마구 자극해댔다.

씹는데 집중을 하자 아영이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특히 우물거리는 입에.

꿀꺽.

목울대를 울리자 그녀의 표정이 시시각각 기대감에 부풀어졌다. 무슨 대답이 나올지 알면서도 저러는 걸까?

"맛있다. 엄청 맛있어."

"히히, 엄청 열심히 만들었다고요. 자, 이것도 먹어보세요. 나름 자신 있는 거예요."

숨을 돌리기도 전에 다음 음식이 들어왔다. 물론 마다하지 않고 받아먹었다.

"근데 아영이는 안 먹어?"

"저는 오빠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요."

"그런 소리 말고 하나 먹어봐."

이번엔 내가 하나를 집었다. 그녀에게 내밀자 붉은 입술이 벌어졌다.

"으응... 역시 맛있네요."

"혹시 요리 학원 같은 거 다닌 거야?"

"무슨 학원이에요. 그냥 오빠에 대한 저의 사랑을 듬뿍 담아서 이런 거죠."

거 참 낯부끄러운 말을 스스럼 없이 하네. 근데 저렇게 예쁜 얼굴로 하니 기분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하나씩 나눠먹으며 시간을 보냈고, 도시락통이 빈 건 금방이었다.배를 두드리고 있자 아영이가 또 무언가를 내밀었다.

"여기 음료수로 입가심하세요."

"...도대체 저 작은 가방 어디서 이렇게 많이 튀어나오는 거야? 혹시 요술 주머니?"

"이게 저래 보여도 나름 안쪽은 넓어요."

"아니, 아까 저기서 돗자리도 꺼냈었잖아."

"흐응... 제가 마음만 먹으면 못 하는 건 없답니다."

그녀가 입꼬리를 올리며 뒷정리를 마쳤다. 그동안 주변은 더욱 어두워졌다.

옆사람의 실루엣이 얼핏 보일 정도. 다들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지 뭔가 더 조용해진 느낌이었다.

그건 아영이도 마찬가지였다.

"오빠."

"왜."

"이제 밥 먹었으니까 운동 좀 해야죠?"

그녀가 슬쩍 손을 내밀더니 내 다리 사이에 집어넣었다. 목표는 볼 것도 없이 바지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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