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2화 > 572. 애널 섹스하는 거 구경할래요?
지금 이 상황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나는 3년 같은 3초의 침묵 속에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음식점까지 따라온 건 이해할 수 있다. 근데 설마 모텔까지 올 줄이야. 그것도 바로 옆방에 자리 잡는 걸 보면 계속 지켜보고 있었단 말이 된다.
'진짜 음흉하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자 이예나가 허둥지둥거렸다. 이상할 정도로 느리게 열리는 잠금장치를 다그치듯, 카드키를 연신 눌러댔다.
그런다고 기계가 말을 들을 리 없다.
아주 잠깐의 여유 동안 정리를 마치고 말을 건넸다.
"대리님도 집까지 가기 피곤해서 여기 들리셨나 보네요?"
"네? 아, 어...네. 맞아요! 식곤증이 왔는지 갑자기..."
"사실 저도 밥을 먹고 나니까 졸려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하루 자고 가려고 왔어요."
"아하하... 저는 하룻밤까지는 아니고 잠깐 눈만 붙이려고..."
그녀가 엄한 곳을 쳐다보며 볼을 살살 긁었다. 빠져나갈 구멍을 주니까 바로 덥석 무는 게 참 귀여우면서 애처로웠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얼마나 호기심이 많은 건지 참.
"근데 대리님 자취하는 곳은 회사 주변 아니셨나요? 굳이 올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
"거기까지 가기도 힘들어서요."
"그렇군요. 그보다 혹시 괜찮으시겠어요?"
"왜요?"
"여긴 저 혼자만 온 게 아니거든요."
목소리를 줄이며 안쪽을 눈짓했다. 단번에 알아들은 그녀가 얼굴을 살짝 붉혔다.
이내 새침한 표정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흥, 어차피 모텔은 그러는 장소인 거 다 알고 있으니 상관없어요."
"이해 해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아시다시피 제가 좀 오래 하거든요. 도중에 새어나오는 소리도 꽤나 크고."
"지금 섹스 잘한다고 자랑하는 거예요?"
"아뇨. 그게 아니라 잠에 못 드실까봐 걱정돼서 하는 말이죠."
어깨를 으쓱였다. 동시에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저 마침 편의점 가는 길인데 같이 가실래요?"
"뭐하러요?"
"음... 저는 음료수 사러 갈 건데, 대리님은 귀마개나 안대 구매하셔도 괜찮고."
"...좋아요."
그녀가 카드키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몸을 휙하고 돌리더니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어색한 침묵과 함께 밖으로 빠져나왔다.
"방금 주인 아줌마 보셨어요? 엄청 놀라던 얼굴이던데."
"그야 갈색 머리 여자애랑 들어간 남자가 이번엔 저랑 나왔으니 그렇죠."
"심지어 옆방을 잡았으니 아마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설마... "
이예나가 옆머리를 비비 꼬았다. 강한 부정을 하지 않는 걸 보면 은근 동의하고 있는 듯했다.
"근데 사실 또 맞기도 하잖아요. 대리님의 성처리 담당하는 제가..."
"뭐, 뭔 성처리예요!"
"쉿... 목소리가 커요."
검지를 입술에 올리자 발끈하던 그녀가 쭈그라들었다. 혹시 누가 들었을까 주변을 휙휙 둘러보더니 눈살을 찡그렸다.
"지금 저한테 약점 잡힌 건 알고 그런 소리 하는 거죠?"
"약점이요?"
"양다리를 넘어, 3다리. 4다리? 아주 그냥 폭탄 터지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대리님까지 합치면 5다리 아닐까요?"
"여자 앞에서 한다는 소리가... 참 자랑이다 이 자식아."
이예나가 으르렁거리더니 이마를 탁 쳤다. 앞머리를 흐트리며 들으라는 듯 중얼거렸다.
"하아...내가 어쩌다 이딴 놈이랑 하게 되어가지고..."
"대신 그만큼 황홀한 첫 경험을 하셨잖아요? 그거 아무나 못 하는..."
"내가 진짜 미쳤지... 미쳤어..."
만담을 나누고 있자 어느새 편의점의 바로 앞까지 와 있었다. 자연스럽게 갈라져 나는 냉장고 앞에, 대리님은 생활용품 코너로 향했다.
'달짝지근한 게 마시고 싶다 했지...'
적당한 것들을 고른 뒤 이예나에게 다가갔다. 뭘 살까 매우 고민하고 있는 그녀가 있었다.
"마음에 드는 게 없어요?"
"그냥 뭐가 편할까 보고 있었어요."
"음... 아마 이게 좋을 거예요."
귀마개와 안대가 한꺼번에 들어있는 수면용품 세트. 잠시 입가를 꾸물거리던 이예나가 하나를 꺼내들었다.
별 말 없이 카운터로 가더니 곧바로 계산을 마쳤다.
-터벅터벅.
돌아가는 길. 나란히 모텔을 향해 가니 느낌이 묘했다. 물론 같은 호텔에서 잔 적은 있지만 지금은 맨 정신이라 더 그런 듯했다.
간판이 눈앞에 보이자 이예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루 자고 간다고 했죠?"
"혜윤이가 먼저 예약을 해서요."
"혜윤이라... 이름 예쁜 친구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럴 땐 대리님 이름도 예쁘네요. 라고 대답하는 거예요."
"대리님 이름도 엄청 예쁩니다."
"엎드려 절 받긴 싫네요."
흥 하고 콧바람을 내뱉은 그녀가 먼저 앞서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꾸욱 눌러 신호를 잡았다.
-위이이잉...
led에 써진 층수가 높아질수록 어색함이 증가했다. 농담이라도 건넬 겸 입을 열었다.
"혹시 잠이 안 오면 자위 한 번 시원하게 지르고 주무세요."
"뭐뭐뭐... 뭐요?"
"신음 소리 들으면서 해도 괜찮아요."
"미쳤어!"
-짜악!
그녀가 등짝 스매시를 날렸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온 건지 아주 얼얼했다.
"사실은 궁금하지 않으세요? 다른 여자는 저랑 섹스할 때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안 궁금하거든요."
"작은 팁을 드리자면, 대리님은 혜윤이보다 더 커요."
"뭐라는...!"
때마침 4층에 도착했다. 발걸음을 내디뎠지만 그녀는 가만히 서 있었다.
뭔가 매우 궁금한 표정으로는 이걸 물어도 되는지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이내 옆으로 따라붙으며 아주 작게 물었다.
"제가... 그렇게 커요?"
"핸드폰에 영상 있잖아요? 첫 경험인데도 기승위로 방아 찧어대는 그거."
"...말 나온 김에 물어보는 건데요."
"네."
"혹시 뒤로도 해요?"
"네?"
갑자기 뒤라니? 더 빨개진 이예나의 얼굴로 대충 무슨 뜻인지 짐작이 갔다.
'그러고 보면 이 사람도 애널로 하는 거 즐겨 했었지?'
물론 작은 딜도지만 재능이 있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그 뜻은 꽤나 오랫동안 우리의 소리를 염탐하고 있었단 게 된다.
"아, 아니... 그냥 우연히 듣게 됐는데 엉덩이 구멍으로 할까? 이런 소리가 나오길래..."
"관심 있어요?"
"조, 조금은? 아, 물론! 안에다 싸도 안전한 구멍이니까...! 별 다른 뜻은 없어요!"
"역시 변태라니까."
피식 웃자 그녀가 손을 휙휙 내저었다. 절대 아니라는 수신호였지만 속뜻은 그게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구경해볼래요?"
"에? 그게 무슨...?"
"딱 한 번. 혜윤이랑 애널 섹스하는 거 잠깐만 보고 가는 건 어때요?"
"어떻게... 혜윤이라는 사람과 합의도 안 된 건데..."
나는 대답 대신 그녀가 들고 있는 걸 가리켰다. 수면 안대.
"혜윤이가 은근 눈 가리고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다른 쪽의 감각이 증폭되어서 훨씬 더 잘 느낀다고."
"그, 그래서요?"
"제가 몰래 문을 조금 열어둘 테니까 적당할 때에 조용히 들어오는 거예요. 어때요?"
당연히 혜윤이한테는 말해둘 거다. 지금 직장 상사가 몰래 보고 있다고.
아까 은근히 질투심을 내뿜던 그녀라면 허락해줄 것이다.
끄덕.
그리고 당연히 호기심 많은 대리님도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기다려요."
나는 수면 안대를 건네 받고는 방문을 열었다. 아주 약간의 틈을 만든 뒤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혜윤이에게 인사했다.
"아! 오셨어요? 고생했어요."
"여기 혜윤이가 좋아하는 복숭아 쥬스 사왔어. 스포츠 음료도 있으니까 마음에 드는 거 마셔."
"네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혜윤이가 복숭아 쥬스 캔을 들었다. 꿀꺽꿀꺽 숨도 쉬지 않고 여러 차례 목울대를 울리더니.
"하아... 이 맛이에요. 너무 맛있어."
"그렇게 복숭아가 좋아?"
"달고 맛있고 싫어할 이유는 없잖아요? 근데... 그건 뭐예요?"
그녀가 내 손에 든 걸 눈짓했다.
"수면 안대. 마침 편의점에서 팔고 있길래 가져왔어."
"나중에 잘 때 쓰려고요?"
"아니? 지금 당장 쓸 건데."
나는 재빨리 옷을 벗으며 침대 위로 올라갔다. 네 발로 기어 덮쳐버릴 듯한 분위기를 뿜어냈다.
"다 쉬었지?"
"네에... 여기도 준비 됐어요."
"어디 한 번 확인해볼까?"
혜윤이에게 안대를 씌워주며 귓가에 속삭였다.
"아까 밖에 나갔다가 대리님 만났어."
"네...네?"
"알고 보니까 바로 옆방에 입실을 했다고 하더라고? 근데 어쩌다 우리 대화를 들은 모양이야."
"어떤 거요?"
"애널 섹스한다는 거."
"엣..."
귀에 안대가 고정되자 그대로 손을 내렸다. 보들보들한 볼을 쓰다듬으며 목선을 타고 내려왔다.
쇄골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근데 그 사람도 뒷구멍으로 하는 거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더라고? 여기까지 따라온 노력도 있는데 한 번만 보게 해줄까?"
"네에? 아... 읏... 잠깐이라면 뭐... 괜찮아요. 오빠가 완전히 제 것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니까..."
예쁜 말을 하는 입술을 막아줬다. 끈적한 키스를 이으며 가슴을 주물렀다.
"엉덩이 내밀어봐."
혜윤이가 고양이 자세를 취했다. 정확히 현관문 쪽으로 엉덩이가 향하도록.
뒤에서 보자 장관이 따로 없었다.
어딜 봐도 꼴리는 것 투성이인 몸. 특히나 빠르게 뻐끔거리는 애널과 보지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끼익...
그때 아주 작은 소음이 귀에 들렸다. 곁눈질을 하자 조심스럽게 들어오고 있는 대리님이 있었다.
'진짜 빨리도 들어오네.'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 거야? 잠깐 시선을 교환한 뒤 다시 혜윤이를 쳐다봤다.
자지를 엉덩이골 위에 올려놨다.
동시에 그녀의 허리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기쁨을 표현했다. 이렇게 자지를 달라고 애원을 하다니.
바로 구멍에 정확히 귀두를 끼웠다.
-꿀꺽.
누구의 목에서 나온 소리인 줄은 모르겠지만, 그걸 신호로 천천히 안쪽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