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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569화 (569/615)

< 569화 > 569. 대리님은 궁금한 게 많아

혜윤이가 맞이하러 와준 건 정말 기쁘지만 타이밍이 조금 안 좋네. 이럴 땐 말을 걸면 폭발한다는 걸 잘 안다.

대리님의 시선을 무시하며 혜윤이한테 손을 흔들었다.

"여기까지 무슨 일이야?"

"그냥 오빠 회사 한 번쯤은 와보고 싶어서요. 근데 엄청 크네요?"

"나도 처음 봤을 땐 깜짝 놀랐었다니까. 그보다 배고프지 않아?"

"아, 네. 조금요."

"일단 밖으로 나가자. 여긴 사람 많으니까."

혜윤이가 예쁘다고는 하지만 흘끗흘끗 쳐다보는 건 용서가 안 된다. 빛을 발하는 외모 덕에 어딜가나 같은 상황의 반복이지만.

그렇게 음식점이 모여 있는 골목으로 들어왔다.

'혹시 뒤따라오고 있나?'

저번 아영이가 방문했을 때 스토킹했던 전적이 있던 대리님. 하지만 차마 뒤돌아볼 용기는 생기지 않았다.

단지 뒷통수가 따가운 느낌으로 대충 알뿐이다.

"맞다, 오빠 저 이거 옷 어때요? 요번에 새로 산 건데."

"새로? 어디서 샀어?"

"저어기 ㅇㅇ백화점에서요. 아영이 언니랑 같이 쇼핑 했어요."

"엄청 잘 어울리는데? 예쁘다."

"헤헤. 언니도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옷 자체가 예쁜 것도 있지만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 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게다가 몸매까지 받쳐주니 효과는 배 이상이었다.

격하게 공감하며 아래를 쓰윽 봤다.

무릎 살짝 위까지 오는 치마가 참 뭐랄까. 청순하면서도 수많은 상상력을 자극하게 만들었다.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맞다, 오빠 어제 집에 안 들어왔던데 무슨 일 있었어요?"

"야근 아닌 야근을 했지. 좀 격하게."

"아아... 왠지. 퇴근 시간이 되도 문 닫히는 소리가 안 들리길래 물어봤어요."

척하면 척이라고. 이젠 직접적인 단어를 말하지 않아도 알아듣는다.

그리고 딱히 상대가 누군지 묻지도 않고.

"아, 이거 먹을래? 저번에 점심 시간에 와봤었는데 맛있더라."

"곱창... 오빠가 추천하는 거면 다 괜찮아요."

"그럼 사람 몰려오기 전에 얼른 들어가자."

"네에~"

식당 내부는 반 정도 차 있었다. 대충 2인용 테이블에 엉덩이를 붙이자 점원이 다가왔다.

딱 메뉴판을 건네받은 순간, 그가 입구를 향해 소리쳤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신가요?"

뭔가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듯한 목소리와 반가운 말투. 도대체 누가 왔길래 저러는 걸까?

흘끗 곁눈질을 하자 눈에 확 띄는 분홍빛 머리카락이 보였다.

"혼자예요. 자리 있죠?"

"물론이죠! 자, 이쪽으로 오세요."

또각또각 높은 구두굽이 식당을 울렸다. 그리고 대각선 맞은편에서 소리가 멈췄다.

'저 스토킹녀가 진짜...'

잠깐 푸른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지만 이예나는 아무 일도 없는 척 메뉴판을 펼쳤다. 싱글벙글한 점원은 주변을 떠날 줄 몰랐다.

예쁘니까 이해는 하는데 뭔가 짜증이 나네.

"전 이걸로 할게요. 혹시 얼마나 걸리나요?"

"10분이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다행히 금방 축객령이 내려졌다. 혼자 있게 되자 그녀가 물을 따랐다.

고개를 들어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눈이 또 마주쳤다.

헛웃음을 내뱉자 혜윤이가 갸웃거렸다.

"오빠, 뒤에 누구 아는 사람 있어요?"

"있긴 있지."

"누구요?"

그녀가 가방을 정리하는 척 몸을 옆으로 돌렸다. 주변을 훑어보는가 싶더니 1초만에 움찔 몸을 떨었다.

누구라고 말을 안 했지만 본능적으로 알아챈 모양이다.

'눈에 확 띄는 사람이니까.'

곧 놀란 표정의 혜윤이가 나타났다.

"혹시 제가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사람인가요?"

"아마도 맞겠지?"

"근데 저 사람이 누군데요?"

"내 직장 상사. 더 정확히 말하면 담당 사수."

"헉... 그럼 빨리 가서 아는 체 해야되는 거 아니에요? 저녁 잘 드시라고 인사도 하고..."

아니야. 절대 아니야. 평소라면 그랬겠지만 지금 그러다간 오히려 역효과날 게 뻔하다.

애써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었다.

"어차피 퇴근 후에는 그런 거 안 해도 돼. 저 분도 편안하게 밥 먹으러 왔을 텐데 괜히 눈치 보이고 그러잖아."

"그런가요? 흐음... 뭐, 어쨌든 그건 그거고 엄청 예쁘신 분이네요. 가슴도 크고."

"우리 부서 아이돌이시지. 인기가 아주 그냥 하늘을 뚫고 있어."

"부서가 아니라 회사 전체에서 일 것 같은데요? 흐으음..."

혜윤이가 살짝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홀짝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상체를 내밀었다.

"저도 나름 영문과 여신인데."

"알지알지. 혜윤이 예쁜 거. 그보다 자기 입으로 여신이라 하면 부끄럽지 않아?"

"흥, 그냥 그렇다는 거예요."

삐진 척을 하면서도 슬쩍 눈치를 보는 그녀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진짜 귀여워 죽겠네.

정수리를 쓰다듬어주자 바로 표정이 풀렸다.

물론 뒤에 있는 대리님은 반대였다.

'이젠 쳐다보기도 무섭네.'

아마 '쟤는 또 누구야? 도대체 박우진이랑 무슨 사이지?' 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내일 출근이 두렵기는 하지만 그건 나중 일이다.

중요한 건 눈앞에 있는 혜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다.

"으응... 배부르다... 역시 오빠가 추천하는 곳이네요. 맛있게 잘 먹었어요."

"나도 잘 먹는 거 보니까 기분이 좋네. 그보다 잠깐..."

재잘재잘 떠드는 그녀의 입가에 손을 댔다. 입술 옆을 닦자 붉은 양념이 묻어나왔다.

"너무 맛있게 먹은 것 같은데?"

"아아 그거는...!"

"괜찮아. 별로 안 묻었으니까."

옷에 스윽 닦으려 하자 그녀가 내 손목을 잡아 제지했다. 하지만 본인도 닦을 게 없었는지 잠깐 멈칫했다.

뒹굴뒹굴 굴러가는 눈동자. 이내 결정을 했는지 결연한 표정이 됐다.

"응흣...으응...쪼옥...쪽... 이러면 됐죠?"

혜윤이가 입술을 한 번 핥았다. 살짝 도톰하면서 빨기 딱 좋은 입술. 소스 때문인지 침 때문인지 더욱 붉어져 있었다.

꿀꺽.

저게 뭐라고 이렇게 꼴리는 걸까?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손을 내밀었다.

"우리 좀 걸을까?"

"네에~"

*

'쟤는 도대체 또 누구야??? 이번엔 갈색 머리???'

이예나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른 채 젓가락을 움직였다. 분명 먹고는 있는데 배가 차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우적우적 열심히 씹으며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같은 과 후배라는 신아영, 사업한다는 한채아와 동생 한희진, 그리고 연예인 듀오 박서윤과 김세정.

총 5명의 여자가 있는데 또 하나가 추가됐다. 심지어 회사까지 찾아올 정도면 보통 사이는 절대 아닌 듯했다.

'박서윤과 김세정은 그냥 아는 사이라 치고... 신아영, 한채아, 한희진과는 섹스하는 관계. 그럼 쟤는?'

웨이브 진 갈색 머리카락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딱 봐도 예쁜 게 느껴지는 뒷모습. 실제로 얼굴도 귀여웠다.

게다가 옷을 껴입었음에도 튀어나올 데는 튀어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간 걸 보면 몸매도 상당할 게 분명했다.

"으으... 도대체 여자가 몇 명이야...!"

쥐가 나는 듯한 다리를 반대로 꼬았다. 이쪽도 얼마 안 지나 아파오기 시작했다.

결국 정자세로 앉은 그녀는 웃고 있는 박우진을 빤히 쳐다봤다.

'저 놈의 어디가 좋다고 저런 애들이 계속 꼬이는 거지? 자지 빼고는 별 볼일 없는 ...건 아니네.'

흠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빈틈은 없었다.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 출신, 공대 과탑, 키 큼, 몸 좋음, 얼굴 괜찮음, 자지 큼, 섹스 잘함.

이 정도면 남자가 갖출 수 있는 스펙은 거의 다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저러니 여자가 꼬이는 건 당연하지만.

저렇게 연예인들 여자들이 몇 명씩 대쉬하는 게 정상인지는 모르겠다.

'무언가 있어...'

여자의 감이 발동됐다. 숨겨진 진실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애초에 박우진이랑 이런 관계가 된 건 자신이 먼저 덮쳐서니까.

-드르륵.

그때 박우진과 갈색 머리 여자애가 일어났다. 깨끗한 그릇을 보면 다 먹은 듯했다. 그에 반해 자신의 것은 반 정도 남아 있었다.

'어쩌지? 따라가볼까?'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음식점까지 따라온 건 그렇다 치는데 이 이후로 또 따라가는 건 스토커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오늘 놓치면 영원히 저 애의 정체를 파헤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슨 사이인지만 밝히는 거야.'

카운터에서 그들의 계산이 끝나자마자 의자에서 엉덩이를 뗐다.

"저도 계산이요."

*

소화시킬 겸 주변 공원에서 약 30분 동안 걸었다. 회사 얘기도 하고 학교 얘기도 하고.

서로의 일상을 주고받자 어느새 어둑해져 있었다.

"이제 슬슬 갈까?"

"으음... 저는 좀 더 같이 있고 싶은데..."

"어차피 옆집인데 같이 가면 되잖아."

"아... 저 사실..."

혜윤이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핸드폰을 꺼내 몇 번 터치하더니 나에게 내밀었다.

[ㅇㅇ모텔 예약 완료. 1박 2일 숙박, 지금 바로 입실 가능.]

"사실 오랜만에 가보고 싶어서 최대한 회사 주변으로 잡았는데... 혹시 괜찮을까요?"

안 될리가 없다. 저렇게 기대에 찬 얼굴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면 더더욱.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게 생겼다.

바로 이 옷. 가뜩이나 대리님의 매니큐어가 묻어 있는데 내일 또 똑같은 걸 입고 간다?

상상도 하기 싫다.

그래도 답은 정해져 있다. 딱 입을 열려는 순간 그녀가 은근하게 엉덩이를 내밀었다.

"이 치마 속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뭐가 있는데?"

"한 번 만져보세요. 오빠가 좋아할만한 걸로 준비했어요."

혜윤이가 저렇게 말할 정도면 뭘까? 치마 위를 더듬자 그녀가 더 깊은 곳에 닿도록 유도했다.

'이건...'

애널 쪽을 문지르자 단단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 뜻은 하나밖에 없다.

"오늘은 오빠가 좋아하는 구멍으로 해도 돼요. 다 준비해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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