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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530화 (530/615)

< 530화 > 530. 따라 들어온 대리님

갑자기 왠 출장? 보통 그런 건 며칠 전에 알려주지 않나?

뜬금없는 소식에 잠깐 눈살을 찌푸리자 곧바로 설명이 이어졌다.

"별 건 아니고 그냥 경험 쌓기 같은 거예요. 회사가 대충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이 부서는 이런 일을 하는구나~ 하고 알려주는 거죠."

"그렇군요. 근데 왜 하필 내일인가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너무 갑작스러워서요."

내 말에 그녀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숨결이 닿도록 가까이 다가오더니 귓가에 입을 댔다.

"사실 원래 저 혼자 가는 출장이었는데 한 번 우진 씨도 껴봤어요. 이렇게 칙칙한 회사에 계속 있으면 머리 아프잖아요? 가끔 이렇게 바람도 쐬고 뭐, 싫다면 명단에서 제외해드릴게요."

"그 무슨 말씀을... 저는 대리님과 함께라면 어디라도 좋습니다."

"좋아요. 그럼 일단 아침 업무부터 끝내고, 그 이후에 제가 차근차근 알려드릴게요.

"넵."

이예나가 바람을 후 불은 뒤 제자리로 돌아갔다. 일부러 한 것 같지만 오히려 좋다.

나는 달콤함이 남아있는 공기를 크게 들이키며 방금의 제안을 떠올렸다.

'출장이라...'

회사에 처박혀 있는 것보단 대리님이랑 단둘이 드라이브하는 게 훨씬 낫긴 하다. 어차피 나는 뒤에서 구경만 할 테니 딱히 리스크도 없고.

이건 뭐 안 가면 바보나 다름없는 기회다.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옆자리를 흘끗 봤다.

의자 등받이에 늘어진 기다란 핑크빛 머리카락.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는 비주얼이다.

단지 그뿐이라면 다행이겠지만 문제는 또 엄청나게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내가 어제 예쁘다고 해서 하고 온 것 같은데...'

과대 망상이라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절묘한 타이밍이다. 아까의 미소를 떠올리자 도저히 업무가 손에 잡히질 않았다.

방금 얼굴을 봤는데 또 보고 싶어진다. 나는 불투명한 가림막에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빈자리를 상상으로 채우며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루한 아침이 지났다.

"일단 저희가 가는 곳은 약 2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회사예요."

탕비실에서 커피를 타던 이예나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마침 궁금했던 차라 귀를 쫑긋 세웠다.

"2시간이요?"

"네, 자동차로요."

"2시간이면 기차를 타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그게 애매한 위치에 있어서 다 따져보니까 차로 가는 게 더 이득이더라고요. 중간에 골목 같은 것도 있어서요."

그렇구만.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걱정 마세요. 저 운전 잘 하니까."

"그럼 혹시 차는 어떤 걸로..."

"당연히 법인차죠."

"그렇군요."

이예나가 커피를 홀짝이며 축였다. 나도 똑같이 한 모금 마시고는 아침부터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근데 당일치기 출장이라고 하셨는데 일정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일단 회사에서 출발, 2시간 달려서 출장지 주변에서 점심 먹기, 오후에 일을 처리한 뒤에 돌아오는 게 계획이에요."

"설마 빨리 오면 회사에서 또 일을 해야 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에이, 그런 악덕 기업이 세상에 어딨어요? 그냥 팀장님께 간단히 보고 후에 내일 출장 보고서를 제출하면 돼요."

일단 차를 반납하러 돌아오긴 해야 한다는 거네. 조금 바빠보이긴 하지만 나름 나쁘지 않은 스케줄이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있자 이예나가 슬쩍 내 눈치를 봤다.

"저... 근데."

"네?"

"우진 씨 운전할 줄 알아요?"

"네. 할 줄 압니다."

"장롱이에요? 아니면 적당히 잘해요?"

"후자입니다."

푸른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반응을 보니 딱 봐도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됐다.

이럴 땐 선수를 쳐야 점수를 딴다.

"아침에 피곤하실 테니 갈 때는 제가 운전하겠습니다."

"아이 참, 고마워요. 대신 제가 거기 주변 맛집을 알고 있으니 맛난 거 먹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내 대답에 그녀가 밝게 웃었다. 이거 무슨 출장이 아니라 데이트 가는 느낌이다.

나는 신난 듯한 대리님을 몰래 곁눈질했다.

'진짜 이미지가 확 달라지긴 했네.'

포니테일 때는 뭔가 깐깐하고 엄격한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주위가 확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미소를 짓고 있어 감히 눈을 똑바로 마주치기 힘들 정도였다.

정말 여자란 무섭네. 나는 와이셔츠 안에 숨겨진 가슴을 생각하며 커피를 목구멍에 쑤셔 넣었다.

입을 싹 닫은 뒤 그녀의 하복부를 쳐다봤다.

'그건 그렇고 어제 정말 대단했지.'

보통 첫 경험을 하면 소극적으로 하기 마련이다. 박으면 박는 대로 신음 내기 바쁜 게 지금까지의 데이터였다.

근데 눈앞의 여자는 불과 2번째부터 내 위에 올라탔다.

-이렇게 하니까 확실히 크긴 크네... 배가 뚫려버릴 것 같아.

-힘들면 무리하지 않아도 돼.

-싸기 전까지 그럴 일은 없어. 그럼 움직인다?

무서운 기세로 엉덩이를 내리찍고 가슴을 크게 출렁이는 기승위. 물론 처음 하는 체위라 그런지 어색하긴 했다.

하지만 곧잘 적응해서는 허리를 흔들어댔다.

얼마나 좋았는지 신음도 무지막지하게 냈다. 제어가 되지 않는 입에서는 침이 뚝뚝 떨어지기도 했다.

정말이지 평생 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랬던 사람이 지금 내 눈앞에 멀쩡히 서 있다니. 직접 봤음에도 동일 인물이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그럼 이제 슬슬 갈까요?"

"아, 넵."

나도 모르게 발기가 될 뻔했네. 타이밍 좋게 등을 돌린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물론 시선은 엉덩이에 고정한 채로.

*

"고생하셨습니다!"

"모두들 고생했어요. 집에 가서 푹 쉬고 내일 보도록 해요. 아참, 예나 씨랑 우진 씨는 내일 출장 가죠?"

"넵. 팀장님."

"조심히 잘 갔다 와요. 이번 건은 간단한 거라 딱히 큰일은 없을 테지만, 혹시나 예나 씨 선에서 처리 못할 것 같으면 전화하고요."

"알겠습니다."

"자, 그럼 모두 갑시다!"

팀장님의 말씀을 마지막으로 우르르 빠져나갔다. 나는 당연히 이예나 대리님과 함께였다.

어깨가 닿을락 말락하게 옆에 붙어서, 누가 살짝 밀치면 바로 부딪칠 거리에서 말이다.

그리고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둘은 엘리베이터 줄의 끝자락이었다.

'설마...'

데자뷰가 재생됐다. 그리고 그건 엘리베이터가 열렸을 때 확신이 들었다.

"우진 씨 먼저 타요."

"알겠습니다."

북적북적한 내부. 문을 바라보고 똑바로 서 있자 그녀가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들어왔다.

그리고 아주 당연한 듯, 엉덩이를 내게 꾸욱 붙였다.

"...."

비록 치마 위지만 뜨거운 살덩어리가 그대로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 이건 어제보다 좀 더 노골적이다.

그것도 엉덩이골 한가운데에 끼워진 터라 정신이 혼미했다.

진짜 하루만에 꼴림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혹시 난 괴물은 키운 게 아닐까?

작게 심호흡을 하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그와 동시에 이예나의 엉덩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윽스윽...

천이 비벼지는 소리가 귀에 흘러들어왔다.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크기였지만 내겐 충분했다.

이거 좀만 더 하다가는 커지겠는데?

조금씩 하체에 피가 몰릴 찰나, 그녀가 손을 위로 올렸다.

그러더니 어깨에 있던 머리카락을 살랑 넘겼다.

'스읍...'

좋은 냄새가 코를 뚫고 들어왔다. 이렇게 위아래로 공격을 해대면 멀쩡할래야 멀쩡할 수가 없다.

조금 발기해버렸다.

그걸 느꼈는지 이예나가 좀 더 무게를 실었다. 치마를 뚫고 들어갈 기세로 붙여왔다.

100% 확신하는데 지금 바로 모텔에 가자고 하면 허락할 것이다.

하지만 행복한 상상은 오래 가지 못했다.

-1층입니다.

눈치 없는 엘리베이터 같으니. 중간에 좀 멈추고 고장도 나고 할 것이지.

그녀도 꾸물거리며 아쉬움을 표현했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맨 앞자리였기에 이예나가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묘한 분위기로 출입 기계에 사원증을 찍었다.

정문으로 나와 잠시 멈춰섰다.

"조심히 들어가요."

"대리님도요."

"혹시 오늘도 채아 누나라는 분이 데리러 오나요?"

"아뇨, 그런 연락은 못 받았어요."

"흐음... 그렇군요. 그럼..."

"오빠...!"

누군가 청량한 목소리로 대리님의 말을 끊었다. 고개를 돌리자 검은 머리의 미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주변 회사원들과 어울리는 정장 차림이었다.

"아영아? 여긴 어쩐 일이야?"

"오빠 보고 싶어서 마중 나왔죠. 그보다 이쪽은..."

분홍색과 검은색이 눈을 마주쳤다. 서로 스캔을 하는 게 전부 느껴졌다.

"우진 씨 지인이신가봐요? 안녕하세요. 저는 맞선임인 이예나 대리라고 해요."

"안녕하세요. 저는 우진 오빠랑 같은 과에 다니고 있는 후배 신아영이라고 해요."

"아아... 같은 과 후배."

전류가 튄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나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둘을 차례대로 쳐다봤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뇌를 풀가동하고 있자 아영이가 대뜸 팔짱을 꼈다.

"이예나 대리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내일도 오빠 잘 부탁드려요."

"아, 예. 물론이죠."

이예나가 대충 대답하며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방향은 눌린 가슴이었다.

하지만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는 이만 가볼게요. 두 분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대리님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예나가 등을 돌렸다. 그러자 아영이가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저 사람 반응이 좀 신기한데요? 설마 오빠 보고 반한 건 아니겠죠?"

"내 생각엔 다른 이유일 것 같은데..."

"짚이는 거라도 있어요?"

아주 많지. 며칠 전에는 채아 누나가 데리러 왔고, 어젯밤에는 희진이 이름을 부르면서 섹스를 했고, 오늘은 네가 나타났으니까.

"아니다. 그보다 모처럼 나왔는데 저녁이나 먹고 들어갈까?"

"좋아요. 저는 무조건 환영~"

팔에 힘이 더 들어간 그녀와 함께 골목길로 들어갔다. 요 며칠간 다니면서 알아낸 맛집 한 곳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사이좋게 메뉴판을 보고 있자 사장님의 커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세요! 몇 분이신가요?"

"혼자요."

"그럼 저기에 앉아주세요!"

원래 남을 딱히 신경 쓰는 성격은 아니다. 근데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분홍빛의 머리카락에 절로 눈동자가 움직였다.

"...콜록."

나도 모르게 헛기침이 튀어나왔다. 분명 집에 간 줄 알았는데 저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거야?

일단 아무렇지 않은 척 저 멀리 대각선에 앉은 손님을 흘끗 쳐다봤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눈이 마주쳤다.

"...."

"...."

소화... 잘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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