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5화 > 505. 이예나 대리의 밤
"무슨 일이신가요?"
사수의 부름에 재빨리 다가갔다. 자꾸 아래로 내려가는 눈을 억지로 붙잡고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예나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검지를 들었다.
"점심도 먹었으니 본격적인 교육을 시작할 건데, 우진 씨 생각에는 회사에 새로 들어오면 제일 중요한 게 뭐일 것 같나요?"
"음... 사고 안 치기?"
"그건 당연한 거지만 신입이 그러는 건 하늘의 별따기죠. 그러려면 기본부터 잘해야겠죠?" 자, 일단."
그녀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팀원들을 쭈욱 가리켰다.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입을 움직였다.
"우리 팀원들 이름과 얼굴을 오늘 내로 외우도록 노력해보세요."
"팀원분들 호칭을 다 외우라는 말씀이시죠? 이름이랑 직급까지."
"그렇죠. 전부 다."
"그거라면 다 외었어요."
"만약 팀장님한테 대리라고 부르...에?"
뭔가를 추가로 설명하려던 그녀의 입이 멈췄다. 방금 자기가 들은 게 맞는지 되내이는 듯 눈을 몇 번 깜박였다.
그러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다... 외었다고요?"
"네. 8명밖에 안 되잖아요."
"아니,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좋아요,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했으니 테스트 해봐도 괜찮겠죠?"
"넵."
이예나가 나만 보이도록 작게 손가락을 뻗었다. 첫 타자는 역시 팀장님이었다.
"저기 제일 안쪽에 계신 분의 직함은요?"
"한우진 팀장님입니다."
"그럼 그 왼쪽 갈색 머리 여성분은요?"
"김수아 과장님입니다."
"시계 방향으로 쭉 말해보세요."
"김민준 대리님, 이현우 대리님, 박나은 주임님. 그리고..."
막힘 없이 줄줄 불었다. 한 명 한 명 이름이 불릴 때마다 이예나의 입도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팀원까지 말했을 무렵에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온 지 4시간도 채 안 됐는데 이럴 줄은 몰랐겠지. 나는 자랑스럽게 허리를 피고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곧 붕어처럼 뻐끔뻐끔거리더니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어...어... 진짜로 다 외었네요?"
"아까 명함 교환할 때 다 머릿속에 집어넣었어요."
"...잘했어요. 그럼 다음 일도 가르쳐줄게요."
승부욕에 불이 붙었는지 이예나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얼른 뒤따라가며 팀원이 해준 말을 떠올렸다.
'25살 대리면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입사했다는 건데...'
승진을 한 번도 안 떨어져야만 가능한 커리어. 괜히 일벌레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테스트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내 역량이 어디까지인지 보고 싶은 거겠지. 어차피 한 달만 하고 나갈 건데 놀래켜줘볼까?
몰래 손가락 관절을 풀고 있자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는 탕비실이에요. 보시다시피 과자나 음료는 전부 무료고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꺼내 드시면 돼요."
"종류가 상당히 많네요?"
"네. 만약 먹고 싶은 게 없다면 나중에 저한테 말씀하세요. 법인 카드 빌려드릴 테니까."
제일 맛있어 보이는 게 눈앞에 있긴 한데요. 목구멍까지 튀어나온 말을 꿀꺽 삼키고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과자, 라면, 껌 등등 편의점이라고 불러도 될만큼 엄청난 양이었다.
역시 대기업이라 복지가 좋구만. 일단 눈치껏 젤리를 하나 집었다.
"전 이게 좋아요. 대리님은요?"
"배불러서 지금은 딱히 생각이 없네요. 아, 그리고 혹시나 하고 말해두는 건데 만약 뭔가가 비면 채워두는 거 잊지 마요."
"당연하죠. 팀원들이 일하는 데에 집중할 수 있게 제가 채워놓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다음은 복사기 사용법을 가르쳐 드릴게요. 따라와요."
이예나가 몸을 휙 돌리더니 또 어딘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편의점 알바 때려치고 왔더니만 여기서도 물류 정리하게 생겼네.'
원래 인턴이 하는 게 헛드레일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역시나다. 게다가 맞선임이 저런 사람이니 앉아있을 틈이 없을 것 같은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결국 1시간 동안 뺑뺑 돌아다니고 나서야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었다.
"고생했어요. 오늘 가르쳐준 건 까먹지 말고, 만약 헷갈리는 게 있다면 바로 물어보세요."
"알겠습니다."
내 대답과 함께 휙 몸을 돌린 이예나가 자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거 참, 진짜 일벌레라 불리는 이유가 있었네. 그래도 예뻐서 봐준다.
"우진 씨. 혹시 엑셀 다룰 줄 알아요?"
취소다.
*
그렇게 출근을 한 지 어느새 3일이 지났다. 퇴근을 마치고 침대에 몸을 눕혔다.
몇 시간만에 맛보는 휴식이라 그런지 너무나도 달콤했다.
"딱히 힘들지는 않은데 정신적으로 지치네..."
계속 회사에 붙어있어야 하는 것과 자유가 없다는 점도 한몫했지만.
역시 제일 귀찮은 건 선임이었다.
-우진 씨 이거 복사해주세요.
-우진 씨 이 자료 쭈욱 정리해서 갖다주세요.
-우진 씨 이거 틀린 게 있는지 확인해주세요.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걸고 일감을 넘기는 이예나 대리. 3일차 인턴한테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과도했다.
물론 매번 완벽하게 마쳤기에 혼나는 일은 없었다.
덕분에 팀원들의 눈빛에는 신뢰와 존경이 담기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갈수록 주는 일의 강도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았다. 마치 너의 한계는 어디인지 보고 싶다 라는 느낌이다.
'이거 이러다가 개발까지 시키겠다?'
한숨을 푹 내쉬고는 정장을 벗기 시작했다. 거칠게 넥타이를 풀어내자 때마침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채아 누나였다.
"여보세요?"
"응, 우진아 퇴근했어?"
"방금 집에 도착했어요."
"그렇구나. 회사 생활은 어때? 힘들지 않아?"
"생각보다는 할만해요. 단지 사람을 잘못 만나서 그렇지."
"사람? 선배들이 막 괴롭혀?"
"그건 아닌데요..."
약간 푸념하듯이 털어내자 그녀가 깔깔 웃었다.
"그거 그냥 신기해서 그런 거야. 우진이가 하도 일을 잘하니까 어디까지 흡수를 하나 보자. 약간 이런 심보?"
"저도 대충은 아는데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요."
"그럼 내일은 한 번 실수 저질러보는 건 어때? 그때서야 아차! 하고 줄여줄 텐데."
정말 그래볼까? 진지하게 생각이 들만큼 달콤한 제안이었다.
"한 번 그래봐야겠네요."
"너무 심한 사고는 치지 말고. 나중에 그 회사에 입사하게 될지도 모르잖니?"
"취업 안할래요. 누나가 먹여살려주세요."
"우진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정말요?"
"정말이긴 한데, 누나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좋아."
그건 나도 동의한다. 농땡이 피는 건 약간 성격에 안 맞기도 하니까.
그렇게 약 5분 정도 더 대화를 나누다 전화를 끊었다.
"실수라..."
문뜩 다른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내가 실수를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일을 못 주게 만든다면?
바로 입꼬리가 쓰윽 올라갔다.
복수하는 데에는 이것만큼 좋은 게 없지. 곧바로 대형 오나홀을 가져와 침대에 올려놨다.
손을 대고, 이예나를 떠올리자 점점 변해가기 시작했다.
'역시 미쳤네.'
모자이크 하나 없이 훤히 드러난 그녀의 몸매. 예상대로 커다란 가슴과 잘록한 허리를 가지고 있었다.
핑크빛 유두와 넓은 골반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근데 옥의 티가 하나 있었다.
"보지털이 검은색이네?"
핑크 헤어를 가진 주제에 여기는 검은색이라니. 상당히 언밸런스한 모습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염색을 할 거면 위아래로 다 할 것이지. 여기만 하면 쓰나.
나는 계속 웃음을 흘리며 어플을 켰다. 신인의 프로필을 클릭했다.
[이예나]
현재 박서윤의 게이지는 0(+100)점입니다.
나이 : 25살
키 : 163.3cm
몸무게 : 48.9kg
쓰리 사이즈 : 95 - 69 - 97
성향 : 중도
약점 : 클리토리스, G스팟, 자궁, 애널, 가슴, 허벅지, 목, 귀.
좋아하는 자세 : 정상위, 대면 좌위, 기승위, 뒤치기.
현재 감정 : 무
쓰리 사이즈는 내가 예측한 대로였다. 하지만 약점이나 좋아하는 자세는 전혀 예상 외였다.
'거의 온몸이 약점이라 해도 되는 수준인데... 이건 뭐야, 애널?'
이미 개발이 되어 있다는 뜻인지 아니면 선천전으로 좋아한다는 뜻인지 모르겠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조심스럽게 엉덩이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
엉덩이가 너무 탱탱하고 살집이 많아 확인이 불가능했다. 이러면 힘껏 벌려서 볼 수밖에 없는데.
잠시 고민을 하다 관음 모드를 사용했다.
일단 이예나가 뭘 하고 있는지부터 보자.
찌릿.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 한구석에 그녀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딱 샤워를 하고 나온 참인지 속옷 차림이었다.
아주 나이스 타이밍이다.
곧 잠들 것 같으니 조용히 지켜보자. 그렇게 관음을 하고 있자 이예나가 창문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흐으응...흐응..."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야경을 구경하던 그녀. 천천히 손을 등 뒤로 돌렸다.
스륵...
브래지어가 힘없이 풀려나감과 동시에 새하얀 가슴이 등장했다. 오나홀에 달려있는 것과 똑같은 모습이지만 역시 실제로 보는 게 훨씬 꼴렸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전부 머릿속에 담았다. 그렇게 1분 정도 지났을까.
이예나가 커튼을 치더니 침대로 향했다.
"일찍 자야 내일도 힘내서 일하지."
몸을 천천히 눕힌 대리님. 그대로 잠에 드나 싶었지만 이어진 행동은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흐읏..."
팬티 위를 스윽스윽 문지르기 시작한 것.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회사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약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얼굴이 점점 녹아들며, 유두가 점점 빳빳해졌다.
이거 첫 날부터 좋은 구경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