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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479화 (479/615)

< 479화 > 479. 나 혹시 살쪘어?

[금일 xxx교수님께서 학회에 일정이 있으십니다. xx 수업은 없을 예정이오니 수강생들은 착오가 없길 바랍니다.]

며칠 전 공지했던 내용이 한 번 더 도착을 했다. 메시지를 보자마자 헤벌쭉 웃음이 나왔다.

2교시를 담당하던 지옥의 문지기가 없어지다니.

아주 큰 호재다. 이렇게 된 거 오랜만에 늦잠이나 자볼까?

자기 전과 똑같은 방안을 둘러보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렇게 졸리지도 않은데 일어나자.'

눈꼽을 떼며 미적미적 침대에서 벗어났다. 일단 환기나 시킬까.

미적미적 창문으로 향했다.

-드르륵.

얼굴에 들이닥치는 시원한 공기. 잠시 아침의 기분을 만끽하고 있자 사람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가는 게 보였다.

대충 입은 옷과 가방을 보면 수업에 늦은 학생 같았다.

'그러게 빨리 좀 일어나지.'

피식 웃으며 그의 뒷모습을 끝까지 따라갔다. 하지만 안 보이게 되자 흥미가 팍 식었다.

다시 창문을 닫으려는 때, 머릿속에 문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운동.

그러고 보면 아침에 조깅을 해본 지가 상당히 오래 되었다. 오전 수업도 한몫했지만 여기나 제일 큰 이유는 섹스 때문이었다.

밤새 즐기고 늦게 잠들다 보면 어느새 정오였으니 말이다.

'오랜만에 한 번 뛰고 올까?'

헬스장도 좋지만 역시 자연 바람을 맞으면서 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말 나온 겸 바로 갔다 오자. 마침 몸도 근질거렸는데.

바로 화장실에 들어가 간단하게 얼굴에 물을 묻혔다. 그나마 사람다운 몰골이 되었다.

슥슥 수건으로 닦고는 옷장을 열었다.

-스윽.

평소에 입던 운동복을 꺼내 입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작은 가방과 물병까지 챙기기까지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곧바로 집을 나섰다.

괜찮은 산책 코스라면 하천이 최고다. 천천히 걸으며 물씬 가을 냄새를 풍기는 주변을 구경했다.

기다란 갈대도 있고 잠자리도 날아다니고 운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게 도착했다. 적당히 스트레칭을 하고 뛰기 시작했다.

-타닷타닷타닷.

그렇게 10분 정도 지났을까. 숨을 돌리기 위해 제일 가까운 쉼터로 이동했다.

벤치에 엉덩이를 붙였다.

"역시 바깥에서 뛰는 게 더 상쾌하네."

다음엔 다같이 와야겠다. 그렇게 마음을 먹을 찰나 익숙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아...하아...하아..."

심하게 헐떡이면서 뛰고 있는 금발의 여자. 체형이나 목소리마저 내가 아는 누군가와 매우 비슷했다.

하지만 동일인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매일 늦잠 자는 녀석이 이런 아침에 뛰어다닐 리가 없지.'

그렇고 말고. 내가 착각한 게 분명해.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였지만 생각과는 달리 눈이 떼어지지 않았다.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만큼 똑같은 가슴과 엉덩이의 크기.

심지어 얼핏 보인 푸른 눈동자는 절대 쉽사리 볼만한 게 아니었다.

아무리 봐도 99.9% 한희진인데? 키도 똑같잖아.

짧은 고민 끝에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벤치에서 일어나 그녀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헤엑...헤엑...헤엑..."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자 금발의 발걸음이 점차 느려졌다. 곧 쉴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전화를 걸어봤다.

"하아...하아... 뭐야?"

우뚝 멈춰선 그녀가 이마를 한 번 닦고는 주머니를 뒤졌다.

귀찮음이 묻은 목소리였지만 화면에 써진 이름을 보고는 큼큼 헛기침을 해댔다.

방금보다 훨씬 부드러운 톤으로 바뀌었고, 만족했는지 그제야 통화 버튼을 눌렀다.

"왜?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뭐야, 네가 이 시간에 웬일로 일어나 있냐?"

"나는 지금 일어나 있으면 안 돼?"

"그냥 신기해서 그렇지. 너 맨날 늦잠자잖아."

"그건 과거의 나라고."

금발의 여자가 작게 웃으며 산책로 옆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근처의 커다란 바위에 털썩 주저 앉았다.

졸졸 흐르는 하천을 멍하니 쳐다보며 툭 하고 내뱉었다.

"하아...힘들어 죽겠네."

"뭐 했는데?"

"운동. 이제부터 건강하게 살기로 마음 먹었거든."

"20살이면 뭘 해도 건강할 텐데 무슨."

"그러다 훅 가는 건 순식간이라고. 오빠도 놀지 말고 관리 열심히 해."

"나야 언제나 하고 있지."

말을 끝냄과 동시에 살짝 땀으로 젖어있는 어깨를 툭툭 찔렀다.

"누구..."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린 한희진이 눈동자가 실시간으로 커져갔다.

들고 있는 핸드폰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크게 벌렸다.

"이 정도면 꽤나 건강하게 살고 있지?"

"에에에에엑!?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스토커?"

"스토커는 무슨. 날씨가 좋아서 뛰러왔다가 우연히 마주친 건데."

"아니아니아니, 딱 뛰기로 한 첫날부터 만났는데 스토커가 아니면 설명이 안 되잖아! 아, 혹시 관음 모드로...!"

"그거 사용 안 한지 엄청 오래 됐다."

나는 손을 휙휙 저으며 그녀의 옆에 앉았다. 땀냄새가 폴폴 났다.

의식하고 있는지 한희진이 슬쩍 옆으로 떨어졌다.

"더우니까 너무 다가오지마."

"이열치열이라고 들어봤어?"

"모르겠는데?"

"열은 열로 다스린다는 말이야. 지금부터 알아둬."

"...내가 진짜 몰라서 그랬겠냐?"

"몰랐다며."

피식 웃자 그녀가 무안한 얼굴로는 물을 들이켰다. 그동안에 한희진의 모습을 위아래로 쓰윽 훑어봤다.

빛나는 금발을 가지런히 묶은 포니테일. 덕분에 목에 흐르는 땀방울이 전부 보였다.

핥아주고 싶을 만큼 야한 모습이었다.

"푸하아... 이제 좀 살 것 같네."

"그래서 운동하는 진짜 이유는?"

"말했잖아. 건강을 위해서라고."

"그걸 믿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거다. 빨리 불어."

"...몰라. 말하기 싫어."

한희진이 휙 하고 고개를 돌리더니 앞섬을 잡았다. 이번엔 옷을 펄럭이며 부채질을 시작했다.

벌어질 때마다 가슴골이 조금씩 보였다.

곁눈질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말하기 싫으면 말고. 근데 너 이따가 편의점 출근하지 않냐? 지금 운동하면 지쳐 쓰러질 텐데."

"아, 오늘은 안해서 괜찮아."

"땡땡이야?"

"땡땡이가 아니라 합법적인 휴일이라고. 이제부터 언니랑 나 모두 화요일에 쉬기로 했거든."

"정말?"

그건 처음 듣는 얘기인데? 추가 설명을 요구하는 내 눈빛에 그녀가 어깨를 으쓱였다.

"일해봤자 시간도 잘 안가고 지루하기도 해서 말이야. 그냥 집에서 개인 시간 가지는 게 훨씬 낫다고 판단했어."

"맨날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일을 하니 그럴만 하지."

맞장구를 쳐주자 한희진이 슬쩍 나를 쳐다봤다.

"오빠가 알바를 더 늘리면 될 것 같은데."

"그건 안돼."

"딱 잘라서 말하네. 매정하게."

"그게 아니라 한 번 가면 5시간은 하니까 그렇지."

물론 나도 채아 누나랑 희진이가 보고 싶다지만 그 한계선이 있다. 과제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다른 애들도 만나야 하니까.

그녀도 억지를 부려본 건지 딱히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침묵이 우리 사이를 지배했다. 물이 흐르는 걸 조용히 지켜 보고 있자 한희진이 계속 내 눈치를 봤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다.

곧바로 시선을 마주치자 그녀가 흠칫 몸을 떨었다.

"할 말이라도 있냐?"

"그냥... 언제까지 뛸 건지 궁금해서."

"아마 30분 정도 더? 근데 너는 꽤 오래하지 않았어? 집 여기서 멀잖아."

"힘들면 택시타고 돌아가면 돼. 그보다..."

한희진이 우물쭈물거리며 앞머리를 비비꼬았다. 그러더니 개미가 기어가듯 작게 툭 내뱉었다.

"나 요즘 살찌지 않았냐?"

"살? 아니?"

"그렇게 대충 대답하지 말고. 좀 자세히 봐봐."

그녀가 옷을 뒤로 당겨 피부에 착 달라붙게 만들었다. 덕분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몸매를 볼 수 있었다.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 혹시 함정 문제인가?'

만약 살이 쪘다고 하면 섹스했을 때 내가 눈치를 챘을 것이다.

얘랑 마지막으로 한 게 대충 5일 전이니 그 짧은 기간에 바뀔 리도 없고.

나는 다시 한 번 훑어본 뒤 아무렇지 않다는 태도로 대답했다.

"잘 모르겠는데? 진짜로 달라진 거 없어."

"진짜?"

"진짜."

"후우... 다행이다."

그녀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옷을 원래대로 돌려놨다. 거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너 설마 아침 일찍 운동하러 나온 게 살 쪄서 그러냐?"

"으응...? 아니? 건강 때문에 그랬는데?"

"구라치네. 그게 아니면 네가 움직일 리가 없잖아."

"움직일 리 없다니, 나를 뭘로 보는 거야!"

"유일하게 운동하는 게 편의점인데 그것마저 카운터에 앉아서 핸드폰만 까닥까닥 하잖아. 네가 더 잘 알 텐데?"

정답이었는지 한희진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추가타를 날렸다.

"과자 씹어먹으면서 있더니만 결국 돼지가 됐구나. 역시 몸은 솔직하다니까."

"아, 안쪘다면서... 그리고 돼지가 뭐야...!"

"대충 봐서 그런 거지. 자신 있으면 뱃살 까봐."

"으윽..."

솔직히 쪄봤자 1~2kg가 다일 것 같은데 왜 이리 민감한 건지 모르겠네.

별로 티 나지도 않을 텐데.

나는 입꼬리를 쓰윽 올리며 서서히 손을 움직였다. 목표물은 당연히 배.

딱 닿기 직전 그녀가 벌떡 일어났다.

"아~ 다 쉬었으니까 또 뛰어야겠네. 오빠는 어쩔래?"

"나도 당연히 뛰어야지."

"그럼 먼저 갈 테니까 천천히 따라와. 괜히 나 따라잡으려다가 넘어지지 말고."

"누가 할 소리."

오늘 처음 뛴다고 했으면서 지금 누굴 걱정하는 거야?

나는 아주 조금 커진 듯한 그녀의 엉덩이를 보며 적당히 뒤따라갔다.

이 속도면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누가 먼저 지치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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