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3화 > 463. 바바리우먼
그로부터 며칠이 더 흘렀다.
평소와 같이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중이었다.
"8,900원입니다. 봉투 필요하세요?"
"쪼옥...쪽... 츄읍...츄으읍..."
"네, 감사합니다."
"하읍...으응...쭈웁...쭙..."
북적거리는 매장과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를 열심히 빠는 소리.
나는 몸 아래에서 느껴지는 간지러움을 참으며 눈동자를 아래로 돌렸다.
금발의 미녀가 입술을 내민 채 열심히 내 젖꼭지를 빨고 있었다.
어찌나 세게 하는지 똑 하고 떼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엄마 모유를 먹는 아기도 저렇게 세게는 안 하겠다.'
다음 손님이 오는 동안 조용히 구경하고 있자 시선을 마주쳤다.
한희진이 씨익 웃더니 이빨을 세웠다. 자국을 남길 기세로 잘근잘근 씹어대기 시작했다.
"츄읍...츕... 어때, 좋아?"
티가 나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자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러더니 반대쪽 유두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며 꼬집어댔다.
아주 절묘한 손놀림에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여기는 어때? 기분 좋아?"
가슴으로 내 자지를 완전히 감싼 채아 누나가 이리저리 문지르며 물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살결이 아주 일품이었지만 차마 대답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신 몇 차례 껄떡여 뜻을 전하자 귀신 같이 알아들은 그녀가 눈매를 곱게 휘었다.
그걸 신호로 파이즈리 속도가 올라갔다.
스윽스윽스윽...
그걸로는 부족했는지 채아 누나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살짝 튀어나온 귀두에 입술을 맞추고는 쪼옥쪼옥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응흣... 읏...읍..응윽...!"
부드러운 혀가 앞부분을 휩쓸고 다니는 이 감각.
거기에 가슴까지 합해지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것도 편의점에서 이렇게 대놓고 하는 애무라니.'
너무 꼴리잖아? 스멀스멀 올라오는 쾌감에 몸을 맡기고 있자 카운터 위에 물건이 올려졌다.
턱!
본능적으로 바코드를 찍으려 하자 갑자기 상대가 말을 건네왔다.
"열심히 하고 있네? 보기 좋다."
"네?"
반말이지만 매우 익숙한 목소리. 곧바로 고개를 들자 주황색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대부분 마스크와 모자에 가려져 있었지만 정체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네가 왜 여기 있냐?"
"내가 못 올 곳에 온 건 아니잖아? 따로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놀라서 그런 거지. 주말에 보기로 했는데 오늘 나타났으니까."
"어차피 몇 시간 뒤면 주말인데 그게 그거지."
김세정이 쓰고 있던 모자를 살포시 들어 올리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 해맑은 웃음과 동시에 내 몸을 자극하고 있던 애무의 세기가 증가했다.
꾸욱꾸욱...
둘 모두 방금과는 달리 불만인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집중해달라 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이건 나도 어쩔 수 없다.
일단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다시 계산을 이어나갔다.
그걸 보던 김세정이 주위를 휙휙 둘러봤다.
"근데 오늘은 너 혼자야? 그 편의점 자매들은 매장 안에서도 아예 안 보이던데."
"둘 모두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어. 바쁜 일이 있어서 말이야."
"그래? 이거 타이밍 딱 좋게 들어왔네."
그녀가 다행이라는 투로 은근슬쩍 상체를 들이밀었다.
나한테만 들리도록 작게 속삭였다.
"오늘 끝나고 시간 있지?
그 말에 한희진이 다시 이빨을 세웠다. 채아 누나도 입술을 오므리며 귀두를 앙 물었다.
"있어."
"다행이네. 만약 없다고 했으면 강제로라도 만들게 하려고 했는데."
"...거 참 무서운 말이네."
"그러면 너 알바 끝날 때까지 좀 돌아다니고 있을 테니까 이따 전화해."
"뭐하고 있게?"
"아마도 산책? 30분 정도면 끝나잖아."
김세정이 갸웃거리며 꽁꽁 여미고 있던 코트의 윗단추를 풀었다.
새하얀 목덜미와 가느다란 쇄골이 보였다.
투둑.
두 번째 것을 풀자 가슴골이 아주 미세하게 드러났다.
도대체 무슨 옷을 입었기에 저렇게 되는 거지?
내 의문을 읽었는지 그녀가 상체를 더욱 숙이며 정답을 말해주었다.
"나 여기 안에 아무것도 안 입었어."
"...뭐?"
"그러니까 나 기다리지 않게 빨리 나와. 알았지?"
맛보기는 여기까지라는 듯 다시 단추를 채우는 그녀.
옷 위로도 볼록 튀어나온 가슴의 모양을 보고 있자 나한테 딱밤을 한 대 날렸다.
"더 보고 싶으면 말이야."
그러고선 몸을 빙글 돌렸다.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는 계산한 물건을 내밀었다.
"야, 이거 안 가져가?"
"됐어. 너 먹으라고 가져온 거니까."
"진짜?"
"진짜."
짧은 한 마디와 함께 김세정이 편의점 밖으로 나갔다.
너무나도 쿨한 모습. 멍하니 쳐다 보고 있자 채아 누나가 허벅지를 툭툭 건드렸다.
"오늘 밤은 좋은 시간 되겠네? 그 김세정이 먼저 하자고 들이대고 말이야."
"그러게. 설마 아무것도 안 입었다고 어필을 할 줄은 몰랐어."
"연예인이랑 하면 무슨 느낌일까..."
둘이 부러움을 숨기지 않은 채 애무를 이었다.
약 3일 동안 계속 야한 짓을 했으면서도 질투를 하다니.
나는 욕심쟁이들의 머리를 차례대로 쓰다듬어준 뒤 시계를 흘끗 봤다.
그리고 약 10분 뒤 마지막 사정을 했고, 마침내 알바가 끝났다.
-띠링띠링.
눈치껏 먼저 집으로 향한 자매들과 혼자 남은 나.
전화를 걸자 김세정이 부른 히트곡이 컬러링으로 흘러나왔다.
기다리고 있었는지 5초도 채 되지 않아 맑은 목소리로 바뀌었다.
"끝났어?"
"응, 지금 어디야?"
"어디일까?"
쉽게 알려주지 않을 것 같은 뉘앙스다. 수수께끼를 풀어보라 이 말인가?
"주변에서 산책한다 했으니 공원?"
"땡. 더 가까운 곳."
"가로수길?"
"땡. 완전 다른 방향."
"그럼 아예 모르겠는데."
"흐음... 왜 이렇게 금방 포기를 해? 이거 끈기가 없구만."
그녀가 재밌다는 듯 흐흣하고 웃었다.
한 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 앞으로 100걸음 가봐."
"가로등 있는 곳?"
"응."
나는 시키는 대로 이동하면서 주변을 빠르게 곁눈질했다. 분명 내가 보이는 위치에 숨어있을 텐데 어디일까?
하지만 아까 그녀와 비슷한 사람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왔어."
"거기서 90도 우회전. 아니아니, 그건 좌회전이잖아."
"역시 보이나 보네."
"그러니까 명령하고 있는 거지."
"그럼 여기선 몇 걸음?"
"아까랑 똑같이 100걸음."
이번에도 터벅터벅 걸어갔다. 여기는 가로등에서 멀리 떨어져 어두운 곳이었다.
여기 주변 어딘가에 숨어있는 게 분명하다.
경계심을 한껏 끌어올리려는 참, 무언가가 내 등을 덮쳤다.
소리 없이 다가온 터라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짜안! 누구게?"
매우 즐거운 톤으로 나를 끌어안은 신원 불명인.
딱 봐도 알 수 있는 커다란 가슴을 꾸욱 눌러대며 대답을 재촉했다.
"누군지 전혀 모르겠는데?"
"그럼 알 때까지 이러고 있어야지."
"나야 좋지. 아예 평생 이러고 있자."
"진짜? 이래도?"
그녀가 살짝 뒷걸음을 치더니 투둑하고 단추를 풀어헤쳤다.
편의점에서 했던 것처럼 한두 개로 멈추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호기심을 참고 있자 아까보다 훨씬 생생한 가슴의 감촉이 등을 덮쳤다.
"안에 아무것도 안 입었다고 한 거 진짜였냐?"
"그럼. 당연하지."
"일부러 날 도발하려고 거짓말 하는 줄 알았는데."
"난 솔직한 성격이라 그런 짓은 못해. 왜? 보고 싶어?"
고개를 크게 끄덕이자 뒤에서 작은 웃음보가 터져 나왔다.
허락의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바로 몸을 돌렸다.
거기엔 정말로 알몸 상태로 코트만 걸치고 있는 김세정이 서있었다.
눈을 마주치자 그녀가 손을 흔들었다.
"안녕, 오랜만이야."
"그 모습으로 반가운 듯이 말하니까 되게 이상하네."
"남자들은 이런 거 좋아하잖아? 알몸의 미녀가 살갑게 맞이해주는 거."
그건 맞긴 하지. 나도 피식 콧바람을 내며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정말이지 실오라기 하나 없는 새하얀 몸이었다.
혹시 여기에 올 때도 저런 모습이었나?
"아, 나 여기 올 때도 이렇게 왔어."
"지금 내 머릿속을 읽고 있냐?"
"에이, 그렇게 짐승처럼 쳐다보는데 생각하는 거야 뻔하지. 내가 나름 눈치 100단이거든."
그녀가 코트를 펄럭이며 자랑을 했다.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심한 노출증이네.'
아영이가 괜히 친해질 수 있겠다고 말한 게 아니었어.
나는 눈앞의 중증 변태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흥분했는지 빨딱 서 있는 유두를 툭 건드렸다.
"하흣..."
"내가 볼 땐 넌 나보다 더 변태야."
"누가 할 소리인데?"
"적어도 네가 할 소리는 아니지."
그러자 김세정이 갑자기 다가와 내 멱살을 잡았다. 과격한 행동과는 달리 이어진 행위의 수위는 약했다.
옷에 코를 묻고는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지금 네 옷에서 여자 향수 냄새 나는 거 알아? 아주 유명한 브랜드 껀데."
"그야 자매들한테 둘러싸여 있었으니까 당연한 거지."
"단순히 주변에 있었다고 해서 이렇게 물들지는 않을 텐데... 뭐, 그렇다 치자."
그녀가 전혀 안 믿는 눈치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꺼낸 건 아주 익숙한 물건이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손바닥 위에서 부르르 떨고 있는 분홍색 에그 로터. 멍하니 보고 있자 김세정이 직접 내게 쥐어주었다.
그러더니 살포시 다리를 벌려 자신의 소중한 곳이 보이도록 했다.
"우리 변태 씨라면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알고 있겠지?"
"...역시 더 변태는 너라니까."
곧바로 그녀의 사타구니 사이에 손을 집어넣었다.
"아흣..."
피부가 닿자마자 살짝 몸이 떨렸다. 개의치 않고 구멍으로 직행하자 점점 더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사양하지 않고 구멍에 로터를 끼웠다.
미세하게 움찔움찔거리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에 손을 감았다.
그러자 김세정이 달라붙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어디 소설에서 본 내용인데... 한 번 해볼래?"
"무슨 내용인데."
알면서도 묻자 끈적한 눈빛이 쏘아졌다.
"공원에서 알몸 자위를 시키는 변태 소설의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