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3화 > 453. 제때 제 보지 안에 정액이 들어있었는데...
뭐야 이건.
알람이 떠서 확인해봤더니 후원이 하나 들어와 있었다.
무려 김세정이 보낸 1000코인의 러브콜.
빨리 야한짓을 하고 싶다고 어필을 하는 건 좋은데 호칭이 왜 이래?
"유령씨?"
이거 아영이가 날 부를 때 쓰던 말이잖아.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에 잠깐 옛날 생각이 났다.
사방에서 옥죄어오듯 천천히 포위망을 조이더니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정체를 파악했던 그녀.
들키는 건 처음이라 정말 살 떨리게 무서웠었는데 지금 보니 다 추억이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근데 마음 한 켠을 차지하는 이 불안감은 뭘까?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고 소설 자체에서 나오기도 하는 표현이니까 당연히 쓸 수는 있는 말이긴 한데...'
뭐라 해야 하나. 데자뷰?
나는 소름이 돋은 팔을 문지르며 후원 내역을 계속 읽었다.
[유령씨~ 유령씨~ 다음 만남은 언제인가요? 저 너무 외로워요.]
전혀 외로워 보이지 않는 말투와 왠지 모르게 음성 지원이 되는 듯한 내용.
그러고 보니 김세정이랑 못 만난지 일주일 정도 되긴 했네.
워낙 바쁜 사람이기도 하고 나도 중간 고사 기간이 껴 있어 어쩔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된 거 오랜만에 얼굴이라도 비추러 가볼까?
메시지를 보냈다는 건 지금 당장 시간이 괜찮다는 뜻이기도 하니 말이다.
-언제든지 가능은 한데 따로 원하는 상황이 있나요?
야한거조아 : 음... 지금 그냥 쉬고 있는데 와주세요. 그럼 뭐라도 생각나겠죠.
[야한거조아님이 1000코인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 바로 답장을 했다. 주말이니 스케줄이 비어있는 모양이다.
마침 나도 심심하던 차였는데 잘됐네.
일단 무슨 상황인지 확인이나 하러 가자.
혹시 모르니 투명 아바타를 하나 보냈다.
배경이 점점 바뀌기 시작했고, 도착한 곳은 그녀의 개인 숙소였다.
"흐음... 부르긴 했는데 뭐하지? 먼저 생각하고 부를 걸 그랬나..."
나를 호출한 주인공은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주 편한 복장으로는 핸드폰을 붙잡고 뒹굴뒹굴.
살짝 밀려 올라간 반팔 덕분에 맨살이 은근히 보이기도 했다.
이거 나를 부른 것 치고는 아주 여유로운 걸?
한 30초 정도 지켜보다 반투명으로 바꾸었다.
"으학! 놀래라..."
침대 바로 옆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녀가 흠칫하고 어깨를 떨었다.
하지만 1초 만에 표정을 원래대로 돌리며 씨익 웃었다.
"정말 오랜만이에요. 작가님."
-안녕. 근데 후원과는 달리 그다지 외로워 보이지 않은 것 같다?
"기분 탓이에요. 기분 탓. 아, 그보다 그렇게 무섭게 내려다보지 말고 여기 앉아요."
김세정이 발로 침대 끝자락을 툭툭 쳤다.
살짝 건방져 보이기까지 한 행동이었지만 내겐 그저 귀여울 뿐이었다.
털썩.
끄트머리에 앉자 위아래로 흔들리는 다리가 신경 쓰였다.
매끈하게 잘 빠진 것을 슬쩍 쓰다듬자 그녀가 음흉하게 미소를 지었다.
"뭐예요. 작가님도 은근히 하고 싶었나 봐요? 오자마자 야햐게 만지기나 하고."
-그냥 신경 쓰이니까 가만히 있으라는 뜻이었어.
"에이, 만지고 싶으면 계속 만져도 돼요. 뭐 닳는 것도 아니고 작가님이면 괜찮아요."
-됐어. 너무 변태 같아서 안 할래.
"흐응... 맞으면서 빼기는."
김세정이 피식 웃으며 핸드폰을 껐다. 쓰윽 몸을 일으키더니 갑자기 뒤에서 백허그를 시도했다.
내 목에 팔을 휘감고, 가슴을 등에 꾹 붙여 점점 더 밀착해왔다.
볼록했던 게 찐빵처럼 되었을 때 그녀가 조용히 속삭였다.
"그래서,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요?"
-소설 쓰면서 지냈어.
"아아... 저 말고 다른 여자 따먹고 다녔다고요? 그래서 요즘 이렇게 뜸했었구나..."
이상할 정도로 집착과 친근함을 보이는 그녀.
게다가 가시가 들어있는 듯한 말에 괜히 양심이 찔렸다.
그러든 말든 김세정이 내 어깨에 턱을 기댔다.
"흐음..."
귓가에 기다란 신음을 흘리더니 관찰하는 시선으로 몸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근데 지금 이 몸 박우진 거 맞죠?"
-어, 맞아.
"역시... 근데 왜 작가님 본인 몸으로는 안 와요? 혹시 배불뚝이 아저씨라서 자신이 없나?"
-이 모습을 해야 네가 좋아하잖아.
"말조심 해주세요. 누가 들으면 제가 박우진을 좋아하는 것처럼 생각하겠어요.
-아니야? 지금까지 몇 번이나 섹스를 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정도면 마음이 어느 정도는...
텁!
돌연 김세정이 내 입을 손바닥으로 막았다.
어차피 전음이라 막힐 리는 없지만 일단 말을 멈췄다.
"하... 그런 끔찍한 말은 꺼내지도 마요. 제가 무슨 그딴 놈을 좋아해요? 착각도 유분수지."
-호텔에서는 아주 좋아 죽으려고 하던데? 먼저 유혹해서 방에 들이고는 그대로 섹스 삼매경. 이래도 아니야?
"맞다, 호텔이라고 해서 생각났는데... 그때 왜 그냥 갔어요?"
끌어안고 있던 팔에 힘이 들어갔다.
대답하기 전까지는 절대 놔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그대로 전해졌다.
사실 그땐 내가 봐도 이상하긴 했다.
그래서 미리 생각해뒀던 변명을 술술 내뱉었다.
-그때 박우진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긴 했는데 네가 눈치챈 게 늦었잖아. 그래서 미리 좀 괴롭히면서 상황을 만든 거지.
"으으음... 그래서 팬사인회 초반부에만 잠깐 만졌다 이거죠?"
-쉬는 시간에는 서로 알게 됐으니까 난 빠진 거고. 나보다는 둘이 직접 해야 더 재밌는 상황이 나오잖아?
"미꾸라지. 거 요리조리 잘도 빠져 나가네."
김세정이 콧바람을 흥 내뱉더니 살짝 문맥에 맞지 않는 리액션을 취했다.
고개를 갸우뚱하자 신경 쓰지 말라는 듯 김세정이 내 배를 툭툭 쳤다.
그러더니 침대에서 스르륵 일어났다.
어딜 가나 싶더니 리모콘을 가져와 앞쪽에 있던 커다란 티비를 가리켰다.
팟 하고 켜진 화면.
능숙하게 뉴튜브에 들어가더니 자신의 이름을 치기 시작했다.
"뭐, 좋아요. 어쨌든 저번 대기실은 기억나요? 녹화하기 전에 했던 거."
-당연히 나지.
"그때 녹화본 초대박이 났다고 하더라고요? 표정이 야하다고 했던가, 색기가 넘친다고 했던가..."
-보지 안에 정액을 넣고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지.
"새어나갈까봐 힘 주느라 죽을 뻔했다고요."
-그래서 대박이 난 거지.
"숟가락은 뒤지게 잘 올리네."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게 다 들리기는 했지만 애써 무시했다.
동시에 영상이 하나 재생되었다. 열심히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김세정이었다.
잠깐 대화를 멈추고 조용히 바라봤다.
'어째 카메라가 실제의 모습을 다 못 담는 느낌이네.'
물론 예쁘긴 엄청 예뻤지만, 가까이서 지켜본 바로는 뭔가 부족했다.
그때, 허벅지 위에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눈동자를 내리자 가느다란 손가락이 슬금슬금 기어오고 있었다.
모른 척 가만히 있자 순식간에 자지까지 침투를 완료했다.
그러고는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티비에 눈을 고정시킨 채로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스윽...스윽...
이건 무슨 상황이지? 갑자기 대딸을 쳐주다니.
오늘따라 이상한 행동을 많이 보이네.
일단 좋은 게 좋은 거니 하고 싶은 대로 놔두었다.
그렇게 스멀스멀 느껴지는 쾌감을 느끼고 있자 그녀가 갑자기 정지 버튼을 눌렀다.
"아, 맞아맞아. 저때 진짜 위험했지. 저거 지금 눈 찌푸린 거 보여요?"
-뭐가 위험해.
"너무 격렬하게 움직였는지 입구까지 새어나와 버린 거 있죠? 순간 집중이 흐트러져서 녹화 망할 뻔했어요."
-거짓말.
"진짜."
확인을 위해 눈을 크게 떴다. 사실인지 화면 속의 김세정의 다리는 미묘하게 안쪽으로 모아져 있었다.
내 정액을 보관하기 위해서 저랬다니.
자지에 피가 몰렸다.
그 모습에 그녀가 흐흣 하고 웃었다.
"뒤에 더 있어요."
그렇게 총 3번의 위기를 볼 수 있었다. 본인한테 직접 듣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찔꺽...찔꺽...찔꺽...
어느새 흘러나온 쿠퍼액이 김세정의 손과 마찰음을 일으켰다.
느리지만 귀두 밑을 톡톡 치는 자극에 허리가 절로 내밀어졌다.
하지만 기분 좋은 대딸은 얼마 지속되지 못했다.
"잠깐만요. 분명 저거 방 구석 어딘가에 뒀었는데..."
이리저리 뒤적뒤적 손을 휘젓더니 무언가를 꺼내왔다.
화면에 나오고 있는 의상과 똑같은 옷이었다.
"짠! 특별히 부탁해서 갖고 왔어요. 어때요? 입어줄까요?"
당연하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눈감고 조금만 기다려요. 중간에 뜨면 재미 없으니까 절대 보지 말고."
그녀의 말대로 3분 정도 벽을 바라봤다.
곧 등을 쿡쿡 찌르는 느낌에 뒤를 돌아보자 그때 봤던 김세정이 눈앞에 서 있었다.
조명이나 라이트는 훨씬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빛나고 있는 그녀.
무대에서와 똑같이 자신감 넘치는 포즈로 날 보고 있었다.
잠시 넋을 놓고 있자 주황색 머리카락이 찰랑였다.
"어때요?"
-아주 예뻐.
"겨우 그게 끝?"
-예뻐서 눈이 멀 정도인데?
"진짜 표현력 빈약하네. 작가면서."
김세정이 피식 웃으며 내 다리 사이에 무릎을 올려놨다.
스윽스윽 비비더니 점점 더 무게를 실어 나를 뒤로 밀쳤다.
털썩.
덮쳐진 자세로 잠시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이거 입으니까 하고 싶은 플레이가 생각났어요."
-뭔데.
"이대로 해버리기. 그리고."
그녀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뭘 하나 싶더니 손가락을 바쁘게 여러 번 놀렸다.
그 결과는 아주 참담했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현실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
얼른 확인해 보니 보통 전화가 아닌 영상 통화였다.
"어차피 작가님도 박우진의 몸을 하고 있는데, 얼굴까지 보면서 하면 더 꼴릴 것 같아서요."
난이도 급상승.
헬 모드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