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6화 > 436. 한 번 쌀 때마다 비밀 하나씩 말하기
"후윽...후윽...후으윽..."
몇 번인지 모를 수많은 사정이 끝나고 누구 할 것 없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온몸을 휩쓸던 쾌감이 조금 가라앉자 잘 보이지 않았던 박서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땀에 눌린 머리카락, 눈물 맺힌 눈가, 닫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입과 내빼진 혀.
어디 마라톤이라도 뛰고 온 모습이었다.
서서히 밝아오는 창문 밖을 흘끗 본 뒤 그녀의 위에 몸을 포갰다.
탁...탁..
땀투성이였지만 박서윤은 거리낌 없이 등에 팔을 감으며 토닥여줬다.
수고했다는 부드러운 손길에 힘이 쫙 풀렸다.
부드러운 살결을 느끼고 있자 진정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아...이 짐승 새끼... 드디어 끝난 거야?"
"용케 기절 안 하고 버텼네. 혹시 별로였어?"
"별로긴. 중간에 기절할 뻔한 걸 억지로 버틴 거지."
"그게 별로였던 거지. 지금까지 나랑 해서 기절하지 않은 여자는 없으니까."
"...그걸 꼭 지금 얘기해야 돼?"
아,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다 지뢰를 밟아버렸네.
나는 아나콘다처럼 조여 오는 그녀의 압박에 서둘러 변명을 했다.
"그만큼 네 체력이 대단하다는 뜻이지.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마."
"흥... 이번만 봐준다."
그녀가 입술을 내밀며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머리카락을 쓸어내려주자 금방 사라졌다.
일단 위기는 넘겼네. 다른 불만이 터져 나오기 전에 자지를 껄떡였다.
움찔움찔 떠는 걸 보니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계속 반복을 하자 박서윤이 골반을 비틀며 탈출을 하려고 했다.
"흐읏... 아직도 팔팔한 것 봐..."
"이 정도야 기본이지. 부족하면 더 말해."
"나 그러다 보지 헐어. 그리고 이만큼이나 쌌는데 부족하다니, 진짜 네 성욕은 어떻게 감당하냐..."
"이제 현실이 보이니까 슬슬 무서워져?"
"뱃속에 구멍 뚫릴까봐 무섭다. 이놈아."
박서윤이 등짝을 찰싹 내리쳤다.
복수로 허리를 몇 번 더 흔들자 손바닥이 더욱 매서워졌다.
"야야... 박지 말라니까..."
"알았어. 가만히 있을게."
"제발... 나 헐렁해지기 전에."
진지한 말에 웃음이 픽 터져 나왔다. 움직임을 멈추고 조용히 평화를 즐기기 시작했다.
서로의 숨소리와 심장 박동을 느끼고, 가끔씩 들리는 외부 소음에 귀를 쫑긋 세웠다.
얼마나 지났을까. 시계를 보려다 문뜩 베개 옆에 놓여진 딜도가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싼 건지 하얗고 탱탱한 액체가 시트에 스며들지도 않고 둥둥 떠있었다.
일부는 박서윤이 직접 삼켰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저런 양이라니.
심지어 자궁 바로 앞에 대고 뷰릇뷰릇 발사해댔으니 피임 모드가 없었다면 무조건 100% 임신했을 게 뻔하다.
뭐 언제는 안 그랬냐만은, 저렇게 모아 보니 신비할 따름이었다.
'근데 저걸 어떻게 처리하지? 그냥 쓰윽 치워 버릴까?'
암묵적으로 못 본 척하기로 동의를 한 것 같지만 언제까지는 숨길 수도 없는 노릇.
슬쩍 박서윤은 쳐다보자 말똥말똥한 갈색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
"...."
쟤 왜 눈을 깜빡이지 않는 거지?
심상치 않은 기류에 몸을 빼려고 하자 그녀의 팔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온몸에서 전해졌다.
물론 표정에서도.
선공은 박서윤이 먼저였다.
"흐응... 근데 얼마나 많이 쌌으면 정액이 여기까지 튀었을까... 궁금하지 않아?"
"나는 내 사정 거리에 관심은 없어서 말이야."
"그럼 지금부터 가져."
꽈악...
즐긴 건 다 즐기고 이제 와서 심문을 하겠다 이거지?
좋아,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다 풀고 가자고.
나도 박서윤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완전히 밀착을 했다.
똑바로 눈을 마주치고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야. 솔직하게 말해보자. 내 택배 훔쳐가서 열어보고는 하루 종일 괴롭힌 건 너잖아."
"어라? 갑자기 훅 들어오기야?"
"이 기회에 아예 시시비비를 가려보자고."
"겁쟁이인 줄 알았는데 상남자였네. 좋아, 어디 한 번 해볼까?"
그녀가 씨익 웃더니 몸을 빙글 돌렸다.
편하게 옆으로 누운 채 토론이 시작됐다.
"내가 그때 분명 돌려주려 갔지 않았냐? 내 물건 아닌 것 같다고."
"야, 솔직히 안쪽까지 다 열어서 딜도인 걸 확인하고 돌려주러 오는 게 어딨냐? 그럼 내가 쪽팔려서 어떻게 받아."
"그... 그건 어쩔 수 없었다고! 마침 이사 왔던 터라 확인할 틈이 없었고 다 내 짐인 줄 알았으니까."
"그럼 이건 쌤쌤으로 치자. 서로 똑같이 잘못한 것 같은데."
"...그렇게 넘어가겠다 이거지? 이 음흉한 자식."
박서윤이 수상쩍은 표정으로 내 볼을 쿡 찔렀다.
"일부러 넘긴 것 같긴 한데...좋아, 그럼 다음 문제. 너네 집에 있던 오나홀 그건 뭐야?"
"딜도랑 비슷한 물건이지."
"어디서 구했는데?"
"인터넷."
"...장난 말고."
"진짜. 이건 내 목숨을 걸 수 있어."
"그게 말이 돼? 사람의 몸과 연결되어 있는데 출처를 모른다니!"
"진짜인 걸 어떡해? 그냥 인터넷에서 평범한 오나홀을 주문했을 뿐인데 이게 온 거라고."
진지한 내 표정을 봤는지 그녀가 한숨을 크게 내뱉었다.
방금 대화를 곱씹어보듯 미간을 좁히고는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하아... 어쨌든, 나랑 연결된 걸 알고서도 모른 척 놀리고. 이것저것 야한 짓을 시킨 건 용서가 안돼."
"그거 네가 할 소리는 아니지 않냐? 가만히 집에 있는데 자지 만지고 밖에 있는데 싸게 만든 건 누구더라?"
"그...그랬나?"
박서윤이 땀을 삐질 흘리더니 시선을 슬쩍 피했다.
빙그르르 갈색 눈동자를 돌리더니 돌연 박수를 짝 쳤다.
"그럼 이것도 쌤쌤으로 치자."
"불리하니까 그냥 넘어가려고 하는 거 봐라?"
"넘어가는 게 아니라 덮어두자는 거지."
그게 그거잖아.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덕분에 나도 그녀도 할 말이 없어졌다.
"...."
서로를 무안하게 쳐다보기를 잠시, 박서윤이 딜도를 손에 쥐었다.
귀두 부분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 딜도는 너한테만 연결이 되어 있고. 오나홀은 어떤 여자든지 가능하다 이거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이상하리만큼 꼬이는 존나 예쁜 여자들이 증거지 뭐야. 아까도 편의점 언니한테 박던 거 다 티가 났는데."
"꽤 예리하네."
"...이 미친 바람둥이. 도대체 몇 다리를 걸치고 있는 거야? 검은 머리, 혜윤이, 편의점 자매, 나, 그리고 설마..."
손가락을 접으며 숫자를 세던 그녀가 입을 떡 벌렸다.
마지막 사람을 미리 답했다.
"김세정도 있긴 하지."
"6다리. 진짜 대단하다. 너무 대단해서 뭐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그래도 이것은 꼭 약속해줄 수 있어. 누구 하나 빠짐 없이 전부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어떻게? 그냥 말로는 못 믿겠는데."
"이 세상에 돈이면 안 되는 게 없으니까."
이래 봬도 착실히 꿈에 다가가고 있다고.
힘차게 말을 하자 박서윤이 눈을 가늘게 떴다.
"근데 세정이도 라는 건... 설마 그 소설이니 뭐니 그걸로 하는 건 아니겠지? 제목이 뭐였더라? 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
"너 은근 기억력이 좋구나."
"그런 충격적인 제목을 까먹는 게 더 이상한 거지."
"일러바칠 거야?"
"아니? 내가 왜?"
그녀가 재미있겠다는 말투로 입꼬리를 올렸다.
이어 나에게 검지를 내밀더니 빙글빙글 돌렸다.
"너 세정이 화내는 거 한 번도 본 적 없지? 나는 말이야, 네가 들켜서 대차게 처맞는 꼴 좀 보고 싶어. 그러려면 업보 좀 쌓아야 하니 조용히 있을 거야."
"그거 아주 무서운 이유네."
"내 복수도 함께 해준다고 생각하면 별 거 아니지 않아?"
"본인은 찔리니까 남에게 떠넘기는 습관 아주 안 좋아."
"뒤에서 음흉하게 여자 따먹고 다니는 누구보단 훨씬 좋은 습관이지."
동시에 웃음을 터트렸다.
비밀을 듣고 나니 속 시원하다는 얼굴의 박서윤과 나름 일이 쉽게 풀려서 안심하고 있는 나.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채 서로를 마주 보고 있자 식었던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올랐다.
이거 밤샜는데 아침 너머까지 하게 생겼구만.
그때 박서윤이 넝쿨처럼 휘감던 팔다리를 풀었다.
자지를 빼내고는 고개를 푹 숙여 다리 사이를 바라봤다.
"하아... 안 닫히는 것봐. 도대체 몇 시간을 넣고 있었길래..."
불평 아닌 불평을 하더니 이리저리 쭉쭉 뻗으며 스트레칭을 했다.
굳어있던 몸이 삐걱삐걱 우드득 소리를 질렀지만 게의치 않고 재정비를 마쳤다.
"후우..."
어느 정도 멀쩡해진 박서윤이 나를 내려다 봤다.
그 짧은 순간 동안 생각을 마쳤는지 은근하게 내 복근을 쓰다듬었다.
"근데 우리 더 대화할 게 남아있지 않아? 비밀은 오나홀 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
"몸으로 하는 대화는 환영이지."
"...너 같이 머리가 섹스로 가득 찬 놈은 일단 정액을 빼야 말이 통할 것 같네."
코웃음을 치는 그녀에게 제안을 했다.
둘 모두에게 윈윈인 대결.
"그럼 이건 어때? 날 가버리게 할 때마다 하나씩 비밀을 말해주는 거."
"무슨 자신감이야 그거? 지금까지 네가 몇 번이나 쌌는지는 알아?"
"이제부터는 다를 거야. 중간에 힘들어서 지쳐 떨어지지나 마라."
"그래?"
도발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가 훌쩍 위에 올라탔다.
내 머리 양옆에 두 팔을 지탱하고는 잡아먹을 듯한 기승위 자세를 잡았다.
찔꺽...찔꺽...
보짓살에 자지를 비비며 고개를 내린 박서윤.
그대로 내 입술을 막아버렸다.
"쪼옥...쪽...응흡...으응..."
혀가 격렬하게 얽혀오며 침을 섞어댔다.
전부 받아주며 짧으면서도 긴 듯한 키스를 마쳤다.
그녀가 안면에 달콤한 숨결을 후 불었다.
진한 멜론향.
킁킁 냄새를 맡고 있자 박서윤이 머리카락을 묶기 시작했다.
"오늘 전부 쥐어 짜줄 테니까 잘 생각 하지마. 마침 주말이기도 하니까 시간은 많다고."
"그게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네."
"해봐야 알지. 이 생체 딜도야."
그 말과 함께 자지가 삼켜졌다.
섹스는 정오까지 이어졌다.
*
"결국 다 말해버렸네. 독한 년."
박서윤의 침대에서 쓰러지듯 잠들고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물론 그녀도 온힘을 짜냈는지 후반부에선 거의 시체나 다름없었다.
그건 그거고, 일단 내 할 일을 해야지.
딸깍.
소설 사이트에 들어가 댓글들을 확인했다.
날이 갈수록 인기가 많아져 요즘 쓰는 맛이 상당하다.
후원도 많아졌다.
그 중에는 익숙한 닉네임도 있었다.
hanzazi_123 : 난 언제 나와.
[hanzazi_123님이 500코인을 후원하셨습니다.]
너는 제발 닉변 좀 해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금발을 휘휘 내저으며 다음 내역을 봤다.
눈이 번쩍 떠졌다.
"...뭐야 이거."
0이 몇 개인데?
믿기지 않는 액수에 눈을 몇 번이나 비비고 깜빡였다.
그럼에도 숫자는 바뀌지 않았다.
야한거조아 : 혹시 작가님이 좋아하는 시추에이션 같은 게 있나요? 저를 마음대로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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